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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8일 토요일

'보수의 심장' 속 민주당 여성 후보…"국민의 눈높이에 시선 맞추기"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경북도지사 후보

서어리 기자  |  기사입력 2022.05.28. 10:45:57 최종수정 2022.05.28. 13:03:42


험지 중 험지, 기울어진 운동장. 더불어민주당에는 대구·경북 지역이 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선거판에, 이번 6.1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불과 한 달도 안 돼 치러지는 선거라는 더 큰 악조건이 붙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고전이 예상되는데, 심지어 보수적인 경북 지역에 남성이 아닌 여성 후보로 출마했다면?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는 이런 겹겹의 난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선거를 치르고 있다. 선거 상황이 어려울수록 중앙당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중앙당은 임 후보를 전략공천한 후 그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끝마쳤다는 듯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배우자인 김현권 전 의원(20대 국회, 더불어민주당)과, "나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도민이 그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임 후보는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문재인 대표 체제 하에서 혁신위원회 위원 겸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1987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86세대'이면서도 혁신위 활동 당시 "86세대는 아직도 1987년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22년 판 '혁신 논쟁'이 몰아치고 있는 지금의 민주당을 향해 또다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잘못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먼저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정치개혁에 진정성을 보이고 선거제도부터 고쳤다면 검찰개혁, 언론개혁이 지금처럼 외면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임 후보는 대학 졸업 후 남편인 김 전 의원을 따라 경북 의성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농사 짓고 소 키운 지 30년, 그간 임 후보는 두 차례의 군의원, 도의원을 두루 거치며 명실상부한 경북 지역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민주당 정치인 중에 저처럼 경북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당이 경북도지사 후보로 그를 선택한 것은 여의도 정치인의 시선으로 보면 '깜짝 공천'이지만, 알고 보면 '그럴 만한' 공천이었던 것이다.

임 후보는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는 정치하러 경북에 왔지만, 나는 경북에서 30년 간 농사 짓고 소 키우고 자식 키웠다"며 경북 지역에 대한 애착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김부겸 전 총리, 홍의락 전 의원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차기 민주당 정치인은 자신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27일 임 후보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민주, 선거제도부터 고쳤으면 검찰‧언론개혁 외면 안 당했을 것"


프레시안 : 귀농 후 줄곧 경북에서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활동해왔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는가?

임미애 : 중앙당이 지역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중앙당, 중앙 정치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가. 

임미애 : 국회에서 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그런데도) 경북도의원 선거 55곳 중에 17곳(31%)이 무투표 선거구다. 예견된 일이고 과거에도 있었던 일인데 방치했다. 책임은 고스란히 정치가 져야 한다. 입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성할 일이다. 

프레시안 : 최근 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임미애 : 유권자들은 정치가 온전히 국민을 바라보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만일 21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먼저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정치개혁에 진정성을 보이고 선거제도부터 고쳤다면 검찰개혁, 언론개혁이 지금처럼 외면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시선을 맞추어야 한다. 

프레시안 : 과거 혁신위 활동을 하신 경험을 토대로,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당 쇄신안 발표를 예고했는데 쇄신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보나. 

임미애 : 잘못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 80년대 민주당에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는 당사에 찾아와 농성하는 이들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당이 역할을 할 방안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의원 중심으로 당이 돌아가고 있다. 일상적인 당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을 운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정치에서의 혁신, 개혁, 쇄신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가. 또 십수 년 간 민주당 개혁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미애 : 민주당은 개혁에 때론 실패했고, 때론 성공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믿기 때문에 당이 쇄신에 성공하리라 믿는다. 

"이철우는 정치하러 왔지만 나는 경북서 30년간 농사 짓고 소 키워" 

프레시안 : 경북도지사 후보로 전략 공천된 배경이 무엇이라고 자평하는가. 공천 당시 당 지도부로부터 어떤 주문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임미애 : 아마 민주당 정치인 중에 저처럼 경북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이철우 후보의 지난 4년 도정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 뭔지, 가장 잘 아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중앙당으로부터 현재 선거 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지. 

임미애 : 출마 결정이 늦어지면서 중앙당 지원도 조금 늦었다. 중앙당 당직자 중에서도 경북에서 민주당의 성장을 바라는 이들이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도지사 선거 준비는 다른 광역의원 선거 때와는 확연히 다를 텐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가.

임미애 : 도정 고민은 늘 하고 있었다. 이철우 후보가 4년 전 도지사로 취임했다면 저는 4년 전 도의원 임기를 시작했다. 경상북도가 처한 현재가 어떤지, 무엇이 부족한지,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늘 고민하고 있었다.

프레시안 : 상대 후보인 이철우 현 도지사의 도정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임미애 : 두 가지 사례만 들어도 그간 4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알 수가 있다. 통합 신공항 이전 문제와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다. 이 두 사례를 비춰서 보면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은 '빵점'이고, 협상 능력은 정말 '제로'에 가깝다고 할 만큼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 

또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허송세월하는 동안에 부울경에서는 '부울경 특별자치연합'을 구상하고 있다. 행정통합 문제로 허비하는 동안에 미래 이슈를 뺏기기도 하고, 이런 걸로 봐서 저는 안목의 부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선거 결과는 투표 전까지 알 수 없지만, 도민들이 이철우 도정 4년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리라 믿는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치른 세 번의 선거(군의원·도의원) 모두 승리했다. 승리 요인을 무엇이라고 보는지.

임미애 : 의성군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 아니었다. 민주당을 잘 몰라도 임미애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잘 알아주신 것 같다. 이웃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생활 정치 덕분이었다. 늘 의성군민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프레시안 : 상대 후보에 비해 강점이 있다면? 

임미애 : 이철우 후보가 정치하러 경북에 왔다면 저는 경북에서 30년 동안 농사 짓고, 소 키우고, 아이들 키우며 살았다. 도민들이 불편한 게 무엇인지, 도민 삶의 질을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몸으로 겪으면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임미애 선거캠프

"중앙정부, 정당 번갈아 당선되는 지역에 더 투자한다" 

프레시안 : 야당 후보이기 때문에 당선이 되어도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임미애 :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경북에 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나. 아니다. 압도적으로 지지를 해주는 지역일수록 다른 지역에 양보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철우 후보가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 도지사임에도 예산 10조 원 시대를 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맞다. 민주당 소속 경북도지사가 최초로 당선된다면 중앙정부는 경북에 더 신경 쓸 것이다. 부산, 울산, 경남, 충청 지역을 보시라.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수장의 소속 정당이 번갈아 당선되는 지역에 더 신경을 쏟고 투자를 해왔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유세 현장 분위기가 궁금하다. 유권자들의 반응이 어떠한가. 

임미애 : "나와 줘서 고맙다"고들 하신다. 오만하고 무능한 지역 정치지도자의 실정을 혼내고 싶었다고 하신다. 이제 임미애가 나왔으니 임미애한테 투표해 정신 번쩍 들도록 강력한 경고를 주겠다고 반가워한다. 선거 사무실로 편지를 보내오신 분, 후원금을 보내면서 고맙다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민주당 후보가 출마도 못 했고, 지지율도 낮은 군위군에 가서 지지한다는 분들을 만나서 너무 감사했다. 군수 선거가 국민의힘 후보 대 무소속으로 치러지는데, 그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게 이철우 후보였다. 군위에서 민주당 임미애를 찍겠다는 분들을 만나는 경험이 놀라웠다. 

프레시안 : 경북도지사 후보 가운데 최초의 여성이다. 여성 도지사, 여성 정치인에 대한 경북 지역의 정서도 궁금하다.

임미애 : 반기는 분들이 많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이 고맙다고 했다. 경북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기 주저하는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에서 목표한 득표율이 있는가? 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루고 싶은 특별한 목표가 있는지.

임미애 : 도민 소득 전국 꼴찌, 끝없는 경북의 추락, 누구의 책임일까. 기업과 청년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빈집은 늘어만 간다. 광역자치단체 중 소멸 고위험군으로 경북에만 8곳이 있다. 지방소멸은 암울한 미래상이 아니라 지금 닥친 경북의 현실이다. 추락과 쇠퇴의 27년 동안 경북도정은 한 정당이 독점해왔다. 정치독점에 대한 심판이다.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산업 전환에 대비하는 비전 제시가 목표다. 

프레시안 : 정부가 탈원전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신한울 1호기가 재가동 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있을지. 

임미애 : 한수원이 신한울 1호기 원자로를 가동하고 발전과 상업 운전 일정까지 예고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요구한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도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북도지사에 당선된다면 도민 안전을 위한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

프레시안 : 그 외 상대 후보와 가장 차별화된 공약을 소개해달라. 

임미애 : 할랄푸드 인증기관 유치, 농어촌 기본소득, 북부권에 경북의료원 설립이 있다. 농업은 철강이나 자동차, 반도체, 조선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 이런 중요성에 비해 우리는 농업을 내버려 두고 있다. 경북에 '할랄 푸드 인증기관'을 유치해 세계 할랄 푸드 시장을 선점, 경북 농산물 수출 기반을 다지겠다. 

특히 할랄 문화권에는 K-뷰티가 각광받고 있다. 경산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뷰티 산업을 더욱 육성해 식품 산업과 함께 세계 시장을 개척하겠다. 도민들의 삶에 집중하지 않으면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북은 치료 가능 사망률도 굉장히 높다. 경북 의료원을 설립해 공공의료 체계를 구축, 치료 가능 사망률을 낮추는 데 관심이 있다. 난임 부부 지원 사업도 확대하겠다. 경북 출생아 수의 10%가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는 단순히 인구 증가 문제가 아닌 한 가정의 삶의 만족도와 직결된다. 

프레시안 : 당선된다면 어떤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임미애 : 도지사는 23개 시군에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갈등을 키우고 명령하는 도지사에서 소통하는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다. 도내 산불이 날 때 만찬을 하고 있다가 비판을 받아도, 행정통합을 3년 동안 밀어붙이다가 실패했는데도 사과 한 마디 안 하는 도지사가 아니라, 잘못하면 사과드리고 이야기를 듣는 도지사가 되고 싶다.

프레시안 : 만약 낙선한다면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임미애 : 낙선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도민들을 믿는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정치인 임미애'의 목표는 무엇인가? 임 후보의 궁극적 지향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임미애 : 정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갈등이 있다면 중재하는 게 그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성이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경북에서 더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경북 발전에 도움이 된다. 김부겸 전 총리, 홍의락 전 의원도 정치에서 물러났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정치인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싶다.


한미일 외교, “안보리 결의 채택 못해 깊은 유감”

 

이례적 공동성명, ‘3국간 안보 협력 진전’ 의지 표명(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5.28 13:55
  •  
  •  수정 2022.05.28 1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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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장관은 28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대신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박진 외교장관은 28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대신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우리 정부와 미국 등이 추진한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한 가운데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28일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의례적인 대화와 협상도 언급했다.

외교부는 28일 박진 외교장관과 안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대신의 공동성명 영문본과 비공식번역 국문본을 배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13개 안보리 이사국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한 결의를 채택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불법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그 대신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 오후(뉴욕시간) 신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에 나섰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veto)을 행사해 무산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 오후(뉴욕시간) 신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에 나섰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veto)을 행사해 무산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6일 오후(뉴욕시간) 신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두고 표결을 강행해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고,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반대해 거부권(veto)을 행사해 채택이 무산됐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탄도 미사일 발사는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며, 지역 및 국제사회에 중대한 위협을 야기하였다”며 “우리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상의 의무를 준수할 것과, 국제법을 위반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고 모든 국가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에 빠트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10여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군사행동에 나섰고 특히 지난 3월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이어 지난 25일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들은 북한의 핵 실험과 ICBM 발사 등을 금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3국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천명하고 “미국은 확장 억제를 포함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는 납치자 문제의 신속한 해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군사행동에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진전으로 응수한 셈이다. 북한은 지난 25일 ICBM 1발 발사 외에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도 함께 발사해 한‧미‧일을 고루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해결을 북핵(북한) 문제와 연계시켜왔다. 그러면서도 일본군성노예(‘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모순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향한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강조하며,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는 기존입장을 반복하면서도 구체적인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 했다.

다만, “우리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고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만 밝혔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 우리 정부와 미국, 일본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영문본, 비공식번역본 전문)

Joint Statement by Secretary of State Antony J. Blinken, Japanese Minister for Foreign Affairs Hayashi Yoshimasa, and Republic of Korea Minister of Foreign Affairs Park Jin

The United States, the Republic of Korea (ROK), and Japan strongly condemn recent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ballistic missile launches, commit to strengthen trilateral cooperation towards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full implementation of relevant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UNSC) resolutions, and underscore continued openness to meeting with the DPRK without preconditions.

The United States, the ROK, and Japan express deep concern about the May 25 DPRK launches of an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and shorter-range ballistic missiles. The DPRK has significantly increased the pace and scale of its ballistic missile launches since September 2021. Each of these launches violated multiple UNSC resolutions and posed a grave threat to the region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e urge the DPRK to abide by its obligations under UNSC resolutions and immediately cease actions that violate international law, escalate tensions, destabilize the region, and endanger the peace and security of all nations.

In response to the DPRK’s unlawful and destabilizing actions, our nations executed coordinated U.S.-ROK and U.S.-Japan exercises, demonstrating our shared, unequivocal commitment to regional security and stability. These launches highlight the importance of further strengthening the U.S.-ROK and U.S.-Japan alliances to ensure peace, security, and prosperity in the Indo-Pacific region. Our nations are also committed to advance 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The United States reaffirms its steadfast commitments to the defense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Japan, including extended deterrence.

In spite of 13 Security Council members’ support, we deeply regret that the UNSC failed to adopt a resolution in response to the DPRK’s blatant and repeated violations of UNSC resolutions. We reaffirm our commitment to further strengthen our coordination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urge the DPRK to cease its unlawful activities and instead engage in dialogue.

We stress that a path to serious and sustained dialogue remains open and urge the DPRK to return to negotiations.

We express our deep concern at the grave hardship the people in the DPRK are experiencing, including due to the ongoing outbreak of COVID-19, and hope the DPRK will respond positively to international offers of assistance.
We also reaffirm the importance of achieving a swift resolution to the abductions issue.


[비공식 번역본]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

한미일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들을 강력히 규탄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들의 완전한 이행을 향한 3자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며,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열린 입장임을 강조한다.
한미일은 5.25. 북한이 ICBM 1발 및 더 짧은 사거리의 탄도미사일들을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북한은 2021년 9월 이래 탄도미사일 발사 빈도와 규모를 크게 증가시켜왔다. 이러한 탄도 미사일 발사는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며, 지역 및 국제사회에 중대한 위협을 야기하였다. 우리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상의 의무를 준수할 것과, 국제법을 위반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고 모든 국가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에 빠트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에 대응하여, 역내 안보와 안정에 대한 공동의 분명한 의지를 시현하는 조율된 한미 및 미일 훈련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및 번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한미 및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또한 3국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확장 억제를 포함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13개 안보리 이사국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한 결의를 채택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북한이 불법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그 대신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한다.

우리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향한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강조하며,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고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우리는 납치자 문제의 신속한 해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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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세계의 중심에 서다…칸 감독상·남자배우상 2관왕

 등록 :2022-05-29 06:27수정 :2022-05-29 07:35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상
‘브로커’ 송강호 최우수남자배우상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송강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공식 인스타그램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송강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 영화, 세계영화계의 주류임을 입증하다.


제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감독상과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동시에 받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가 한국 영화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한 쾌거라 할 만하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두 한국 영화가 모두 수상을 했다는 점에서, 2019년 <기생충>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 영화는 또 한번 새 역사를 썼다.


28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먼저 터져나온 낭보는 송강호의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이었다. 한국 남자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강호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중심으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송강호는 옆자리의 고레에다 감독, 강동원과 포옹을 나눈 뒤 감격스런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송강호는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씨에게 깊은 감사와 이 영광 나누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의 경쟁 부문 진출작 <브로커>에서 불법 입양 브로커이지만 선의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 상현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브로커>는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온 거장 고레에다 감독이 만들어낸 순하고도 착한 로드무비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공식 인스타그램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 배우가 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밀양>(2007)으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탄 전도연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배우가 칸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것은 <화양연화>(2000) 량차오웨이(양조위), <아무도 모른다>(2007) 야기라 유야에 이어 세 번째다. 송강호가 칸의 초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인 만큼 <브로커>의 초청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한국 영화계의 경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송강호 수상에 이어 감독상 수상자로 박찬욱이 호명됐다. 박 감독은 박해일과 포옹을 나눈 뒤 웃는 얼굴로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며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씨제이 이엔엠(CJ ENM)과 이미경 씨제이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들(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표현할 수 없다)”라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했다.


박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칸의 총애를 받아온 이 거장이 자신을 사로잡았던 영화 형식으로 만든 익숙하고도 새로운 러브스토리다. 고전 형사물의 드라마적 기법을 바탕으로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의 내밀한 연정을 폭력과 섹스 같은 자극적 장면 없이 담백하게 그려냈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칸 경쟁 부문에 처음 진출한 박 감독은, 당시 2위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후 5년 만인 2009년 영화 <박쥐>로 다시 칸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6년 영화 <아가씨>로 다시 칸 경쟁 부문을 찾았지만, 수상을 하지 못했다. 이어 이번 감독상 수상으로 세 번째 칸 트로피를 안았다.


한편, 칸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CLOSE)와 클레어 드니 감독의 <스타스 앳 눈>(STARS AT NOON)이 공동 수상했다. 각본상은 타릭 살레 감독의 <보이 프롬 헤븐>(BOY FROM HEAVEN)에 돌아갔고, 최우수여자배우상은 <홀리 스파이더>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가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펠릭스 반 그뢰닝엔·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의 <디 에이트 마운틴스>(THE EIGHT MOUNTAINS)와 제르지 스콜리모우스키 감독의 <이오>(EO)가 공동 수상했다.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 <토리와 로키타>의 다르덴 형제 감독은 75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단편 황금종려상은 지안잉 첸 감독의 <더 워터 머머스>(THE WATER MURMURS)가 받았고, 이정재 감독이 수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 황금카메라상은 라일리 키오·지나 가멜 감독의 <워 포니>(WAR PONY)가 받았다.


칸/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화보] 2022 칸 영화제를 가다

2022년 5월 27일 금요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이렇게 하세요

 


유권자 투표용지 7장…경기지사·기초단체장·교육감·광역·기초의원 등
투표 시 ‘인증샷’ 유의…사전투표소 밖 포토존·표지판 등에선 촬영 가능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거소투표신고인명부에 등록된 선거인에게 발송할 거소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거소투표신고인명부에 등록된 선거인에게 발송할 거소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6·1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는 27일과 28일 이틀 간 치러진다. 경기도 1149만7206명의 유권자들은 오전 6시~오후 6시 사이에 가까운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면 된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경우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 둘째 날인 28일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 투표할 수 있다.

     

    유권자는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가져가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코로나19 전염·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도 해야 한다.

     

    사전투표는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선거 당일 투표는 주소지 관할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다.

     

    ◇ 유권자들, 색깔 다른 투표용지 ‘7장’ 받는다

     

    도내 유권자들은 ▲경기지사 ▲31개 시·군 기초단체장 ▲교육감 ▲광역의원 ▲기초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등을 뽑기 때문에 색깔이 다른 투표용지 7장을 한꺼번에 받게 된다.

     

    도내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실시되는 곳은 성남시 분당구갑이다. 해당 선거구는 투표용지를 한 장 더 받게 된다. 무투표 선거구가 속한 지역은 투표용지를 교부하지 않는다.

     

    사전투표의 경우는 관내·관외 선거인으로 나뉘는데 관내 선거인은 투표용지에 기표 후 투표함에 투입하고 관외 선거인은 투표용지에 기표 후 회송용 봉투에 투표지를 모두 넣고 봉함해 투표함에 투입한다.

     

    선거일 당일 투표는 두 번에 나눠 투표한다. 1차로 투표용지 3장(시·도지사, 교육감, 구청장·시장·군수)을 받아 기표 후 투표함에 투입한다. 2차로 4장(지역구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을 받아 기표 후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는 정당명과 기호가 없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에서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 기호에 따라 특정 정당 후보로 오해해 선거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기호 없이 후보자 이름을 순환배열 한다.

     

    기초의원 후보자 기호에는 ‘가’, ‘나’ 표시가 있다. 기초의원 선거는 중대선거구제 시행으로 정당은 선거구별 선출 인원(2~4명) 내에서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유권자는 반드시 한명의 후보자에게만 투표해야 하며 두 명 이상의 후보자에게 투표하면 무효가 된다.

     

    ◇ 코로나19 확진자 투표…28일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는 2일차인 28일 오후 6시30분부터 8시까지 이뤄진다. 1일차인 27일에는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시간이 별도로 없다. 

     

    이들의 투표 방법은 일반 유권자와 동일하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마스크를 잠시 내려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투표용지를 교부받아 기표소에서 기표한 뒤 투표함에 직접 투표하면 된다.

     

    대상 확인을 위해 투표 안내(외출 허용) 문자, 성명이 기재된 PCR·신속항원검사 양성 통지 문자 등이 필요하다. 

     

    투표 안내 문자는 의료 기관으로부터 코로나19 감염 격리 통보를 받아 사전투표 2일차와 선거일에 격리 중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관할 보건소에서 28일과 다음달 1일 발송한다.

     

    투표를 위한 외출 허용 시간은 오후 6시20분부터다. 투표소에 오후 6시30분전에 도착하거나 일반 유권자의 투표가 종료되지 않았다면 투표소 밖에 대기하다가 일반 유권자들이 모두 투표를 마치고 퇴장한 이후 투표소에 들어가야 한다.

     

    ◇ 투표 시 ‘인증샷’ 유의해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소 내에서 투표 인증샷을 촬영할 수 없으나 (사전)투표소 밖에서는 촬영이 가능하다. 입구 등에 설치된 포토존·표지판 등을 활용해 투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인터넷·SNS·문자메시지에 손가락으로 기호를 표시한 투표 인증샷이나 특정 후보자의 선거벽보·선전시설물 등의 사진을 배경으로 투표 참여 권유 문구를 함께 적어 게시·전송하는 행위도 가능하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보충학습 없이 수업 어려워… 한국어 습득부터 도와야

     

    보충학습 없이 수업 어려워… 한국어 습득부터 도와야


    입력 :ㅣ 수정 : 2022-05-27 01:27 

    다문화 학생 성공적 정착 해법은

    작년 외국인 학생 17.8% ‘증가세’
    학교급 오를수록 학업 중단도 늘어
    다문화 학생 돌볼 초교 매우 부족
    적응 등 돕도록 교육법 개정 시급

    교육부가 지원하는 다문화정책학교 중 하나인 대전 산내초 온누리반 학생들의 수업 모습.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어 집중 교육을 비롯해 방과후수업으로 부족한 교과 공부를 하고 한국 문화 체험 시간도 갖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중도 입국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려면 초등학교급부터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내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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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가 지원하는 다문화정책학교 중 하나인 대전 산내초 온누리반 학생들의 수업 모습.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어 집중 교육을 비롯해 방과후수업으로 부족한 교과 공부를 하고 한국 문화 체험 시간도 갖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중도 입국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려면 초등학교급부터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내초 제공

    베트남에서 태어난 리푸민은 한국에서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3년 전 한국에 왔다. 한국인 아빠는 ‘자랑스러운 시민으로 살아가라’며 ‘시민’이라는 새 이름도 지어 줬다. 초등학교 3학년에 입학했지만 한국어 학급인 온누리반에서 먼저 한국어를 배웠다. 베트남 출신 민혁이, 몽골에서 온 이루무, 만도하 등 단짝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윷놀이나 김장 같은 한국 문화도 체험했다.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지난해에는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시민이는 “외국에서 와 한국말을 잘 못하고 어려워하는 친구가 있다면 기쁘게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이가 다니는 대전 산내초는 교육부가 지원하는 다문화정책학교 중 하나로, 660명 정원에 30명 정도가 다문화 학생이다. 중도 입국한 아이들은 온누리반에서 한국어 집중 교육을 받는다. 한국어가 어느 정도 트이면 온누리반과 원래 배정받은 학급(원적학급)을 병행한다. 과목별 수업 진도를 맞춰 주는 교육도 받는다. 이현희 온누리반 담임교사는 “다문화 학생들은 대개 한 학기 정도면 의사소통이 되는데, 원적학급으로 돌아가 한국 학생들과 공부하려면 학습 보완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면서 “특히 수학 같은 과목은 방과후학습 등으로 별도 수업을 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교육기본통계(교육부)를 보면 다문화 학생 중 국내 출생(국제결혼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12만 2093명(76.3%)으로 가장 높지만, 2017년(8만 9314명·85.3%)보다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중도 입국 및 외국인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외국인 학생 비율은 지난해 17.8%(2만 8536명)로, 4년 전인 2017년 대비 6.6% 포인트 증가했다.

    다문화 학생이 늘면서 다문화 학생의 학업중단율도 늘어나는데, 특히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진다. 2018년 다문화 학생 학업중단율은 0.87%로 전체 학생 0.90%와 비슷했다. 중학교는 1.34%, 고등학교는 1.91%였는데, 이는 2017학년도 전체 학생 학업중단율(중학교 0.7%, 고등학교 1.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교육계에서는 가능하면 빠른 시기에 적어도 초등학교급에서 충분히 다문화 학생을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학교 현장이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는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문화 학생 교육을 비교적 잘하는 지역으로 꼽히는 대전에서도 산내초처럼 한국어 학급을 운영하는 학교는 8곳에 불과하다.

    박희진 계명대 다문화교육전공 교수가 다문화 학생 밀집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심층면접한 결과 아무런 준비 없이 학교에 와 실제 근무를 시작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밀집 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체의 10%를 웃도는 학교를 의미한다. 박 교수는 “교사들 중 1년 동안 다문화 학생 관련 연수를 받는 인원이 몇백 명 정도고, 연수 시간도 몇 시간에 그쳐 다문화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다”면서 “교사 전공과 상관없이 무조건 다문화 학생 관련 개론을 수강하고 현장에 나가도록 교사 양성 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에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내용을 반영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생기면서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지원책은 포함됐지만, 교육 방식에 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성상환 한국다문화교육학회장(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은 “한국어를 잘 못하는 다문화 학생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학국 학교는 입시 위주로 다문화 학생이 방치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면서 “초중등교육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급한 일이 생기면 땜질 처방으로 일관해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 교수는 “한국어와 외국어를 할 수 있는 한국어 교사를 보조교사로 배치해 다문화 학생들의 적응과 정착을 돕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세세한 사항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선은 초중등교육법에 국가가 다문화 학생의 교육 수요에 대응한다는 식의 내용을 넣어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명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이슬기 기자

    2022년 5월 25일 수요일

    메갈·페미라 욕먹던 '걔네'들이 선거에 나왔다

     [인터뷰]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김현정·유진영·현슬기·이성지 씨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2.05.26. 08:24:38  


    "메갈", "페미"라고 욕먹던 '걔네'들이 선거에 나왔다. 어설픈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사실이다. 다가오는 6.1지방선거에 충청북도 청주시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소속 후보 3인의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청주시 내 페미니즘 모임,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가 이들의 원 소속이다.

    지역사회 곳곳 각자의 자리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이어오던 청주시의 청년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지난해 '걔네'에서 만났고, 이곳에서 "청년 여성을 떼거지로 선거에 내보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백레시 이슈에 대해 "지역의 여성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였다. "대한민국 정치판에 청년 여성이 없다"는 게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치의 구조 자체가 그러하니 여성 정치인이 갑자기 대거 등장하는 일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은 "우리가 선례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지난 4월, 총 7명의 청년·여성·페미니스트들이 나서 지방선거 예비 후보 운동에 돌입했다. 공당의 핵심 관계자가 "페미니즘은 반 헌법적 이념"이라 외치는 세상에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별다른 언론홍보도 없이 시작한 연대 응원 서명엔 하루만에 165명의 지지자들이 모였다. 온라인 지지자들의 길고 꼼꼼한 응원의 메시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오프라인에선 한 20대 여성이 "청주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며 감격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시의원 후보의 등장이 "누군가에게 그만큼 절실했다는 증거였다." 

    처음 나선 7명의 예비 후보 중 김현정, 현슬기 무소속 후보와 유진영 노동당 후보가 본 선거에 출마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지금, 이들의 선거운동은 조금 특별하다. 욕을 퍼붓는 이에게 명함을 건네고 "표에 도움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 활동 하나하나가 "선관위조차 처음 겪어보는 일"인 탓에 각 활동마다 선거법 공부가 따로 필요할 정도다. "다른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서" 그렇게까지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지난 20일 청주시 흥덕구 소재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사무실을 찾은 <프레시안>은 김현정(청주시 흥덕구 차 선거구), 현슬기(청주시 흥덕구 아 선거구), 유진영(청주시 서원구 마 선거구) 청주시의원 후보와 이성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대변인을 함께 만났다. 혐오와 외면을 뚫고서라도 기어이 남기고픈 '선례'가 무엇인지 이들에게 자세히 물었다

    아래는 이들과의 인터뷰 내용.편집자 



    프레시안 :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해당 연대는 정당이 아니다. 유진영 노동당 후보를 제외하면 모두 무소속 후보다. 선거를 치르기엔 불리한 형태 아닌가. 

    현슬기(이하 현) : 저희도 선거는 다 처음이지 않나. 사실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반대로 생각하면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무작정 출마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공통된 소속 정당 없이 활동하는 편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취지와 더 어울리기도 한다. 모든 정치인에게는 정체성이 있고, 정당은 개별 정치인이 갖는 가장 큰 정체성이지 않나. 우리는 정당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아니라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다. 그게 애초의 목표였다.

    유진영(이하 유) : 처음부터 (제도)정치를 하려고 후보를 낸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 이 시기에 우리들이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선거라는 전략을 택했고, 그렇게 처음 나온 게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와 시의원 예비 후보 운동이었다. 

    프레시안 : '지금 이 시기에 우리들이 여기에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유 : 윤석열 정부의 반 페미니즘, 반 노동, 반 기후 등의 기조가 대선 때부터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거기에 대항해 페미니즘이나 노동, 기후 등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작은 상황이다. 특히 지역에선 더욱 그렇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 있어 '선거'라는 무대가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현 : 대선 기간에 소위 말하는 백래시가 굉장히 심하지 않았나.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는 그 백래시에 대한 대응에서 시작됐다. 중앙정치 내의 백래시를 보며 많은 이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와중에,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에서 "우리 (저 백래시에 대해) 수다라도 떨어보자"며 '모두까기 수다회'를 열었다. 거기서 "의회 정치에 청년 여성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그 이야기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출범과 예비 후보 운동, 지금의 시의원 선거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김현정(이하 김) : 단순히 여성 정치인의 수가 적다는 것을 넘어, 지금의 정치구조상 여성의 목소리가 대변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여성 정치인이 나오는 것부터 매우 힘들뿐더러, 막상 국회에 진입한 여성 정치인이 있어도 소속 정당의 기치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성 후보'들이 지역에 나오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현정 후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프레시안 : 많은 이들이 그런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그런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해왔다는 말도 된다. 사실 지방선거에 나온 '비 정당 페미니스트 연대'라는 개념부터가 굉장히 새로운 시도 같다.

    김 : 우리 스스로도 모든 것이 새로울 정도다. 활동 하나하나가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가령 (정당) 소속이 다른 후보들이 연대체 단위로 공통 공약을 내면서 각각의 선거운동은 따로 진행하는 이런 활동들이 현행 선거관리법상 가능한지는 아무리 뒤져봐도 지역 내에 선례가 없었다. 실제로 "이게 되느냐" 선관위에 문의하고 논의하고를 계속 반복하며 활동 중이다. 

    이렇게 선례를 만들어 가는 일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반드시 당선'이 아니다.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의, 혹은 타 지역의 다른 분들에게 "이런 게 된다"고 보여주고 싶다.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영감을 주고 싶다. 정말 평범한 사람들도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활동은 그러기 위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소속 정당 없는 연대 출마라는 형식을 차치하고, 페미니스트 후보의 지방선거 출마만 해도 하나의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 물론이다. 사무실 건물에 걸린 김현정 후보의 현수막을 보셨을지 모르겠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라고 대문짝만하게 적어놓았다. 정치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욕망하는 누군가는, 그냥 이런 현수막을 보면서도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하는 정치인이 있구나, 앞으로도 있겠구나, 있을 수가 있구나, 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여성·페미니스트뿐만이 아니라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등 다른 수많은 정체성의 (그리고 그 합의) 소수자들도 마찬가지다.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운동 기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청주에 살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제대로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실제로 대변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레시안 :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다. 

    이 : 현수막 이야기를 해야겠다. 시간을 좀 돌려서, 이번 대선 당시 청주시 상당구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선거운동 기간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진재 후보가 이주민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를 담은 현수막을 상당구 곳곳에 걸어놓은 일이 있었다. 

    '이주민들이 보험료도 안 내면서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축내고 있다'는 식의 전형적인 내용이었다. 그밖에도 "무슬림이 한국을 점령했다"든가 "노 차별금지법, 노 페미니즘" 같은 혐오정서에 기반한 현수막이 굉장히 많았다.

    예비 후보 운동 당시 후보들끼리 그 현수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 현수막을 볼 이주민들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 이런 현수막이 공공연하게 붙어있는 사회에서, 그들은 스스로 '내가 이 사회의 구성원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까? 엄청난 배제와 소외의 감각을, 그로 인한 절망감을 느끼진 않을까? 하고 말이다. 

    현 : 실제로 관련 단체에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을 때, 많은 이주민 분들이 그 현수막을 보고 힘들어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그런 '혐오 현수막'에 저항하는 활동을 기획했다. 러시아에서 온 이주민 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계신 동네에 "우리는 이주민과 함께한다"는 내용을 담아 노어로 된 현수막을 걸었다. 바로 어제(19일) 일이다. 

    프레시안 : 외국어로 쓴 선거운동 현수막이라니, 실제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일이다. 

    김 : 이 또한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외국어로 현수막을 만드는 일을 어떤 후보도 해본 적이 없었다. 보통 이주민 분들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편의를 배려하거나 선거운동의 타겟으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외국어 현수막을 걸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지역 선관위에 했는데, 선관위에서도 처음 보는 활동인데다 마땅한 선례도 없어서 그분들이 중앙선관위까지 가서 해석을 받고 돌아오시기도 했다.

    ▲노어로 제작된 현슬기 후보의 현수막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당신이 '몰랐던' 페미니즘 정치, 우리가 보여주러 나왔다" 

    프레시안 :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스스로, 또 지역 선관위도 '몰랐던' 선거운동 방식이라 말씀해 주셨다. 지역사회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정리하자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가 지향하는 정치는 이른바 우리 사회가 '처음 만나는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 "성평등한 지방자치" 등 후보들이 내건 정치적 슬로건들도 그렇다.

    김 :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것만 잘 알 수 있다. 여성을 비롯해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의회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의회의 구조를 보면, 단순히 생각해도 인구의 반이 여성인데 여성 의원의 수는 (중앙·지역을 포함해) 어디에서도 전체 의석의 20%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치단체장은 말할 것도 없다. 기초 자치단체장의 여성 비율은 4%에 불과하고, 광역 자치단체장은 30년 동안 1명도 여성 단체장이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성평등한 지방자치"란 여성 대표성이 일단 높아져야 구현될 수 있는,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 개념이다. 

    프레시안 : 그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에 대한 열망도 물론 높지만, 그에 대한 반발(백래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의 백래시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출범의 이유라고도 말씀하셨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를 내건 후보들에 대한 청주시의 반응은 어떤가. 

    현 : 대선 국면에서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을 비판하며 '마녀들의 행진'을 벌인 적이 있다. 청주시의 중심가인 성안길에서 마녀 복장을 입고 행진하며 여가부 폐지 반대 등의 발언을 외쳤다. 그때의 반응부터 말씀드려 볼까 한다. 

    유 : 그때 진짜 욕을 많이 먹었다. 성안길 행진 구간에서 다른 집회도 정말 많이 열리는데, '페미니즘 집회'만큼 반응이 뜨거웠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날 하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우리가 윤 캠프의 공약을 비판하며 그 인파를 뚫고 나가다보니 주변에서 온갖 욕설이 들려왔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려는 분도 있었다. 특히 남성 시민들의 경우, 정말 다양한 나이대의 남성분들이 저희에게 적대감을 표한 기억이다.

    현 : 그런 격한 반응에서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해방감이 들기도 했다. 그 폭력에 개인으로 마주쳤다면 무섭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함께였다. 우리가 건네주는 팜플렛을 구겨서 우리 앞에 던진다거나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함께 모여 있으니 그 정도의 반응은 '귀여운 정도구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이 사람들도 우리를 처음 본 거잖아?' 하는 생각도 들었다. 즉 그들 입장에서 우리는 '처음 만난 페미니스트'들인 거다. 그날의 기억을 넘어서, 지금 선거운동 기간에도 계속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가령 유세 중 오락실에 들어가면 초·중등학생 정도 되는 남성 청소년들에게 우리는 완전히 '처음 보는 광경'이다. "봤어? 봤어? 페미니스트래!" 하는 소리가 막 들려온다. 

    이 : 중요한 말이다. 서로가 처음 만나는 존재이기 때문에 혐오나 조롱, 외면 섞인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도리어 '이번이 처음인' 존재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시선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예비 후보 운동 당시 마주친 한 남성 시민을 보고 그런 확신을 가졌다. 

    프레시안 :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 : 우리끼린 일명 '메두사 사건'이라 부른다. 예비 후보로 활동할 때 다리 위에서 지나가는 시민 분들께 명함을 나눠드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내가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확인한 한 남성분이, 아주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걸어오시는 거다. 명함이라도 받아가라고 끈질기게 달라붙었는데, 끝까지 "네, 네, 네"하면서 나를 쳐다보지 않으셨다. 농담 섞어 페미니스트를 무슨 메두사처럼 알고 계시는 게 아닐까 했다. 

    그분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스트가 무슨 악마처럼 오해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저렇게까지 해서 외면하고 싶은 게 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인터넷 속 혐오발언의 근본이 이런 오해와 두려움이었던 건가? 하는 생각에 허탈감이 들기도 했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사람들, 우리를 잘 모르고 있구나, 한 거다. 우린 마주치면 돌이 되는 메두사가 아니지 않나. 우리를 '몰랐던' 그들이 우리를 '알게' 된다면 어떨까. 그냥 똑같은 사람이라고, 우리는 그냥 누군가의 권리를 얘기하는, 사실 당신의 권리까지도 얘기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열심히 말해준다면?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성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대변인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프레시안 : 일종의 '페미니즘 반복 노출'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이 : 노출이 필요하다. 정확한 말이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라는 슬로건을 굳이 내건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가령 '걔네' 이전에도 페미니즘 활동이 청주시 내에서 없던 게 아니다. 이미 지역엔 많은 여성 단체들이 있었고, 각 이슈마다 그분들이 행한 대응 활동도 많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그런 활동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네 글자가 전면적으로 부각된 적은 별로 없었다고 느낀다. 

    그에 따른 반응도 흥미로운데, 그냥 '여성'이란 단어를 내건 집회엔 '마녀행진' 때와 같은 격한 반응이 없었다고 느낀다. 그냥 누군가 집회를 하는구나, 하고 그러려니 하는 느낌? 그런데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난리가 나는 거다. 똑같은 집회인데도. 모르니까, 그냥 그 단어가 왠지 싫고 무섭고 악마 같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다보니 여성단체의 집회도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굳이 붙이지 않아왔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페미니즘을 굳이 전면에 내걸었다. 페미니즘이 금기시되는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오독이니까. 그리고 그 오독을 해결하려면 페미니즘을 보고, 마주치고, 알아야 하니까 그랬다. 페미니즘이 당당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대놓고 이 단어를 노출시켜야 한다는 내부적인 결심이 있었다. 그래서 슬로건엔 꼭 페미니즘 네 글자를 넣자고 결의했다.

    프레시안 : 그들이 몰랐던 페미니즘 정치를 직면케 해야 한다? 

    이 : 그렇다. 가령 현 후보가 아까 남성 청소년들의 반응 이야기를 해주셨지 않나. 그분들이 우리를 보고 놀라거나 조롱하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다. 다만, 그 경우에도 그들을 진지하게 대해주면 오히려 달라질 때가 있다. 굉장히 진지하게, 한 명의 시민으로서 대우해주며 한 번 읽어봐 달라 부탁하면 조롱을 하다가도 진지하게 우리 공보물을 읽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김 : 맞다. 청소년들은 특히 그렇다. 이 또한 선례를 만드는 일 중 하나인데, 우리는 청소년이나 아동 시민 분들에게도 명함이나 공보물을 꼭 전달한다. 보통 후보들이 어린이 시민들에게 명함을 돌리지는 않지 않나. 표가 안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명함을 주려고하면 어린이들은 오히려 "어, 저는 아니에요"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 표가 없다는 이유로 정치에서 배제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막상 한 번 읽어봐 주세요, 하고 주면 되게 좋아들 하신다.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의 마녀 행진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메갈·페미라고 던지는 욕에,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 맞서다 

    대선이 끝나고 여가부 폐지론이나 이대남 현상 등의 개별 이슈는 소강상태에 이르렀지만, 페미니즘 이슈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뜨겁게 다루어진다. 23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한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윤 대통령을 가리켜 "반페미니즘을 무기로 당선된 포퓰리스트"라 평했다. 비슷한 시기 더불어민주당에선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꼽히는 박지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20대 여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세력이 규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 : 개딸 현상(20대 여성을 중심으로 강성 민주당 지지층이 형성된 현상. 인터뷰 당일은 '박 위원장 규탄 집회'가 열리기 전이었다.편집자)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성 청년이 정치의 주체로 확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고도 평할 수 있겠지만, 결국 누군가의 '딸'로 그들이 남는 것에 저희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김 : 정말로, 안타깝다. 그들에게는 '여성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활동을 돕는 딸'이 되는 것 아닌가. 결국 남성 대리인에게 모든 것을 위탁하는 정치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의 여성들이 얼마나 내가 주체가 아니라고 느끼면 그렇겠나. 결국 이 또한 여성 정치 주체가 부족한 상황, 또 거기서 나오는 '이준석 현상' 등의 백래시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반복하는 말이지만 특히 대선 과정에서 혐오를 팔아먹는 혐오 세일즈맨의 정치, 혐오 세일즈맨의 언론이 너무 많았다. 

    유 : 정치권과 언론이 한참 이대남 현상을 강조하고, 갖가지 백래시 현상이 몰아칠 당시엔 사실 뉴스도 잘 보지 않았다.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활동가인 내가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반대로 그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윤 정부의 백래시 기조는 여전히 강력하고, 민주당에선 성비위 사태가 계속 터져 나온다. 성범죄와 관련된 사람들이 지선에서 공천을 받고, 개딸이 집결하는 상황에도 그런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대로 끝난다면 결국 이번 지선도 거대양당 기득권의 엄청난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정당과 선을 긋는 페미니스트 정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그래서 나왔다.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진영 후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프레시안 : 쉬운 길은 아닌 듯하다. 말씀하신 백래시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 인사 과정에선 '성별, 지역, 연령 등을 고려한 안배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메갈, 페미가 역차별을 일으킨다"는 사회 일각의 목소리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 : 페미니스트를, 혹은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을 탄압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능력과 공정의 외피를 두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강조해온 능력주의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그것이 새로운 정치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너무 구태의연하다고 평가한다. 능력을 강조하면서 결국은 다양성을 훼손한다. 다양성이 훼손되면 누군가의 인권은 침해된다.

    김 : 성평등국의 설치, 공직 내 여성비율 확대, 여성위원회의 설치 등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를 우리의 핵심공약으로 내놓은 이유다. '비율'은 심각한 문제다. 청주시만 보더라도 2급, 3급 등의 고위공직자 자리를 보면 여성 비율이 아예 사라진다. 그나마 5급 이상은 승진을 통해 20% 정도를 맞춰놓은 상태다. 또 청주시 내에는 전문가·시민 자문위원회가 150~160개 있는데, 그 위원회 중 50% 이상이 '특정성별 비율 60% 초과 금지' 원칙을 어기고 있다. 지방자치 내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능력주의 광풍이 불고 있는 중앙이라고 이와 다른가. 

    현 : 그런 상황에서 나오는 여성정책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여성친화도시' 같은 타이틀을 달아놓고 막상 하는 건 도로 위에 로고젝트 쏘는 일 뿐인 경우 많지 않나. 현재 여성친화도시인 청주가 딱 그렇다. 

    김 :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서 여성은 장애인일 수도 있고 이주민일 수도 청소년일 수도 있다. 결국은 최대한 다양한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주류 정치에 녹여내는 것이 페미니즘 정치의 관건이다. 이주민을 위한 현수막을 만들고 어린이 시민에게 공보물을 나눠주는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활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슬기 후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프레시안 : 결국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말로 수렴되는 듯하다. 

    김 : 그렇다. 페미니즘 철학은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철학이고, 페미니즘 정치는 차별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는 정치다. 지금의 정치는 경제력을 갖춘 기득권층 남성의 이야기만이 진입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기껏해야 시혜 대상으로만 다루어진다. 그래서 페미니즘 정치는, "페미니즘이 당당한" 정치와 "성평등한 지방자치"는 그러한 정치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유 :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내지 못하는 모든 이들은 (정치 등에서) 배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 생물학적 여성은 인구의 반을 이루고 있는 다수 집단이기 때문에 여성의 차별이 가시화되는 것이고, 그래서 차별에 대항하는 담론도 페미니즘이라는 언어로 얘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정 후보의 얘기처럼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사실 여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배제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얘기하는 단어가 페미니즘이다. 이주민이나 장애인, 노동자나 지역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를 배제하고 있는 이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다. 

    현 : 지금 시대 정치의 키워드가 성장, 시혜, 혹은 배제 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이다. 시혜로서의 보호가 아닌 권리가 중요하다. 배제가 아니라 평등이 옳다. 그러한 지향성이 바로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다. 우리는 그 지향성, '모두를 위한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페미니즘에 대한 오역과 맞서고 싶다.

    이 : 내가 페미니스트가 맞을까 고민하며 자기검열에 시달리던 때가 있었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이전에, 그냥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나는 온건하게 인권을 주장할 뿐인데,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의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더라. "쟤 메갈이래", "쟤 페미야" 하면서 말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그냥 얘기한 것뿐인데도 나는 "메갈"이 되고 "페미"가 됐다. 넘어서 "꼴페미"가 되고 "쿵쾅이"가 됐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아, 나 페미니스트 맞구나? 우습게도 페미니스트 정체화를 그들에게 당한 셈이다. 

    그들이 상상하는 "페미"가 무엇인지 몰라도, '같은 인간이니까 인권을 주장할 뿐'이라는 처음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맞다. 그러나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여성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모든 인간들도 마찬가지의 권리를 누려야 하며, 때문에 페미니즘의 정치는 모두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모두의 정치가 페미니즘의 정치가 되어야 하듯. 

    ▲김현정 후보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회원들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