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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5일 일요일

"채 상병 특검 거부=대통령 수사 거부, 국민 용납 안 할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24.05.05 19:08l최종 업데이트 24.05.05 19:08l

이영광(kwang3830)

채 상병 사망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덧 10개월이 다가온다. 그러나 사망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는커녕 아직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채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지금까지의 상황과 앞으로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지난 3일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채 상병 사망사고 300일 지나도록 기소된 사람 0명"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 김형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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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상병 사망 사고가 난 지 10개월이 돼가고 외압 의혹이 일어난 지 9개월이잖아요. 이 사건이 총선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고요. 현재까지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사실 한 300일 가까이 지난 상황이죠. 분명한 팩트는 '채 상병이 왜 사망했는지 사고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원인이 나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책임자 처벌 같은 부분들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죠. 이 사건과 관련해서 수사받는 사람 중 300일이 지나도록 기소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이것이 이 사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이유가 뭘까요?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발생 원인조차 1년이 다 되도록 규명할 수 없을 만큼 대한민국 수사기관들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을 보자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재판받는 사람은 이 사건을 초기 수사했던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지금 뭐가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는 거죠.

수사를 제대로 해서 결론지으려고 했던 사람은 거꾸로 재판받고 있고 사망 사건의 원인을 규명해야 되는 국가는 이 원인 규명을 사실상 손 놓고 방기하고 있고요. 정권은 이 수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면서 특정인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게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서 군대에 간 한 청년의 죽음을 두고 이런 식으로까지 벌어질 일이었을까에 대해서 많은 국민께서 의구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 이게 군대에서 일어난 일이잖아요. 군대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게 다르지 않나요? 그것 때문에 수사가 늦어지는 건 아닐까요?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과 관련된 범죄 혐의점에 대한 수사는 민간에서 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수사는 전부 다 민간으로 넘어가 있고 군검찰이나 군사경찰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들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없어요."

- 국민의힘 쪽에서 주장하는 건 박정훈 대령이 한 건 조사지 수사가 아니라고 하는 건데 맞나요?

"그렇지는 않고요. 사람이 사망하면 변사 사건 수사라는 걸 하잖아요. 사망 원인이 무엇인가를 수사하는 건 여전히 군에서 진행합니다. 그런데 사망 원인에 영향 미치는 어떤 범죄 행위가 있었는가에 대한 부분은 다른 거잖아요. 그 범죄가 인지되면 민간으로 사건을 이첩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박정훈 대장이 하던 것도 수사고 민간으로 옮겨서 하게 되는 것도 수사인 거죠. 박정훈 대령이 수사권 없는데 수사한 게 아니고 변사 사건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지되어 이 부분에 대해 민간 경찰에서 수사 해달라라고 이첩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발생한 거예요."

"공수처는 맹점 있다... 특검을 해야 하는 이유"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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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주장 중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니까 외압이라고 하는 것도 안 맞다는 게 있어요.

"일반 검찰에서 개별 형사 사건 수사하잖아요. 근데 대통령이 해당 사건 담당 검사나 담당 경찰에게 연락 해서 '이 사건을 왜 이렇게 수사했느냐? 잘못되었다. 다시 수사하라'고 하면 대통령은 아무리 행정부 수반이지만 당연히 수사 개입으로 직권남용 처벌 받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군 통수권자라고 하여서 군에서 진행되는 재판이나 수사에 개입해서 자기 뜻대로 방향 바꾸거나 수사의 내용을 수정하는 건 당연히 위법이죠. 이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대통령이 아무리 많은 권한과 권력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별 사건 수사나 재판에 영향 미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 방금 직권 남용을 언급하셨잖아요. 하지만 우리 법원이 인정하는 직권 남용은 직권이 있는데 남용하는 거고 직권이 없으면 직권 남용 인정 않잖아요.

"직권남용에서 항상 쟁점이 되는 게 남용한 사람에게 직권이 있느냐는 것이 논점이죠. 대통령의 경우 군 통수권자라고 말씀 하셨듯이 군을 지휘하는 권한이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군 지휘하는 권한이 있다고 하여서 그 지휘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부분에 쟁점이 붙는 거기 때문에 기존의 직권남용 사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대통령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군 통수권을 바탕으로 개별 사건 수사에 개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군의 지휘권이나 이런 부분을 남용했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고요. 꼭 수사 개입뿐만이 아니라 수사 서류를 회수하거나 또는 박정훈 대령에게 억울하게 항명죄 뒤집어씌우게 한 과정에서 대통령의 어떤 결정 과정이 있었는지 같은 걸 본다면 충분히 직권남용도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두 개의 사건이죠. 하나는 구조 작업 하던 채 상병이 사망했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예요. 그리고 이걸 수사하던 박정훈 대령에게 압력 넣었다는 의혹이죠. 두 개가 연결돼 있지만 또 중요한 거잖아요. 근데 최근 보면 진실 규명보다 외압 사건에 포인트가 맞춰진 거 같거든요. 이게 맞을까요? 물론 두 개를 따로 볼 순 없지만요.

"두 개가 연결이 돼 있는데 외압 사건에 더 포인트가 맞춰져 있어서 뭔가 본질이 가려지는 것 아니냐고 얘기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하면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원인을 수사하던 박정훈이라는 사람에게 압력이 들어간 거잖아요.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인 채 상병이 왜 사망하게 되었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그 단계에서부터 공정성이나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죠.

그러고 나서 제대로 수사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이 외압과 관련하여 채 상병 사망의 책임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각 수사기관의 판단이 다르죠. 최초의 해병대 수사단에서는 사단장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는데 사건 빼앗아 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는 대대장 2명만 민간으로 수사해 달라고 이첩한 상태죠. 그러다 보니 어떤 결론이 나오든 공정하게 과연 수사가 이루어진 게 맞는가에 대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누군가 개입한 것이 정당한 개입이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규명되지 않는 한 채 상병 사망 원인도 제대로 규명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된 거예요."

- 최근 공수처발 기사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사실 이 사건과 관련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 보니까 취재하시는 기자분들도 많고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확인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공수처 때문에 특검을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일부가 주장하시잖아요.

근데 공수처 같은 경우는 이런 맹점이 있습니다. 공수처에는 특정 범죄 이외 기소권이 없잖아요. 다 검찰로 이첩해서 기소 여부를 판단 받아야 되죠. 잘 아시겠지만, 현재의 검찰이 과연 공정하게 이 사건에 대해 기소권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께서 의문을 가지고 계시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죠.

또 현재 이 사건에 관련된 수사 기관들이 굉장히 여러 곳입니다. 공수처도 있고요. 경북경찰청도 있고요. 경북경찰청장을 수사해야 되는 대구경찰청도 있고요. 나중에 이첩하게 되면 검찰로도 넘어가게 됩니다. 한 가지 사건을 여러 군데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종합적인 수사가 될 수 있는지죠.

경찰 같은 경우 이미 이 사건 면면에서 정부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곳이라는 것들이 확인 되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찢어져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종합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결국에는 특검이라는, 이 사건만을 원포인트로 볼 수 있는 수사기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이어지게 될 것 같아요."

"대통령실에서 이 사건 컨트롤했다는 걸 장관 스스로 인정해준 대목"

용산어린이정원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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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외압 사건 당시 통화한 게 최근 드러났어요.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우선 검찰 출신이고 간첩 조작 사건에 관련이 되어 있는 검사이기도 하죠. 지금 이 사람이 법무관리관과 전화했다는 게 주목할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수사 기록 이첩받고 그다음에 경북경찰청에 가서 수사 기록을 회수해 오고 항명죄 수사를 개시하는 단계에서 이시원 공직기강 비서관이 전화한 거거든요. 즉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결정되는 타이밍에 대통령실의 검찰 출신 비서관이 국방부 법무 담당자에게 전화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추정키로는 이시원 비서관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에서 직접 지휘 통솔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으로도 이어지고 있죠. 이종섭 장관이 자기 변호인을 통해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본인은 8월 2일에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는 과정을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하기 전까지 몰랐다고 얘기하거든요.

일단 기록 회수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대통령실 비서관이 장관도 모르게 장관 참모와 얘기해서 이런 일들이 초래되었다면 결국 대통령실이 직접 국방부 참모들을 지휘하고 명령했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직접적으로 이 사건을 컨트롤했다는 걸 장관 스스로 인정 해준 대목이라고 보입니다.

이시원 비서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통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 외압의 단계에서부터 국방부 장관이 주요하게 지휘 통제 명령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대통령실이 직접 국방부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관계가 형성이 된 그런 증거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임성근 전 사단장이 부사령관으로 발령난다는 말도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소문이 무성하게 나 있는 것인데 임성근 사단장 정책 연수를 6개월째 하고 있죠. 이것도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긴 합니다. 어느 장성이 6개월 넘도록 정책 연수를 하고 있습니까? 그런 정도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보통 전역하죠.

근데 지금 전역을 시킬 태세는 아닌 것 같아 보이니 보직 발령 낼 텐데 그 보직이 부사령관 아닐까라는 추측들이 제기되는 것 같아요. 만약 부사령관으로 발령 낸다면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모두 같은 사건으로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해병대에는 지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그 지휘 공백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러한 인사를 벌인다면 결국 윤석열 정부는 안보가 아니라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군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 끝까지 가보자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밖에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상병(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법이 재석 168명 중 찬성 168표로 통과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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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2일)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됐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특검법 통과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여당은 계속 반대하고 특검법이 통과되자마자 대통령실에서 즉각적으로 '특검법 통과는 나쁜 정치고 죽음을 이용한 것'이라는 얘기했죠. 저는 이것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전의 거부권들과 다른 건 결국엔 대통령 본인이 범죄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 있는 사건의 특검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이건 본인에 대한 수사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헌법이 부여한 재의 요구권을 남용해 본인에 대한 방패막이로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국민이 이것까지 용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앞으로 주목할 부분 짚어 주세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국면이 하나 있을 것이고요. 거부권에 대해서는 사실 국민들께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합법적인 공간은 국정조사라고 생각합니다. 21대 국회에서는 현실적으로 국정조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다음 국회는 특검 도입과는 별개로 국정조사도 시작해, 국민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외압의 영향을 받게 된 박정훈 대령, 해병대수사단 수사관들, 생존장병, 경북경찰청 실무자, 해군군검찰 실무자 등의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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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형남, #채상병, #해병대



2024년 5월 4일 토요일

연간 1700억엔, 일본 수출액 42% 차지하는 중국·홍콩이 수산물 금지한 이유?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4.05.05. 05:01:58 최종수정 2024.05.05. 08:29:28


# 지난 3월 중순 일본은 지진 발생으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일시 중단했다. 한겨레(2024년 3월 15일)는 '오염수 방류 첫 중단…「진도 5약 지진」 영향'이란 기사를 전했다. 도쿄전력이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15일 '진도 5약'의 지진 발생과 관련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중단했다. 오염수 방류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후쿠시마민우(民友)신문(2024년 4월 18일)은 '처리수 5차 방출 후쿠시마 제1원전 19일부터'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도쿄전력은 17일, 후쿠시마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처리수의 금년도 첫 해양방출을 19일에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방출 개시 이후 다섯 번째로 5월 7일까지 약 7800t을 방출한다. 삼중수소 농도는 L당 19만Bq(베크렐)로, 기준치인 100만Bq을 밑돌았다. 도쿄전력은 금년도, 7회에 나누어 합계 약 5만4600t의 처리수의 방출을 계획하고 있다. 처리수에 포함되는 삼중수소 총량은 약 14조Bq로 전망하고 있어 연간의 상한인 22조 Bq을 밑돈다. 처리수는 대량의 해수로 희석해, 국가가 정하는 기준치의 40분의 1이 되는 L당 1500 Bq미만으로 한 후 방출된다. 처리수 해양방출은 지난해 8월 24일 시작돼 지난해에는 4회에 나누어 합계 약 3만1145톤을 방출했으며, 주변 해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농도에 이상은 없었다는 것이다.

# 교도통신(2024년 4월 19일)은 '중국, 5회째 처리수 방출에 단호 반대'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중국 외무부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도쿄전력 후쿠시마제1원전 처리수의 5회째 해양방출 개시에 대해 "일본은 안전에 대한 이해관계국의 우려를 아직도 해결하고 있지 않아 핵오염수 방출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2024년 3월 12일 교도통신은 중국이 후쿠시마오염수를 둘러싸고 '양국 간 대화', '독자적인 감시체제 구축', '배상 제도'를 문제 대응을 위한 '3대 메커니즘'으로 정하고 이를 이행할 것을 일본에 요구했다고 전한 바 있다. 

# 한겨레(2024년 3월 14일)는 '오염수문제, 한국정부가 침묵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일본에 손해배상제도의 창설을 요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이에 일본은 거부 입장으로 중일의 수산물 수입을 둘러싼 대립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와는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도쿄신문(2024년 3월 11일)은 '원전 처리수를 방출해도 「오염수」의 발생은 계속. 제로로 가는 길 제시 못하는 도쿄전력, 어업인 「불안 증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후쿠시마원전오염수 문제는 지난해 8월 처리수의 해양방출이 시작되면서 저장탱크의 한계라는 위기는 피할 수 있었지만 매일 발생하는 오염수를 멈추지 않는 한 방출은 계속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제로'의 계획을 내보이지 않아 끝이 없는 방출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회장 성명을 통해 '해양방출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전국의 어업인의 불안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51년까지 방출과 폐로의 완료를 내걸고 있지만 '오염수 제로'의 길을 제시할 수 없는 현상에서는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교도통신(2024년 4월 24일)은 '후쿠시마원전, 처리수 방출 일시정지, 전원 케이블 손상? 작업자 부상'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도쿄전력은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전원공급 계통의 일부가 정지함에 따라, 처리수의 해양방출이 약 6시간 반에 걸쳐 정지했다고 발표했다. 원전 구내에서 굴착작업 중에 전원케이블을 손상한 것이 원인으로 보여지며 50대 남성 작업자 1명이 부상을 입고 의료기관으로 응급 이송됐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제1원전에서는 작년 10월에 ALPS(다핵종제거설비) 배관을 세정 중인 작업원이 고농도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폐액을 맞은 것 외에 지난 2월에는 오염수를 처리하는 '제2세슘 흡착장치'가 있는 건물 밖으로 오염수가 새는 등 처리수 관련 설비에서의 트러블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후쿠시마오염수와 관련한 국내외 언론 보도의 핵심을 대략 정리해보았다. 일본의 경우는 후쿠시마오염수와 관련한 분석기사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용어도 오렴수라고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처리수'로 통일되고 있다. 단순한 해양방류 개시 또는 중지 일시나 트러블 발생 이후 '이상 없다'는 식의 관급 보도뿐이다. 우리나라 정부나 국내언론의 인식도 일본 정부나 일본 언론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아니 이제는 보도 횟수도 거의 없다. 어느새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해온 말에 순치돼 버린 것 같다. 과연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이럴 때 일수록 문제의 본질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관급 보도와 어용학자의 논리 대신 예리한 지식인·시민들의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관제언론과 어용학자의 '처리수 해양배수(排水)' 논리에 조목조목 맞대응한 일본 언론인이 해양투기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해 11월에 펴낸 책이 있다. 우가와 히로미치(烏賀陽弘道)의 <ALPS수·해양배수의 거짓 12가지(ALPS水·海洋排水の12のウソ)>(2023)가 그것이다. 저자인 우가와 히로마치는 1963년 생으로 1986년 교토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아사히신문 기자를 거쳐 1991년부터 2003년까지 뉴스 주간지인 『'아에라(AERA)』 뉴욕 주재기자·편집위원을 역임했고, 1992~94년 미 콜롬비아대학 국제공공정책대학원에 군사·안전보장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프리랜스 보도기자이자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가와는 'ALPS수·해양배수의 거짓 12가지'를 다음과 같이 들고 이에 대해 하나씩 진실을 밝히고 있다. ①국내문제였던 방사성물질오염을 국제문제로 확대했다. ②'해양배수밖에 방법은 없다'. ③'탱크를 놓을 장소는 더 이상 없다'. ④'ALPS수 배수는 재난피해지의 부흥에 필요하다'. ⑤'ALPS수의 해양배수는 폐로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다'. ⑥'ALPS수를 해양배수하면 탱크는 없어진다'. ⑦'소문피해를 없애는 일이 필요하다'. ⑧'ALPS수에 방사성물질은 삼중수소밖에 남아있지 않다'. ⑨'후쿠시마제1원전과 같은 원전에서 나오는 해양배수는 전 세계에서 하고 있다'. ⑩'일본 정부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 ⑪'희석해 배수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⑫'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보아도 무시할 수 있다' 등이 그것이다. 분량 상 이번 칼럼에서는 그 6가지를 소개하고 나머지는 다음 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2차 해방방류를 개시한 2023년 10월 5일 오전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2차 해양투기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① 국내문제였던 방사성물질오염을 국제문제로 확대했다. 

이 말은 '거짓'이라기보다는 '정책의 잘못'이다. 후쿠시마원전에서 나온 이 ALPS수. 이것을 육상처리하지 않고 해양방출하는 것은 국제정치 상 최악의 선택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화할 수 없다. ALPS수 내용물이 삼중수소뿐이라든지 기타 방사성물질이 정부 기준 이하라고 하더라도 국제정치상 ALPS수 해양방출은 '최악의 악수'이다. 왜냐하면 해양이라는 것은 '해양법' 즉 국제법에 의해 '세계 각국의 공유재산'이기 때문이다. 

실무상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는 12해리(약 22km)만 '영해'라 정하고 연안국의 주권이 미치도록 한 것이다. 그 외는 모두 '퍼블릭(public)한 것', 즉 '공해(公海: open sea)'라고 한다. 공해는 어떠한 국가도 영유를 주장할 수 없다. 공해를 항행할 경우 연안국의 허가는 필요 없다. 자유항행의 원칙(free navigation)이 있다. 이러한 바다에 후쿠시마제1원전사고의 방사성물질오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일본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후쿠시마원전에서 나온 세슘은 도치기현, 시즈오카현, 니가타현, 지바현에서도 검출된다든지 요오드가 도쿄의 정수장에서도 검출된다든지 하는 뉴스는 어디까지가 일본 국내문제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것을 해양에 방출함으로써 후쿠시마원전의 방사성물질오염을 국제문제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이 해양방출에 관해 의견을 말할 권리를 가진다. 결국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말이다. 후쿠시마원전사고의 해결도 한층 멀어지게 됐다. 이는 위기관리로서 최악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해양배수를 '선택했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해양배수를 하지 않는 선택지는 몇 가지가 됐다.

일본 정부는 스스로 방사성물질오염을 국제문제화시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위기등급을 올려버렸다. 다른 주권국가를 원전사고문제에 휘말리게 했기 때문에 적대적 관계의 국가라면 공격재료로는 최고이며 보상 명목으로 돈을 요구할 지도 모르겠다. ALPS수문제와는 전혀 다른 경제정치문제의 교섭의 거래 재료로 사용할지도 모른다. 배수는 30년간 계속될 것이기에 언제라도 좋은 때에 공격을 할 수 있다. 이미 중국과 홍콩이 공조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산품 수입을 금지조치를 했다. 이는 참 곤란한 일이다. 중국 홍콩을 합치면 연간 약 1700억 엔으로 일본 수산물 수출총액의 42%이다.

주권국가는 각각 다른 법률과 규제를 정할 권리를 가지는 것이 국제법상 현실이기에 일본 정부가 아무리 ALPS수는 안전하다고 부르짖어도 그것은 일본 정부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과학으로 증명돼 있다고 일본 정부가 주장해도 다른 주권국가가 과학에 따를 의무란 없다. 그것은 각국의 자유이다. 국제해사재판소에 제소될 가능성도 있다. 2001년 10월 아일랜드가 대안(對岸)의 영국 셀라필드의 MOX(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혼합연료)공장의 조업중지를 요구하며 중재재판소에 영국을 제소한 사례가 있다. 

또 하나 난제는 국제정치에서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움직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인식'이라는 대원칙이 있다. 가령 태평양 연안국에서 채취된 해산물에서 후쿠시마원전 유래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치면 그 나라 소비자는 패닉을 일으킬 것이다. 그때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그 나라 소비자가 그 주장을 믿을지는 알 수 없다. 국제환경 NPO도 움직일 것이다. 정부 간 교섭을 통해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조차 부정할 수 없다.

ALPS수 배수는 정치·외교문제화 해 장기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언제 어떤 국가에서 후쿠시마원전 유래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될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생물농축이 일어난다면 어느 정도의 기간에 일어날 것인지 어디서 발견될 것인지도 예상이 안 된다. 참치와 같이 평생 회유하는 어류가 태평양에는 다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첫 번째 '거짓'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거짓'이 아니라 '잘못'이다. 일본의 신문방송 소위 주류언론은 이 사실을 지적할 의사도 능력도 이미 없다. 이것은 일본이 대일본제국의 패전 이래 국제정치상 최대의 실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정부나 자민당, 후쿠시마현청, 어용학자들의 선전선동에 속지 말아야 한다. 진실은 오염을 이렇게 국제문제로 만들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② 해양배수밖에 방법은 없다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해양배수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바다에 버리지 않아도 ALPS수를 육상에서 처리해 보관하는 방법은 적어도 2가지 있다. 하나는 '자연증발'. 이것은 미국 스리마일섬(TMI)원전사고에서 나온 오염수 처리로 실제로 행해진 방법이다. 1979년에 발생한 TMI원전사고에서는 9000t의 오염수를 자연증발시켰다. 이 방법은 먼저 물을 증발시키고 바닥에 방사성물질의 찌꺼기(데브리)가 쌓이면 그것만 별도 탱크로 옮겨 담아 고형화해 고준위폐기물로 독성이 사라질 때까지 인간으로부터 격리해 보존하는 방법이다. 이 데브리는 현재 미 서해안 워싱턴주에 있는 핸포드사이트(Hanford Site)에 운반돼 보관되고 있다. 




반대로 이번 일본 정부가 하고 있는 '해양에 ALPS수를 배수한다'는 방법은 '일단 봉해놓은 방사성물질을 다시 환경에 뿌린다'는 것이다. 원전사고 때 방호 철칙은 1)핵분열반응을 '멈춘다' 2)핵연료를 '식힌다'. 3)방사성물질을 '봉쇄한다'이다. ALPS수의 해양배수는 명백히 3)에 반한다. 후쿠시마원전사고 후 일본 정부는 원전에 가까운 고농도 오염지대를 도로나 철도노선만 제염한 뒤 국도 6호나 JR선을 개통시키는 등 '봉쇄' 원칙에 반하는 정책을 취해 오히려 방사성물질을 확산시켜왔다. 

두 번째 방법은 오염수에 시멘트를 부어넣어 고체로 만드는 방법 즉 '모르타르화' 또는 '콘크리트고화(固化)'라고 부른다. 오염수에 시멘트가루를 투입해 고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육상에 놔둬도 된다. 이 경우 오염수 문제는 일본의 육상에서 다루기에 국내문제일 뿐이다. TMI원전사고 사례에서와 같이 이러한 원전사고의 오염물질은 육상처리가 원칙이다. 해양이나 하천 방류는 '방사성물질 봉쇄'라는 방사선방호철칙과도 완전 반대이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초로 그것을 파괴했다. 이번 사례는 '인류 최초의 시험'이다. 이는 '환경 중에 방출된 뒤 어떻게 될 지는 경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전인미문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왜 콘크리트고화를 채택하지 않았는지 불가사의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똑같은 후쿠시마원전사고 방사성폐기물의 소각재처리에 이 콘크리트고화가 현실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배수를 결정한 것은 산업성 산하 조직인 '다핵종제거설비 등 처리수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 줄여서 ALPS소위원회라고 부른다. 에너지공급의 안정화를 의무로 하는 원전정책의 이해당사자인 경제성이 내세운 13명의 위원으로 만든 게 ALPS소위이다. ALPS소위의 사무국도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아닌 산업성이었다. 소위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17번 열렸으며 모두 5가지 선택지를 보였다. 지층주입, 수소방출, 지하매설, 수증기방출, 해양방출이 그것이다. 기록을 보면 지층주입 수소방출 지하매설 3가지는 뭉개고 수증기방출, 해양방출 2개만 선택지로 남았는데 이것이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기재돼 있다. 현실적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콘크리트고화(지하매설)는 용지나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해양방출(공기 7년7개월, 감시 불요, 비용 34억엔, 규모 400㎡), 수증기방출(공기 10년, 감시 불요, 비용 1000억엔, 규모 2000㎡)인데 비해 콘크리트고화(공기 8년2개월, 감시 76년, 비용 2431억엔, 규모 28만5000㎡)는 비용이 많이 들고 용지확보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수증기방출은 '일본에서는 전례가 없다'고 했다. 실은 이것도 거짓이다. 원전사고 전인 2010년 후쿠시마원전에서는 연간 약 1.5조Bq의 수증기방출을 해왔고. 약 10km 남쪽에 있는 후쿠시마제2원전에서도 사고 전엔 약 1.9조Bq의 수증기방출을 해왔다. 이에 대해 뒤늦게 '전례가 있었다'고 경제성이 인정했다.

해외사례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사바나 리버 사이트(Savana River Site)'는 냉전시대 핵무기 만들던 공장으로 냉전 후 폐쇄과정에서 대량의 오염수가 남아있는 것이 확인되자 미 에너지성(DoE)이 오염수에 시멘트를 부어넣어 콘크리트고화해 보관하는 방법을 선택한 바 있다. 

어디까지나 육상처분을 우선해 국제문제화를 막아야 했었다. 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바보짓'이다. 진실은 해양배수 이외에도 적어도 2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③ 탱크를 놓을 장소는 더 이상 없다 

이것은 현장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거짓말이다. '오염수탱크를 더 놓을 장소가 없기 때문에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다'고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말한다. 이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도쿄전력이 말하는 탱크 놓을 장소가 없다는 말은 후쿠시마원의 '구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넓이로는 약 3.5㎢. 이 후쿠시마제1원전 부지 내 탱크가 가득찼다는 것이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원전 주변은 거대한 공터이다. 후쿠시마원전을 둘러싼 약 16㎢. 이는 도쿄 신주쿠구(17㎢)와 비슷한 넓이로 이곳은 중간저장시설로 제염에서 나온 오염토의 매립장이 돼 있다. 이곳 부지는 30년간 지주로부터 빌리거나 매수할 약속이 지권자 사이에 성립돼 있다. 이곳에 살던 약 4300명이 이미 피난을 가고 현재 주민은 한명도 없다. 전 주민이라도 허가 없이는 출입금지다. 오염토 매립용 용지인 것이다. 시설 내에 11개소의 매립장소가 있다. 이곳에 후쿠시마현 안에서 나온 플라스콘백에 넣어진 오염토가 운반·분별돼 지면에 역피라밋형으로 매립되고 있다. 16㎢인 중간저장시설 중에 11개소의 매립장을 제외해도 아직 공터가 광대하게 남아있다.

잠정적으로 5년만이라도 이 탱크를 여기에 두면서 해양방출을 할 것인지 고체화나 자연증발로 육상처리할 것인지 시간을 갖고 사회적 논의를 했어야 했다. 저자가 후쿠시마원전 주변 중간저장시설 부지에 바로 탱크를 설치하면 어떠냐고 산업성에 제안을 했더니 '중간저장시설은 환경성 관할'이라며 관할 탓을 했다. 게다가 산업성은 공개자료를 통해 "한번 오염토 매립지로 계약한 토지의 용도를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불가능'이 아니라 '어렵다'는 핑계를 댔다. 30년간 오염토 매립지로 한다는 계약을 6개월만에 지권자의 동의를 얻어낸 이들이 1734명의 인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며 대신에 바다에 버리기로 했다는 것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착(倒錯)된 결론이고 너무 난폭한 결정이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의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신문방송에 나오는 영상은 모두 탱크가 밀집한 사진뿐이었기에 시민들은 정말 더 놓을 수 있는 장소가 없구나 믿게 된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모두 후쿠시마제1원전 구내만을 찍은 사진이라는 것이다. 공중촬영을 해도 부분만 소개했다. 도쿄에서 기자실 브리핑만 받았지 문제의식을 갖고 현장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도 많다. 이는 명백히 '인상조작'에 해당한다. 이것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의도하는 바를 그대로 언론이 확대·증폭시킨 것이다. 진실은 제1원전 주변에는 광대한 중간저장시설이 있다는 사실이다. 

④ ALPS수 배수는 재난피해지의 부흥에 필요하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ALPS수의 해양배수가 시작된 2023년 8월 24일 트위터에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부터 ALPS수의 방출이 시작됐습니다. 후쿠시마제1원전의 폐로를 향해 걷지 않으면 안 될 길인 동시에 후쿠시마를 비롯한 재난피해지부흥의 새로운 한걸음입니다. 금후 정부는 풍평(風評)대책을 비롯해 후쿠시마나 재난피해지 부흥의 자세와 일본 식(食)문화의 매력 등을 세계에 강력히 발신하겠습니다'. 이 속에는 2가지 명백한 거짓이 있다. 

먼저 한 가지, ALPS수의 해양배수가 후쿠시마를 비롯한 재난피해지 부흥의 새로운 한걸음이란 말은 새빨간 거짓이다. ALPS수 배수는 후쿠시마제1원전 바깥측으로 확산되는 피해지의 부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아무리 배수를 계속해도 후쿠시마원전 부지 3.5㎢ 내에 있는 탱크가 줄어들고 공터가 늘어날 뿐이다. 2023년 9월 25일 후쿠시마민보(民報)는 탱크 자체가 고선량을 띠고 있고, 바닥에 고선량의 데브리가 남아있기에 배수를 해도 탱크를 옮길 장소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원전 바깥측에는 강제피난 명령을 받은 반경 20㎢권 지역을 포함해 거의 628㎢ 면적의 땅이 있다. 사고당시 여기에 9만6541명이 살고 있었다. 원전에서 10km권내에 92%, 20km권내에 80%의 주민이 돌아오지 않는다. 원전 구내 3.5㎢ 부지 안에 아무리 탱크가 줄어든다고 해도 그 바깥측 628㎢의 현실은 1mm도 변하지 않는다. ALPS수를 아무리 배수해도 원전구내 바깥측의 피해지의 부흥이나 후쿠시마현 전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부흥이란 지역 사람들이 2011년 3월 11일 사고 이전의 생활을 회복하는 것이다. ALPS수를 아무리 배출해도 재난피해지에 퍼져있는 방사성물질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강제피난 조치가 내려진 지역의 기초지자체장들은 "지역을 원전사고 이전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증언한다. 기시다 총리의 'ALPS수 배수=부흥' 발언을 단순한 미사여구로 치부할 수 없다. 일국 총리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기시다 성명의 원고는 사전에 수상관저의 참모들에 의해 다듬어진 것이기에 의도적인 '정보조작(Disinformation)'이라 볼 수밖에 없다. 진실은 ALPS수의 배수는 후쿠시마 부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⑤ ALPS수의 해양배수는 폐로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다 

기사다 성명에서 또 하나, '해양배수가 후쿠시마제1원전의 폐로를 위해 걷지 않으면 안 될 길'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거짓이다. 폐로는 노심용융(멜트다운)된 핵연료봉을 3곳의 원자로에서 빼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녹아난 연료봉에서 나온 ALPS수를 바다에 배수한다고 해서 녹아난 데브리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데브리는 지금도 붕괴열을 내고 있기에 물을 부어 냉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염수는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ALPS수를 아무리 바다에 배수해도 폐로는 1mm도 진전되지 않는다. 

현재 폐로작업이 안고 있는 매우 곤란한 문제는 이렇다. 데브리는 인간이 접근하면 죽을 정도의 고선량을 내고 있다. 로봇을 원격조작해 빼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열로 녹아내린 데브리는 조성은 커녕 형상조차 알 수 없다. 금속인지 모래상태인지 암석상태인지 알 수 없다. 형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빼내기 위한 공구를 어떤 형태로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공구 설계를 위해 우선 조성이나 형상을 알려면 원격조작 로봇을 집어넣어 데브리를 보일링하거나 샘플 채취를 해야 한다. 노심용융된 1~3호기의 데브리는 물속과 물밖에 있는 것으로 나뉘기 때문에 물속로봇을 준비하든지 건식로봇을 준비할지 결정해야 한다. 지진으로 파괴되고 고열로 녹아난 원자로 내의 데브리에 로봇 접근 경로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접근지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카메라 부착 로봇을 집어넣어도 선량이 너무 높기에 화상이 흐려져 안의 모습을 알 수 없다.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폐로의 근간인 데브리를 빼내는 공정과 ALPS수 배수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ALPS수를 아무리 퍼내 해양배수를 한다 해도 폐로는 1mm도 나아가지 않는다. 탱크의 공터가 생기기에 거기에 장치나 기재를 놓는 정도의 간접적, 부차적 영향은 있을지 모르겠다. 기시다 총리의 성명은 명박한 거짓이다. 진실은 ALPS수를 배수해도 원전의 폐로는 하나도 진척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⑥ ALPS수를 해양배수하면 탱크는 없어진다 

ALPS수를 해양배수하면 후쿠시마제1원전의 부지에 널려진 탱크는 모두 사라질 것'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해다. 해양방출 가능한 ALPS수란 것은 탱크에 저장돼 있는 것의 약 33%에 불과하다. 3분의 2의 탱크는 남아있다. "그거 전부 없애는 거 아니었어?'라고 놀라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뉴스에 잘 나오는 널부러진 탱크 속에 들어있는 오염수의 3분의 2, 결국 67%는 일본 정부의 배수기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로 오염이 심하다. 일본 정부의 기준으로도 해양방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농도 방사성물질이기에 바다에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해양배수를 하면 오염수문제와 탱크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는 것은 거짓이다. 진실은 ALPS수의 배수를 해도 3분의 2의 탱크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 나아가 일본 언론은 그렇다고 치자. 후쿠시마 오염수의 피해를 세대를 이어 고스란히 안게 될 우리나라 정부와 학계, 언론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 문제다.

2024년 5월 3일 금요일

언론사 압수수색 한 성적표, 언론자유지수 15단계 하락

 

기자명

  •  김준 기자
  •  
  •  승인 2024.05.0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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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15단계나 하락, 박근혜 정부 기록 경신
EBS 압수수색, MBC 장악 시도와 유사
사실관계 왜곡, 방심위 제멋대로 심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저지 긴급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저지 긴급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오늘(3일)은 ‘세계 언론자유의 날’이다. 국경없는기자회(REF)는 매년 이날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다. 한국은 64.87점을 받아 180개 국가 가운데 62위를 기록했다. 점수 체계가 개편된 2013년 이후 최하점으로 박근혜 정부의 기록을 경신했다.

우리나라가 이 같은 성적표를 받은 데엔 언론사를 향한 정부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5단계나 하락, 박근혜 정부 기록 경신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언론을 장악할 방법은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데이터는 정반대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62위로 1년 전 47위(양호함)에서 15단계나 떨어진 62위(문제 있음)였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2년 차 언론자유지수는 41위로 아시아 1위를 기록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역대 최고 기록(31위)을 세운 바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의 기록에 대해 “언론자유를 개선해 왔던 몇몇 나라에도 다시 검열이 시작됐다”며 “한국의 일부 언론사들은 명예훼손 혐의로 정부의 기소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를 비판한 보도로 압수수색을 받은 뉴스타파, MBC, JTBC, 뉴스버스 등의 사례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24년 언론자유지수 ⓒ 국경없는기자회

EBS 압수수색, MBC 장악 시도와 유사

언론사 압수수색은 언론자유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은 언론 취재 활동을 위축시키며 취재원 노출 위험도 수반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사를 향한 압수수색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5월에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 개인정보 유출로 MBC 기자가 압수수색을 받았고, 9월에는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와 JTBC,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 언론사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달 30일에는 EBS 유시춘 이사장도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 이는 EBS가 창사 이래 처음 겪는 사태였다. 검찰은 유시춘 이사장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수법은 이동관 방통위 체제 당시, 방통위가 MBC 권태선 이사장에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혐의를 씌우며 권 이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은 것과 유사하다.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검찰의 EBS 압수수색은 정당한 검찰권 행사가 아닌 언론장악 들러리를 위한 검찰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사실관계도 왜곡, 방심위의 제멋대로 심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편파적인 심의도 문제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역대 선방위 가운데 가장 많은 법정 제재를 가했다. 절반 이상이 MBC에 쏠렸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7개월 만에 MBC에게 부과된 벌점은 5점에서 108점으로 늘었다. 

이에 더해 어긋난 사실관계에 따른 심의도 지적됐다. 2일, 선방위는 재심에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1월 15일 방송에 ‘주의’를 의결을 유지했다. “허위사실과 일방 주장을 보냈다”는 이유였는데,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1월 15일은 법정 선거 기간”이라며 “윤 대통령 비판은 표심에 연결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정 선거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10일까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8월이면 공영방송 이사진이 교체될 예정이다. 정부가 여권 인사로 새로운 이사진을 편성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민주당은 ‘방송3법’ 재추진으로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에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과 KBS, EBS 이사회를 21명으로 확대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여야,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언론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2024년 5월 2일 목요일

"너만 우울증이야?" NFT도 등장…2030 열광하는 민희진 밈

 

"너만 우울증이야?" NFT도 등장…2030 열광하는 민희진 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이브와 경영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이다.

민 대표가 지난달 25일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입었던 옷과 모자가 모두 품절되면서 '민희진코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다. 민 대표가 사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역주행을 부르며 인기 랭킹 1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민 대표 캐릭터 대체불가토큰(NFT)도 공개돼 화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기자회견 당시 민 대표가 입었던 LA다저스 로고가 새겨진 '47브랜드'의 파란 모자와 '캘리포니아 제너럴 스토어'의 초록색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기자회견 직후 온라인상에서 모두 품절되거나 판매량이 급증했다. 티셔츠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 사이즈가 완판됐고, 모자 또한 일부 사이트에서 품절됐다.

특히 기자회견 다음 날인 26일 민 대표가 제작을 맡은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티저 화보'가 공개됐는데, 멤버 중 한명인 '민지'가 민 대표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어 재조명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선 "오늘 민희진코어다" "출근룩은희진코어"라는 등 '민희진코어' 신조어를 사용하는 추세다.  '○○코어'는 패션업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앞에 들어가는 단어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놈코어(Normcore)'를 합친 것이다. '민희진코어'는 민 대표와 놈코어를 합친 표현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회견 당시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 사진 유튜브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회견 당시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 사진 유튜브 

민 대표가 사용했던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인기대열에 섰다. 이날 기준 '작은 회색 고양이' 이모티콘은 30대에서 인기 1순위를 기록했다. 20대에선 2위, 10대에서 4위, 40대에서 5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8일 엑스 등 각종 SNS에선 민 대표의 모습을 본떠 제작한 NFT도 등장했다. 뉴진스를 상징하는 토끼에 기자회견 당시 민 대표의 옷차림을 입힌 그림이 담겨있다. 토끼 그림 뒤에는 민 대표가 기자회견 당시 했던 '너만 우울증이야?'라는 발언도 적혀있다.

지난달 28일 엑스에 등장한 민희진 대표의 NFT. 사진 엑스

지난달 28일 엑스에 등장한 민희진 대표의 NFT. 사진 엑스

민 대표의 화제성은 거친 욕설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했던 기자회견에서부터 이어졌다. 민 대표는 지난달 25일 생중계 기자회견에서 '개저씨' '양아치' '지X' '시XXX' '(싸움)들어오려면 맞다이(맞상대)로 들어와라, 뒤에서 XX 하지 말고'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현장에선 욕설이 나올 때마다 놀라는 반응과 웃음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실제 민 대표의 발언을 두고 "욕설 듣기 불편했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민희진 칼춤, 속 시원하다"는 등 공감하는 듯한 반응도 나왔다.


2024년 5월 1일 수요일

달곰한 우리말 온 세상 배부를 때 꽃이 지려나

 달곰한 우리말

온 세상 배부를 때 꽃이 지려나

입력
 
2024.05.02 04:30
 27면
 1  0

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 꽃. 흰 꽃을 머리에 인 키 큰 나무들이 마치 소복을 입은 사람들 같아서 마음 아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 꽃. 흰 꽃을 머리에 인 키 큰 나무들이 마치 소복을 입은 사람들 같아서 마음 아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거리에 온통 하얀 쌀이다. 나뭇가지마다 소복하다. 휙, 한줄기 따뜻한 바람에 쌀이 쏟아져 내린다. 길 옆 평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던 어르신들이 떨어진 쌀을 모아 고봉밥을 짓는다. 보릿고개를 겪은 어르신들에게 이팝나무 꽃은 여전히 윤기 흐르는 흰쌀밥으로 보일 게다. 젊은 날 주린 배를 잡고 농사짓던 이야기를 하는지, 흉년이 들었던 해 엄마의 빈 젖을 빨다 굶어 죽은 이웃집 아기 얘기를 하는지 연신 눈물을 훔친다.

올해 이팝나무 꽃은 유난히 희고 풍성하다. 그래서일까. 온 동네에 은은한 밥 향이 퍼진다. 중간고사가 끝났는지 깔깔대던 여고생들이 “팝콘” 같다며 먹는 시늉을 낸다. 먹을 게 풍족해 밥이 귀하지 않은 시절이니, 아이들에겐 흰쌀밥보다 달콤한 팝콘이 먼저 떠오를 만도 하다.

꽃이 흐드러진 이팝나무 가로수 길에 서면 5·18 묘지 가는 길이 떠올라 슬프다. 대학 시절 처음 갔던 그곳엔 이팝나무가 없었다. 10년쯤 지나 다시 갔던 날, 한없이 긴 꽃 터널을 보며 북받쳐 울었다. 흰 꽃을 머리에 인 키 큰 나무들이 마치 소복을 입은 사람들 같아서였다. 광주에 사는 이가 말해줬다. 그곳의 이팝나무는 5·18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라고. 타지 사람도 이럴진대 광주 시민들은 이팝나무에 꽃이 핀 5월 내내 온몸으로 울겠다.

사연을 가득 안은 이팝은 어떤 말에서 시작됐을까. 학계에서는 니밥→이밥→이팝으로 본다. 이밥은 쌀밥이다. 니밥의 ‘니’는 쌀의 옛말. 니밥이 두음법칙에 따라 이밥으로 바뀌었다. ‘니’가 낯설다면 끼니를 떠올려 보시라. 끼니는 아침 점심 저녁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밥을 말한다. 밥뿐 아니라 그렇게 먹는 일도 끼니라고 한다. ‘끼’는 ‘때’를 말한다.

나무에 꽃이 피는 시기와 관련된 설도 있다. 입하(立夏) 머리에 꽃이 피어 입하목이라고 불렀단다. 입하가 연음돼 이파가 됐다가 다시 이팝으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라도 일부 지역에선 이팝나무를 입하목, 이암나무라고도 부른다.

조(좁쌀)밥을 닮은 조팝나무 이야기도 잠깐 해야겠다. 오곡 중 하나인 조는 낟알이 들깨만 하다. 꽃이 기름에 튀긴 좁쌀 같아서 조팝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그럴싸한 말이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터져서 드러난 흰 속살 위로 노란빛이 반짝인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이팝나무 꽃을 보면 영락없이 고봉밥이다. 나이 지긋한 농부들은 이팝나무에 꽃이 흐드러지면 벼농사가 잘된다고 믿는다. 이래저래 이팝은 먹는 것과 관련이 깊다. 온 세상이 배부를 때까지, 누군가의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릴 때까지 쌀나무 꽃은 지지 않을 것이다.

노경아 교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