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한겨레 “방통위원장에 검사 선배 김홍일?” 방송장악 논란 재점화 전망

 

  •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12.05 07:47
  •  

  •  수정 2023.12.05 07:49
  •  

  •  댓글 0
  •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 “공백 메우기 급급”-‘여성·전문성’ 강조한 조선

    한겨레 “방송 전문성 전무한 검사 출신, 방송장악 의지”

    중대재해처벌법 ‘또 2년 유예’ 시도… 실형 단 1건

    5일 아침신문의 주된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용 내각’이었다. 윤 대통령은 어제 6개 부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신문들이 논조를 막론하고 이를 ‘총선용 내각’으로 이름 지은 가운데 다수가 인사에서 국정 쇄신 의지를 읽기 어렵다고 평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추경호(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원희룡(국토교통부), 박민식(보훈부) 이영(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물러나고 이 자리를 각각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 오영주 외교부 2차관으로 채웠다. 또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을 해양수산부 장관,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5일 아침신문 1면

    ▲5일 한국일보

    ▲5일 경향신문

    ▲5일 경향신문

    신문들은 이번 선거용 개각을 두고 경제 부처 중심 내각이자 ‘편중 인사’에 변화를 주려고 꾀했다고 평했다. 동아일보는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한 이번 1차 개각은 총선을 앞두고 경제 안정화에 방점이 찍혔다”며 “지명된 장관 후보 6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앞서 발표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남성임에 따라 서오남(서울대, 오십대, 남성) 중심 국정 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내각에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 신문들도 이같이 풀이했다.

    정부는 해당 분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신문들 풀이는 달랐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외교 관료를 중기부 장관에 기용하는 건 어떤 전문성이 있어서인지 의아하다”고 했다. 다수 신문은 정치인 출신들이 있던 장관 자리를 관료와 학자로 채우는 데에 ‘안정감’ 또는 ‘정부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라고 봤다.

    ▲5일 동아일보

    한국일보는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관료와 전문가 중심이다. 내각을 재정비해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일색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정권 초반인 시점에 관료그룹을 전진 배치해 국정 쇄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개각의 초점이 총선 출마자 배려에 맞춰지면서 ‘국정 쇄신이나 인적 쇄신’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새 장관 후보자들의 대부분은 ‘관료·학계 출신’이다. 이들이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직언이나 조언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5일 한겨레

    윤 대통령이 공약한 ‘책임 장관제’도 멀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분권형 책임 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며 “(지난 6월) 중앙부처 차관 임명자 1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명을 용산 대통령실 출신 비서관들로 임명해, 대통령의 직접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차관 정치’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5일 한겨레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여성 3명이 후보자로 기용된 게 눈에 띄지만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발탁했는지도 평가가 엇갈린다. 국정 기조 변화보다는 청문회 등을 의식한 무난한 인사 기용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닌가”라고 했다.

    ▲5일 동아일보

    보수 신문들 사이 논조 차가 눈에 띈다.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대통령실 설명에 따라 ‘여성·전문성’을 강조한 보도를 냈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 제목에서 윤 대통령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다”며 인적 쇄신을 꾀했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신문

    ▲5일 조선일보

    ▲5일 조선일보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는 과감한 인재 등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며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고장 난 국정 시스템을 바로잡는 인적 쇄신, 이를 통한 국정 쇄신의 모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했다. “그러나 6개 부처에 그친 개각의 폭이나 지명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장관들의 총선 출마에 따른 내각 공백을 메우는 데 급급했던 것 아닌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전문가와 관료 편중 때문에 인사를 통한 변화의 메시지보다는 국정 기조의 안정과 연속성에 지나치게 무게가 쏠렸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방통위원장에 검사선배 김홍일?”

    이날 개각 명단에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이름은 없었다. 새 방통위원장 후보자로는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직속상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유력하다. 판사 출신 이상인 현 방통위 부위원장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동아일보는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시절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던 그는 애초 법무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이 전 위원장 사퇴 이후 방통위원장 후보군으로 갑자기 바뀌었다”고 했다.

    ▲5일 동아일보

    ▲5일 한겨레

    여권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이 전 위원장 사퇴 직후 이상인 현 방통위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되자 주말 동안 하루 상간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 부위원장이 고사하는 점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만약 김 위원장이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다면, 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5개월 만의 자리 이동”이라며 “방송 전문성이 전무한 검사 출신을,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자리를 이동시켜가며 방통위원장에 지명한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강력한 방송 장악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일경제는 “충남 예산이 고향인 김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임할 당시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진두지휘했고 윤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고 했다.

    ▲5일 매일경제

    이어 “서울고검장 출신인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도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며 “김 변호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대검 시절 같이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방통위 파견 법률자문관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과 외교부장관 인선도 서두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임은 추가 개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들이 전했다.

    ‘실형 1건’ 중대재해법, “또 2년 유예” 비판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또다시 ‘2년 유예’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년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3년 전부터 예고된 사안을 또다시 미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지난 3일 고위협의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유예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83만여곳에 이르는 확대 시행 대상인 50인 미만 사업장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야당까지 유예 여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개정 논의 전제조선으로 정부 사과 등을 내걸면서 유예 논의 가능성을 열었다.

    ▲5일 한겨레

    ▲5일 한겨레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제정된 뒤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5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은 추가로 2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규정한다.

    신문들에 따르면 지난해 644명이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60%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다. 한편 올해 6월까지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392명이다. 이 중 80%인 312명이 중대재해법 시행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5일 경향신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시행 2년 동안 기업이 받는 처벌 수준은 오히려 낮았다는 평가를 전했다. 법 시행 뒤 450건 이상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지만 대표 등이 기소된 사건은 30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일까지 11건의 법원 선고가 이뤄졌는데 1건(한국제강)을 빼고 모두 집행유예였다. 신문들은 민주노총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세계일보 6면 보도에 따르면 실형이 선고된 1건은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에서 60대 노동자가 보수작업 중 크레인에서 떨어진 1.2t 무게의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건이다. 법원은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세계일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충실한 업무를 하도록 시행령 4조5호 규정 의무를 준수했는지를 주로 살폈다고 했다.

    ▲5일 세계일보

    경향신문은 노동부가 법 적용 유예를 연장하며 제시하는 대책도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내년 2만 6500곳에 안전보건 컨설팅을 하겠다고 했는데, 약 83만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1회라도 컨설팅을 완료하려면 25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정부는 총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뭘 했기에 시행 날짜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지금 또 시행 유예를 꺼내 드는 것인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준비 부족을 이유로 드는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을 드러낼 뿐”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서둘러 지원에 힘을 쏟는 것”이라고 했다. 유예 합의 여지를 밝힌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더불어민주당도 정부 사과 등 3개 조건을 걸며 법 유예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야당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4일치 한 조간신문(경향신문) 1면에 ‘중대재해 처벌법, 이렇게 준비하세요!’라는 제목의 정부 광고가 실렸다. 내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것을 앞두고 해당 사업주들에게 준비사항을 안내하는 내용으로, 서울시·환경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명의 광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정부·여당은 바로 전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2년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얼마나 졸속으로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했다.

    ▲5일 한겨레

    ▲5일 세계일보

    반면 보수 신문과 경제지는 외려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협조’를 요구하는 사설을 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영세기업들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폐업과 일자리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서는 여전히 논란”이라고 했다. 세계일보가 6면에서 ‘법원이 사업주의 시행령 준수 위반을 문제 삼았다’고 판례를 분석한 것과 어긋나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년 간 산재사고 사망자가 248명에서 256명으로 오히려 늘었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김예리 기자ykim@mediatoday.co.kr

    자승 스님의 '황당한' 유서, 국민은 크게 놀랐다

     


    [기고] 사찰 전각 개인 것으로 생각, 억 단위 돈 예사롭지 않게 여겨... 종단 고위급 승려들의 민낯
    23.12.04 18:02l최종 업데이트 23.12.04 18:02l

    자승 스님이 11월 29일 안성 칠장사에서 죽은 이후로 조계종단은 자승 스님을 미화하는 게 불교를 위하는 일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그런 종단의 비불교적인 미화 작업에 대해 종단 안팎으로 비판이 뜨겁다. 사찰의 건물을 불태우면서 숨어서 죽는 것이 무슨 소신공양이냐는 것이다.

    종단은 자승의 여러 개 유서 중에서 상좌들에게 지시하는 특이한 유서를 공개했다. "탄묵, 탄무, 탄원, 향림. 각자 2억씩 출연해서 토굴을 복원해주도록. 25년까지 꼭 복원할 것"이라는 유서였다.

    각자 2억씩 내라는 스승의 모습
     
    큰사진보기자승 스님의 유서
    ▲  자승 스님의 유서
    ⓒ 조계종

    관련사진보기

     

    사생활의 내용이 적힌 유서는 제외하고서 공개해야 할 만한 것을 선택해서 공개한 것이다. 종단이 공개한 유서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 유서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이 유서를 보고 여러 번 크게 놀란다. 그 이유는, 

    첫째, 이미 자승이 사찰의 전각을 태우려고 결심한 것이 유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사찰의 전각을 새로 건립해 주면 전각을 태워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칠장사는 삼국시대 자장 율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국보 괘불 탱화가 있고, 보물로는 대웅전, 혜소국사비, 석조여래입상, 삼불회괘불탱화 등이 있어서 사찰 일원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이렇게 도량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된 사찰의 전각을 승려가 태웠다는 것에서 국민들은 크게 놀란다. 또한 사찰의 전각은 수행자들이 머물러 수행하는 승가공동체의 재산이다. 사찰의 전각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승단의 스님들도 크게 놀랐다. 

    둘째, 2억 원이나 3억 원을 마치 20만 원이나 30만 원쯤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승의 금전 감각에 국민은 크게 놀란다. 상식적으로 한 사람에게 2억 원을 보시하라고 하면 적어도 그 사람이 십억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자승의 상좌들은 모두 십억 대 이상의 부자라는 것이 합당한 추측이다.

    어떻게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지 않는 수행자들이 그렇게 부자일 수 있는지 국민들은 비애감을 느낀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전 총무원장과 그 상좌들이 이러한 수준이라면 그동안 자승을 따라다녔던 여러 승려들도 그렇지 않겠는가? 통장에 몇십억 원씩 가지고 있는 스님들이 어찌 수행에 관심을 갖겠으며 가난한 불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큰사진보기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다비식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3.12.3
    ▲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다비식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용주사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3.12.3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셋째, 자승의 유서가 공개 됨으로써 자승의 삶이 드러났다. 생선을 싼 포장지에서 비린 냄새가 나듯이 유서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맡게 되는 냄새가 있었다. 불태운 전각을 다시 지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문화재로 가득한 칠장사의 전각을 태우려는 승려, 제자들에게 각각 2억 원씩 총 8억 원을 요구하는 스승의 모습, 각자 십억 원 정도의 돈을 소유하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을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은 종단 고위급 승려들이 유서를 자랑스럽게 공개하였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이 유서를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종단 고위급 승려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다시 절망을 느낀다. 유서에 나타난 심각한 문제를 문제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적어도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거나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넷째, 자승의 유서 마지막 문장에는 "전법합시다"('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자'는 뜻)라는 글이 보였다. 자승은 인도에 걷기 순례를 다녀와서 이제는 "성불합시다"라는 말 대신에 "전법합시다"라고 인사하자고 제안했다. 자승의 뜻을 받들어 영결식장에서도 "전법합시다"라고 대중이 합창했고, 다비를 위해 쌓아놓은 장 장작더미 위에도 '전법합시다'라는 현수막이 빛나게 걸려있었다.
     
    자승은 대학생전법위원회를 만들어 150억 원 상당의 전법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유서에서 보여주는 자승의 사고방식을 보면 그의 전법이라는 것은 우리 편 많이 만들어서 국가보조금 많이 타고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들을 만나면 '우리는 이렇게 많은 표를 가진 집단이다'라고 어깨에 힘주고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전법은 전법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들러리 모집하기, 전법 기금이라는 거룩한 이름의 자금으로 사람 포섭하기 아닌가? 자승은 종단 내에서 돈으로 승려들을 모으고 관리해 왔듯이 대학생들도 돈으로 포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단 실세들의 적나라한 실체
     
    큰사진보기대한불교 조계종 제33대, 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분향소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되어 있다.
    ▲  대한불교 조계종 제33대, 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분향소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되어 있다.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자승의 유서에는 51년 동안 승려로서 살아온 그의 삶이 그대로 담겨있다. 종단이 자승을 옹호하고 미화함으로써 자승의 실체뿐만이니라 종단 실세들의 적나라한 실체도 까발려졌다.

    종단이 자승의 죽음을 미화하는 작업이 요란하게 진행되자 도정 스님, 진우 스님을 비롯한 몇몇 스님들이 종단자정센터와 함께 전국의 스님들께 설문조사를 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자승 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이라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93.1%의 스님들이 '소신공양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또 93.8%의 스님들이 '자승은 끝없는 정치적 욕망과 명예를 추구한 사람이다'라고 대답했다. 자승에 대한 종단장에 반대하고(87.3%) 향후 자승이 만든 상월결사의 재산은 종단 등으로 귀속하고 해체해야 한다(89.8%)고 스님들은 응답했다(관련기사: 자승 스님이 '소신공양'? 스님들에게 물었더니... https://omn.kr/26m5s).

    불교계 신문·방송들이 자승을 위한 홍보 전단처럼 활약하고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스님들은 자승의 실체를 잘 알고 있었다. 유튜브 '명진TV'등에서 자승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이 종단이 개혁되리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제까지 여러 번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를 종단은 그때마다 무시하고 외면하면서 대중의 뜻과 반대되는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자승의 죽음을 소신공양이 아니라고 질타한 양심 있는 스님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는다. 앞으로 제2의 자승이 나와서 활개 치는 것이 조금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위안도 함께. 대중 스님들이시여, 종단은 그들이 운영해도 역사는 우리가 씁니다.

    * 필자 소개: 비구 허정은 대한불교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자승 스님 등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종단으로부터 세 번의 고소·고발을 당하였고 한 번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 아직도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못하신 분은 종단자정센타(010-7670-4024 )로 전화주세요.


    태그:#자승, #유서, #조계종

    국제무대서 원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엑스포 유치 참사’ 재현 우려

     


    ‘재생에너지 3배로 확대’ 의제인 COP28서 원전 확대 호소…‘기업 경쟁력 약화’ 지적

    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한 각국 정상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23.12.01. ⓒAP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원전 확대’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양자 회담뿐 아니라 다자 회의에서도 원전 확대를 호소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요 의제로 잡힌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회의에서도 원전을 외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엑스포 유치 참패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전 확대는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한국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추진에 혼란을 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제28차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진행된다.

    이번 총회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목표에 대해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GST)’ 결과가 발표된다. GST는 올해부터 5년 주기로 진행된다. 각국이 설정한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 수준을 검토해, 목표 수준을 상향하거나 이행을 촉진한다는 목적이다. 딜로이트는 “올해 전 세계는 2015년 채택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가 2030년까지 달성될 수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는 중간 시점에 와 있으며, 파리협약이 발효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냈다”고 짚었다.

    이번 총회에는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약 7만 명이 참석한다. 한국 정부대표단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필두로 관계 부처 공무원과 전문가가 참여한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김상협 위원장을 비롯해,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의 관계자들이 두바이로 향했다.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한국형 RE100’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CF100(무탄소 100%)은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도 포괄한다. 한 장관은 9~10일 진행될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CF연합 결성”을 소개하며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환경부는 전했다. 김 위원장도 오는 5일 무탄소에너지 홍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의 원전 홍보 행보를 두고 국제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꼽힌다. 이번 총회 의장국인 UAE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현재의 3배인 1만 1천GW로 확대하는 협약을 제안했는데, 현재까지 118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 국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인도·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가 참여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약속했다. 참여국이 200개국을 넘으면 총회의 최종 합의문에 협약이 명시된다. 참여국은 총회 기간 지속적으로 추가될 전망이다.

    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CEO)로, 이번 총회 의장을 맡은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는 “협약을 통해, 좀처럼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석탄으로부터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협약 초안에는 신규 화력발전소에 대한 자금 조달을 멈추는 등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부 국가는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 한계가 있다며, 원자력 발전 확대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010년 대비 3배로 늘리기 위해 국가 간 협력하자는 선언문에 22개국이 서명했다. 재생에너지 협약에 비해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이 참여했다. 대표적인 원전 건설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빠졌다. 한국에서는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이 지지 연설을 했다.

    국제사회에서 무탄소에너지 전환의 중심은 재생에너지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규모는 4,950억 달러(약 645조원)를 기록했다. 전력 공급 비중은 30%에 육박했다. 원전은 각각 310억 달러(40조원), 9.2%에 그쳤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30년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규모를 1조 8,640억 달러(2,433조원)로 관측했다.

    기후환경 단체인 플랜 1.5의 박지혜 변호사는 “정부의 CF연합이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총회 최대 의제가 재생에너지 확대이기도 하고, 원자력은 확대할 여력·계획이 있는 국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세계적으로 확대 추세에 있지만, 원전은 막대한 투자 위험 탓에 유럽과 미국 전력 시장에서 퇴출됐으며, 중국과 러시아 등 특정국 위주로 신규 투자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정부가 주창하는 CF연합은 이번 총회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자는 ‘트리플 플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원전 확대에는 동유럽과 일부 아랍 국가가 참여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의 CF연합은 공조를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제2의 엑스포’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전면적인 엑스포 유치전에 나섰으나, 1차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치며 사우디 리야드에 90표나 뒤졌다.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득표하지 못하도록 저지해 2차 투표에서 역전하겠다는 정부 희망은 철저하게 어긋났다. 처참한 결과에 대해 정부의 객관성 결여가 지적되는데, CF연합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 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 ⓒ뉴스1

    CF100 확산 가능성 미미하고, 기업 재생에너지 전환에 혼란 야기

    정부는 CF연합 출범 이후 한 달여간 각국을 상대로 지지 호소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CFE(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결성을 제안했고, 이니셔티브 추진을 위한 CF연합이 10월 출범했다. 이회성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회장을 맡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이 회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총회에 앞서 지난달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도 정부는 CF연합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주력했다. 방문규 장관은 지난달 11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차관과 ‘한미 에너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공동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 정계와 재계를 향해 CF연합 지지를 요청했다. 당시 미국 측에서 참여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UN과 함께 국제사회의 무탄소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주창하는 ‘24/7 CFE 이니셔티브’는 정부의 CFE 이니셔티브와 큰 차이가 있다. 24시간 내내 무탄소에너지로 전력을 조달하자는 취지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려 전력 조달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정부의 CF100은 RE100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24/7 CFE 이니셔티브는 RE100을 보완하는 최고 난이도의 표준으로 평가된다. 구글은 2017년부터 매년 RE100을 충족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온실가스 감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글로벌 넷제로 커넥션 인 코리아’ 행사에서도 CF연합 동참을 호소했는데, 당시 행사에 참석한 10개국 가운데 이번 COP 총회의 원전 확대 선언에 참여한 국가는 가나 한 곳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협약에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4개국이 참여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싱가포르와 태국, 체코 등 국가와 통상 장관급 회의를 가질 때마다 CF연합을 소개했다.

    정부의 CF연합 확산 시도는 성과를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가 원전을 국제 표준으로 내세우면서 기업의 RE100 달성 노력에 혼란을 야기해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100이 민간 차원의 자율 규제임에도 영향력을 갖는 건 세계 시장의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어서다. 가령 애플과 BMW 등 고객사가 협력사에 RE100 달성을 요구하면서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이 일종의 수주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CF100이 RE100을 대체하려면 주요 기업의 전향적인 기조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이 구태여 원전을 수용하도록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RE100이 의미를 갖는 건 고객사 요구로 우리 기업도 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라며 “CF100으로 우리 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RE100을 채택한 고객사가 CF100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CF연합에 가입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우리 기업이 RE100을 하든 CF100을 하든 세계 시장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RE100은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전 확대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발맞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제언이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내년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6,054억원으로, 올해보다 42% 이상 삭감됐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는 기존 30.6%에서 21.6%로 대폭 하향됐다. 반면, 원전은 23.9%에서 32.4%로 크게 늘었다. 재생에너지를 원전으로 대신하는 방향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하되, 과도기에는 석탄 발전을 원전으로 대체하자는 일부 국가의 원전 옹호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정부는 CF연합이 국제적인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COP의 재생에너지 3배 확대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열달 뛰고 유치한 서울올림픽, 5500억 날린 부산엑스포


    [정희준의 어퍼컷] 2030엑스포, 생각 없이 열심히 뛰어다닌 국가 프로젝트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  |  기사입력 2023.12.05. 05:01:56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세력은 곧이어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후 민심 수습에 나서게 된다. 국민의 눈을 군부독재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고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프로젝트로 올림픽을 선택한다. IOC에 1988년 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게 마감 직전이었던 1980년 12월 2일. 상대는 이미 4년을 준비해온 나고야. 차기 개최지를 결정지을 1981년 9월 30일 IOC총회까지 채 열 달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국제사회에서 존재감도 없던 개발도상국 한국이 5년을 준비한 경제대국 일본을 누르고 올림픽을 유치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IOC총회에서 서울은 52대27이라는 의외의 압승을 거둔다. 유치활동 기간이 채 열 달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 지금 정부와 여당이 내놓는 '유치 경쟁에 늦게 뛰어들어서,' '전 정부 탓' 같은 변명은 스스로의 무능함만 드러낼 뿐이다.

    당시 몇 가지 승인으로 수십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두 가지로 축약된다. 우선 외적 요인. 88올림픽 유치전은 한국과 일본 간 경쟁이었지만 일본의 유치를 경계하는 독일 스포츠자본, 즉 '아디다스'와 '푸마'의 불안감이 크게 도움이 됐다. 당시 일본의 '아식스 타이거,' '미즈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이들 입장에서 올림픽이 일본에서 개최될 경우 주도권을 일본에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막후 거래가 이루어졌다. 서울올림픽 유치단은 당시에는 개념도 희미하던 스포츠마케팅 권한을 아디다스에게 주기로 합의한다. 아디다스와 푸마의 설립자는 형제였고 전통적으로 유럽의 귀족과 엘리트들의 놀이터였던 IOC의 가장 큰 후원자는 이들 기업이었다. 아디다스가 서울 지지로 돌아서면서 유럽은 물론 아디다스와 푸마의 스포츠 지원사업의 혜택을 누려오던 아프리카의 몰표를 가져올 수 있었다. 투표는 철저하게 실리를 놓고 이루어진다.

    내적 요인은 국내 재벌사들의 총력전이었다. 사실 당시 남덕우 총리 등 경제관료는 물론 서울시도 회의적이었다. "도대체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정주영, 동아의 최원석 등 재벌 회장들이 해외 지사까지 총동원한 덕에 나고야에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재벌들이 총력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건설업으로 성장한 재벌들이 유난히 열심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으로 떼돈을 벌던 건설업체들은 중동 경기가 쇠퇴하자 난관에 봉착한다. 중동 건설 붐 때 사들였던 중장비들과 고용했던 인력이 놀고 있는 상황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실제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이들 재벌들은 올림픽 특수로 다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올림픽 경기장 건설, 도로 건설, 한강 개발뿐 아니라 재개발과 아파트 건설 등 올림픽 특수의 알맹이가 고스란히 이들에게 떨어졌다. 

    올림픽 유치의 1등 공신이라 할 정주영은 왜 모든 것을 걸다시피 유치전에 뛰어들었을까? 당시 삼성과 현대는 박정희가 사라진 '새 시대'의 주도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그런데 12·12 군사반란 이후 신군부가 국가권력을 장악하자 삼성의 이병철은 신군부가 '사부'로 모시던 'TK계의 대부' 신현확 전 총리와의 친분을 이용해 신군부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고, 이에 몸이 달았던 정주영은 올림픽을 반격의 카드로 선택한 것이다. 결국 5공 출범 초기 삼성에 유리하게 돌아갔던 재계 판도는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현대에 유리한 국면으로 다시 바뀌게 된다. 결국 재벌들이 그토록 열심히 유치활동에 매진한 이유도 결국 실리였다. 

     

    이번 2030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의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사실상 유치를 포기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이탈리아 로마가 17표를 얻었는데 5500억 원을 썼다는 부산이 어떻게 고작 29표를 얻었는가?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지난 수년 간 엄청난 국가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사실은 '엉뚱한 짓'만 골라가며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외부 요인. 투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아프리카는 감비아를 제외하면 모든 국가가 사우디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이고 미주 지역도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제외하면 20개국 이상의 압도적 사우디 지지였다. 심지어 아시아에서도 일본,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모두 사우디 쪽에 선 것으로 보인다. 전 정부 시절 남방외교의 주요 대상국이었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사우디 편에 선 것으로 나타난 점이 뼈아프다. 대통령 등 정부 인사들이 유치를 위해 '지구를 243바퀴 돌만큼 어마어마한 거리'를 다녔다는데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것인지, 그 결과도 참 어마어마하다.

    이번 결과를 놓고 보면 글로벌 외교무대에서 제3세계 국가들에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과 척을 진 상태에서 이런 메가이벤트 유치경쟁에 나서는 것 자체가 몰상식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세계는 이념 경쟁이 사라진 시장 경쟁 시대다. 최근 사우디는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중국은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에 군사원조는 물론 대규모 경제지원도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다. 아프리카 몰표는 그에 대한 보답이다. 지금 중국이 바로 그때의 아디다스다. 오직 실리가 표를 보장한다 

    다음은 내적 요인. 마지막 PT를 놓고 말이 많다. 나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K팝 스타를 신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 만들었나 싶은데 선거판 홍보영상으로 착각한 것인지 수없이 '1'을 강조하고 'Your Choice'가 반복되는 화면은 표 구걸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도대체 '미래'나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압권(?)은 반기문(79), 한덕수(74), 박형준(63), 최태원(63)으로 구성된 고령, 남성 위주의 발표자 라인업이다. 

    2020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관광도시' 공모사업에서 부산은 치열한 경합 끝에 선정된 바 있다. 당시 국제관광도시가 인천으로 넘어가는 듯한 분위기였고 그래서 부산시는 최종 PT에 사활을 걸었다. 발표자는 30대 남녀 주무관들이었다. 결과가 발표되고 청와대로부터 나왔던 반응도 "부산이 PT를 잘했다면서요"였다. 

    개표 결과를 보면 최종 PT가 대세에 영향을 미쳤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황망한 수준의 최종 PT를 보면 이번 엑스포 활동의 전반적 수준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외적 요인 그러니까 외교적 사안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전략을 짠 것이고 내적으로도 대통령부터 고위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비행기 타고 악수만 하고 다녔지 한 마디로 '영혼 없는 유치전'을 펼친 것이다. 전략도, 분석도 없었던, 5500억짜리 영혼 없는 프로젝트였다.

    정부는 그렇다 치고, 재벌 총수들은 이미 판세를 읽었을 텐데 왜들 그렇게 열심히 다녔을까? 사실 별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 그냥 열심히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모두들 별 생각은 없었지만 참 열심히 다닌 국가사업이었다.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본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