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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4일 월요일

국제무대서 원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엑스포 유치 참사’ 재현 우려

 


‘재생에너지 3배로 확대’ 의제인 COP28서 원전 확대 호소…‘기업 경쟁력 약화’ 지적

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한 각국 정상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23.12.01. ⓒAP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원전 확대’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양자 회담뿐 아니라 다자 회의에서도 원전 확대를 호소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요 의제로 잡힌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회의에서도 원전을 외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엑스포 유치 참패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전 확대는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한국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추진에 혼란을 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제28차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진행된다.

이번 총회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목표에 대해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GST)’ 결과가 발표된다. GST는 올해부터 5년 주기로 진행된다. 각국이 설정한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 수준을 검토해, 목표 수준을 상향하거나 이행을 촉진한다는 목적이다. 딜로이트는 “올해 전 세계는 2015년 채택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가 2030년까지 달성될 수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는 중간 시점에 와 있으며, 파리협약이 발효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냈다”고 짚었다.

이번 총회에는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약 7만 명이 참석한다. 한국 정부대표단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필두로 관계 부처 공무원과 전문가가 참여한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김상협 위원장을 비롯해,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의 관계자들이 두바이로 향했다.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한국형 RE100’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CF100(무탄소 100%)은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도 포괄한다. 한 장관은 9~10일 진행될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CF연합 결성”을 소개하며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환경부는 전했다. 김 위원장도 오는 5일 무탄소에너지 홍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의 원전 홍보 행보를 두고 국제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꼽힌다. 이번 총회 의장국인 UAE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현재의 3배인 1만 1천GW로 확대하는 협약을 제안했는데, 현재까지 118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 국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인도·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가 참여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약속했다. 참여국이 200개국을 넘으면 총회의 최종 합의문에 협약이 명시된다. 참여국은 총회 기간 지속적으로 추가될 전망이다.

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CEO)로, 이번 총회 의장을 맡은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는 “협약을 통해, 좀처럼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석탄으로부터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협약 초안에는 신규 화력발전소에 대한 자금 조달을 멈추는 등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부 국가는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 한계가 있다며, 원자력 발전 확대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010년 대비 3배로 늘리기 위해 국가 간 협력하자는 선언문에 22개국이 서명했다. 재생에너지 협약에 비해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이 참여했다. 대표적인 원전 건설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빠졌다. 한국에서는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이 지지 연설을 했다.

국제사회에서 무탄소에너지 전환의 중심은 재생에너지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규모는 4,950억 달러(약 645조원)를 기록했다. 전력 공급 비중은 30%에 육박했다. 원전은 각각 310억 달러(40조원), 9.2%에 그쳤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30년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규모를 1조 8,640억 달러(2,433조원)로 관측했다.

기후환경 단체인 플랜 1.5의 박지혜 변호사는 “정부의 CF연합이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총회 최대 의제가 재생에너지 확대이기도 하고, 원자력은 확대할 여력·계획이 있는 국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세계적으로 확대 추세에 있지만, 원전은 막대한 투자 위험 탓에 유럽과 미국 전력 시장에서 퇴출됐으며, 중국과 러시아 등 특정국 위주로 신규 투자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정부가 주창하는 CF연합은 이번 총회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자는 ‘트리플 플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원전 확대에는 동유럽과 일부 아랍 국가가 참여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의 CF연합은 공조를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제2의 엑스포’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전면적인 엑스포 유치전에 나섰으나, 1차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치며 사우디 리야드에 90표나 뒤졌다.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득표하지 못하도록 저지해 2차 투표에서 역전하겠다는 정부 희망은 철저하게 어긋났다. 처참한 결과에 대해 정부의 객관성 결여가 지적되는데, CF연합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 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 ⓒ뉴스1

CF100 확산 가능성 미미하고, 기업 재생에너지 전환에 혼란 야기

정부는 CF연합 출범 이후 한 달여간 각국을 상대로 지지 호소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CFE(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결성을 제안했고, 이니셔티브 추진을 위한 CF연합이 10월 출범했다. 이회성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회장을 맡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이 회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총회에 앞서 지난달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도 정부는 CF연합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주력했다. 방문규 장관은 지난달 11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차관과 ‘한미 에너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공동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 정계와 재계를 향해 CF연합 지지를 요청했다. 당시 미국 측에서 참여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UN과 함께 국제사회의 무탄소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주창하는 ‘24/7 CFE 이니셔티브’는 정부의 CFE 이니셔티브와 큰 차이가 있다. 24시간 내내 무탄소에너지로 전력을 조달하자는 취지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려 전력 조달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정부의 CF100은 RE100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24/7 CFE 이니셔티브는 RE100을 보완하는 최고 난이도의 표준으로 평가된다. 구글은 2017년부터 매년 RE100을 충족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온실가스 감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글로벌 넷제로 커넥션 인 코리아’ 행사에서도 CF연합 동참을 호소했는데, 당시 행사에 참석한 10개국 가운데 이번 COP 총회의 원전 확대 선언에 참여한 국가는 가나 한 곳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협약에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4개국이 참여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싱가포르와 태국, 체코 등 국가와 통상 장관급 회의를 가질 때마다 CF연합을 소개했다.

정부의 CF연합 확산 시도는 성과를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가 원전을 국제 표준으로 내세우면서 기업의 RE100 달성 노력에 혼란을 야기해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100이 민간 차원의 자율 규제임에도 영향력을 갖는 건 세계 시장의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어서다. 가령 애플과 BMW 등 고객사가 협력사에 RE100 달성을 요구하면서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이 일종의 수주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CF100이 RE100을 대체하려면 주요 기업의 전향적인 기조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이 구태여 원전을 수용하도록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RE100이 의미를 갖는 건 고객사 요구로 우리 기업도 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라며 “CF100으로 우리 기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RE100을 채택한 고객사가 CF100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CF연합에 가입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우리 기업이 RE100을 하든 CF100을 하든 세계 시장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RE100은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전 확대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발맞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제언이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내년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6,054억원으로, 올해보다 42% 이상 삭감됐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는 기존 30.6%에서 21.6%로 대폭 하향됐다. 반면, 원전은 23.9%에서 32.4%로 크게 늘었다. 재생에너지를 원전으로 대신하는 방향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하되, 과도기에는 석탄 발전을 원전으로 대체하자는 일부 국가의 원전 옹호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정부는 CF연합이 국제적인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COP의 재생에너지 3배 확대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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