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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5일 월요일

[독자 칼럼] 우리 말은 안녕하십니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2.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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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문자로 표현하는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적 문자이다. 우리 말은 사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고유한 언어라고 정의되어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떤 종류의 문화든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언어문화도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변해가는 것과 수난을 당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말이 다른 나라 사람도 아닌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먼저 MZ세대가 우리말을 줄여 사용하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낄낄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짐/ 갑분사: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 우유남: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 어쩔 TV: 어쩌라고 TV나 보라고./ 당모치: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아!/ 인구론: 인구 90%가 논다./ 취존: 취향 존중/ 갓생: 신과 인간을 합한 단어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삶/ 개취: 개인적인 취향/ 가심비: 가격 대비 마음 만족도/ 궁물: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순삭: 순간 삭제/ 알짝딱깔센: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MZ세대들은 4차 산업의 혁명과 맞물려 텍스트로 소통하기보다는 이미지와 비주얼로 이야기한다. 이들은 실제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보다는 카카오톡 커머스 플랫폼 선물을 주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MZ세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언어 또한 유행을 지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런 트렌드가 십 년 이상 지속되면 그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치인들이 우리 말을 줄여서 사용 말들도 적지 않다.

개딸: 개혁의 딸/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 답정묵비: 답은 이미 정해졌으므로 묵비권을 행사한다./ 검수완박: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이와는 다른 양상이 있는데 몇 가지만 언급할까 한다.

은행 창구에서 예금한 돈을 찾을 때, 창구직원이 “OOO님 여기 십만원 나오셨습니다”

마트에 갔을 때도 직원이 “십오만원 나오셨습니다”

식당이나 커피숍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여기 떡볶이와 단무지 나오셨습니다” 혹은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언제부터 사람이 아닌 사물에다 존칭어를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우리말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우리 아버지께서”, “저의 선배님께서”, “저의 남편께서” 등의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텔레비전에서 고위 공직자 부인이, “외국 고위 공직자 부인인 W가 저한테 OOO라고 여쭈어보시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전에도 ‘여쭈다’란 말은, ‘어른께 말씀을 올리다’로 되어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신한테 여쭈어보시더라는 말을 사용하다니. 그것도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 말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말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어느 때보다 우리 말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확산시킬 때가 아닌가 싶다.

최정원 소설가

출처 : 울산제일일보(http://www.uj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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