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분야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분야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핵 능력 고도화와 확장억제 강화 전략이 정면 충돌하는 2023년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흔히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곤 한다.

역사적 사례로 확인되는 안보딜레마의 결말은 안보불안을 느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행위가 상대국을 자극해 더 큰 군사력 증강행위로 순환, 강화되어 당초 의도와는 달리 안보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남북 경색과 북미 교착을 타개하지 못한 한반도는 미국 일극 패권에 대한 격렬한 도전이 터져 나오는 세계정세의 흐름속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적 진영 구조에 편입되어 더욱 심각한 위기로 치닫는 안보딜레마의 태풍속으로 쓸려들어가고 있다.
 
불신에 기초한 안보딜레마는 불안을 키우고, 그렇게 커져만 가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자 안보협력이 구조화되고 진영간 대립으로 확대되는 악화의 순환을 타개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3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2024 한반도 정세전망'을 개최해 한반도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북 비핵화 및 대화재개 가능성(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장)△미국·중국의 전략경쟁(민태은 연구위원) △북·중·러 연대 전망(현승수·이재영 연구위원) △북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내외 전략 및 경제 상황 평가(홍민·김진하 선임연구위원, 최지영 연구위원, 정은미 북한연구실장) △남북관계 정상화 가능성(조한범 선임연구위원)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발표되었다.

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내년 한반도 정세는 시작부터 한미일과 북중러가 각각 3국협력을 강화하는 국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적으로 안보딜레마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다. 정 실장은 어느 한 진영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같은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북미간 대화를 중재해 온 중국과 한국이 지금은 대척하는 양 진영에 있고, 지금은 대화 중재 역할을 대체할 행위자도 없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대화 자체를 거둬들인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핵능력 고도화 목표를 달성한 뒤 미국과 대등한 군축 협상을 통해 안보 목표를 일거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대화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구조적 요인과 함께 북한이 대화 재개를 불필요할 뿐 아니라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남북관계 개선 전망이 비관적이라는데는 발표자 대부분 이견이 없었다.

남북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한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통일 문제나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와 관계에서 유리한 국면이 열리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남북관계에 있어 헤어질 결심을 확실히 한 것 같다"고 짚었다.

"남북관계 교착국면은 남북한의 입장 차와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사태 등 국제정세의 영향이 반영된 복합적 요인의 결과라는 점에서 단기적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며, "북한은 향후에도 핵 능력 고도화와 대남 강경책 지속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거듭 겹화살괄호를 사용해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사실상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진하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대외·대남전략에 대한 발표에서 △신냉전 대결구도에 편승하는 '진영외교' 및 '반미' 국제연대 강화(대외전략)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전략적 무시...한국 사회 침투와 공작강도 높여(대남전략) △위기고조 전략으로 한반도 열전화 기도...중·러의 한반도 정세 연루 유인할 듯(2024 전망) 등의 제목으로 극히 비관적인 남북관계 전망을 내놓았다.
 
안보딜레마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 실장은 "안보딜레마가 강력히 작동하는 상황에서 대화 재개 자체만을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 북한에 과잉 양보를 하거나 북한의 의도를 과소평가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하면서 "2024년은 비핵화 대화 재개 자체보다 올바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바람직한 전략 환경 구축에 전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가급적 한미일 협력은 강화되고 북중러 연대는 약화되는 국면으로 정세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을 제언했다. 이어 세가지 전략적 노력, 즉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여 중러의 전략적 이해를 자극하고 △한일 안보협력이 양국 내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훼손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중국이 러북 협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여 북중러 연대 형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차단함으로써 우호적인 북한 비핵화 대화재개의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다.  

특히 최근 미국 조야 일각에서 '선 북핵능력 확대 차단 후 단계적 비핵화 추진' 취지의 군비통제(arms control) 해결책이 부상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는 북한의 전술적 책략에 악용되어 결과적으로 '완전한 북 비핵화' 실패를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간 협력이 강화되는 국면이 계속되면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평화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결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여건을 활용해 부족한 핵능력을 고도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안정적인 핵능력을 확보하면 미국과 군축 협상을 벌이려 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무엇보다 북은 중러와의 협력 공간을 궁극적 목표인 핵보유국 지위를 달성하는데도 외교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북에는 유리하고 한국에는 불리한 이런 환경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러나 북중러 연대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다. 그 점을 간과한 채 한미일 협력은 강화하면서 북중러 연대는 약화하는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영논리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로지 '상대를 압도하는 힘'으로 안보딜레마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발상 자체가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더구나 중러의 협력관계, 대립하는 미러, 미중의 심화되는 전략경쟁, 북러의 밀착과 북중러 협력에는 거리를 두는 중북 관계 등은 2024년 11월 미국대선 결과에 따라 요동치며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철저한 친미를 전략적 선택으로 강조해 온 한국이 미국 일변도에서 탈피해 대담한 전략적 방향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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