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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5일 수요일

MZ세대 대통령 탄생, 지구 반대편에서 2차 '좌파 붐'이 전개되고 있다

 [장석준 칼럼] 브라질뿐만 아니라 만년 우파 집권국 콜롬비아에서도  


 작년 12월 19일 칠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정당연합 '존엄을 인준하라' 소속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가 극우파 호세 카스트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로써 칠레에는 피노체트 군부독재의 경제사회적 유산과 타협하던 기존 사회당-기독교민주당 세력보다 더 왼쪽에 선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선거로 집권했으나 1973년 쿠데타로 무너진 살바도르 아옌데 인민연합 정부의 맥을 잇는 정부의 출현이며, 2019-2020년 대중항쟁으로 시작된 새 헌법 제정 절차에 날개를 달아주는 칠레 민중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중남미 대륙 전체를 놓고 봐도 중대한 사건이다. 2000년대에 중남미 각국에서 좌파 세력이 연쇄 집권하면서 '라틴아메리카 좌파 붐' 혹은 '분홍색 물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 흐름은 2010년대 들어 우파, 그것도 극우파 집권 붐이라는 반격에 자리를 내주는 듯 했다. 특히 2016년에 지역 내 최대국 브라질에서 노동자당(PT) 소속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탄핵을 받아 물러나자 좌파의 패배, 극우파의 승리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듯 보였다.  


지금 이것이 다시 정반대 추세로 바뀌고 있다. 사회주의운동당(MAS) 소속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쿠데타로 쫓겨났던 볼리비아에서는 모랄레스의 후계자 루이스 아크레가 2020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었고, 20년 전에는 정작 좌파 붐에서 비껴 있던 페루에서도 작년에 급진좌파 성향의 페드로 카스티요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대륙에 다시 한 번 분홍색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2000년대보다 더 강력한 것 같다.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지역 내 또 다른 대국 멕시코에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애칭 암로AMLO)이 이끄는 좌파 성향 정부가 들어서 있다. 암로의 멕시코는 좌파 페론주의자들이 다시 집권한 아르헨티나와 함께 미 제국 남쪽에서 제국에 종속된 운명을 거부하는 세력들의 두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좌파 붐의 또 다른 고리인 칠레에서는 대중운동의 활기로 무장한 신진 좌파가 '분홍색 물결'을 더욱 붉은 색에 가깝게 만들고 있다.


 

이 흐름은 새해에도 계속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2000년대 좌파 붐을 오히려 예고편으로 만들어 버릴 대변화의 해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올해에 대선-총선을 앞둔 두 나라,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민중에게 그 답이 달려 있다.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가브리엘 보리치(35)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뿐만 아니라 만년 우파 집권국 콜롬비아에서도


 

브라질에서는 10월 2일에 대선이 있다. 연방 대통령뿐만 아니라 연방 하원의원도 뽑고, 주지사, 주의원도 선출한다. 브라질 사회의 지형을 크게 바꾸는 그야말로 '총'선거다.


 

한데 대선 결과는 이미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위기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보든 노동자당의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 가운데에서 압도적인 1위다. 지지율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니 결선투표에서 둘이 맞붙을 경우의 판도도 보나마나다. 브라질과 아시아 어느 나라 축구팀이 겨룰 때처럼 결과가 너무 빤하다.


왜 이렇게 됐나? 이미 언론에도 많이 보도된 것처럼,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극우파 보우소나루 정부의 실정이다.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AIDS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가짜 뉴스나 소셜 미디어에 퍼 나르니 코로나 대응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정부의 무능과 방조로 브라질이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팬데믹의 최대 피해국이 되자 사법 당국의 대통령 수사가 시작됐고 의회는 다시금 탄핵 준비에 들어갔으며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의 반쪽만을 설명한다. 보우소나루의 추락은 설명해도 하필 룰라 전 대통령이 그 대안으로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까지는 말해주지 못한다. 룰라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그것은 한때 비리 혐의로 투옥되기까지 했던 룰라가 작년 봄에 연방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무효 결정을 받으면서였다. 물론 룰라가 선거 출마 자격을 되찾아서 지지율이 오른 것이기도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룰라에게 쏟아진 비리 의혹이 대부분 근거 없음이 밝혀진 데 대한 대중의 화답이기도 하다.


 

룰라의 투옥도, 호세프의 탄핵도 이렇게 온통 의문투성이인 사건들이다. 노동자당, 공산당(PCdoB), 사회주의자유당(PSOL)만 빼고 상하원 내 모든 정당이 갑자기 거국연합을 결성해 노동자당 장기 집권을 만 14년으로 강제 종료시켜 버렸지만, 여러 모로 무리한 음모였고 더군다나 대안조차 준비되지 못한 파괴 행위였다. 노동자당 정부를 몰아내기는 했지만 막상 기득권 정당 중 어디에도 대선에서 노동자당 후보를 이길 카드가 없었다. 덕분에 군부 쿠데타를 찬양하던 괴짜 극우파 보우소나루가 돌연 유일한 선택지로 부상했고, 그 결과가 지금 브라질의 이 바이러스 참극이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볼 때, 올해 브라질 총선에서 룰라와 노동자당 및 그 연합 세력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억지 탄핵까지 관철시킨 브라질 기득권 세력이니 중간에 또 뭔 짓을 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현재 분위기는 그렇다.


이런 브라질 상황은 중남미의 제2차 좌파 붐에 결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멕시코,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구 2억의 브라질에도 좌파 정부가 들어선다면, 한때 대반격을 겪었던 분홍색 물결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강하게 부활했음이 한층 분명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룰라 제3기 정부가 과거의 노동자당 정부보다 훨씬 더 급진적일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라질의 지정학적 위상이다. 2000년대에도 그랬지만, 브라질의 정권이 어떤 색깔인지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선택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때에도 브라질에 룰라 정부가 있었기에 베네수엘라의 실험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었고 볼리비아에서도 쿠데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2020년대의 브라질 룰라 정부도 최소한 이 정도 역할을 할 것이다.
 


한데 제2차 좌파 붐이 제1차보다 더 강력해지리라 전망하는 것이 단지 브라질 때문만은 아니다. 또 한 나라가 더 있다. 바로 콜롬비아다.


 

콜롬비아. 제1차 좌파 붐 와중에도 중남미 우파의 버팀목으로 남아 있었던 나라. 우리에게는 이미 전설이 된 끔찍한 마약상들을 그린 영화나 TV 드라마로 더 잘 알려진 나라. 최근까지, 아니 사실은 지금도 밀림에서 정부군과 마약 카르텔, 좌파 게릴라, 극우 민병대가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모를 이전투구를 거듭하는 나라.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작가(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극우 깡패의 협박을 받아 망명을 떠나야 했던 그 나라 말이다. 바로 이 콜롬비아도 3월 13일에 총선을 실시하고 두 달 뒤인 5월 29일에는 대통령을 선출한다.
  


한데 두 선거를 앞둔 콜롬비아의 여론조사 결과들이 심상치 않다. 좌파 정치세력들이 모여 만든 정당연합 '역사적 협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다. 페트로는 2018년 대선에서는 결선투표까지 가서 이반 두케 현 대통령과 맞붙었던 인물이다.
 


한편 총선 결과를 예고하는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도 '역사적 협약'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2위 역시 우파가 아니라 녹색당 등이 결성한 중도좌파 성향의 '희망 연합'이다. 마치 칠레처럼, 지금 콜롬비아에서도 몇 세대에 한 번 있을만한 커다란 변화의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콜롬비아 - 칠레처럼 대중투쟁을 기반으로 체제 교체를 향해
 


콜롬비아 정치는 2000년대 초까지도 보수당과 자유당이라는 전통적 양대 정당이 양분하고 있었다. 저 멀리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벌어질 때에 총 들고 내전까지 벌였던 두 당은 1960년대부터는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부패한 정치 체제를 공동 관리했다. 1960년대에 좌파 게릴라 활동이 시작된 것도, 1980년대에 메데인과 칼리, 두 전설적인 마약 카르텔이 부상한 것도 다 이러한 부패한 양당 독점 정치 아래에서였다.


 

그러나 양당 독점 체제는 중남미 다른 나라들에서 좌파 붐이 일던 그 시기에 서서히, 아주 서서히 와해되기 시작했다. 자유당 출신이지만 보수당의 극우 이미지를 빼앗으며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 알라보 우리베(2002-2010년 대통령 역임)가 보수당이 차지하던 정치 공간을 차지하면서 양당 독점 구도의 구심력에 변화가 일었다. 자유당과 보수당의 당세는 급격히 위축됐고, 선거 때마다 의회 내 기득권 정파의 합종연횡이 거듭됐다.


 

이런 기성 세력의 자중지란만 변화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변화를 더욱 앞당기려 한 노력들이 있었다. 원내 소수파이지만 대선에 계속 제3후보를 내 만만치 않은 지지를 받은 정치세력들이 있었다. 좌파 게릴라 중 제2의 세력이었다가 1980년대 말에 합법 정치 활동으로 전환한 '4월 19일 운동'의 후신 격인 '대안민주기둥'(PDA, 이하 대안민주기둥당)이 그런 세력이고, 녹색당도 비슷한 활동을 펼쳤다. 

페트로 후보도 대안민주기둥당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1960년생인 그는 불과 18살의 나이에 '4월 19일 운동'에 합류해 무장 투쟁을 벌였고, 이 때문에 18개월간 감옥살이도 했다. '4월 19일 운동'이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은 뒤에는 지방의원부터 시작하며 정치 경력을 쌓았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마침 전통적 양당 정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그는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정치가로 부상했다. 2002년에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옛 게릴라 동지들과 협력해 대안민주기둥당을 창당하는 데 앞장섰고, 언론에서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더 알린 것은 마약상들과 결탁한 우리베 정부의 부패에 맞선 목숨을 건 폭로전이었다. 콜롬비아에서 '목숨을 건'이라는 말은 결코 허세나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마약 카르텔의 협박도 페트로의 행보를 막지는 못했다.


 

페트로는 여세를 몰아 2010년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대안민주기둥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이때 그는 당 내 주류보다 더 급진적인 민주적 사회주의 노선을 주창하며, 잔존 좌파 게릴라와의 평화 협정을 통한 내전 종식, 조직범죄 근절, 사법부 부패 청산, 토지 개혁 등을 주창했다. 이변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로 선출된 그는 본선에서는 9.1%를 득표했다. 이 성과를 발판으로 페트로는 수도 보고타 시장에 당선됐고, 2010년대의 많은 시간을 우파 중앙정부와 대결하며 자신의 개혁 공약을 실현하는 데 보냈다.


 

그 사이에 당적도 바뀌었다. 대안민주기둥당 내 주류의 온건 노선과 빈번히 충돌하던 그는 결국 탈당하여 독자 조직을 결성했다. 2018년 대선에서 이 조직의 이름은 '진보 운동'이었고, 지금은 '인간적인 콜롬비아'이다. 이 조직이 좌파 게릴라 '콜롬비아 혁명군'(FARC)의 후신인 합법 조직 '커먼스', 콜롬비아 공산당, 대안민주기둥당 등의 다른 좌파 정치세력들과 함께 만든 정당연합이 '역사

적 협약'이다. 전에는 함께 모이기 거의 불가능했던 세력들이 페트로 후보를 중심으로 모인 것이다.
 


아니, 페트로 덕분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콜롬비아에서 계속된 치열한 대중투쟁이다. 2018년 대선에서 변화의 열망이 확인됐지만 실현은 되지 못한 뒤에 민중은 투표소가 아닌 거리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계속했다. 칠레에서 대중항쟁이 일어난 것과 같은 때인 2019년 말-2020년 초에 콜롬비아 혁명군과의 협상에 미온적인 두케 정부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다. 이 운동은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1년 4월에 간접세 인상과 의료 사유화 따위를 포함한 두케 정부의 사회'개혁'안에 맞서며 다시 폭발했다.


 

두 항쟁 모두 폭력 진압 탓에 격렬한 양상을 띠었다. 2019년에도, 2021년에도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격랑 속에서 페트로가 속한 정당 '인간적 콜롬비아'는 거리의 민중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입장을 취했다. 현재 페트로 후보의 핵심 공약인 공공의료 확대, 금융 공공성 강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토지 개혁 등은 지난 몇 년간 거리에서 시민들이 외친 요구들이다. 대중투쟁의 열기를 바탕으로 기성 정치를 뒤엎으며 새로운 경제사회 체제로 나아가려는 이러한 몸부림은 안데스 산맥 반대쪽 끝에 자리한 나라, 칠레의 최근 모습과 판박이다.


우리와 같은 위기의 시간 속에서 같은 과제에 도전하는 그들


 

이것이 올해에 중대한 선택의 순간들을 맞이한 중남미 대륙 상황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소식을 전하면, 으레 따라붙는 반응이 있다. 라틴아메리카 좌파는 우리의 참고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더 심하게는, 한국보다 못한 나라의 사례를 왜 마치 모범처럼 소개하느냐는 반문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서유견문'의 시간대에 갇힌 사고일 뿐이다. 남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는 것은 그게 꼭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전범이어서가 아니다. 배우기로 따지면, 남에게서는 아예 배울 수 있는 게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모두가 모두에게 배워야 하는 법일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다른 나라의 이야기들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다만, 이제 지구 위의 모든 이들이 같은 위기의 시간을 살며 같은 과제를 풀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의 보리치 당선자가 약속한, 그리고 콜롬비아의 페트로 후보가 공약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는 기후 위기에 맞서 새로운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북반구 국가들이 남반구에 강요하는 자원 추출 중심 경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시대의 종말을 열망하는 이들의 최대 악몽은 지금도 목장을 넓히기 위해 불타고 있는 아마존 열대 우림이며, 룰라의 당선이란 그 우림을 그나마 성실히 지켰던 정권의 복귀를 뜻한다. 이것은 브라질만이 아닌 지구의 허파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저들의 과제는 곧 우리의 과제다. 우리는 공동의 운명 속에서 함께 좌절하며, 다시 함께 전진한다. 그렇기에 라틴아메리카의 두 번째 분홍색 물결은 '우리'의 이야기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051023397836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수요시위 30주년..“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될 때까지 변함없이 외칠 것”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1/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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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성노예제 문제가 해결되는 날까지 우리는 변함없이 외칠 것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5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린 1,525차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하 수요시위)’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 2022년 1월 5일 1,525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날로 수요시위는 30주년이 됐다. [사진출처-한국진보연대]

 

수요시위는 이날로 30주년을 맞았다.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한국정신대책문제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 회원 30여 명이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로부터 시작했다. 그에 앞서 1991년 8월 14일에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으나 일본은 여전히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비롯한 범죄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수요시위에서 “기막힌 세월, 경이로운 여정, 믿기지 않는 시간”이라며 30년을 돌아보면서 “30년 세월 동안 일본대사관 앞 거리는 만남과 소통의 장, 이해와 공감의 장, 기억과 교육의 장, 상호돌봄과 상호권한 부여의 장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진정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역사를 지우고 피해자들을 모욕하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와 설치방해를 노골적으로 감행해왔다”라면서 일본을 비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이날 영상으로 수요시위 30주년 소회를 밝혔다. 이옥선 할머니는 특히 “일본은 우리를 강제로 끌고 가서 고생시킨 적이 없다고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라는 것, 그게 반성”이라고 짚었다.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1,525차 수요시위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했다. [사진제공-진보당]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후보는 수요시위 자유발언에서 “지난 30년간 피해자들과 청년, 대학생 등 시민들은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으나, 한국 정부는 피해자와 시민에게만 외롭게 시위를 맡겨두고 관심을 쏟지 않았다”라며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수요시위 30주년은 신발 끈을 다시 묶는 날이다. 우리의 질주는 결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라면서 “앞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끝까지 해결될 때까지 더 큰 힘을 모아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신발 끈을 바짝 묶어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약 300여 명의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수요시위를 마치고 외교부까지 행진했다. 

 

한편 이날 수요시위는 보수단체들이 기존 수요시위 장소인 평화의소녀상 앞에 집회신고를 먼저 내 자리를 선점하면서 소녀상 앞이 아닌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진행됐다.

 

▲ 1,525차 수요시위 모습 [사진출처-한국진보연대]  

2022년 1월 4일 화요일

낯선 법률 용어·일본식 표현, 쉽게 바뀐다


낯선 법률 용어·일본식 표현, 쉽게 바뀐다

법무부 소관 등기특별회계법 등 4개 법률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일반 국민들에게 낯선 법률 용어와 일본식 표현이 쉬운 우리말로 바뀐다.

법무부는 4일 소관 4개 법률인 등기특별회계법, 민사소송비용법,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법률 속 용어 중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 등이 국민의 법 접근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법무부는 4개 법률에 대해 법 문장 표기를 한글화하고,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며, 간결하게 다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수봉(收捧)’은 ‘징수’, ‘해태(懈怠)한’은 ‘제때 하지 아니한’, ‘고(告)하고’는 ‘알리고’ 등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한자어가 우리말로 변경된다.

한글 기재만으로 이해가 어렵거나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도 함께 기재했다. ‘잉여금(剩餘金)’, ‘세입(歲入)’, ‘반대급부(反對給付)’, ‘산정(算定)’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외에 일본식 표현이거나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꼽힌 △수입할→받을 △신청함에 있어서→신청하는 경우 △운반에 요한→운반에 필요한 △정하는 바에 따른다→정한다 △기하기 위하여→도모하기 위하여 등으로 각각 정비했다.

법무부는 또 법원에 출석한 증인·번역인 등의 일당을 70원 이내로 한정하는 등 현실과 맞지 않는 민사소송비용법의 일당·여비 규정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한 금액의 한도 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개정해 현재 물가 수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은 법률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권리·의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법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및 신뢰성을 높여 ‘국민과 함께하는 법문화’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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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0QHMQDVT

2022년 1월 3일 월요일

[강상헌의 심우도] 대세라지만, 그래도 불편한 이 말 ‘플랭카드’

 

[강상헌의 심우도] 대세라지만, 그래도 불편한 이 말 ‘플랭카드’

    &nbsp;강상헌 언어철학자·우리글진흥원 고문
    ▲  강상헌 언어철학자·우리글진흥원 고문

     

    개인방송과 블로그, 짹짹이와 얼굴책에다 무슨 튜브까지 어마무시 많은 매체(미디어)들이 대중매체(매스미디어)의 왕년 역할을 잠식한다. 돈벌이 짱짱했던 방송사 신문사들 얼굴 샛노래진다. 상상이나 했을까.

     

    ‘시민 모두 기자다.’ 외친 오마이뉴스를 넘어, 할 말 있는 모두가 언론사가 된다. ‘언론과의 전쟁’이랄 만큼 일부 매체, 특히 조선일보와 맞짱 뜨기 마다않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모두 언론사가 되어 도와 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정치까지, 개벽 같은 변화다.

     

    내 뜻, 내 권리 으르는 집회 많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일 터. 그 앞줄의 ‘약방의 감초’가 이것이다. 보기 중 ‘이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귀하는 무엇을 고르실까? △플랭카드 △프랭카드 △플랜카드 △프랑카드... 실은 10년 전 쯤 필자가 ‘미디어오늘’에 썼던 글의 주제다.

     

    말과 글의 시비(是非) 다룬 연재기사였다. 또 이를 쓰는 이유, 우선 아직 ‘이것’이 혼동의 와중(渦中)에 있다. 둘째 할 말 많은 사람, 영향력 큰 (개인)매체 많아지며 ‘이것’의 정치력도 함께 커졌다.

    시위나 행진 때, 사람 수는 적어도 이건 커야 한다. 없거나 작으면 ‘그림’이 안 된다. 추상적이지만, 힘은 구체적인 ‘그 공간’에 올려야 하는 것이다. 영상시대 거리정치학의 새 풍경이다.

     

    보기 4개 다 틀렸다. 원래 말은 placard다. 미국사람은 백이면 백 [플래카드]라고 읽는다. ‘의외’(意外)라 할 이도 있겠다. 플랭카드로 알았는데... 인터넷 공간, 대충 검색해도 플랭카드가 더 많다. 프랭카드 플랜카드도 꽤 나온다.

     

    왜 플래카드가 플랭카드로 퍼졌을까? 그릇되게 전해진 말 즉 와어(訛語)에는 이유나 근거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내역을 짐작 못한다. 신기한 한국적 외래어 현상이다.

     

    ‘굳어진 우리말’이니 그냥 쓰자는 이도 있다. 언중(言衆)이란 대중들 언어의 대세를 따르는 법이란다. ‘하늘로(비행기로) 운반한다.’는 공수(空輸)란 단어의 엉뚱한 활용사례나, 자동차 바퀴정렬 얼라인먼트를 얼라이먼트라고 (잘못) 쓰는 것과도 흡사하다.

     

    글로벌 세상, 이제 우리 주위에 외국인들 많다. 그들은 [플랭카드]를 모른다. 외국에서 온 말이면, 특별한 이유 없으면, 외국인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낫지 않을까? 우리가 외국에 갈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마음 불편한 이런 언어현상, 다른 케이스도 꽤 된다.

     

    플래카드 말고, 현수막(懸垂幕)이라는 (우리)말을 쓰자는 이들도 있다. 수긍은 가나, 현수막은 위에 걸어서(懸) 아래로 내려 펼치는(垂) 형태이니 적절한 구별이 필요하겠다.

     

    이 정치도구, 옛 물건이지만 디지털 새 상황에서 다시 주목 받는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2022년 1월 2일 일요일

    멈출 수 없는 삶, 기후 위기 멈춰야 산다

     

    등록 :2022-01-03 04:59수정 :2022-01-03 09:21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①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
    한국사회 여섯 가지 주요 의제
    시민들의 제안, 후보가 답하다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송현대 대전 유성소방서 소방위와 송주연 주부·독서토론 강사, 강영진 롯데칠성 EHS 팀장, 조태현 재활용품 수집·운반 노동자.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송현대 대전 유성소방서 소방위와 송주연 주부·독서토론 강사, 강영진 롯데칠성 EHS 팀장, 조태현 재활용품 수집·운반 노동자.
    선거의 주인공은 유권자다. 언론은 늘 유권자보다 후보의 말에 집중해왔다. <한겨레>는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가 아닌 유권자들의 말에 더 주목해보려 한다. 향후 한국 사회를 꿰뚫을 여섯 가지 의제를 정하고, 그 의제와 삶이 맞닿은 유권자 100여명의 심층 인터뷰를 소개할 예정이다. 유권자가 자신의 경험과 함께 대선 후보에게 공약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한겨레>는 이 제안을 각 후보 캠프에 보내 답변을 받는 형식이다. 이렇게 완성된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기사가 매주 월요일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첫번째 의제는 기후위기다. 이 의제는 20대 대선과 맞물려 비로소 우리 일상과 경제·산업 현장에 대대적인 전환을 요구하며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겨레>가 만난 시민 27명은 기후위기에 따라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목소리는 절실하고, 또 절박했다. 새 정부가 빨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열과 혁신으로 21C 신화창조’

    지난 12월27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부산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공장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었다. 쓰인 단어가 모두 지난 세기를 떠올리게 했다. 1974년 결성된 조합은 그해 10월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강변의 버려진 땅 25만㎢(7만6천평) 부지에 공장을 세웠다. 이곳에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의 운동화 염색을 하는 2~3차 하청업체 50곳이 모여 있다. 염색에는 고온의 수증기가 필요해서 석탄보일러로 물을 끓여야 한다. 작은 기업들끼리 보일러 운영과 폐기물 처리 등을 함께 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조합을 만들었다. 섬유 염색 산업단지들이 대부분 이렇게 공동 운영을 한다. 이 조합에서 3천명 노동자가 삶을 걸고 일한다.

    30여년째 섬유 염색 산업에 종사해온 김병수(60) 조합 이사장은 푸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기후변화요? 기후변화만 아니면 그냥 하던 대로 석탄 때고 싶죠. 하지만 석탄이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한다고 하니, 더 이상 그럴 수 없잖아요.”

    1990년대까지 수출효자상품으로 꼽혔던 섬유 염색 가공업은 2000년대 들어 후발주자 국가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며 경쟁력이 꺾였다.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줄면서 위기는 더 커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1991년 준공 이후 30년 동안 조합을 묶어서 지탱해주던, 조합의 소중한 공동 자산인 석탄보일러 2기가 애물단지가 됐다는 점이다.

    조합은 매달 러시아 석탄 5천톤을 석탄보일러로 태워 만든 수증기 2만3천톤으로 염색을 해왔다. 하지만 석탄보일러는 온실가스 배출 시설로 낙인찍혀 퇴출 대상이 됐다.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힌 것이다. 석탄 가격도 계속 오르는 중이다. 대신 친환경 보일러라는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까닭이다.

    “증기 사용비로 (조합 소속) 각 업체가 매달 6500만원 정도씩 내고 있는데, 가스보일러로 바꾸면 그 비용이 더 오를 겁니다. 하지만 석탄 가격이 지난 2년 동안 3배로 올라서 이미 변동 폭이 너무 크지요.” 조합 박환희(59) 전무이사의 말이다. 김 이사장과 박 전무이사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400억원 들여 만든 석탄보일러를 무조건 없앨 수도 없지 않습니까. 몇백억원 하는 친환경 보일러를 새로 들이는 건 꿈도 꾸지 못합니다. 중소기업들보고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말 좀 해달라는 겁니다.”


    김병수 부산패션칼라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12월27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부산패션칼라산업단지 안 석탄발전소 건물 앞에 서 있다. 부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병수 부산패션칼라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12월27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부산패션칼라산업단지 안 석탄발전소 건물 앞에 서 있다. 부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30년 소중한 공동 자산이 애물단지로

    섬유 산업뿐만이 아니다. 시멘트와 자동차 제조업을 빼고 섬유를 포함한 반도체, 발전, 석유화학, 철강 등 19개 업종에서 대기오염물질 20톤 이상, 폐수 700㎥ 이상 등과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형사업장이 전국에 1400곳이나 된다. 환경부는 발전·증기업·폐기물소각업을 제외한 산업용 보일러에 대해 사용하는 연료의 70% 이상이 액화천연가스(엘엔지·LNG)인 친환경 설비를 갖추도록 권장한다. 문제는 국외에서 이미 엘엔지 또한 확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들여 엘엔지 가스보일러로 섣불리 전환했다가 곧 또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보일러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산업 현장은 혼란스럽다. 기후위기를 앞두고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수소가 미래라고 하니까 업계에서는 ‘우리도 수소 보일러로 바꿔야 하나’ 이런 말들도 나와요. 그런데 수소는 너무 먼 미래 일이니 일단 가스보일러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가스보일러가 또 쓸모없어질 수도 있고요. 그러니 정부가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이 바른 결정을 하도록 길을 알려주고 비용 지원도 서둘러 달라는 겁니다.” 조합 김병수 이사장이 말했다.

    석탄으로 쇳물을 분리하는 주물업체 다산주철 대표인 김종태(60) 대구경북주물협동조합 이사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 정책을 중소기업도 따라가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한다.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느끼고 있다”면서도 “중소기업에는 아직 생소하고 준비가 덜 된 문제이기도 하다.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줄일지 교육도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력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올해부터는 경제·산업·금융계의 정책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사명을 밝히지 않은 재생에너지 관련 대기업에 종사 중인 정규창(41)씨는 “재생에너지 제조업뿐만 아니라 발전사업·운영과 유지보수업·건설업·금융업 등이 연계해 재생에너지 산업의 투자가 늘고 고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 현장도 불안함 투성이다. 친환경 소비재를 판매하는 ‘러쉬코리아’의 박원정(47) 이사는 “음식만큼 화장품의 원료도 자연에서 구하는데, 기후변화로 습도가 높아지거나 생물다양성이 훼손될 경우 타격을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울산의 수소선박개발업체인 빈센의 이칠환(49) 대표이사는 “국가 소유 선박에 수소연료전지를 추진하는 등 국외 표준화에 대비하는 기회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과거와의 이별을 위해서, 어떤 이들에게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민 김성만씨가 지난 12월24일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에서 문어 수확량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삼척/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어민 김성만씨가 지난 12월24일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에서 문어 수확량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삼척/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급변하는 어획량에 신음하는 어촌

    이렇게 산업 현장은 과거와 미래를 두고 혼란과 불안함에 휩싸여 있지만, 농어촌 1차 산업 현장은 그야말로 기후위기가 눈앞에 들이닥쳐 있다. 지난 12월24일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 앞 직판장. 어민 김성만(63)씨가 대문어 한 마리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3년 전쯤에는 아들이랑 선원이랑 셋이 조업을 나가면 많을 땐 하루 100㎏씩도 문어를 건져서 왔거든요. 요즘은 똑같이 나가서 10~20㎏ 정도 잡아 옵니다.”

    원덕읍 주민들에게 삼척 앞바다 문어는 삶을 지탱해주는 자산이다. 김씨도 10대 때부터 학교 공부 대신 아버지에게 조업을 배웠다. 통발 속 문어를 건져 올린 뒤 다시 미끼를 풀어 투망하는 작업을 40여년 동안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녀 교육을 마쳤고, 지금도 살아간다.

    40여년 동안 한결같던 문어가 2~3년 전부터 드문드문 잡히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어획량이 5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보통 12월부터 이듬해 3~4월까지는 문어가 산란을 위해 연안 바다의 얕은 물까지 올라오곤 했는데, 이런 문어도 요즘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 40년 동안 문어 어획량에 등락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요즘처럼 현저하게 어획량이 줄어든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와 주민들은 그 원인으로 동해의 고수온 현상을 의심하고 있다. 수온 변화에 민감한 어종인 문어가 바닷물의 온도가 점점 따뜻해지자 더 깊은 바다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설명을 보면, 196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연근해의 표층 수온은 약 1.23도 올랐다. 특히 동해가 1.43도로 가장 많이 올랐다. 통계청의 ‘2020년 어업생산동향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연근해의 문어류 생산량은 2015년 이후 증감을 반복했는데 2020년에는 전년 대비 8.4% 줄었다.

    김씨와 주민들은 원덕읍에 2017년 들어선 한국남부발전의 석탄발전소인 삼척빛드림본부 또한 수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발전소 터빈을 식히는 데 쓰인 바닷물이 다시 바다로 유입되면서 주변 수온을 올린다는 것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사로부터 받은 ‘발전사 온배수 현황’을 보면,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발전소 온배수 배출량은 399억2500톤이다. 발전소 열을 식힌 바닷물은 취수 전보다 7.2도 높아진 상태로 배출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어획량 변동 원인이 수온 상승에 의한 것인지 아직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원인을 특정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인성 박사는 “동해가 동·서·남해 중에서는 수온 상승률이 가장 높은 해역은 맞다”면서도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종은 수산 정책이나 불법 어업 , 남획 등 다양한 조건들에 의해서 어획량이 변화하고 있다 . 딱 수온 변화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김종태 대구경북주물협동조합 이사장, 박원정 러쉬코리아 이사, 김명준 제주 농민, 김봉용 전남 구례 수해 피해 주민.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김종태 대구경북주물협동조합 이사장, 박원정 러쉬코리아 이사, 김명준 제주 농민, 김봉용 전남 구례 수해 피해 주민.

    하지만 어업 환경이 달라진 건 문어 어획량이 줄어든 삼척만이 아니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동해와 남해, 서해 어민들은 자신들의 어장에서 공통적으로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동해에선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개체 수가 늘어난 해파리로 인한 양식장 폐사율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남해에선 굴이, 서해에서는 바지락이 전처럼 영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경남 통영에서 굴을 양식하는 강경두(57)씨는 “지난해 굴의 성장 자체가 한달 정도 늦었고 절반 정도는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남았다”며 “10헥타 규모의 양식장을 운영 중인데 40~50%가량의 굴이 집단폐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서 정치망(그물에 테와 깔때기를 단 어구) 어업을 하는 김성호(53)씨도 “오징어, 광어, 농어 등을 양식하는데 지난 여름에 해파리가 들어가서 고기 자체를 죽이고 선도를 떨어뜨렸다. 작업 시간도 30분이면 끝날 거를 4∼5시간 온종일 건져내곤 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서 굴·바지락·감태를 양식하는 어민 박정섭(65)씨는 “날씨가 춥고 수온이 적정하게 맞으면 바지락이 푹푹 영글고 맛이 좋은데 작년엔 평소처럼 영글지 않고 맛이 쓰더라”라고 말했다.

    삼척의 문어잡이 어민 김성만씨는 이번 대선 때만큼은 어업인 지원에 대한 정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어획량 감소로 인해 어민의 삶과 어촌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어업인의 생계를 지원하고 어업 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데 바다 쪽 정책은 하나도 반영을 안 하니 젊은 사람들이 어촌에 안 오려고 하지요. 바다에 고기가 안 나면 우리 어업인들은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정부에서 사람들이 살게끔 터를 만들어줘야 해요. 어업인들에게 수당을 지원해주고, 이런 일들이 수온 변화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면 좋겠습니다.”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김백민 부경대 교수, 경남 통영서 굴을 양식하는 강경두씨, 김병수 부산패션칼라협동조합 이사장.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김백민 부경대 교수, 경남 통영서 굴을 양식하는 강경두씨, 김병수 부산패션칼라협동조합 이사장.
     
    눈앞의 위기와 싸우는 농촌

    농촌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명준(46)씨는 제주도 서귀포 남원읍 노지에서 15년가량 극조생귤과 조생귤을 재배해왔다. 학교에도 납품할 만큼 건강한 무농약 귤이지만 곧 6611㎡(2천평) 규모의 하우스에서 천혜향과 한라봉만 재배할 계획이다. 감귤 가운데 가장 이른 10월께 수확을 했던 극조생의 상품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봐서다.

    문제는 고온다습해진 날씨다. “지난 9월 내내 비가 내렸거든요. 햇빛을 못 보고 비를 맞으니 귤 맛이 싱거워지고 껍질이 떠서 상품 가치가 없어졌어요. 90%를 폐기했죠. 날이 더워지면 잎말이나방 같은 벌레도 잘 죽지 않아요.”

    제주연구원의 지난 11월 제주경제통계를 보면, 지난해 노지귤 출하량은 23만4790톤으로, 2018년(27만5889톤)과 2019년(25만5820톤)보다 줄었다. 아버지에 이어 감귤 농사를 하는 김씨는 제주대 친환경학과에서 23명의 학우들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작물 재배 방법을 공부 중이지만 여전히 무력함을 느낀다.

    쌀농사도 사정은 좋지 않다. 전북 정읍에서 신동진벼를 재배하는 농민 박형용(46)씨는 “2020년 여름 최장 기간 장마로 최악의 흉년을 겪었다”며 “최근 2~3년 사이 사나운 날씨가 일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농어촌을 위한 대책은 매번 뒷전으로 밀린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농어촌 인구 비중이 적어 ‘유의미한 목소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 가구에서 농·림·어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5%대다.

    농어민들은 득표수 계산에 몰두하는 후보가 아니라 ‘식량주권’을 지킬 후보를 원한다고 강조한다. 식량 고갈의 위험이 늘어나는 기후위기 시대에 먹거리는 안보와도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쌀은 모자라면 굶어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자산이에요.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길 문제가 아니거든요.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고 해마다 계획을 세우면서 수행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박형용씨가 말했다.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삼척 어민 김성만씨, 충남 서산 어민 박정섭씨,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박진호씨, 서울대 원자책공학과 대학원생 김재성씨.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삼척 어민 김성만씨, 충남 서산 어민 박정섭씨,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박진호씨, 서울대 원자책공학과 대학원생 김재성씨.
     
    이상기후가 부른 재난

    이상기후는 폭발적인 피해를 남긴다. 2020년 8월8일 전남 구례에는 ‘500년에 한 번 올 만한’ 폭우가 쏟아졌다. 1년 강우량(1200㎜)의 40%가 넘는 비(500㎜)가 이틀 만에 왔다. 50가지 채소를 길러내던 구례 주민 김봉용(55)씨의 비닐하우스와 330㎡(100평) 남짓한 농산물 유통 사업장도 물에 잠겼다. 그날 이후 김씨는 동업자이자 구례 주민인 신동일(56)씨와 함께 정부세종청사와 국회, 거리를 오간다. 수해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를 열고, 국정감사장으로 출석하며 꼬박 1년을 보냈다.

    기후에 따른 재난은 빈도와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대형 산불이나 국지성 호우 같은 재난은 시민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치지만, 재난에 맞서는 소방관들에게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한다. “2019년도였던 것 같아요. 여름에 폭우가 내려 지리산 피아골 야영객이 물에 빠졌는데, 구조하러 갔던 저희 직원들이 순직했습니다. 호우 피해 현장 출동 과정에서 도로 유실로 사망한 대원도 있었고요.” 대전 유성소방서 구조대에서 일하는 송현대(46) 소방위의 말이다.

    이들은 더는 재난을 손쓸 수 없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관리와 예방이 가능한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변화에 맞게 재난 대비체계를 수립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댐 관리 정책과 재난 관리 시스템이 낡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요. 기후변화가 문제라고 하면서 매뉴얼은 왜 아직도 그대로인가요.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체계로 전면 재정비해야 합니다.” 김봉용씨가 말했다.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서울 신도고 학생 이지우씨, 전남 구례 수해 피해 주민 신동일씨, 전북 정읍 농민 박형용씨, 양성영 재활용품 수집·운반 노동자.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서울 신도고 학생 이지우씨, 전남 구례 수해 피해 주민 신동일씨, 전북 정읍 농민 박형용씨, 양성영 재활용품 수집·운반 노동자.
     
    일상 속 쓰레기부터

    지역과 산업 현장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선 결국 도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송주연(42)씨는 그런 책임감을 지니고 사는 주부이자 독서토론 강사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 셋과 학생들 앞에서 서면 늘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쓰레기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고 했다. “분리배출이라도 잘되도록 현실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해요. 재활용 연구 조직도 필요하고요.”

    기업도 송씨와 같은 시민들이 늘고 있음을 체감한다. 강영진(40) 롯데칠성 환경·건강·안전(EHS) 팀장은 “화려한 포장을 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이거 괜찮냐’는 반응이 나온다”며 “그동안 포장재 개발을 할 때 안전성과 외관을 고려했는데, 여기에 환경이 추가되어서 페트병을 녹색에서 무색으로 전환하고, 음료 전 제품에 에코절취선을 적용했으며, 재활용이 쉽도록 페트병 라벨에 열알칼리성 분리 접착제를 국내 최초로 테스트하고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허망한 결과로 이어질 때가 있다. 충북 청주의 재활용품 수집·운반 노동자 조태현(51)씨는 여전히 쓰레기가 늘고 있음을 매일 체감한다고 했다. 새벽 2시부터 일을 시작해 보통 오전 9~10시에 퇴근했는데, 요즘에는 오후 1~2시까지도 일을 한다고 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20년 하루 플라스틱류 생활폐기물은 2019년에 견줘 18.9% 더 많이 배출됐다. 게다가 시민들이 애써 분리배출한 재활용 자원이 수집·선별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 “옛날식 분리수거 차량을 계속 쓰니까 별도 공간이 없어서 따로 버린 투명페트병이 제대로 분리가 안 되기도 하고, 선별장에서도 돈이 안 된다면서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이 버려지기도 합니다.”

    조씨는 쓰레기 처리 업무에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속 권한 없는 민간에 맡겨두지 말고 나라에서 개입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불법 쓰레기를 단속하고 쓰레기 수집·운반 같은 재활용 과정은 공적 영역으로 들이고요.” 롯데칠성 강 팀장도 “정부가 순환경제 조성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재생원료에 인센티브를 주면 연구·개발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한국동서발전 동해발전본부 노동자 강명균씨, 경북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 이재걸씨, 경북 영양 풍력발전단지 인근 주민 김형중씨, 충남 보령 석탄발전소 인근 주민 김영석(60)씨.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한국동서발전 동해발전본부 노동자 강명균씨, 경북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 이재걸씨, 경북 영양 풍력발전단지 인근 주민 김형중씨, 충남 보령 석탄발전소 인근 주민 김영석(60)씨.
     
    발전분야 탄소배출량이 핵심

    일상 속 쓰레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발전분야 탄소배출량이 획기적으로 줄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 까닭이다. 에너지 전환에는 일자리와 생태계 보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뒤따른다.

    한국동서발전 동해발전본부에서 일하는 강명균(38)씨는 에너지 전환으로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이들 중 하나다. 석탄발전이 중단되면 수많은 사람들의 일터가 사라지는데 정부는 무턱대고 에너지 전환에만 급급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후손을 위해 석탄발전이 중단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해요. 하지만 노동자들이 무엇으로 전환될지,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 문제도 부각됐으면 합니다.”

    원자력은 한국 사회에서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발전원이다.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 이재걸(58)씨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지진 피해를 고려하면 원전은 결코 저렴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며 “최소한 새 원전을 짓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대학원생인 김재성(26)씨는 “탄소중립을 위해 당분간은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원전에 관심을 갖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생에너지는 석탄발전과 원전을 대체할 청정 발전원으로 꼽히지만 농·어민 피해나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산림에 풍력발전을 세우면 자연파괴가 너무 심해요. 산이 있어야 기후변화도 막는데, 비가 와서 산사태가 나면 어쩌려고요.” 경북 영양 풍력발전단지 인근 주민 김형중(67)씨의 말이다. 김영석(60)씨도 충남보령 석탄발전소 주민이지만 재생에너지를 덮어놓고 반기지 못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 필요하지만 태양광이 농지, 산지를 잠식하는 방식은 아니었으면 해요.”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울산의 수소 선박개발업체인 빈센의 이칠환 대표이사, 재생에너지 관련 대기업 종사자 정규창씨.
    〈한겨레〉의 유권자 참여형 대선 기획 ‘나의 선거, 나의 공약’ 1회 ‘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에 참여한 유권자들. 왼쪽부터 울산의 수소 선박개발업체인 빈센의 이칠환 대표이사, 재생에너지 관련 대기업 종사자 정규창씨.
     
    기후변화라는 보편적 과제

    결국 기후변화는 이렇게 세대와 공간, 산업과 계층을 아우르는 당면 과제다. 지난달 1일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인식과 국내·외 정책동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 500명 가운데 82.4%가 ‘기후변화가 자신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이들은 구체적이고 꾸준한, 생활 전반의 변화를 꾀하는 기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기후긴급행동 기후활동가인 강은빈(25)씨의 눈에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사회 눈치보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찾는 데 부족하고 게을러요. 대선 후보들은 축산업, 농수산업, 석탄 퇴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서울 은평구 신도고등학교 학생 이지우(19)씨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기업은 탄소배출을 많이 하면서 배출량을 없앨 기술은 아직 부족해요. 탄소배출권을 부여해 초과하면 책임지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한겨레> 후원독자 송환웅(75)씨는 “요새 굉장히 심한 포장을 한다. 우리 생활이 기형적으로 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며 “생활과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고,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박진호(56)씨는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오를 수도 있고 타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불만을 갖기보다 사회의 흐름을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백민(47)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한 마디로 기후변화가 특정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뀌든 어떻든 대통령이 바뀌는 걸 지구가 어떻게 알겠어요?”

    삼척/김민제, 부산·제주/최우리 기자, 이근영 김정수 기자 summer@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25698.html?_fr=mt1#csidxac701ee9fd5cfafbc2332e8f4d2965a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독재가 경제를 살렸다”는 윤석열의 헛소리에 대하여

     이완배 기자 

    “전두환이 경제는 잘 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이 사람이 좀 무식하고 경솔한 줄만 알았다. 개 사과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발언에 대해 사과도 했으니 앞으로 그런 무식한 소리는 안 할 것이라 기대도 했다.

    그런데 웬걸, 지난주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북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또 “권위주의 독재정부는 국민들 경제는 확실하게 살려놔서 우리나라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발언했단다. 이쯤 되면 이게 당신의 진심인 거겠지?

    지금부터 이 헛소리를 자세히 살펴볼 참이지만, 그 전에 윤 후보에게 하나만 물어보자. 중세 봉건사회였던 조선이 일제 강점기 때 나름 근대 사회로 변모했으니 댁 논리대로라면 일제가 우리나라 근대화의 기반을 닦은 건가?

    윤 후보가 잘 모를 것 같아 친절히 알려주자면 그런 논리가 식민지 수혜론, 혹은 식민지 근대화론(이 둘은 궤가 좀 다르긴 하다)이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판을 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낙성대경제연구소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이영훈 교수 등이 지금도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이다. 아, 윤 후보, 혹시나 싶어 이것도 알려드리는데 낙성대는 대학 이름이 아니에요~.

    윤 후보는 이 질문에 답을 해보라. 일제는 조선 근대화의 기반을 닦았나? 독재가 산업화의 기반을 닦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머리라면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정해진 것 아니겠나? 뭐 이런 한심한 자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설친단 말인가?

    인과관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한심한 발상이 나오느냐? 윤석열 후보의 뇌가 인과관계를 적절히 파악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사 독재 시절에 경제가 발전했다”는 사실과 “군사 독재 덕분에 경제가 발전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 때 최소한의 근대화가 이뤄졌다”는 사실과 “일제 덕분에 최소한의 근대화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아예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말이다.

    ‘프레이저 보고서(Fraser Report)’라는 게 있다. 1978년 도널드 매케이 프레이저(Donald MacKay Fraser) 의원 등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다.

    프레이저 의원이 중심이 됐던 프레이저 위원회는 당시 미국에 망명 상태였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출석해 박정희 정권의 치부를 폭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 프레이저 보고서에는 한국이 어떻게 경제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상세히 나온다.

    그런데 윤 후보, 그거 알고 있나? 박정희가 미국에 원조를 구걸하며 제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서를 본 미국의 첫 반응이 “수출 전략이 없어서 문제다”라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물론 박정희가 제출한 보고서에 수출 계획이 없지는 않았다. 그럼 그게 뭐였느냐? 토끼털 수출, 돼지고기 수출, 생선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것이었다. 설마 윤 후보, 박정희가 토끼털 수출과 생선 수출로 한국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겠지?

    이 한심한 계획을 수정한 쪽이 미국이다. 즉 보수주의자들이 신격화하며 물고 빠는 박정희의 수출주도 경제는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는 이야기다. 그건 박정희의 작품이 아니라 미국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이 그런 지시를 내렸을까? 당연히 한국이 북한과 대치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60년 북한은 경제력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비해 1.5배~3배 정도 앞서나간 국가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경북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열린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1.12.29.ⓒ뉴시스

    그래서 미국은 어떻게든 동북아시아의 핵심 거점에 자리 잡은 한국의 경제를 발전시켜 공산화를 막아야 했던 과제가 눈앞에 닥쳐 있었다. “미국이 개입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은 채 한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게 급선무다”라는 것이 바로 월터 패트릭 매카너기(Walter Patrick McConaughy) 주한 미국 대사가 케네디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였다.

    미국이 동서 냉전 시대에 이런 경제 집중 지원 국가로 삼은 나라가 셋이 있었다. 동북아시아의 핵심 거점 국가였던 한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동서 냉전의 상징인 서독이 그들이다. 이 세 나라를 집중 지원했던 미국의 전략을 ‘친미국가 개발전략’이라고 부른다. 전부 윤 후보가 하늘처럼 떠받드는 미국 의회 보고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무슨 이야기냐? 박정희가 한국 경제를 살린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박정희는 수출주도 경제를 계획한 적조차 없다. 생선과 토끼털 수출이 뭔 놈의 수출주도 경제란 말이냐? 그 자리에 박정희 말고 아무나 갖다 앉혔어도 미국의 국제전략 구상에 따르면 한국은 수출주도 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국이 전략적으로 밀었던 한국, 일본, 서독 세 나라의 1960년대 1970년대 경제 발전 속도를 보라. 셋 중 제일 엿 같은 수준으로 발전했던 게 우리나라다. 그러면 논리적으로 “박정희 덕에 경제가 발전했다”고 말하는 게 정상이냐, “박정희 그 개자식 때문에 우리가 엄청 손해를 봤다”고 말하는 게 정상이냐?

    독재는 경제 발전의 적이다

    “독재가 경제를 살렸다”는 한심한 발상은 1998년 아시아 출신으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위대한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1933~)의 가르침 앞에 바로 무릎을 꿇는다. 센은 민주주의야말로 경제 발전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 경제학자다.

    실제 센은 한국 경제발전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가 내린 결론은 한국의 경제 발전은 박정희 독재 덕분이 아니라, 국민들이 박정희 독재에 끊임없이 저항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민중들이 박정희 독재에 격렬히 맞서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독재정권이 폭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또한 센은 독재 시절에도 강력한 야당이 존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그 나라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박정희 독재 시절 한국에는 김대중과 김영삼이라는 걸출한 두 야당 지도자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심지어 목숨을 걸고 박정희에 맞섰다. 바로 이게 한국 경제 발전의 진짜 원동력이다.

    센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박정희 때문에 일본에 한참 뒤쳐졌던 한국 경제가 최근 일본을 다 따라잡은 이유도 바로 민중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 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역사에는 일본의 역사에 없는 민중들의 투쟁이 차고 넘쳤다.

    그릇된 역사관과 경제적 무식함이 콜라보를 이루며 윤석열의 독재 찬양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윤 후보, “독재가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헛소리가 진심이라면 차라리 “독재뿐 아니라 일제 덕분에 우리가 근대화를 이뤘어요”라는 솔직한 심경을 마저 고백하면 어떤가?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진짜로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 하는 말이다. 그래야 국민이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이 좀 쉬워지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