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8년 6월 3일 일요일

홍영표의 오만과 열린우리당의 추억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최저임금 개악, 문재인의 선택은?

국회가 개악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편안'은 '홍영표법'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최저임금법 개악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과격한 언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노동계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 없이 '경험과 직관'을 근거로 강행된 이 법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저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거나 시행규칙 혹은 시행령을 통해 규율할 세세한 내용을 법률에 못 박음으로써 '입법 과잉' 문제 또한 일으키고 있다.  

홍영표 "노동부 장관 날리겠다" 
 

더욱 나쁜 것은 노동조건 변경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의 집단적 권한에 타격을 가하고, 사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노동 존중'에 침을 뱉었다는 사실이다.  

홍 원내대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대화를 통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정하도록 해달라는 민주노총 간부를 향해 "누가 봐도 불합리한 건 고쳐야지 그냥 갈 수는 없다"고 쏘아붙였다. 최저임금위원회로 다시 넘겨주면 6월에 논의를 끝낼 수 있다는 요청에는 "내가 보기엔 민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다. 양보할 줄 모른다"고 날을 세웠다. 

최저임금법 개악에 항의하는 이들에겐 "문재인 찍었느냐 (...) 민주노총이 10년간 못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우리가 1년 만에 했다"는 모욕적인 말을 쏟아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 관계자를 향해서도 "이렇게 일할 거면 옷 벗어라. 원내대표직을 걸고서라도 노동부 장관 날리겠다"고 윽박질렀다.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이 5월 30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가운데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최저임금법 통과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직격탄 맞은 사회적 대화  

필자가 보기에, 최저임금법 개악에서 드러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결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공들인 사회적 대화 흐름을 궤도에서 이탈시켰다는 사실이다. '촛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정 관계 수립을 원하던 조합원의 열망은 피어나기도 전에 짓밟힐 위기에 처했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이기면, '개혁'에 나서겠다고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개혁에는 추진 동력이 필요한 법. 최저임금법 개악을 계기로 사회적 대화가 좌초되면 조직 노동이 개혁 전선에서 이탈하게 된다. 

이 경우 정부 여당은 재벌-관료 동맹에 압도당하고, 개혁 드라이브는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 결말은 '100년 정당'을 꿈꾸었으나, 창당 4년도 안 되어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진 열린우리당의 도돌이표다.  

'실용' 열린우리당의 몰락  

따라서 '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6.13 지방선거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지는 못하겠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152석으로 과반을 넘겼던 열린우리당의 몰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맞선 시민 저항으로, 민주노동당 10석을 합해 개혁진보 성향 정당은 162석을 차지했다. 탄핵을 주도했던 박근혜의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어 원내 2당으로 내려앉았고, 탄핵을 선동했던 추미애의 당시 민주당은 9석으로 몰락했다. 

열린우리당은 '새롭고 깨끗한 정치 실현',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나라 구현',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 건설', '한반도 평화통일'을 4대 강령으로 내세웠지만, 어느 강령 하나 제대로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못했다.  

처음부터 '실용'이라는 허명에 갇혀 개혁진보 노선에 거리를 두었다. 국회 과반을 장악했다는 오만함에 사로잡힌 집권 여당은 정치적 민주주의에 만족했다. 결국 개혁 진보를 향한 역사적 과제를 망각하면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재벌의 중소기업 착취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이 더불어 잘 사는 따뜻한 나라를 공약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 강화와 부자 증세가 이뤄져야 했다. 또 재벌과 부유층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깨야 했다.  

하지만 재벌 개혁 시도는 이뤄지지 못했다. 초대 경제부총리 김진표가 취임 일성으로 '법인세 인하'를 내세웠다. '관료와 삼성경제연구소'에 포위된 열린우리당 의원 다수는 재벌 체제의 코털을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재벌-관료 동맹이 강화됨에 따라,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재벌 입맛에 맞는 정책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게 '의료 민영화'다. '의료를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신성장 동력'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무식하니 용감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재벌-관료 동맹에 포섭됨에 따라 노동권 강화와 노동조건 개선을 목표로 하는 노동개혁 정책도 자취를 감췄다.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훼손하는 노동법 개정에 소극적이던 노동부는 인력 파견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늘리는 법안을 적극 추진했다.  

비정규직 사용에서 사유를 억제하고, 기간을 제한하고, 노동조건과 사회보장에서 각종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는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의 요구는 무시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이목희 정책조정위원장은 "(여권이 추진 중인) 비정규직법은 국제적 수준의 법"이라 우겼고,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여당 안 반대 세력에 대해 "무식하니 용감하다"며 짜증을 냈다.  

문재인 "참여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비극적 죽음 이후에 출간된 자서전 <운명이다>(노무현·노무현재단 지음, 유시민 편집, 돌베개 펴냄)에서 국민의 정부가 수용한 노동시장 유연성 정책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반성했다.  

"사용자 쪽에서 이 무기를 휘둘러 시장 분배를 악화시켰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비정규직 제도를 악용해 실질임금을 깎았다.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교섭력은 현저하게 약해졌다.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이 팽창했다. 그러자 공급과잉으로 인해 자영업이 어려움에 처했다."  

"시장 분배가 지나치게 불균등하면 국가 정책을 통해 교정해야 한다. 조세와 복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의 당기순이익을 키워 주었지만 설비 투자와 고용 확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국가 재정을 떼어내 부자들에게 나누어준 셈이다." 

박근혜가 승승장구하던 무렵인 2014년 11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정권 시절 이랜드 비정규직 파업 사태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카트>(부지영 감독) 시사회에 참석해 말했다. 

"참여정부 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고자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는데, 막상 사용자들이 사내하청 등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참여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뼈아픈 비판을 받았다." 

최저임금법 개악, 문재인의 선택은?  

생의 마지막 날에 극우세력이 가하는 비열한 공세를 견디며 자신의 집권기를 반성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절반의 성공도 못 되는 절반의 미완성"이라 평가하고, "당정 분리, 독선과 아집, 무리한 의제, 언론의 흔들기와 관료의 무력화, 말씨와 품위"를 자기 오류로 지목했다. 

"취임하자마자 국회 과반수를 가진 한나라당이 법인세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 거부권을 행사하면 처음부터 국회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이 빚어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  

2003년 한나라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의결한 법인세 인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소회다. 노 대통령은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지배하는 국회를 선택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일까.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재벌 수중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소득 분배는 악화되고,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은 몰락했다. 결국 개혁은 좌절하고 정권은 실패했다.  

'실용'을 추구하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장악한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승리를 빌미로 최저임금법 개악에 앞장섬으로써 재벌-관료 동맹에 놀아난 '실용' 열린우리당의 도돌이표가 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제 개악된 최저임금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결정에 그 운명이 달려 있다. 민심의 바다에서 노동자 서민과 함께 과감하게 나아가는 촛불 정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수구파가 장악한 국회와 대립할 수 없다며 첫판부터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개혁 동력을 상실한 노무현 정권의 도돌이표가 될 것인가.



2018년 6월 2일 토요일

北美 '대담판' D-9…CVID-CVIG-종전선언 '삼각방정식' 논의 착수

판문점 '의제'·싱가포르 '의전' 협상 가속…합의문 도출에 속도
'합의문 담길' 비핵화-체제보장안 협의…"이제부터 디테일 싸움"
백악관 방문 김영철 부위원장과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2018.6.1
백악관 방문 김영철 부위원장과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2018.6.1(워싱턴DC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세기의 대담판'인 북미정상회담을 3일로 아흐레 남긴 가운데 양측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핵심 이슈로 최종적인 조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의제' 중심의 판문점, '의전' 위주의 싱가포르 실무회담을 진행하면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를 통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접견 후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되면서, 양측이 막판 준비작업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실무협상이 더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우선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 주도의 싱가포르 협상에선 회담 일정·장소·동선·의전 논의가 더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북한으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어떻게 하면 트럼프 미 대통령과 '동등'하게 비치게 할지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성 김 주(駐)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대표로 한 판문점 회담에서는 의제 협상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비핵화와 그에 상응한 조치와 관련된 논의가, 이제 적어도 북미정상회담 '성과물'로 이어질수 있도록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와 속도, 그리고 그에 맞춘 미국의 보상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은 물론 진정성 확인 차원에서 핵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폐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말이 아닌 행동 차원의 구체적인 제재완화·해제·안전보장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미측은 '신속한 일괄타결'이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원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 접견 과정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해 주목된다.
서로 신뢰가 부족한 북미 양측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체제안전보장'(CVIG)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에서, 일단 종전선언을 통해 최종적인 CVID-CVIG 전에 잠정적인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날도 열린 것으로 알려진 판문점 회담에선 CVID-CVIG-종전선언이라는 '삼각방정식' 해법을 고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 [사진출처 EPA],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연합뉴스 DB]
사실 북한과의 평화협정 또는 북미 수교에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과도기적 체제보장 방안의 하나로 정치적인 부담이 덜한 종전선언을 고려해봄직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위원은 "북한이 초기 이행조치 착수시 큰 무엇인가를 내놓는다고 할 때 미국이 내놓을 안전보장 방안은 딱히 없는 상황"이라며 "종전선언이 과도기적 안전보장 방안으로써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종전선언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향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유력시된다. 우리 정부는 북미간 협의 상황을 주시하는 가운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북한과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의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성사 여부는 먼저 미국과 북한의 논의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에 반대하고 있어 북한도 별도로 중국과 접촉해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트럼프 미 행정부는 연말 중간선거 전에 북한 비핵화의 가시적인 성과물을 원하고 있으며, 재선거가 예정된 2020년까지 '2년 내'라는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 완성 안(案)을 요구하고 있어 보인다.
이로 미뤄볼 때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 도출이라는 성과가 나오려면 CVID-CVIG-종전선언을 포함하면서도 2020년까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안전보장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판문점 회담에서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제 판문점에서 구체적인 비핵화-체제보장 로드맵을 논의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핵탄두·ICBM 몇 개를 언제까지 반출·폐기하겠다' 등 부분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가 이제 논의에 속도를 낼 것 같다"며 "결국은 '일괄타결 방식'의 주고받기니까 이를 위한 세부적인 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제부터는 디테일 싸움"이라며 "북미 양 정상이 회담을 통해 내놓을 합의 문안을 조정하는 등 실질적인 작업이 탄력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hapyr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03 13:53 송고

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 흔들리는 대서양동맹

[특집/ 중동 정세분석] 3차 대전의 시작인가, 다극화의 분기점인가(2)
  • 손정목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6.02 13:10
  • 댓글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파기로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선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현 중동 정세의 원인과 본질, 그리고 앞으로의 추이를 전망해 보는 손정목 민플러스 편집운영위원의 심층 분석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차례] 1. 미국 대 러시아, 중동에서 지위가 바뀌다, 2. 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 흔들리는 대서양동맹, 3. 통합과 분열의 마지막 고비 맞은 시리아전쟁
미국. 중동의 안전보장을 흔들다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은 공언해 온대로 이란과의 핵합의를 이탈하였다. 2015년 7월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해 이란과 합의한 국제적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불과 3년도 안 돼 미국의 이탈로 결정적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저명한 외교안보전문가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은 미국의 내셔널인터리스트(National Interest)지에 “이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결정”으로 미국의 안보뿐 아니라 동맹(이스라엘)의 안보에 직접적이고 즉각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프랑스, 독일, 영국의 정상과 외교수장들이 연이어 미국을 방문해 핵합의 유지를 설득하였지만 허사였다.
이란핵합의(JCPOA)는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적인 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내용의 국제적 협정이다. 미국은 이 협정 이후에도 군산복합체와 이스라엘 등의 반발로 이행에는 소극적이었고, 핵합의 범위 밖에서 제재를 계속했지만, 그럼에도 이란은 서방의 오랜 경제제재에서 일정정도 벗어나 나라의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유럽 각국은 물론 중국도 일대일로 사업계획에 의거, 이란과의 대규모 무역과 투자거래를 활성화하였다.
보다 본질적으로 이란핵합의는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협정의 성격을 가진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정상회의 의장은 “이란핵합의는 유럽과 전 세계 안보에 유익하다”며 이 협정이 가진 안전보장 성격을 강조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스라엘과 군산복합체는 당시에도 시리아 전쟁에 이어 이란 핵개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란과의 전쟁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부터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로 이어지는 연이은 전쟁에 엄청난 전비를 탕진하고도 소기의 성과는 달성하지 못했다. 수많은 인명의 희생 위에 군산복합체의 배만 불린다는 내외의 비판과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식 세계주의(Grobalism)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일으켰다. 그 결과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보다 더 큰 이란과의 전면전쟁에 미국이 끌려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하였고, 이를 위해 이란과의 핵합의를 미국만이 아닌 국제협정으로 만들어 군산복합체와 이스라엘의 전쟁 주장을 누른 것이다. 그러나 미 의회는 친이스라엘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이 이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이유로 90일마다 협정의 타당성을 검토, 거부할 수 있는 ‘의회 승인법’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트럼프 정부가 이란핵합의를 ‘역사상 최악의 합의’이라고 비난하고 이탈을 결정한 법적 근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외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란핵합의 이탈을 강행한 의도에 대해 세계적인 논란이 일었다. 하나는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분석으로, 미국이 다시 이란에 경제제재를 가해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켜 민중봉기에 의한 정권교체를 도모하거나 또는 이란이 핵개발을 재개하도록 유도해 “예방전쟁”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도를 실행하기라도 하듯 지난달 23일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에 대해 핵합의 개정 사항으로 우라늄 농축 중단, 핵 시설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핵 개발프로그램 관련 모든 정보 공개,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 시리아에서 병력 철수,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 중단 등 12가지 요구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아울러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도 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사실상 협정에 참여한 영, 프, 독도 제재를 받기 싫거든 합의를 파기하라는 것이다. 유럽은 갈림길에 섰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각서에 서명했다.[사진 : 뉴시스]
대서양동맹의 붕괴 위험
다른 하나는 ▲미국이 사실상 중동문제에서 발을 빼려는 조치이자 ▲유럽과의 전통적인 대서양동맹(Atlantic Alliance)을 결정적으로 흔드는 조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여준 나토(NATO)의 방위비분담 인상 요구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세계기후협약 이탈 등 세계질서를 이루는 주요 협정, 조약으로부터 이탈은 기존 미국중심의 패권질서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 외교협회(CFR)의 리차드 하스(Richard Haass) 회장은 지난 3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Liberal World Order, R.I.P.)”이란 논문에서 이란핵합의 이탈 역시 미국이 만든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포기의 일환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미국의 핵합의 이탈과 알쿠드스(예루살렘)로 미대사관 이전은 모두 중동문제에서 미국의 중재자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에서의 미군철수 선언 또한 본질상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본질상 대립되는 양 측면을 갖고 있다. 만약 유럽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이란핵합의에서 이탈하고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재개한다면 이란과 전쟁 위험은 결정적으로 고조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제일 환영할 일이다. 반면 유럽이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핵합의 유지를 위한 독자적 정책을 편다면 전쟁 위험은 거의 사라지고 미국만 빠진 국제협정으로 유지될 것이다. 중동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반발하겠지만 그렇다고 독자적으로 이란과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이란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첨단의 무력을 갖추고 러시아로부터 S-300, 400 등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은 물론 시리아, 레바논 헤즈볼라 등과 연대도 강력해 포위된 쪽은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이 시리아 군 시설과 시리아 내 이란 군사고문단에 대해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한 것은 시리아, 이란 등의 반격을 유도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는 보도도 나오지만 이미 ‘세계경찰’ 포기선언을 한 미국은 참전하지 않는다. 이란과 전쟁은 그 어떤 전쟁보다 미국을 수렁에 빠뜨릴 것이고 또 러시아의 참전을 불러와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미국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핵합의 서명국인 영, 프, 독은 미국의 압박을 거부하고 이란핵합의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란 역시 유럽이 합의를 유지하는 한 핵합의에 남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러시아, 중국이 이같은 입장을 지지함은 물론이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킬 때만 해도 영국은 앞장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옹호하고 병력도 파견하였다.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전쟁에서도 유럽은 미국의 뜻을 따랐다. 러시아, 중국도 미국의 위세에 눌려 막아 나서지 못했다. 당시 세계는 미국이 유엔의 승인 없이 주권국을 침략해도 누구하나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미국의 패권질서에 순응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이란핵합의를 이탈해도 추종국들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거꾸로 핵합의 서명국만이 아닌 EU 전체가 들고 일어나 미국을 규탄했다. 지난달 16일 28개 회원국이 모인 EU정상회의에서 도날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을 “적보다 못한 친구”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핵합의 유지와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 보호를 위한 EU 차원의 독자 대책을 세울 거라고 발표하였다. 또 독일 메르켈 총리는 “유럽은 더 이상 미국의 보호에 의존할 수 없고, 자신의 손안에 자신의 운명을 쥐어야만 한다”고 자주적 권리를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18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국이 반대해온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드 스트림(Nord Stream)2’ 공사 강행을 결정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러시아와 이란핵합의 유지에 뜻을 같이하는 등 유럽이 러시아와 화해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중심의 국제질서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
흔들리는 달러 기축체제
EU가 핵합의 유지를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등 유럽측이 NATO에 대한 지출을 늘리지 않을 경우 모종의 대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였다. 연이어 미국은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보류하였던 일괄 관세조치를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하여 유럽을 분노케 하였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대서양동맹국인 유럽과도 무역전쟁을 개시한 것이다. 이것은 유럽을 더욱 밀어내는 조치다. EU는 즉각 보복관세를 선언했다. 이제 유럽은 진정 대미 자립인가 아니면 계속 끌려 다닐 것인가를 가르는 분기점에 섰다. 이렇듯 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은 단지 이란과의 전선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과의 대결전선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리스트(National Interest)는 <대서양동맹의 끝(The End of the Atlantic Alliance)>이란 기사에서 “미국은 세계동맹체계(the global alliance system)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너무 빨리 별 주저 없이 포기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미국우선주의”는 “오로지 미국만(America only)”을 의미한다고 보도하였다. 그 결과 미국중심 패권질서의 근간인 대서양동맹이 결정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EU가 핵합의 유지와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의 보호를 위해 내놓은 조치는 석유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대체하고, 미국의 제재에 의한 유럽 기업의 손실분을 EU 차원에서 보상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EU 중앙은행(ECB)이 이란 중앙은행에 석유거래를 유로화로 직접 송금해주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이란 거래기업 보호를 위해 ‘대항입법’을 발동할 것이라고 EU 집행위원회가 밝혔다. 사실 유럽의 금융시스템은 미국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EU가 이와 별개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미국의 보복 또한 거셀 것이다. EU가 이를 이겨내려면 중국, 러시아와 더 긴밀히 연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석유, 가스 거래는 유로보다는 위안화 사용이 증가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3월 금본위에 의거한 위안화 석유거래 선물시장을 개설했다. 중국의 이란 원유 수입량은 이란 수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석유 가스 생산국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도 달러 대신 위안과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투데이(RT)는 미국의 제재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달러보다 위안화를 더 선호하는 통화로 만들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주지하듯이 달러의 기축성은 1971년 금본위 폐지 이후 모든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한다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의에 의거하고 있다. 패권국인 미국과 석유부국 사우디의 합의에 세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이른바 페트로달러(PetroDollar) 시스템은 각국 정부가 석유를 사기 위해 달러를 비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무역거래가 거의 달러로만 이뤄지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주요 산유국들이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갈아타고, 수입국인 EU마저 석유거래에 달러를 버린다면 달러 기축체제는 심대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통화의 다극화도 촉진하고 있다.
이후 주목해야 할 점은 ▲유럽과 러시아의 화해가 기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및 NATO의 대러 적대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유럽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이겨내고 과연 이란핵합의를 유지할 것인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연대강화로 중동 내 반(反)이란 연합이 출현할 것인가 등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제는 분야별로 90일, 180일의 유예기간이 적용되는데, 이란의 주력인 석유 관련 제재는 180일 경과 후인 올해 11월부터 실행된다. 그 사이 미국은 서명한 유럽 3국을 비롯한 EU에 압박을 강화할 것이고,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도발도 심심치 않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러시아, 이란, 중국, 터키의 대응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렇듯 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은 중동의 패권뿐 아니라 2차 대전 이후 미국 패권질서의 근간인 대서양동맹과 달러 기축체제마저 위태롭게 만든, 그야말로 트럼프 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노선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결정적 조치가 될 것이다.(3편에 계속)
손정목 편집기획위원  webmaster@minplus.or.kr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상] '문재인은 게임하는 게 아니다', 이 말에 감동

18.06.03 11:34l최종 업데이트 18.06.03 11:34l




▲ [시사수어교실] 김광진이 트럼프에 보내는 영상 편지
ⓒ 황지희

수어로 뉴스를 배우는 시사정보프로그램 '시사수어교실' 3화가 선택한 주제는 '북미정상회담'이다.  김광진 전 의원과 최황순 수어통역사와 함께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이슈를 정리하면서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회담, 평화협정 등 주요 수어를 소개한다. 
ad
'김광진의 영상편지'에서는 배운 수화를 활용해 김광진 전 의원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수어로 쓴 편지도 공개한다. 

(출연 : 김광진 전 국회의원, 최황순 수어통역사/영상 출처 :오마이TV DB, 백악관 유튜브/영상 촬영 : 김혜주 기자/영상 편집 : 황지희 기자)
큰사진보기

큰사진보기

큰사진보기


캐나다 두 번 살 수 있는 한국 땅값, 해법은?

[프레시안 books] 김윤상·이정우 외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2018.06.03 11:26:22




국가별 토지가격의 총액을 원화로 변환해 비교해보면, 놀랍게도 한국 땅을 모두 팔면 캐나다를 두 번 살 수 있으며, 호주와 독일도 충분히 살 수 있다. 한국의 GDP는 독일의 40% 수준이지만, 토지가격 총액은 독일의 130% 수준이다. (이진수, 2018, "주요 국가별 토지가격 장기 추이 비교",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제9장) 독일이 한국보다 3배 넓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땅값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1998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또 그 해법은 정말 없을까?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김윤상 외 지음, 경북대학교 출판부 펴냄)은 그 대답을 찾고자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헨리 조지(1839-1897)의 사상에 기반해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분석한 책이다. 헨리 조지는 물질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을 토지가치의 사유화에서 찾고 그 대안으로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한 미국의 경제학자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땅값 상승의 책임은 박정희가 가장 크다" 

이정우 교수는 "토지문제, 한국 경제의 고질병"(제7장)이란 글에서 정권별 지가총액과 상승률을 비교, 분석해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것처럼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땅값, 집값이 폭등하고 박정희 정권 때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권별 땅값 상승률은 박정희 정권 때가 연평균 36%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 이승만 정권 때가 22%로 그 뒤를 잇는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에 대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박정희 정권 때가 243%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111%), 노무현(68%) 때가 그 뒤를 잇는다. 박정히 정권 때의 토지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의 2.4배라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이렇게 본다면 땅값 상승의 책임은 박정희, 이승만, 노태우, 전두환 순이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책임은 훨씬 낮다." 

GDP의 30%가 부동산 불로소득...더구나 상위 10%에 집중 
▲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김윤상 외 지음, 경북대학교 출판부 펴냄
높은 땅값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은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첨예한 계층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부동산과 불평등"(남기업.전강수.강남훈.이진수, 제8장)이라는 글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부동산 소득(실현 자본이득+임대소득)을 추산해본 결과 9년 평균 GDP의 37.8%에 달했다.

게다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상위 10%의 개인과 기업에 집중된다. 2014년 현재 기준으로 개인 토지소유자의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64.7%를, 법인 토지소유자 중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2%를 소유하고 있다. 2008-2014년 6년 사이의 상위 1%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546조 원에서 966조 원으로 77% 증가했고, 상위 10대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18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무려 147% 폭증했다.  

국토보유세 신설, 조세 저항은 토지배당으로 

저자들은 극소수에게만 집중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유세 강화를 제시한다.(전강수.남기업.강남훈.이진수, "국토보유세, 부동산 불평등 해결의 열쇠", 제12장) 부동산 불로소득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하위계층의 소득이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상위계층으로 이전되는 소득이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미국(1.04%), 캐나다(0.91%), 일본(0.54%) 등 선진국에 크게 미달한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기득권 세력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앞세워 ‘세금폭탄'이라고 호도하며 거세게 저항했다. 결국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종부세는 대폭 축소됐다. 

저자들은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전체 토지보유자에게 부과하는 국토보유세를 제안한다. 이들은 전국의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 합산해서 과세하며, 이때 공시지가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각종 비과세.감면은 원칙적으로 폐지하자고 제안하다. 이렇게 과세할 경우 국토보유세 도입에 의한 세수 순증분은 연 15.5조 원으로 추산된다.  

저자들은 이 세수 순증분을 전액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토지배당으로 분배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2018년 추정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연 30만 원이라고 한다. 이들이 토지배당을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토지는 천부자원으로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권리를 누려야 할 공유자산의 성격을 갖기 때문. 둘째, 국토보유세를 토지배당으로 지급하면 제도 도입 수혜자는 자신이 누리는 혜택이 바로 그 세금 때문임을 직접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당연히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 도입을 지지할 것이며, 소수의 부담자들이 펼치는 조세저항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토지배당을 다른 배당과 결합해 기본소득을 구성할 수 있다며, 국토보유세 도입을 기본소득제로까지 연결시켜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근본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기사

인간성이 야수성을 이긴다

인간성이 야수성을 이긴다
장진성 생활정치발전소 이사
기사입력: 2018/06/03 [02: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 직장인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웹툰과 드라마로 많이 알려진 ‘미생’이라는 작품에 나와서 더욱 회자되는 말이다.
우리 시대 직장인들은 하루하루 회사(사업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각자의 전투를 벌이고, 회사 밖에서는 최소한 안전장치도 없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나타내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푸념으로 취급하기에는 너무 현실적인 말이다.

아버지와 16개월된 아기의 고독사, 학업 성적이나 사회적 관계를 비관한 청소년 자살, 생활고로 고통받는 청년들, 이런 뉴스는  끊임없이 뉴스에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실업수당, 청년수당, 지자체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안 등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만, 누구도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자신하지 못한다.

흔히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하지만, 이미 생존이 삶의 목적으로 바뀐 것은 아닐까 싶다. 오늘도 각박한 현실에서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허용되는 사회다. 인간성보다는 야수성이 어둡게 드리워진 느낌이다.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먹고 사는 게 바뻐서 다른 곳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곤 한다.
최소한의 식의주를 넘어 취업, 주택, 의료 등 우리나라에서 인간성을 유지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성의 본질을 사랑과 단결이라고 하면, 반대로 야수성의 본질은 패권과 침략이다
지금 국제사회에서도 인간성을 기대할 수 없다. 약소국이 강대국에게 철저히 짓밟히고 빼앗기는 게 당연시되는 약육강식의 사회다.
이미 국제사회는 상호존중과 공존, 공리, 공영은 커녕 정치,군사, 경제 등 분야에서 강대국들의 패권과 침략이 일상화되었다.

누가 1930~40년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침략과 약탈을 자행했는가?
미국의 무장해제 요구에 핵개발프로그램을 포기한 리비아는 왜 미국의 침략을 받았는가?
과연 누가 시리아 반군을 육성하여 수년간 내전을  일으켜 국민들의 삶을 파괴하였는가?
이렇듯 국제사회에서도 인간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이미 야수성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70년 넘게 미국의 정치군사적 침략과 경제제재를 막아낸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력을 완성하고 이를 증명하자, 국제 사회는 달라지고 있다.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이 앞장서서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복원하고, 미국은 대국의 체면에 맞지 않게, 자국의 안전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한에 조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북한의 핵무력이 강대국들의 야수성을 꺾고 동북아 평화와 국제사회 정상화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와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얼마 전 북한은 억류된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풍계리 핵시험장을 폭파하고 패쇄하는 등 관계 정상화의 실질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은 6월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는 책임을 북한에 떠밀고 있다.
이제 미국에게 ‘마음씨 좋은 엉클톰’의 인간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미국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후 북한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세계 악의 축, 독재정권, 인권의 불모지로 치부됐던 북한에게서 인간성을 느낄 수 있었다.

▲ 4.27 판문점선언에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4월 27일, 우리는 실로 오랜만에 인간미 넘치고 따스한 광경을 접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우리 국민들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회담 성과에 압도적인 지지와 환호를 보냈다.
여론조사 결과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과있다는 답변이 94.1%였다. 78.4%의 국민들은 판문점 선언이 국회에서 비준해야 한다고 여겼다. 게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말에 77.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종일관 연장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언행과 자연스럽게 회담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쉽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번영, 자주통일로 갈 수 있다는 민족적 희망을 갖게 되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은 단 하루였지만, 회담장과 만찬장 곳곳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훈훈한 분위기를 보면서 잔칫집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회담의 결과로 나온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을 내용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민족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지름길은 우리 민족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에 나온 것처럼 민족자주 관점에서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주변국들과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이미 북한과 중국, 러시아 국경지대는 전세계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지역이다. 세계 투자전문회사들은 북한에 대한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 경제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5.24 대북제재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교류와 협력의 대상을 ‘적’이라고 규정해놓고, 남북경협이 잘 되길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판문점 선언 1조 1항에 명시된 것처럼, 이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제는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가 가는 길에 어떤 난관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새로운 평화통일 번영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 나서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사회에 어둡게 드리워진 야수성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간성은 야수성을 이기게 된다.

트위터페이스북

2018년 6월 1일 금요일

[천안함] 후타실 CCTV 영상이 조작이라는 결정적 증거

함수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안전당직자 복장이 다르다
신상철 | 2018-06-01 21:07:28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제(5/31) 천안함 항소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금년들어 항소심 재판부 세 분의 판사님 전원이 교체된 후 처음 열렸던 지난 3/13일 재판과 4/19일 재판에 이어, 어제의 재판에서도 가장 중요한 쟁점은 후타실 CCTV 진위여부에 대한 검증이었습니다.
3/13 재판에서 후타실 CCTV 영상에 등장하는 유일한 생존자인 김용현 병장에 대한 증인심문에서 상영되었던 '후타실 CCTV 영상'이 '과연 항해중인 상황이 맞느냐'에 대한 공방이 뜨거웠으며 그에 관한 내용은 3월 28일 방영된 KBS추적60분 방송을 통해 집중 조명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4월 10일 서울서부지검에 '천안함 CCTV 영상 조작'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시킨 바 있으며 4월 17일 그와 관련한 의견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여 국방부가 증거자료로 제출한 후타실 CCTV 영상이 사고 당일의 영상이 아니며 정박중이거나 투묘상태에서 대원들이 운동하는 영상을 편집한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 중 4/10 고발장에는 빠져있지만 4/17 의견서에는 포함된 내용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내용은 국방부의 CCTV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이며 어제 재판에서 재판장께서 검찰에 이에 대한 확실한 조사결과를 다음 재판때 보고하라는 명령을 하였습니다.

시신으로 발견된 안전당직자의 복장이 다르다
지난 3/13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병장에게 CCTV 영상에 등장하는 대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김용현 병장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신원을 밝히면서 유독 ‘안전관리자(하사)’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꺼려하며 망설이더군요.  
재판장님과 변호인단 그리고 피고인인 제가 집중적으로 물었음에도 그는 끝끝내 안전관리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위의 CCTV 영상에서는 뒷모습만 나오지만 이후 후타실에서 나갈 때 모습에서는 얼굴이 상세히 잡히고 있어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신원을 밝히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지 자료들을 검색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CCTV 영상에 등장하는 안전당직자는 후타실과 기관실등 여러 곳에서 목격되고 있으며 모두 복장이 ‘얼룩무늬 전투복’입니다. 그리고 CCTV 영상에서 사라진 안전당직자는 2010년 4월 15일 함미가 인양된 후 수색에서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실종자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열흘 지난 2010년 4월 24일 함수가 인양된 후 수색에서 시신이 발견됩니다. 그 안전당직자는 ‘박성균 하사’였으며 사고 순간 함수쪽을 순찰하다가 사고를 당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복장입니다. 시신으로 발견된 박성균 하사의 복장은 후타실 CCTV 영상에서 보았던 '얼룩무늬 전투복'이 아닌, ‘검은 근무복’모습이었습니다.
박성균 하사는 8시∼12시 안전당직자 근무를 하였기에 후타실과 기관실 그리고 시신이 발견된 함수 자이로실 모두 복장이 동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는 함수에서 검은색 근무복 차림으로 발견됩니다. 결국, 국방부가 증거물로 제시한 후타실 CCTV 영상은 사고당일의 영상이 아니라는 결론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은 없는 것입니다.
4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불행한 사건에서 그 사건의 실체적 모습을 보여 줄 유일한 단서인 CCTV 영상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천안함 사고 당일이 아닌 다른 날의 영상을 편집하여 사고당일의 영상이라며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던 것입니다. 

해군은 항해중 운동을 금지합니다. 그리고 파고 2~3m인 해상상태에서는 역기를 들고 운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요동치는 유체 위에 떠 있는 선박에서 무거운 역기를 들고 운동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제출한 영상 속에서 대원들은 돌아가며 역기를 발 한번 떼지 않고 20~30회 들었다놨다를 반복합니다. 물컵 속의 수면도 움직임이 없고, 어떠한 집단 몸쏠림 현상도 없습니다. 박영선 의원이 합참에서 받은 항적자료에 의하면 그 시간 천안함은 대회전 U-Turn을 하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국방부는 거짓된 영상을 재판부에 증거자료료 제출하였던 것이지요. 
신상철 (전 천안함 민간조사위원)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1003&table=pcc_772&uid=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