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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2일 월요일

노조가 눈엣가시? 갑을오토텍에서 무슨 일 있었나


외주화 반대·입금인상 요구…갑을상사그룹 유일 민주노총 노조
허수영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5-06-23 03:37:23 이 기사는 현재 건 공유됐습니다.

갑을오토텍에서 그간 외주화 반대 등 노동자 권익 개선 활동을 해온 노조조합원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갑을오토텍에서 그간 외주화 반대 등 노동자 권익 개선 활동을 해온 노조조합원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차량용 에어컨 생산업체인 갑을오토텍 공장에서 경찰과 특전사 출신으로 알려진 직원들이 노조 조합원들을 수차례 폭행한 사태가 일어났다. 도대체 갑을오토텍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관련기사:합법 파업에 폭력 난무하는 ‘갑을오토텍’...경찰‧특전사 출신 ‘용병’까지 )
통상임금 소송, 외주화 반대…노동자 권익 위해 싸워 온 노조
사측, 40세 이상 직원들 수십명 신규채용..그 이후 발생한 폭력사태
갑을오토텍은 갑을상사그룹의 계열사다. 현재 갑을상사그룹 15개 계열사 중 민주노총 노조가 들어와 있는 곳은 갑을오토텍 하나뿐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전병만 사무장은 “그룹 전체가 노조에 대해 부정적이며 특히 민주노총 계열 노조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고 밝혔다.
2014년 갑을오토텍 사측과 지회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간연속 2교대 전환과 신규설비투자, 물량유지를 위한 신규채용에 합의했다. 이 당시 합의한 신규채용 인원은 25명이었다. 사측은 11명의 신규채용을 진행한 뒤 곧바로 60명의 추가 신규채용을 했다. 그런데 신입사원이라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이 47세로 절반 이상이 40세 이상이었다. 전 사무장은 “여태까지 이렇게 높은 연령대가 신입으로 채용된 적은 없었다. 직전에 11명을 선발할 때도 32세가 제일 많았고 거의 20대였다”고 밝혔다.
갑을오토텍에 생산직으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금속노조 가입이 된다. 그러나 신입사원들은 금속노조 지회를 탈퇴하고 3월 12일부터 기업별 노조를 따로 만들었다. 이후 갑을오토텍 지회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를 던지거나 지회원들에게 기업노조 가입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을오토텍 지회와 금속노조 충남지부는 외부제보와 자체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이들이 노조파괴를 위해 조직적으로 채용된 인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갑을오토텍 지회 조합원은 380여 명 기업노조는 50여 명이다.
갑을오토텍 지회에 따르면 신입사원들 중 30명 이상이 전직 특전사, 경찰, 청와대 101경비단 소속이며 일부는 이력서에 본인의 경력을 날조했다. 또 이들은 정식채용 3개월 전인 2014년 9월에 사전모임을 가졌고 입사 이후에도 몇몇이 모회사인 두원상사그룹 임원들과 회동했다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지회 측은 관련 내용이 담긴 기업노조원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했다.
사측과 지회는 2012년부터 매년 쟁의가 일어날 정도로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마찰을 빚었다. 지회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전면적인 활동을 벌였다. 사측은 정규직인 경비나 청소 등의 업무를 외주화시키려고 했으나 지회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전 사무장은 “사측은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늘 직원들의 임금인상에 소극적이었다.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작년 임원 연봉은 100% 올렸다. 그리고 다른 계열사에 지급보증 등을 해 주고 그 이자를 갚아 나갔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회는 사측에 소송을 걸어 2013년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냈다. 지회의 활동으로 회사 안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이 개선될 결정적인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났다고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사측은 지회에 올해 임금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갑을오토텍 지회는 10일까지 총 9차례의 임금교섭을 열었지만 사측은 그때마다 불참하거나 “생각할 시간을 달라” 등의 답변만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전 사무장은 “기업별 노조가 결국 지회를 와해시킬 것으로 보고 시간끌기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갑을오토텍 지회는 임금교섭 결렬을 이유로 5월 29일 파업을 가결했고 현재까지 쟁의를 계속하고 있다.
“노조파괴 용병 사실일 경우 노동조합법 위반”
기업노조원들은 15일과 17일 갑을오토텍 지회가 쟁의 중인 장소로 난입해 갈코리 등으로 선전문을 훼손하거나 지회원들을 폭행했다고 알려졌다. 이전에도 지회 탈퇴와 기업노조 가입을 거부한 직원이나 공장을 방문한 금속노조 충남지부 간부를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회에 따르면 4월 30일 금속노조 간부들에 대한 폭행 당시 10여 명이 늑골이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당했고 6월 폭력사태에서는 20여 명이 뇌출혈이나 눈뼈가 함몰되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갑을오토텍에서 발생한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폭행사태에 대해 조합원과 가족들이 규탄하고 있다.
갑을오토텍에서 발생한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폭행사태에 대해 조합원과 가족들이 규탄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17일 이후 기업노조원들이 경찰에 의해 해산되고 공장을 나간 뒤 금속노조원들은 공장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이 공장 정문 등을 막고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가운데 기업노조원들은 며칠째 “출근을 하겠다”며 공장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금속노조 법률원 김유정 변호사는 “회사 입장에서는 지회가 외주화 등 회사가 추진하려는 일에 걸림돌이 돼 왔기 때문에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수 있다. 게다가 통상임금 판결 이후 임금이 다소 상승한 것에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측의 노조파괴용병고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것은 노동조합법 81조에 위반되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강조했다. 노동조합법 81조는 ‘근로자가 특정 노조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거나 가입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고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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