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5년 6월 14일 일요일

[재미동포 아줌마, 남한에 가다⑨] 박 대통령의 '훌륭함'

박 대통령의 '이런' 자세 적극 지지한다


15.06.14 15:09l최종 업데이트 15.06.14 15:09l


지난해 말 통일 토크콘서트로 정부·언론 '종북몰이'의 중심에 서게 돼 강제출국당한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시민기자가 자신이 한국에서 직접 겪은 일을 정리해 보내왔습니다. [편집자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동안, 누군가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전단을 길거리에 뿌리는 일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뉴스를 접했다. 

처음 듣는 전단 내용을 보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중 많은 부분이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전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탈북자 문제는 북한의 경제난 때문인 만큼 경제를 도와줘야..." "북한이 우리보다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듯 보였다" "제(박근혜 대통령)가 조선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등등. 

이밖에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믿을 만한 파트너" 등 북한 지도자에 대한 언급도 포함돼 있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과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이것보다 훨씬 큰 호감과 신뢰를 나타내는 표현을 본인의 자서전에 남겨놨다고 한다. 
기사 관련 사진
▲  2002년 5월 당시 국회의원 신분으로 3박 4일간 방북해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단독면담한 박근혜 대통령.
ⓒ 사진제공 박근혜 의원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중 특히 내가 놀랐던 부분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2007년 7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하려고 마주앉아서 인권 어떻고 하면 거기서 다 끝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왜 내가 놀랐냐면,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안 중 하나가 바로 북한 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박 대통령의 이런 자세를 적극 지지한다. 나아가 우리만이라도 먼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탄압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정치범'들을 석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관해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진짜 종북은 누구인가'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꼬는 전단을 나는 반대한다. 이 전단의 제목이 '민족의 화합과 조국의 평화적인 통일을 추구하는 우리의 대통령'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이 하루빨리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테러를 옹호하는 사람들
기사 관련 사진
▲  지난 2월 5일 오전 극우온라인커뮤니티 '일베'에 올라온 '폭발물 테러' 고교생 A군이 올린 사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책에 친필서명과 함께 보낸 메시지도 찍어 올렸다.
ⓒ 손지은

나에 대한 경찰 수사와 동시에 익산 사제폭발물 테러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었다. 경찰은 그 테러범의 집을 압수수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이 테러범에게 자신의 책과 함께 명함을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국의 국회의원이 테러범에게 겉으로는 꾸짖는 태도를 취하면서 마치 "잘했어"라고 격려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이 테러범에게 성금을 보내기도 했단다. 소위 보수단체라 불리는 곳에서 보낸 돈이 대부분이란다. 그러니 그 테러범도 의기양양해 '일베 인증'류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일 게다. 

미국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폭발물을 던졌을 경우, 피해 경중 그리고 범인의 연령에 관계 없이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다. 물론 나라마다 처벌 수위에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통령마저 통일 토크콘서트를 가리켜 '종북콘서트'라고 언급하면서 폭발물 테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침묵은 무언의 동의'라는 말이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서북청년단'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악몽과 같은 단체가 부활하려는 게 아닌가. 
기사 관련 사진
▲  몸으로 폭발물을 막아주신 생명의 은인 곽성준씨와 함께.
ⓒ 신은미

후일 주한 미 대사 습격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과 관련해 "목적·배후 등 모든 것을 철저히 밝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왜 익산 사제 폭발물 테러가 터졌을 때는 이런 발표를 하지 않았던 걸까. 테러에도 '동의할 만한 테러'와 '반대할 만한 테러'가 있으며, '좋은 테러'와 '나쁜 테러'가 있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익산 사제폭발물 테러에 대해 침묵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찌 보면 익산 사제폭발물 테러를 저지른 학생 역시 '종북몰이'의 또 다른 피해자다. 그가 불붙은 폭발물을 들고 연단을 향해 걸어 나오기 전 내게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면서요?"라고 질문을 하지 않았던가. 일부 언론이 허위보도를 일삼고 이를 이용해 종북몰이를 하는 실정을 보면, 그 청년도 피해자임이 분명하다. 테러 행위의 근원은 언론 허위보도에 있었으니까. 

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 나는 폭발물을 온몸으로 막아 얼굴에 화상을 입고 입원 중인 생명의 은인 곽성준씨를 만났다. 그분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몇몇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병원의 위치도 숨긴 채 허술한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얼굴과 손에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성금이 모였는데, 치료비를 지불한 뒤 나머지는 통일운동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쓸 것이라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개 아줌마의 여행 소식, 중대 뉴스를 덮어버리다
기사 관련 사진
▲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사상초유의 정당해산 결정을 내린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머물고 있는 독자님댁으로 돌아오니 텔레비전에는 여전히 내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충격적인 뉴스라고 해도 1~2주를 넘기지 않는 법인데, 내 얼굴이 뉴스 화면에 나온 지 대략 50일이 돼 간다. 놀라운 일이다. 

그 사이 '통합진보당 해산'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야말로 지속적으로 다뤄져야 할 뉴스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당시 한국에서 이보다 더 큰 뉴스거리가 있었을까. 국민의 10% 이상 지지를 받은 정당을 어떻게 해산시킨단 말인가. 국민의 지지율을 떠나, 한 정당의 생존은 유권자가 결정을 하는 것이지 국가가 결정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통합진보당이 '종북정당'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이 정당에 대해 알아보니, 내 짧은 지식으로 볼 때 통합진보당은 좌익 정당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좌익과 우익을 판단하는 잣대 중 하나가 재산권, 특히 토지의 소유권 제한 여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정당의 강령 어디에도 재산권 제한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민족주의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으니, 서구 기준으로 볼 때 통합진보당은 중도 우파에 해당하는 정당으로 판단됐다. 

이런 정당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하다니... 얼마나 중요하고 충격적인 사건인가. 이런 뉴스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고 '한 재미동포 아줌마의 북한 여행담'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초대소'에 머물렀다고? 어떤 곳인지 나도 궁금
기사 관련 사진
▲  붐비는 고려호텔 로비
ⓒ 신은미

일부 언론이 통일 토크콘서트를 다루는 수준도 형편없었다. 어떤 방송은 무속인을 출연시켜 내 관상을 분석한다. 글쎄 내 얼굴이 '종북 관상'이란다. 또 어떤 방송은 점쟁이를 출연시켜 이름을 풀이한다. 내 이름도 '종북 이름'인 모양이다. 그리고 결혼 때도 보지 않았던 남편과 나의 궁합까지 봐준다. 내가 종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궁합인가 보다. 이런 방송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기에 앞서 민망함이 치밀어 올랐다. 이게 모국 언론의 수준이라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방송들은 허위보도를 내보낸 뒤 평론가들을 출연시켜 나에 대한 저급한 비난을 퍼부었다. 또 탈북자를 스튜디오에 불러 내 북한 여행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다. 그 탈북자에 의하면 북한의 무슨 부서에서 나를 특별관리한다고 한다. 또 내가 평양의 '초대소'라는 곳에서 머물렀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평양에 가면 항상 '고려호텔'에 머무른다. 이밖에 '해방산호텔'에서 열흘 그리고 '양각도호텔'에서 하루 머무른 적이 있다. 매일 여정을 기록한 북한 기행문 연재나 출판물을 보면 그날그날 어디서 머물렀는지, 사진과 함께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 탈북자에 의하면 '초대소'는 '공짜'이며 시설도 좋다고 한다.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더군다나 공짜라고 하니 귀가 번쩍 뜨인다. 왜냐하면 우리 부부는 북한 관광을 한 번 갈 때마다 꽤 큰돈을 쓰기 때문이다. 

비행기 요금, 북한 조선국제려행사에 지불하는 요금, 쇼핑이라든가 개인적으로 필요한 돈 등, 열흘 기준 관광비용이 1인당 300만 원가량이다. 거기에 비행기 요금은 1인당 약 500만 원. 이외에 여러 가지 비용을 포함하면 1인당 1000만 원이 넘으니, 한 번 북한에 갈 때마다 총 2000만 원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초대소'라는 곳에 머무르면 모든 게 공짜라니 적어도 조선국제려행사에 지불하는 돈은 절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북한에서 내 요청을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북한에 가게 되면 꼭 초대소라는 곳에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그래서 대체 초대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호텔보다 더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사진과 함께 독자님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탈북자의 추측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북한으로부터 적어도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는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해외동포 관광객에게 그렇게 큰돈을 쥐여줄 여유가 있는 나라란 말인가. '북한 정부가 돈이 없어 주민들이 굶어 죽어간다'는 평소 자신의 말과 배치되는 말 아닌가. 
기사 관련 사진
▲  열흘간 목에 걸고 다녔던 아이디 카드
ⓒ 신은미

또 이 방송은 내가 북한 문화성 초청으로 평양에서 공연했을 당시의 <로동신문> 기사를 인용하면서 내가 '수령님을 흠모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보도했다. 

2012년 2월 북경에서 북한과 미국은 소위 '2.29 합의'라는 문서에 서명했다. 그 합의 내용 중 하나가 '북한과 미국간의 문화·예술·체육 등의 교류'였다. 그때 나는 북한 문화성으로부터 초청받고 흔쾌히 승낙했다. 당시 미국인들로 구성된 150명의 남성합창단도 함께 참가했다. 

나는 <로동신문>에 난 기사를 읽어볼 기회가 없어 어떤 식으로 보도됐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어느 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했으며 어디에서 온 누구냐"라는 <로동신문> 기자의 질문에 "남한에서 태어나 이화여대에서 학사 학위를, 그리고 미네소타 주립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가정주부로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노래를 안 부른 지 10년이 넘어 노래가 잘 안된다"라고 답했을 뿐이다. 

<로동신문>은 얼마든지 "출연자들은 수령님을 흠모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했다"라고 보도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사를 쓴 <로동신문> 기자의 말이지 내가 한 말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언론은 이를 인용하며 마치 내가 그런 말을 한 것처럼 방송에 내보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여러 가지 거짓말을 방송에 나와 버젓이 사실인 것처럼 말할 수 있을까. '종북몰이'에 관한 것이라면 무슨 말을 해도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인가. 나는 변호사를 통해 이 탈북자를 비롯해 방송에 출연해 나의 명예를 훼손한 평론가들을 고소했다. 현재까지 법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악마의 나라 북한'... 이제 그만

한국의 수많은 방송국들은 긴 시간을 할애해 북한 관련 뉴스를 내보낸다. 아마도 북한이 없었다면 이 방송국들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그런데 그들이 내보내는 북한 관련 뉴스 대부분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픽션에 가까운 '카더라' 수준이다. 

한국 방송에서 연속극만 봐오던 나는 첫 북한여행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가 북한 관련 동영상들을 유튜브를 통해 찾아봤다. 방송 내용이 내가 어려서 받았던 반공교육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것들이 내가 본 북한 그리고 북한 동포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이 바로 내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하고 연재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더 큰 이유는 나와 평양에 있는 수양가족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지만. 

북한은 우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북한을 자주 다루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언론의 북한 악마화'는 자제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한 보도와 비판이 '민족의 화합과 조국의 평화적인 통일'에 기여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방송에서 북한의 가슴 아픈 경제적 결핍을 희화화하는 것 또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왜냐하면 북한동포들의 그러한 궁핍한 모습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