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입사준비 풍경은 다른 분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토익, 한국어능력시험 등 스펙을 쌓으며 채용정보를 모으고 논술과 작문을 준비한다. 아랑(언론사 지망생 인터넷 카페), 스터디 모임을 통해 서로 의지하거나 몇몇 대학에서 운영하는 언론고시반에 들어간다. 저널리즘스쿨 명목으로 설립된 입사대비기관이나 언론사에서 개설한 글쓰기 강좌도 이용한다. 
1년 4개월째 기자를 준비하고 있는 김재희(여)씨는 다른 분야의 회사를 다니며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두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다. “부모님이 ‘기자일이 힘들다’며 우려해 다른 곳에 취직했지만 야근과 주말출근이 일상이었고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나중엔 부모님도 그럴 바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김씨는 본격적으로 기자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 진학했다. 그의 퇴직금은 등록금이 됐다. 첫 번째 회사를 그만뒀을 때 언론사 입사준비를 조금 했지만 사정상 재취업을 해야만 했다. 일하면서 공부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 대학원은 언론사 지망생들이 모여 언론인 출신 교수진에게 수업을 듣는 곳이다.  
오경환(남)씨는 지난해 초 한겨레 아카데미를 수강한 뒤 3월부터 다른 분야의 회사에서 1년간 일을 했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 (입사준비)스터디를 하며 준비하려했는데 생각보다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일을 쉬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언론사 입사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은 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기자준비를 하고 있다. 
기자준비를 한지 1년 정도 된 박혜연(여, 가명)씨는 낮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경야독이다. 수험생들은 생계와 꿈 사이를 오가며 산다. 박씨는 신문사에서 인턴도 했다. 정민경(여)씨도 인턴기자 경험이 있다. “열정착취이기도 했지만 배우는 것은 많았죠.” 수험생들은 착취도 감당해야 한다. 
몇몇 대학교에서는 언론고시반을 운영한다. 2년 동안 기자준비를 해온 권동현(남, 가명)씨는 고시반에서 수업을 듣고 글 쓰고 책도 보며 기자를 준비하고 있다. 권씨는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명이 (고시반을) 담당하고, 전·현직 언론인이나 스피치 강사들이 와서 수업을 해주는데 이보다 열악한 학교들도 많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예비언론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은 한국 언론의 채용제도와 대안으로 제시된 미국식 저널리즘스쿨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 예비언론인 5명이 미디어오늘 회의실에서 언론사 채용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정철운 기자
 
- 언론사 채용이 불규칙하기도 하고 문도 좁다. 입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정민경(이하 정) : 뭘 준비해야할지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합격하는지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문제다. 서류전형에서는 스펙을 보고, 필기시험도 보고, 실무평가도 보면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점수가 객관화되지 않고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지원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박혜연(이하 박) : 오래 준비한 사람이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기자 한 번 해볼까’해서 (기자가) 될 때 가장 낙담하게 된다. 채용제도가 다양했다면 그렇게 낙담했을까 싶다. 
김재희 : 지역MBC들이 사정이 어려워서 채용을 줄이고 있어서 채용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진다.
 
오경환 : 지인이 기사를 웹페이지에 맞게 수정 작업하는 일을 한다. 웹디자인에 능숙해야 하지만 기사 보는 눈도 있어야 한다.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도 저널리스트로 받아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은 비슷했다. 종합일간지 대여섯 가지를 수험생들이 나눠 읽고 요약해서 서로 공유한다. 논술은 최근 이슈를 주제로 선정하고, 언론사 논조에 맞춰서 논술이나 작문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식시험은 시중에 나와 있는 시사 상식책을 여러 번 돌려보고 아랑에 올라온 상식을 취합하기도 한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 만큼 불안감도 커진다. “스펙도 중요한 것 같고 자기소개서도 중요한 것 같고…”(오경환) “공기업 중에는 스펙 상한선이 있다. 예를 들어 토익이 820점 이상이면 다 만점이다. 하지만 지금 언론사는 ‘고고익선’이다.”(정민경) 지원자들은 전형 과정에서 탈락했을 때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 지를 가장 궁금해 했다. 
  
▲ 오경환씨. 오씨는 언론사들이 정기적이지 않다며 “1년은 신입을 뽑고 1년은 경력기자를 뽑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정철운 기자
 
“1년은 신입 뽑고 1년은 경력 뽑는 것 같다”(오경환) 언론사 채용은 정기적이지 않다. 채용인원도 언론사 당 10명을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문은 좁은데 통과하려는 자는 많다.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도 생겨났다. 지망생 필수코스로 알려진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기자들이 진행하는 언론사 취업용 글쓰기 강좌 수업료는 40만원(10회)~ 85만원(16회)에 이른다.
1995년부터 언론계 사교육 시장을 주도한 한겨레에 이어 조선일보는 저널리즘아카데미(2011년), 경향신문은 정치저널리즘스쿨(2012년)을 각각 선보였다. 2007년부터 이화여대에서 운영하던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은 지난해부터 SBS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100~120만원(6개월)이던 수강료를 무료로 바꿨다. 
세명대에는 대학원 과정도 있다.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전교생이 기숙사에 살면서 언론인을 꿈꾸고 있다. 학생 중 40%는 장학금을 받는다지만 2년간 매학기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지원자들만 다닐 수 있다. 언론인 출신 교수진이 지속적으로 직접 글을 봐준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지원자들은 열심히 준비하지만 채용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근 MBC가 2013년 12월 이후 대졸신입공채를 진행하지 않다가 최근 이를 공식화했다. 한겨레는 수습기자 채용전형 4주 동안 현장실습을 실시한다고 공고했다가 지원자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현장실습 기간을 2주로 단축하기도 했다. 전형절차가 까다로워졌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21(제1064호)은 무너지는 저널리즘에 대한 해결책을 언론사 공채제도의 변화에서 찾았다. 저널리즘스쿨과 연계한 채용방안을 내놨고, 세명대저널리즘스쿨과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을 소개했다. 한겨레21은 저널리즘스쿨과 연계한 상시인턴제도도 운영할 계획이다. 
  
▲ 정민경씨. 정씨는 저널리즘스쿨 연계채용에 대해 “스펙도 있어야 하고 시험 준비도 하면서 언론사 공동 취재경험까지 있어야 한다는 소린데 이는 수험기간만 늘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사진=정철운 기자
 
이에 언론사 지망생들은 “또 하나의 스펙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정민경씨는 “지금도 대졸기자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널리즘스쿨까지 마치고 오라는 것은 지원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KBS 정연주 전 사장은 지방쿼터제와 같이 합리적 채용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데 (한겨레21은) 너무 미디어 엘리트만 키우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인턴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정씨는 “미국식 저널리즘스쿨에서는 상시인턴을 통해 좋은 기사를 쓰면 기자가 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스펙도 있어야하고 시험 준비도 하면서 이젠 인턴을 하거나 언론사와 공동 취재 경험까지 있어야 한다는 소린데 이는 수험기간만 늘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지적됐던 인턴은 곧 ‘열정페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월 40만~50만원을 주는 언론사 인턴프로그램들이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운영되고 있다. 상시인턴과 상시채용에 대해 오경환씨는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이용해 먹고 말 것 같다는 뉘앙스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지난 13일 일반인턴 2~3명, 세명대와 프론티어저널리즘스쿨 연계형 인턴 2~3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수천명에 이르는 기자 지망생이 있는 가운데 두 저널리즘스쿨 학생 200여명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저널리즘의 문제를 채용제도에서 찾는 것도 예비 언론인들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권동현씨는 “일본 NHK와 KBS는 비교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채용제도로 (저널리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고시형 채용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미국은 중앙언론사 입사를 위해 저널리즘스쿨에서 인턴 등의 경험을 통해 지역언론사로 입사해 경력을 쌓은 뒤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널리즘스쿨을 바라보는 지망생들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로스쿨이 도입될 때도 진입장벽이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진학이)불가능한 사람은 오지 말라는 것이다.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오면 자격증이 생긴다. 하지만 언론사는?”(박혜연) 저널리즘스쿨에서 학생을 추천해 채용하는 방안에 대해 권동현씨는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게 부담스럽고 지금껏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거부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언론사 지망생들은 저널리즘의 문제를 채용제도로 돌리는 언론사 태도는 ‘비겁하다’는 입장이다. 언론사 면접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많은 기업의 면접관들이 채용 전에 따로 교육을 받는다. 면접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원자들에게 해야 할 질문과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을 익힌다. 하지만 언론사 채용 전형을 겪어본 지원자들은 공통적으로 언론사 면접관들이 지망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고,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한번은 면접관이 이렇게 말했다. ‘방금 전 지원자는 외국에 나가보지도 않았는데 토익이 970점인데 외국도 다녀 와놓고 점수가 이거밖에 안되느냐’ 잠깐 외국에 다녀 온 것은 사실이지만 면접장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당황스럽다. 몇몇 언론사에서는 몸무게, 키, 가족사항, 종교, 취미, 흡연여부 등까지 묻는다. 떨어지고 나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종교가 없어서 떨어졌나? 토익을 더 높여야 하나?”(김재희) 
  
▲ 김재희씨. 김씨는 얼마 전 한 언론사 면접관에게 ‘다른 지원자는 외국에 안가고도 토익 970점인데 외국 다녀 와놓고 점수가 이거밖에 안 되냐’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진=정철운 기자
 
“지금 언론사 채용은 후진적이다. 얼마 전 경향신문에서 여성차별 논란도 나오지 않았나? ‘늘 그렇게 뽑았으니 계속 뽑지 뭐,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더 잘난 애들 뽑으면 되지 뭐’ 이런 식이다. 일반기업도 이렇게 채용 안한다. 갑이 을 대하듯이 지원자를 대하는 곳은 언론사가 유일한 것 같다.”(박혜연)
그럼에도 지원자들은 이른바 잘 나가는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1인 미디어나 대안언론에 눈을 돌려 경험을 쌓아보라는 의견이 있다. 이에 오경환씨는 “언론사 뿐 아니라 취업시장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근로조건이 열악한 곳으로 취업했다가 좋은 곳으로 이직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혜연씨는 “(어느 매체에 있든)유능한 기자가 되면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느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어느 매체냐에 따라 기자의 보상이 달라질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희씨는 “대부분 기사가 모바일을 통해 다음, 네이버에서 소비되는 상황에서 중앙언론사말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사들이 수습기자보다 경력기자 채용을 선호하는 흐름도 있다. MBC는 상시채용으로 바꾼 뒤 경력기자만 뽑고 있으며, 연합뉴스도 경영악화를 이유로 당분간 수습기자 채용을 중단한 상황이다. 
권동현씨는 “MBC는 (공채에 기반한) 기수문화를 파업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경씨도 “MBC가 노조를 깨는 수단으로 채용제도를 바꿨다는 비판이 있는데 노조가 깨졌을 때 피해를 입는 것은 젊은 기자들과 예비언론인이 될 청년들”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에게 광고영업을 시키는 곳도 있다는 소문이나 언론이 사양산업이라는 얘기도 익숙하다. 이들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