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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6일 금요일

민상토론보다 청와대 국무회의가 더 불쾌


[김창룡의 미디어창] 사과 대신 호통정치, 오싹했다… 방통위는 대통령을 제재하라
입력 : 2015-06-26  10:29:42   노출 : 2015.06.26  17:03:05
김창룡 | cykim2002@yahoo.co.kr    

메르스의 공포, 정치 실종의 시대, 서민에게 작은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콘서트 시사풍자 코너인 ‘민상토론’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유같지않은 이유로 결방이라는 사고를 당하더니 이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행정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곧 또 다른 이유로 ‘민상토론’ 코너를 폐지한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이 개그인지 혼란스런 시대에 살고 있다. 민상토론 개그는 과연 결방되고 심의제재 대상이 돼야 했던가?
민상토론이 다룬 소재는 정부도 인정한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미흡한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상토론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제5호 “그 밖에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모호한 ‘불쾌감, 혐오감’을 내세우며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과 정서’를 내세웠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프로그램, 어떤 코너도 방송심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개그프로에서 풍자형식의 내용에 대해 정색을 하며 ‘시청자 정서’를 들먹이는 것은 블랙코메디에 가깝다. 심의위원들은 막연한 시청자의 정서를 걱정해줄 것이 아니라 이런 정부비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심사를 불편하게 할 것 같아서 엉터리 심의를 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에서 박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성역이다. 지난 2013년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한 개그맨은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그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 마라. 코미디.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라고 발언했다가 역시 방통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유가 가관이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훈계조로 발언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권위주의 시대를 탈피하지 못하고, 권력자에 대한 비판, 풍자조차 허용하지않는 경직된 사회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불쌍하다. 영국, 독일, 미국 등 언론선진국가에서 대통령, 총리 등에 대한 비판, 풍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다.
한국은 표현의 자유가 사회적 지위, 권력의 세기에 따라 다르다. 힘없는 개그프로 PD는 윗선에서 몇 번 사인을 보내면 스스로 프로그램을 폐지하게 된다. 그런 때 꼭 한마디 한다. “외압은 절대 없었다.”
시청자들이 즐기는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는 것은 서민의 작은 행복을 없애버린다는 것이다. 서민의 낙을 없애는 것은 좀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 권력추종자 몇 명이 밀실에서 벌이는 작업치고는 고약하지않는가.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못해 메르스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3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6월 24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4%가 ‘사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반대 의견은 19.8%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사과대신에 국회의원과 국민을 상대로 ‘호통 정치’를 선택했다. 방송개그는 묶고 목소리는 높이는 ‘버럭개그’로 여야를 향해 일갈했다.
한겨레 신문은 “오싹했다.”라는 제목으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의 말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배신감 피력, 자기연민 등 개인적 감정과 관련된 어휘들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구어체 문장도 적지 않았다. ‘내년 총선까지도 통과시켜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의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 ‘(국회법 개정안 여야 합의)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그간 품어왔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박대통령이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동반자가 아닌 정적으로 대하고, 여당 원내대표를 정조준하여 ‘국민심판’을 주문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는 각 개인이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국정최고책임자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국민의 여망과 달리 호통개그로 화답하는 것은 불행이다. 이것은 진짜 개그에 속한다.
대통령이 짜증내며 화를 참지못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단단히 고장났다는 반증이다. 대통령 자신의 문제인지, 영혼이 없는 참모들의 문제인지 아님 둘다의 문제인지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개그를 위협하면, 서민은 불편해진다.
방송심의규정 “그 밖에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시도때도없이 들이미는 방통위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민의 윤리적 감정과 정서를 해치는 행위”를 어떻게 제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민상토론은 계속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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