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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3일 화요일

3번 죽을 고비 넘긴 큰고니의 꿈은 이뤄질까


김봉균 2015. 06. 23
조회수 2066 추천수 0
탈진해 2번 구조, 회복시켜 방생했더니 이번엔 낚싯줄에 목졸려
금지 팻말 옆에서 버젓이 낚시, 책임 있는 취미생활 즐겼으면
  
sw1.jpg» 큰고니 가족. 부리 기부(안쪽 끝)가 노랗고 털이 전체적으로 새하얀 개체가 어미(성체)이고, 부리 기부가 희고 털이 때가 묻은 것처럼 회색인 것이 새끼(미성숙 개체)입니다. 그해 태어난 새끼들은 대체로 어미와 함께 가족 무리를 형성해 겨울을 보냅니다. 
 
큰고니는 우리나라 전역의 호수나 강가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입니다. 10월께 우리나라에 찾아와 2월 말~3월 초가 되면 번식을 위해 북상합니다.
 
보통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큰고니는 몽골 동부에서 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새끼가 태어나면 겨울이 지날 때까지 어미와 함께 가족 무리를 형성해 지내거나, 지난해 태어난 어린 개체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합니다.
 
2014년 2월1일 충남 아산에서 큰고니 1개체가 구조되었습니다. 전해에 태어나 처음 우리나라에 도래한 어린 개체였습니다. 꽤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지 굉장히 수척한 상태였습니다.
 
보통 큰고니가 구조되는 이유는 밀렵에 의한 총상(워낙 덩치가 크고, 희기 때문에 눈에 잘 띄어 밀렵꾼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큼), 납중독(밀렵에 사용된 납탄이 몸의 내부에 박히거나 먹이활동 중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납 추를 먹음), 크고 높은 다리나, 대형 송전탑 등의 높은 구조물과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사고는 죽음과도 직결되기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sw2.jpg» 검사를 위해 호흡마취를 진행하는 모습.  
 
다행히도 이 큰고니는 위와 같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해 구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검진 결과 날개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었고, 간과 비장이 부었지만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어떠한 이유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고, 아직 어린 개체이다 보니 혼자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14-034’라는 개체번호를 부여받은 이 큰고니는 며칠 동안 극진한 보호를 받아 활력을 되찾았고, 2월20일 처음 발견했던 장소에 놓아주었습니다.
 
약 20여 일이 지난 3월 중순 또다시 큰고니가 구조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충남 보령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큰고니는 뭔가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보령에서 구조된 이 큰고니는 다리에 금속가락지를 부착한, 2월 20일 아산에서 방생했던 14-034 큰고니였습니다. 방생한 곳에서 60㎞ 떨어진 보령에서 다시 발견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14-059’라는 개체번호를 주었습니다.
 
sw3.JPG» 2월20일 방생한 그 친구가 3월13일 다시 구조되었습니다. 금속가락지는 이처럼 재포획 여부를 확인하거나, 방생 후 모니터링을 위해 부착합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총에 맞거나 납중독 때문에 구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행이긴 하지만 지난번보다 극심한 기아를 겪고 있었고, 탈수도 굉장히 심했습니다.
 
강제급식과 동시에 수액을 공급해 줘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이 3월 중순이라는 점입니다.

sw4.JPG» 수액을 공급받는 큰고니의 모습. 
 
sw5.JPG» 튜브를 삽입해 소화와 흡수가 용이한 유동식을 급여하는 모습. 
 
3월이면 대부분의 큰고니가 번식지로 북상할 시기입니다. 3월 중순에 구조됐고,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에 이 큰고니가 올해 번식지로 돌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때문에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오랜 기간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머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sw6.jpg» 왼쪽에 있는 흰뺨검둥오리와 원앙은 2014년 여름에 태어난 어린 개체들이었고,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다면 큰고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연으로 돌아갔을까요? 
 
14-059 큰고니는 1년이라는 시간을 잘 견뎠습니다. 봄을 지내고, 여름을 견디고, 가을을 떠나보내니 비로소 큰고니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이번에 방생지로는 충남 서산을 선택했습니다. 서산에는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 천수만 평야가 있고, 이 천수만을 가로지르는 간월호가 있어 매년 겨울 많은 큰고니가 머물다 갑니다. 그만큼 환경 자체는 큰고니에게 적합한 곳입니다.
 
sw7.jpg» 천수만 간월호에 모여 있는 야생 큰고니 무리의 모습. 


방생에 앞서 이전에 두 번이나 구조되었던 이력이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기 위해 인공위성 위치추적기를 부착했습니다. 특정 시간마다 큰고니가 머물고 있는 지점의 좌표가 수신이 되어 머물고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큰고니가 머물고 있는 현장으로 직접 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다시 재구조를 할 수도 있겠지요.
 
큰고니는 서산 석지제에 방생이 되었는데, 이틀 뒤 천수만 간월호 부근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후 약 10일 동안 간월호 부근에서 계속 머무르다가 3월5일 별안간 서산 잠홍저수지로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sw8.jpg» 방생 직후인 2월23일부터 3월4일까지 큰고니가 머물렀던 좌표 모음(왼쪽). 3월5일 이후 잠홍저수지로 이동한 후 큰고니가 머물렀던 좌표들(오른쪽). 
 
잠홍저수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급하게 현장으로 가보았습니다. 꽤 넓은 저수지였고, 큰고니가 즐겨먹는 수초와 수초의 뿌리가 저수지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큰고니가 북상하기 전 잠깐 머무는 곳으로 크게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잠홍저수지에는 이러한 장점이 모두 빛바랠 만큼 큰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굉장히 유명해 많은 사람이 찾는 낚시터라는 점이었습니다.
 
sw9.jpg» 수초와 수생식물의 뿌리를 즐겨먹는 큰고니. 그러한 큰고니에게 알맞은 환경을 갖춘 잠홍저수지의 모습. 
 
sw10.jpg»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과 그 주변에 유유히 떠있는 큰고니의 모습입니다. 누군가에겐 편안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칠지 모르겠습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주 위태로운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낚시는 누군가에겐 소중한 취미생활이지만, 야생동물에겐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낚시를 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납 추를 야생동물이 먹어 납중독에 걸리기도 하고, 끊어진 낚싯줄이나 바늘을 삼키거나 몸에 걸리기도 합니다(■ 관련기사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③ - 낚시).
 
때문에 잠홍저수지는 큰고니에게 절대로 안전한 환경이 아니었고, 이를 걱정스럽게 여겨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 큰고니의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큰고니의 위태로운 하루하루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10일쯤 지났을 때 큰고니의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더니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sw11.jpg» 큰고니의 부리 주변에 낚싯줄이 뒤엉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낚싯줄이 어떻게 엉켜 있는지, 혹시 낚싯바늘이 목에 걸려 있지는 않은지 검사가 필요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큰고니를 재포획해야 했습니다. 운동성이 많이 떨어진 탓에 그리 어렵지 않게 포획할 수 있었고 다행히 검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sw12.jpg» 부리 주변에 엉킨 낚싯줄을 풀어내기 전 검사를 하는 모습. 
 
검사 결과 낚싯바늘이 걸려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낚싯줄이 혀에 엉켜 조여오고 있었고, 목 깊숙이 들어간 상태로 혀에 걸려 식도가 막혀 먹이를 먹지 못해 수척한 상태였습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수초나 바닥의 돌에 낚싯바늘이나 낚싯줄이 쉽게 걸리게 됩니다. 걸린 낚싯줄을 빼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끊어지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렇게 끊어져 버린 낚싯줄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죠. 강가나 해안가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위험한 쓰레기로 말이죠.
 
낚싯줄은 매우 날카롭기 때문에 신체 일부가 낚싯줄에 엉키게 되면 야생동물은 여간해선 풀어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풀어내려 할수록 점점 조여와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만약 추적기를 달아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면 이 큰고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혀가 잘려나가고 식도가 꽉 막힌 채 굶주림에 지쳐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갔을지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죽어갔을 것이 분명합니다.
 
sw13.jpg» 큰고니에게서 낚싯줄을 제거하는 모습(왼쪽). 제거한 낚싯줄과 이물이 뒤엉켜 있는 모습(오른쪽). 
 
잠홍저수지에는 이런 안내문이 적힌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본 저수지의 보호 및 안전관리를 위해 다음 행위를 금합니다. 낚시 또는 어망, 유해물질 등으로 물고기를 잡는 행위. 쓰레기 버리기, 수질오염 행위…”
 
그러나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수많은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그들의 남기고 간 흔적은 쓰레기가 되어 이곳저곳을 더럽히고 있었습니다.
 
10여일 간 이곳에 나가 큰고니를 지켜보면서 관찰하니 그 누구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고, 낚시 행위를 적발하거나 금지하는 모습 역시 볼 수 없었습니다.
 
sw14.jpg» 낚시행위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위) 바로 옆에 자리 잡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
  
sw15.jpg» 낚시행위를 금지한다는 안내문 바로 옆에 자리 잡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 
 
결국, 큰고니는 또다시 구조센터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1년여 간을 고생하고 참아가면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채 한 달을 살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셈입니다.
 
그것도 벌써 3번째 구조입니다. 태어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이 생명이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끝내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좁은 계류장에 머물고 있는 큰고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가슴 한편에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만 같은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sw16.jpg» 다가오는 겨울에는 꼭 자연으로 돌아가 이렇게 힘찬 비행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땐 넘어지지 말고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낚시는 분명히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비난할 순 없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당신이 무심코 드리워 놓았던 낚싯줄이 야생동물의 목을 조일 수 있다는 걸, 나의 취미가 야생동물을 이토록 위협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다 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취미생활이 생명의 불씨를 꺼뜨린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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