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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0일 목요일

"쓰러져도 괜찮으니..." 얼차려 도중 군인이 죽는 진짜 이유

 [김형남의 갑을,병정]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 얼차려 폐지 안 하면 언제든 재발 가능

24.05.30 11:57최종 업데이트 24.05.30 11:57

▲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훈련병들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 (2005.5.31) ⓒ 연합뉴스

2020년 3월 6일, 육군 3사단 예하 대대에서 11명의 병사가 휴대전화 사용 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었고, 규정대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자정, 술에 취한 대대장이 부대로 들어와 대대원 300명을 전부 연병장으로 집합시켰다. 그리곤 기강이 해이하다며 얼차려를 실시했다. 잠을 자다 불려 나온 병사들은 1시간 동안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위병소까지 선착순 달리기를 했다.

그날 오후, 대대장은 또 병사들을 연병장에 집합시켰다. 간밤에 부여한 얼차려를 또 실시했다. 병사들 중 한 사람을 집어내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100M 전력 질주 달리기를 반복시켰다. 뛰던 병사가 숨을 헐떡이자 대대장은 의무병에게 심장충격기(제세동기)를 가져오라고 지시하더니 "제세동기가 있으니 쓰러져도 괜찮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의 문제제기로 대대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으나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 징계가 고작이었다.

얼차려는 정식 징계 절차가 아니다. 지휘관 판단하에 부하들에게 일정 수준의 신체적 고통을 부여함으로써 훈육의 효과를 얻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옛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기합 주던 것과 비슷한 이치다. 때문에 아무리 제도와 규정으로 통제한다지만 페널티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징계와는 달리 집행 과정에서 판단 주체인 지휘관의 감정이나 주관이 실릴 수밖에 없다. 휘하 병사들 일부가 지시 사항을 위반했다고 술에 취해 대대 총원을 이틀씩이나 가혹하게 괴롭힌 이상한 대대장이 일반화될 수는 없지만, 특성상 얼차려와 가혹행위가 한 끗 차이란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법률로 규정한 얼차려? 그러면 뭐하나

▲ 지난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 위로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 연합뉴스

얼마 뒤 군은 얼차려의 명칭을 '군기훈련'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참모총장들이 제·개정 할 수 있는 각 군 규정을 근거로 실시되던 얼차려는 상위법인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제38조의2(군기훈련) 조항이 신설되면서 법률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물론 법 개정 전의 '얼차려'도 지휘관 맘대로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법률 개정 전의 '얼차려'나 개정 후의 '군기훈련'이나 종류와 방법은 각 군 규정을 따르긴 마찬가지다. 현행법도 종류와 방법은 각 군 규정에 위임하고 있다. 법률로 군기훈련을 명문화하면서 새로 생긴 건 '군기훈련을 실시한 지휘관은 매년 2월 말까지 전년도 군기훈련 실시 결과를 장성급 지휘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정도다.

때문에 각급부대 지휘관은 매년 군기훈련의 실시 사유, 횟수, 대상, 시기, 장소, 방법을 장성급 지휘관에게 보고하고 있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얼차려가 각급 부대에서 지휘관 마음대로, 함부로 실시할 수 없도록 법률로 장성급 부대에 지휘·감독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4년 5월 23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져 후송되었고, 이틀 뒤인 25일에 사망했다. 현재 군기훈련은 시행할 수 있는 종류와 방법이 다 규정돼 있다. 그런데 해당부대 간부는 입대 9일 차 훈련병 6명에게 규정에도 없는 가혹한 완전군장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완전군장 뜀걸음을 시켰다. 그러던 중 한 명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여 다른 훈련병들이 이를 간부에게 알렸으나 무시당했고, 결국 사망 사건으로 이어졌다. 법률로 얼차려를 규정하면 가혹행위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번엔 더 나아가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만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다시 '얼차려'가 주목받고 있다. 사건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장성급 지휘관에게 지휘·감독권을 부여해봐야 별반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집행 간부는 이번 얼차려를 상부에 '정상적'으로 꾸며 보고했을 것이다.

이는 비단 12사단 신교대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가 암암리에 규정과 절차에 입각한 정상적 군기훈련으로 꾸며져 보고되고 있다. 장성급 부대에서 군기훈련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러 다니지도 않을뿐더러, 보고도 1년 치 군기훈련 실시 현황을 한꺼번에 사후보고 하는 식이라 실효적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름만 군기훈련이라 바꿨을 뿐, 여전히 명령권자와 집행자의 감정과 판단에 따라 가혹행위가 될 소지가 충분한 셈이다.

조만간 군은 후속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법률과 시행령을 개정하고 복잡다단한 매뉴얼을 만든다며 수선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사건사고가 터지면 늘 그렇게 대처한다. 얼차려 종류와 방법을 법률이나 시행령으로 격상해서 규정하고, 지휘·감독 의무를 강화한답시고 상급부대에서 때마다 감독자를 보내게 하거나, 아예 얼차려 실시 주체를 상급부대로 올리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건 대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타인의 심신에 고통을 부여하는 훈육·교정 방식은 객관적일 수가 없다. 고통을 부여하는 사람의 주관과 감정이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 대다수의 국가들이 범죄자들을 고문하거나 때리지 않고 일정 장소에 가두어 두는 방식으로 징벌하거나 금전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학교에서 더 이상 체벌을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주관적으로 부여하는 불이익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얼차려를 폐지하자

▲ 서울의 한 터미널 인근에서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얼차려 자체를 폐지하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한다. 대체 언제까지 심신에 고통을 주는 위험한 훈육 방식을 고수할 것인가.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게 효과적인 훈육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마 얼차려를 없애자고 하면 군대의 특수성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십 년 전, 윤 일병 사건이 터지고 군대에서 구타를 없애자고 할 때도 똑같이 '특수성'을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군인은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고, 군인다워진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군에서 악성 구타 사건이 많이 줄어든 지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폭력이 기강을 세우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었듯, 얼차려도 유일한 훈육 수단이 아니다. 여태껏 우리 군이 다른 수단을 강구해보지 않았을 뿐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작업을 시킨다던가, 부대원들을 위해 근무 외로 봉사하게 하는 등 고통이 수반되지 않고도 충분히 페널티를 부과해 훈육과 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지금은 얼차려의 제도적 미비점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제도적 보완은 이미 실패했고,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제2, 제3의 참사를 막는 방법은 얼차려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훈육 방안을 찾는 것이다. 군 스스로 '군인에겐 얼차려가 당연하다'는 타성부터 벗어나야 한다.

#얼차려 #군기훈련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

프리미엄 김형남의 갑을,병정

남한 풍선은 '인도적'이라 괜찮고 북한 풍선은 치졸한 정전협정 위반?

 풍선에 '이중잣대' 적용하는 정부…확성기 재개 등 보복 조치 가능성 열어둬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5.30. 11:58:10 최종수정 2024.05.30. 15:04:29

정부는 북한이 풍선을 이용해 남한에 쓰레기를 비롯한 물건을 투척한 데 대해 정전협정을 위반한 치졸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남한의 민간단체가 이미 북한에 셀 수 없을 정도로 전단과 기타 물품을 포함한 풍선을 보낸 적 있어 북한 탓만 하는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0일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으며, 다시 한 번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치졸한 정전협정 위반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우리 민간단체가 생필품을 포함하여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부양하고 있는데 북한군이 오물 풍선을 날리는 것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며,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반인륜적이고 저급·치졸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풍선을 애초에 격추할 계획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풍선을 격추하게 되면 풍선이 떨어져서 낙하하는 힘에 의해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그 안에 위험물이 들어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확산되면 더 회수가 어려워지고, 또 북한 쪽에서부터 날아오고 있는데 그걸 격추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격을 하게 되면 우리 탄이 MDL(군사분계선) 이북으로 월북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것이 또 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합참에서는 상황 평가를 해서 낙하시켜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대북 전단뿐만 아니라 확성기 방송 등 보복 차원에서 대북 심리전을 대대적으로 재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이 실장은 "우리 군은 항상 대비하고 준비는 되어 있다. 태세는 갖추고 있으나, 나머지 활동들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또 그러한 준비는 갖춰져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정부가 남한 민간단체가 북한에 날리는 풍선은 인도적이고 북한이 날리는 풍선은 치졸하다며 성격을 다르게 규정했으나, 북한은 이전부터 전단에 대해 예민하게 대응해왔다. 풍선에 포함된 전단에서 북한 체제를 반대하는 메시지도 문제가 됐지만, 이 실장도 언급했듯 풍선 안에 위험물을 포함해 어떤 물질이 들어있을지 확인이 안되는 상황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안전의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남한 정부 차원에서 막으라고 여러 번 요구했지만 정부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언급하며 사실상 방치했다. 때로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적용하면서 이를 막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이에 북한은 2020년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며 강한 항의를 표출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말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 살포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고 국회에서 해당 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이 개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기존 법률로 대북 전단 살포를 방지할 수 있음에도 추가적인 법률 제한으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해당 법률이 신설되기 전부터 남한 사회에서는 접경지역의 주민 안전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두고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2020년 당시 통일부는 해당 법률 조항 신설을 준비하면서 2016년 대법원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과 정당방위 및 긴급피난을 규정하는 민법 제761조 제2항에 따라 국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판례를 도출한 점을 강조했다.

또 경찰관직무집행법을 통해 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37조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법률이 헌법 위반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다만 이 조항에서는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 제한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법률 개정을 통해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의견도 있어 왔다.

한편 북한 풍선과 관련 이성준 실장은 "북한군은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북방한계선 이북의 다수 지역에서 다량의 대남 오물 풍선을 부양했다. 북한군이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은 경기, 강원 및 수도권과 충남 계룡, 경남 거창 등 남부권역에 광범위하게 낙하했다"며 "풍선의 적재물에서 담배꽁초, 퇴비, 폐건전지, 폐천조각 등 각종 오염물질이 확인되었고 현재 관련 기관에서 이를 정밀 분석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화생방 오염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 29일 오전 3시께 충남 계룡시 두마면의 한 도로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발견돼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현장에서 발견된 풍선 물체.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