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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31일 목요일

[단독] 해병대 수사관들, '이첩 보류' 부당한 외압으로 인식했다

 


'외압' 들어오자 오히려 사단장 수사내용 100페이지 이상 보강...'VIP 격노' 발언도 공유한 듯
23.08.31 15:46l최종 업데이트 23.09.01 00:03l
큰사진보기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8월 28일 오후 항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 하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도착하고 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 7월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모 상병 관련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입건됐다.
▲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8월 28일 오후 항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 하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도착하고 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 7월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모 상병 관련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입건됐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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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이외에 해병대 수사단 다른 구성원 역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외압이 있었음을 파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던 7월 31일 직후부터 해병대 수사단은 'VIP 지시'를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혐의자에서 임성근 해병1사단장을 빼지 못하도록 수사내용을 100페이지에 걸쳐 보강했다는 것이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에 따르면 박 대령은 '지난 7월 31일 오전 대통령 주재 비공개 회의 도중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윤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취지의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언급을 다른 수사관들과 공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광역수사대 수사관, 이첩 보류 지시 후 사단장 혐의 보강"
<오마이뉴스>가 31일 입수한 박 대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의 내용 중에는 "특히 1광역수사대 수사관 OO OOO은 '사령관으로부터 VIP에서 국방부장관에게 말하여 피혐의자에서 1사단장을 빼라고 지시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피혐의자에서 1사단장을 제외하지 못하도록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던 2023. 7. 31 이후인 2023. 8. 1에 사단장의 혐의와 관련된 내용들을 100페이지 이상 보강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다. 

영장의 이 내용은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의 항명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해병대 수사단 수사관의 진술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첩을 강행하기까지 수사관들의 행동 이유와 배경을 설명한 것.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첩 보류 직후부터 박 대령을 포함한 해병대 수사단이 'VIP 지시'를 기정사실화 할 만큼의 정황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분명한 것은, 'VIP 지시'에 맞서는 걸 무릅쓰면서까지 보강조사를 벌일만큼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가 부당하다고 해병대 수사단 구성원들이 판단했다는 점이다.   

보강조사는 장관 결재 이틀 뒤인 지난 1일에 진행됐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처리 보고서 경찰 이첩 보류 여부와 보고서에 적시할 혐의자, 혐의 내용 등을 두고 국방부와 해병대 수사단의 실랑이가 한창 벌어지던 때였다.  

해병대수사단은 임성근 해병1사단장을 빼라는 지시에 맞서 오히려 혐의를 보강하기 위해 보강조사를 벌였고, 이 서류들은 지난 2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됐다.

김 변호사는 최초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결재받은 보고서만으로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가 충분했지만, 상부에서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압력이 계속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뺄 수 없다는 점을 보강하기 위해서 해병대 수사단이 보강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해병대 수사단 수사관들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부당한 외압으로 인식했다는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이첩의 주체인 해병대 O광수대장은 '만약 수사단장이 이첩을 보류하라'고 해도 나는 그 명령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부당한 이첩보류 지시는 결코 듣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군 검찰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군 형법상 항명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9월 1일 오전 10시 용산 국방부 영내 군사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 대령은 피의자 심문을 하루 앞둔 이날 국방부 검찰단의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한지를 판단해달라며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관련기사] 
- "VIP가 '쾅쾅쾅쾅'했다고..." 박정훈 대령 육성 녹취 공개  https://omn.kr/25f2u
- 박 대령 측 "외압 증거 녹음 틀자 군 검사가 당황해 제지" https://omn.kr/25e2c 
- [단독] 박 대령이 "정말 VIP가 맞느냐" 묻자, 해병대사령관은 고개 끄덕였다 https://omn.kr/25e7i

태그:#박정훈 대령#고 채 상병#VIP#해병대 수사단

2023년 8월 30일 수요일

"김치로 돌돌 싼 라면이 김치말이 국수?" 외국인 유튜버 먹방 '당혹'

 

"김치로 돌돌 싼 라면이 김치말이 국수?" 외국인 유튜버 먹방 '당혹'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TMC3MKFA

유튜브 채널 ‘Veronica Wang’ 캡처




세계적인 'K-푸드' 열풍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음식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음식의 올바른 번역과 표기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먹방'을 발음 그대로 표기한 외국인들의 'mukbang'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유튜브와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에는 한국식 치킨, 떡볶이, 불닭볶음면 등을 먹는 모습을 촬영한 외국인들의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지난 2018년 9월 한 외국인 유튜버가 올린 '김치말이 국수' 먹방 영상이 이날 기준 조회수 약 228만 회를 넘기며 역주행 콘텐츠로 떠올랐다. 해당 영상이 다시 주목받은 이유는 이 유튜버가 먹은 독특한 김치말이 국수 때문이다. 영상을 보면 불닭볶음면에 김치를 말아 만든 음식을 먹는 모습이 나온다.

이 유튜버의 김치말이 국수는 한국음식 이름의 잘못된 번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글 번역기에 한국어로 '김치말이 국수'를 입력하면 영어로 'Kimchi Rolled Noodles'라고 번역된다. 육수를 섞은 김칫국에 삶은 면을 넣어 시원하게 먹는 기존 김치말이 국수와 달리, 외국인들 사이에서 면에 김치를 말아 먹는 음식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rolled(말린)' 대신 'wrapped(둘러싼)'라고 표현한 해당 유튜버의 영상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해당 영상은 최근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외국에 잘못 퍼진 김치말이 국수'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관련 게시물 작성자는 "(해당 유튜버가) 번역 과정에서 저 '말이'를 '면을 국물에 말다'가 아닌, '돌돌 말다'라는 뜻으로 번역해 먹은 것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육회를 'Six times'로 표기해 외국인들에 혼란을 가져다 준 한 식당의 메뉴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국음식이 잘못 번역된 사례는 김치말이 국수뿐만이 아니다. 앞서 국내 여러 식당의 메뉴판에 육회는 'Six times'로, 대게는 'Usually', 곰탕은 'bear thang', 밀면은 'When you push' 등으로 번역한 표기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온라인으로 한식을 접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미디어 환경에서 한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잡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9∼10월 해외 18개 도시에 사는 외국인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한식 관련 정보를 습득한 경로로 인터넷 매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외국인들이 억지로 번역되거나 잘못 표기된 한국 음식을 받아들여 다른 음식을 먹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우리말 그대로를 영어로 표기하는 기준을 정해 소개해야 한다"며 "한국 음식의 기존 의미가 왜곡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혼란을 줄이고자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한식 명을 로마자를 포함한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간·번체자)로 번역한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법 길라잡이 800선' 제작에 나섰다. 국내외 한식당에서 한식 메뉴의 올바른 외국어 표기를 돕고, 외국인에게 정확한 한식 정보를 전달해 한식당 이용에 불편함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서 지적받은 김치말이 국수는 'Kimchimariguksu, Kimchi Noodles'로, 육회는 'Yuk hoe, Beef Tartare'로, 곰탕은 'Gomtang, Beef Bone Soup' 등으로 정정 표기됐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식당과, 한식 메뉴 주문에 불편함을 느꼈던 외국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표기법 변화에 맞게 보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TMC3MKFA

김은미 인턴기자 디지털편집부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TMC3MKFA

2023년 8월 29일 화요일

고추와 호두 이야기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47] 고추와 호두 이야기

최태호 필진페이지 +입력 2023-08-30 06:30:00
 
▲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한자어에서 유래한 단어를 찾아보면 희한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우리말의 특징 중의 하나가 모음조화 현상이 잘 발달했다는 것인데 그것에 역행하는 구조가 자주 보인다모음조화의 예를 보면 찰랑찰랑’ ‘출렁출렁’ ‘깡총깡총’ ‘껑충껑충’ 등이 있다즉 같은 부류의 모음끼리 어울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요즘에 와서 깡충깡충도 표준어로 삼았으니 모음조화 현상이 깨져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아름다와보다는 아름다워를 많이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추는 원래 한자로 고초(苦草)’라고 했다맵기 때문에 괴롭다고 해서 괴로울 고()’ 자를 쓴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종류의 한자어는 식품에 유난히 많다그중에 호두도 그렇다한자로는 호도(胡桃)’라고 한다주로 호두나무의 열매(속살에 지방이 많고 맛이 고소하여 식용하며 한방에서는 변비나 기침의 치료 등에 쓴다)를 말한다그런데 지금은 호도라고 하면 비표준어다.
 
그러므로 작두·호두·고추·앵두 등의 단어는 모두 양성모음으로 발음하던 것이지만 어느 시절부터인가 음성모음이()이 주를 이루는 단어로 바뀌고 말았다이제는 우리말의 특징이 모음조화에 있다고 하는 말도 서서히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언어는 항상 변한다그래서 역사성·사회성이 있다고 한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2023년 8월 28일 월요일

신어 '대립각'에서 파생된 유행어 '~각'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신어 '대립각'에서 파생된 유행어 '~각'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신어 '대립각'에서 파생된 유행어 '~각'
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한 것은 약 5년 7개월 만으로, 한·미·일을 포함한 서방과 북·중·러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나) 여야는 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2023년 8월 27일 일요일

윤 정부에 '반발하지 않는' 국민들... 왜 이렇게 됐을까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타심과 애국심 회복한다면... 희망은 있다

23.08.28 07:01최종 업데이트 23.08.28 07:01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나는 지난달 <오마이뉴스> 칼럼(어느 경제학자의 끔찍한 예언... 국민의 전반적 상태 걱정된다https://omn.kr/24sjm)에서 "자기를 희생해 나라를 살리려는 의로운 부자도, 애국심과 정의감에 불타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정치인도, 부동산 투기가 아닌 땀과 노력으로 먹고살겠다고 결단하는 건강한 시민도, 열심히 공부해서 기업을 일구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학생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고 했던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경고에 기대서 한 말이다. 

국민의 전반적 상태에 대한 내 진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지난 한 달 동안 학교 현장에서, 길거리에서, 공원에서 과거에 보지 못했던 끔찍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약간의 지각이라도 있다면, 이 모든 일이 하나의 깊은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것이다.
물론 국민의 전반적 상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을 두고 국민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나라 살림을 맡은 정치인들,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언론들, 진리를 탐구하고 밝혀야 할 지식인들의 책임이 막대하다. 그들의 배후에서 온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기득권층의 책임이야 일러 무엇 하겠는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평등지권 사회, 부동산 공화국으로 전락
 

▲ 지난 4월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후 출현한 많은 신생 독립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농지개혁을 성공시켜 전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사회를 이룩했다. 지주의 땅을 유상몰수해서 소작농에게 유상분배하는 엄청난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얼마 전까지 극도로 불평등했던 '대지주의 나라'를 '평등한 소농의 나라'로 급변모시킨 것이다. 나는 이를 평등지권(平等地權) 사회라고 부른다. 

지주들 밑에서 고율 소작료에 시달리다가 자기 땅을 갖게 된 소농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서 재산을 불렸고, 그 돈으로 자녀 교육에 투자했다. 식량 증산과 우수한 노동력 공급, 사회 엘리트층 배출 등 경제성장에 꼭 필요한 중요한 요인들이 농지개혁의 효과로 출현했다. 외국의 학계에서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매우 빨랐다는 것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분배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른바 '공평한 고도성장'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농지개혁 단행 이후 한국 사회가 누렸던 평등성은 공업화·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약해지기 시작했다. 땀 흘려 일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도 돈을 벌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처음에는 권력자 주변 사람들, 나중에는 일반 국민까지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다. 급기야 한국 사회에서 돈을 벌려면 무조건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신화'가 형성되었다. '토지 신화',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신조어는 그렇게 등장했다. 농지개혁으로 실현된 평등성은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추고, 토지와 부동산이 소수의 수중에 집중되어 소득·자산 불평등의 핵심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부동산 때문에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졌고, 부동산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망한다. 부동산 때문에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의 애환은 깊어져 가고, 부동산 때문에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피하고 있다. 부동산 때문에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부동산 때문에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모든 경제문제의 뿌리에 부동산이 자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업화·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에서 토지가치가 상승하고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찬란했던 평등지권 사회가 문제투성이의 부동산 공화국으로 추락했다는 점에서 유별나다. 여기에는 박정희 정권의 무분별한 도시개발, 그 후 정부들의 냉열탕식 부동산 정책 운용,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 토건족의 과대 팽창과 그로 인한 언론의 부패 등의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서 평등지권 사회가 부동산 공화국으로 전락하는 과정은 추락 일변도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을 근절하여 토지 정의를 실현하려는 시민과 정부의 노력이 있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국민이 그 성과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개혁과 개혁파 참모들
 

▲ 이승만 정부에서 초대 농림부장관을 맡았던 조봉암. ⓒ wiki commons

 
첫째, 이승만 정부가 단행한 농지개혁 자체가 모든 농민에게 평등지권을 부여해 조선 후기 실학파들이 꿈꾸었던 사회를 창출했다. 이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이상을 실현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최근 뉴라이트 인사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농지개혁을 이승만의 치적으로 극구 상찬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들이 왜 이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사실 인식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우선 이들은 지금 한국에서 농지개혁과 유사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 거품 물고 반대하리라 짐작한다. 스스로 지지하지 못할 이상을 이승만이 실현했다고 상찬을 하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승만은 농지개혁을 농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여기고 추진하지는 않았다. 단지 미국의 압박과 당시 지주층의 견제를 누르고 농민층을 무마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추진했을 뿐이다. 농지개혁을 개혁으로 여기고 성공시키기 위해서 헌신했던 사람들은 조봉암 초대 농림부 장관과 농림부 내 농지개혁법 기초위원회 인사들(조봉암, 강정택, 강진국, 이순탁 등 4인), 그리고 국회 내 혁신적 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이었다. 물론 이런 엄청난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당시 미국이 남한의 농지개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박정희 정권의 무분별한 도시개발의 결과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기 시작해 주기적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을 때, 노태우 정부가 종합토지세와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1986년부터 이어진 국제수지 흑자가 1988년에 절정에 달하고, 그해 3월에 13대 총선, 9월에 서울올림픽이 치러지자, 막대한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면서 엄청난 투기가 발발한 것이다. 1989년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은 39%를 기록했다. 노태우 정권은 이를 사회의 토대를 흔드는 위험한 현상으로 받아들였고, 부동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조순·문희갑·김종인 등 개혁적 성향의 정부·청와대 인사들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이 정책에 대해 국민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토지공개념을 두고 행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거의 90%에 달했으니 말이다. 이때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 등의 언론도 토지공개념을 지지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국민이 깨어 있고, 언론이 공정하며,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개혁가들이 있으면 상당히 의미 있는 경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토지공개념 3법은 위헌 소송의 대상이 되어 모두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으며, 그 가운데 '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은 1999년 위헌 판정이 내려지기 전 위헌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폐지되었으며,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4년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후 문제 조항의 개정을 거쳐 몇 년 동안 유지되다가 1998년에 폐지되었다. 단, 토지공개념 3법 가운데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1998년 위헌 판정을 받았지만, 문제 조항의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 적지 않은 국민이 토지공개념을 위헌이라고 믿는 것은 토지공개념 3법이 이런 우여곡절을 겪었던 기억을 가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강조했을까
 

▲ 2003년 11월 1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이정우 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셋째, 노무현 정부는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이 근본 문제라는 인식을 깔고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했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2003년 11월 "강남이 불패라면 대통령도 불패로 간다"고 하고, 2006년 4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완화되거나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할 정도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도 펼치지 못한 기념비적인 것들이었다. 부동산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 부동산보유세 강화의 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법제화한 것,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정비한 것,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행복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한 것,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해서 주거복지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 것 등 이루 열거하기도 어렵다. 이런 뛰어난 정책들이 추진될 수 있었던 데는 노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 이정우·정태인 등 개혁파 청와대 인사들의 맹활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니,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과 토건족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이들은 조·중·동 등 보수 언론과 시장 만능주의 학자들을 대거 동원했다. 

보수 언론과 시장만능주의 학자의 주장은 소위 '세금폭탄론'으로 집약되어 당시 언론 지면을 연일 장식했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도입해서 집 한 채 가진 서민들에게까지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세수가 3조 원도 안 되는 작은 세목에 이렇게 맹렬한 공격이 가해진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러자 종부세 부담과 아무 관련이 없던 중산층과 서민층, 지방 주민들이 마치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에게 세금폭탄을 퍼붓기라도 하는 것처럼 착각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장담했던 집값 안정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대적인 민심 이반이 일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그렇게도 강조했던 이유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싸움'에서 대중이 언론과 학자들의 여론조작에 너무도 쉽게 넘어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 아닐까.

보수 세력의 퇴락
 

▲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지난 5월 15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열린 '청계천 걷기 행사'에 참석해 청계천을 둘러보고 있다. ⓒ 이희훈

 
넷째,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도입한 개혁적 부동산 제도를 모조리 뒤집었다. 두 정부의 임기 동안에 시장 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은 절정기를 맞았다. 과거 보수 정부들은 그래도 부동산 투기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어느 정도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는 거꾸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일관했다(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을 기억하라). 이는 보수 세력의 퇴락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시장 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에 불이 붙기 시작한 즈음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토지공개념 명시하는 개헌안을 제안하는 등 일부 개혁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으나 집권 후 3년 동안 내내 시장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일에 몰두했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중요한 정책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그제야 다주택자에게 정말로 세금폭탄을 퍼붓는 무리한 정책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참모들도 대통령의 심기를 살필 뿐 부동산 개혁을 추진할 생각이 없었다. 결과는 재집권 실패였다. 언론 환경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더 나빠졌다. 조·중·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이 시장 만능주의적 정책을 지지했다. 일반 시민의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단순히 세금폭탄론의 영향을 받아서 정치적 판단을 그르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기에 나서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옳다고 믿게 되었다. '영끌족' 이야기, 건물주를 꿈꾸는 중학생 이야기 등은 이런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한 윤 정부의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 정책
 

▲ 지난해 5월 2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에서 열린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안 점검에 참석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취재단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오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명박 정부보다도 더 빠르고 철저하게 시장 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종부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들이 모조리 후퇴했고, 문재인 정부가 일부 성과를 낸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도 축소되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완화되었고 금융규제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이런 정책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데 대해서 시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한 정책이 시행되는데도 큰 반발이 없다. 이를 두고 국민의 도덕성이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인간의 마음에는 이기심과 이타심이 뒤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하고 은근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암시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일찍이 이 사실을 간파하고 시민에게 진리의 힘, 이타심, 애국심을 고취하려고 노력했던 헨리 조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보다는 힘없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하고 싶다. 이익을 따지는 마음보다는 의무감이 사회의 개선에 더 효과가 있으며, 이기심보다는 동정심이 더 강력한 사회적 힘이다.

모든 위대한 사회개혁은 자신의 기쁨만을 추구하는 정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낫고 고상하고 행복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정신으로부터 시작되고 활성화된다. 왜냐하면 사악한 맘몬[부와 탐욕의 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라도 이기적인 사람들을 매수하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매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사회문제의 경제학>, 돌베개, 123~124쪽)."

지난달 칼럼에서 말했듯이, 현재 한국 국민의 전반적 상태는 별로 좋지 않다. 이 상태로 가면 다음번에는 더 악한 선동가에게 권력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이 자신의 현재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예전에 가졌던 이타심과 애국심을 회복한다면, 대한민국은 농지개혁 이후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정의의 길, 도약의 길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어느 경제학자의 끔찍한 예언... 국민의 전반적 상태 걱정된다 (https://omn.kr/24sjm)

독립영웅 흉상 철거에 “남로당 입당한 박정희도 지울 건가”

 

  • 기자명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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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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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논조 막론 비판

    오염수 방출 뒤 일 “삼중수소 문제없어”…수입금지 명분 우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는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해 이전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관련 이력을 이유로 밝히면서 비판은 더 커지고 있다. 28일 아침신문들은 논조를 막론하고 국방부 입장을 반박하며 비판 관점으로 보도했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 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에서 (이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5인 중 홍범도 장군(1868~1943)의 1920년대 소련 국적 취득 및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28일 아침신문 1면

    ▲28일 한겨레

    신문들에 따르면 홍 장군을 비롯해 김좌진·이범석 장군 등 5인 흉상은 2018년 3·1절 99주년을 맞아 육사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설치됐다. 홍범도 장군의 건국훈장 추서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3년 이뤄졌다. 1920년 봉오동 전투에 이어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지만, 당시엔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받아들인 독립운동가가 상당수 있었다. 광복 2년 전인 1943년 사망해 북한 정권 수립과도 관련이 없다”며 “1962년 박정희 정부가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고,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하는 등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홍 장군을 독립영웅으로 인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했다.

    ▲28일 경향신문

    ▲28일 한겨레

    한겨레는 3면 <박정희도 훈장 추서했는데…독립영웅에 빨갱이 프레임> 기사에서 정권을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홍범도 장군을 항일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지도자로 꼽아온 기록을 다뤘다. 홍범도 장군은 평양에서 가난한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포수 생활을 하다 구한말 의병에 참여했다. 홍 장군은 1920년 간도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의 전면전을 벌여 승리를 거뒀다.

    1922년 당시 54살인 홍 장군은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서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으로부터 권총 선물을 받았고 59살인 1927년에는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다. 그는 1937년 소련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해 말년에는 극장 수위 등으로 일하다 1943년 순국했다.

    한겨레는 “2020년 9월 국방부가 만든 ‘독립전쟁과 홍범도’ 책자를 보면 ‘1922년 당시 54세의 홍범도는 조선독립군 대장 명의로 레닌을 면담”했다며 “홍범도는 ‘한국을 해방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레닌에게 요청했다‘고 적혀 있다”며 “광복 2년 전인 1943년 사망한 홍 장군에게 남북 분단 이후 고착화된 ‘빨갱이 프레임’을 적용하는 게 무리”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역대 정부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홍범도 장군의 공을 인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해군의 1800t급 최신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하기도 했다”며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볼셰비키당에 입당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1937년 스탈린이 그를 일본인과 닮았다는 이유 등으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시켰고, 홍범도 장군은 해방 이전인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타계했다”고 했다.

    ▲28일 중앙일보

    국방부는 그 자리에 친일 이력이 있는 백선엽 장군 동상을 설치하고 한미동맹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사설 ‘친일 이력은 지워주면서, 독립영웅에 이념 딱지 붙이는 정부’에서 이를 두고 “‘좌파 경력은 어떤 이유로도 안 되고 친일은 된다’는 이중성은 더욱 개탄스럽다”며 “흉상 건립이 검토되는 백선엽 장군은 6·25 당시 다부동전투에서 북한군을 격멸한 전과가 크지만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사실이 드러나 이명박 정부가 친일행위자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록을 지웠다”고 했다.

    ▲28일 한국일보

    한겨레는 “지난달 국가보훈부는 일제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을 국립현충원 안장기록에서 삭제했다”며 “친일 행적은 가볍게 보고 반공 행적은 무겁게 강조하는 등 편의적·선택적인 역사 해석”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공산주의 활동 경력’을 문제 삼은 국방부 입장을 놓고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해방 정국에서 남로당 조직책으로 활동하며 육사 전신인 국방경비대 제1연대 장교양성소를 좌익 장교들의 온상으로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 흔적도 지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권의 행보는 결국은 모두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건국절 제정, 박근혜 정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 확립된 ‘해방 전 독립운동’의 공감대마저 깨려 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했다.

    ▲28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장군 흉상도 철거돼야 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진수한 잠수함 ‘홍범도함’(1800톤급) 역시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뉴라이트 사관에 입각해 항일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폄하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편협한 이념 잣대로 국군의 정통성과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철거 논란을 ‘여야 공방’으로 다뤘다. 서울신문은 “야당이 ‘독립 영웅들에게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여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며 며 홍준표 대구시장의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만들 하라”는 페이스북 발언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이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8일 동아일보

    ▲28일 서울신문

    조선일보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 경력만 문제 삼는 것은 이념적”이라고 밝히면서도 전 정부가 친일 이력을 이유로 백선엽 장군 기록 삭제를 같은 선상에 두고 비판하면서 앞서 신문들과 다른 논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공산당 가입이) 소련 치하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고 1937년엔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때 건국훈장을 추서받았고 2021년 유해가 봉환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가 (이번 방침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며 “육사 교정에 있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휘호석은 철거해 인근 야산으로 옮기고 육사 홈페이지에서 백선엽 장군 웹툰을 삭제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따라 역사를 줄 세우는 시도”라고 했다.

    ▲28일 조선일보

    오염수 방출 시작, 일 “삼중수소 문제없어”…수입금지 명분 우려

    신문들은 지난 2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뒤 일본 정부 입장과 국내 정치권, 각국 주민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27일에도 오염수를 방출한 주변 바닷물과 인근 해역에서 잡은 물고기 표본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야당은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수입 금지를 해제하지 못하게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전국 곳곳에선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한국일보는 일본 수산청이 26일 후쿠시마 1원전에서 4~5km 떨어진 앞바다에서 잡인 광어와 성대 각 1마리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오염수 방류의 초기 영향에 불과하고, 다른 방사능 물칠 방출 우려도 여전하다”며 “중국은 정부 차원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에 이어 민간에서도 전면적 ‘노 재팬 운동’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28일 한국일보

    한겨레는 “우리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논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해양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를 내세워 수산물 수입 규제를 해제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2013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자 후쿠시마 주변 8개 지역 모든 수산물과 인근 14개 지역 27개 품목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한겨레에 “오염수 방류에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으면 안전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돼 ‘수산물 안전을 확신할 수 없어 수입을 규제한다’는 법적 논리가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28일 한겨레

    우원식‧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27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이번 집회는 일본 야당인 사회민주당과 일본 시민사회단체 등이 공동 주최했다.

    ▲28일 한국일보

    한편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이 시작된 뒤로 대형마트와 시장 등에서 건해산물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증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국민일보도 “건어물과 냉동생선이 때아닌 대목을 맞았다”며 “주말에 수산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오염수 방류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소 1주일은 지나봐야 영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상인 말을 전했다.

    ▲28일 경향신문

    ▲28일 서울신문

    ▲28일 국민일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세를 “괴담 정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광우병, 사드 괴담 때처럼 지금의 괴담 정치도 머지않아 진실은 드러날 것이나 (그때는 이미) 무책임한 괴담 선동으로 선량한 어민, 수산업자들이 피눈물 속에 생계를 위협받은 뒤”라며 민주당이 어민 등의 피해를 조장하고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28일 현행법과 달리 후쿠시마산 식품을 특정해 수입을 금지하도록 명시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 사용, 조리된 식품에 위해 우려가 있으면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행법은 이들 식품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위해가 없으면 ‘해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8일 경향신문

    중국에선 일본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각종 불매 운동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는 “중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와는 별개로, 중국인들 스스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고 일본 여행도 취소하는 등 민간 부문의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번질 기세”라며 “일본 정부는 중국 내 자국민들에게 '일본어 사용 자제'를 권고하며 우발적 사태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는 등 예상 밖 거센 반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28일 한겨레

    ▲28일 한국일보

    한겨레는 “중국 정부는 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조처를 취했다. 이후 중국 주민들도 일본산 제품 불매 및 여행 취소에 나서고 있다. 소금 사재기와 해산물 섭취 중단에 이어, 일본산 화장품 불매운동과 일본 단체여행 취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  김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