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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일 금요일

[영상] 김장하 선생이 6년만에 찾아온 문형배에게 던진 질문은?

 2일 진주 방문...다른 '김장하 장학생'과 식사하며 남성당한약방 돌아봐... 2시간 가까이 '이야기 꽃'

▲'어른 김장하와 문형배'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고등학교·대학 재학시절 자신에게 장학금을 준 김장하(81진주) 선생을 6년 만에 찾았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파면 선고 관련한 이야기와 문 전 대행의 최근 근황도 전해졌다.

문 전 대행은 2일 경남 진주에서 김장하 선생을 만나 식사를 한 뒤 남성당한약방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눴다. 그는 파면 선고가 이뤄진 4월 4일로부터 14일 후인 같은 달 18일 퇴임했다. 현재는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고 있다.

헌재소장 대행 지낸 '김장하 장학생', 6년 만에 진주로

문 전 대행이 이날 고향 하동을 찾아 부친에게 인사를 드린 뒤 진주를 방문하자 이 소식을 들은 다른 '김장하 장학생' 등 여러 인사들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비슷하게 장학금을 받은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과 권재열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하루 전 일본에서 입국한 우종원 일본 호세이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또 지역 인사인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정경우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홍창신·이곤정 전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주완 작가, 최희종 청소년문화패 한누리 대표, 이우환 MBC경남 사장, 정대균 전 MBC경남 사장 등도 자리했다.

김 선생을 비롯한 일행은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남성당한약방 앞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진주시는 2022년 5월에 문을 닫은 남성당한약방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인 '진주 남성당교육관'으로 보존하기 위해 건물 개조 공사를 벌이고 있다.

▲김장하+문형배 훈훈한 포옹... 문 전 대행이 전한 선고문 막전막후 [현장영상] 윤성효/김보성

▲'어른 김장하와 문형배'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이들은 이어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의 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그의 모습을 마주한 김 선생은 준비한 꽃바구니를 문 전 대행한테 전했다. 여기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평범한 진주시민 일동"이라 쓴 리본이 달렸다.

김장하 선생은 5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었고, 명신고를 설립해 국가에 기부채납하기도 했다. 동시에 진주 문화예술단체, 시민운동을 지원한 김 선생은 남성문화재단 이사장, 옛 <진주신문> 최대 주주,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진주지부 이사장, 경상국립대 발전후원회장,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영남대표, 지리산생명연대 공동의장, 진주오광대보존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문형배 전 대행은 이런 발자취를 남긴 김장하 선생에 대해 강한 존경심을 표시한 바 있다. 그가 '윤석열 파면' 선고 전후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힘쓴 문형배 재판관한테 감사"

김 선생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문 전 대행이 모습을 드러내자 반갑게 안아주며 포옹했다. 식사 자리에선 참석자들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김 선생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다함께 소주를 잔에 부어 건배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선생은 "이번에 애를 많이 썼다. 모시고 싶었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 이를 위해 힘쓴 문형배 재판관한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행이 직접 김 선생을 만난 건 2019년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당시 시민사회에 많은 역할을 해왔던 고 김수업 전 경상국립대 교수와 고 박노정 시인 겸 <진주신문> 대표이사가 2018년 공교롭게 세상을 뜨자, 시민사회가 "고맙습니다"라며 김 선생의 생일 행사를 열었고, 부산고등법원 판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문 전 대행도 참석했다. 이전엔 간간이 안부를 전했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맡으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어른 김장하와 문형배'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식사 자리에서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MBC경남 제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문 전 대행이 "다큐를 아직 보지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다. 직접 보면 울까 봐 아직 못 봤다"라고 얘기하자 우종원 교수는 "요새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한테 간혹 연락이 온다. 다큐 덕분이다. <어른 김장하>를 본 친구들이 보고 나서 '봤다'라면서 연락이 온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다시 연결시켜 준 것 같아 고맙다"라고 말했다.

자리에 동석한 권재열 교수는 정행길 전 진주가정법률상담소장의 사위다. 권 교수는 "장모님과 김 선생의 인연을 알고 놀랐다. 당시에 가정법률상담의 중요성이나 남녀평등을 알고 후원하셨다고 하니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여태훈 대표는 "많은 사람이 문 대행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문을 보고 명문이라고 하더라. 어떻게 해서 저런 명문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이야기했다. 그것은 방대한 독서력에 근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라며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풀어 써서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던 문장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평소에 의문이 많았다. 이번에 판사로 퇴임하고 법에 대해서 많이 아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민주주의 꽃이 다수결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지배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라며 "답을 몰라서 물어본다"라고 질문했다.

옆에서 "굉장히 어렵다"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문 전 대행은 흔쾌히 이에 응수했다. 그는 "(이를 해결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겠느냐. 요란한 소수를 설득하고 다수의 뜻을 세워 나가는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 본다. 그런 게 가능한 게 민주주의이며, 이번 탄핵도 그런 연장선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형배 전 재판관 진땀 빼게 한 김장하 선생의 질문 [현장영상] 김보성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 줘야 한다"

문 전 대행은 이번 파면 선고 전후 겪었던 일들에 대해 술회하기도 했다. 김주완 작가가 "가짜 뉴스가 많았다"라고 하자 문 전 대행은 "소설을 쓰는 기자들이 있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있다. 유엔묘지(부산)에 봉사하고 같은 날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를 했다. 저는 두 곳의 메시지가 '평화'라고 봤다. 전쟁 때는 유엔군으로 참전해서 평화를 지키고, 평소에는 가난하고 소외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이 둘을 연결하는 글을 썼다. 그 글을 본 한 국회의원이 '제가 유엔군이 북침을 했다'는 글을 썼다고 하면서 사퇴하라고 하더라. 어떻게 제가 쓴 글의 의도를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정반대로 해석했던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그것이 대응했던 딱 하나의 사례였다. 그런데 기자들이 제가 쓴 글을 보지도 않고 국회의원의 글만 보고 기사를 썼다."

▲'김장하 장학생들과 또 다른 김장하들'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지역 퇴임 이후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많다"고 한 그는 "지금은 마이크조차 서울에 집중이 돼 있다. 김장하 선생도 지방에 계신 데 전국적인 영향이 있다. 그래서 저는 서울 중심의 사고를 빨리 깨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한다면 지역에 마이크를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제가 왜 법률가가 되었느냐, 왜 판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제까지 안 밝혔는데, 사실 사법연수원 다닐 때 인권변호사를 하려고 했었다. 근데 군대 3년을 가서 보니 사회도 좀 바뀌었고,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 정부로 바뀌었다. 그런데 인권변호사를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더라. 자신이 없었다. 제 생각에 자기가 감당하기 힘든 일을 했을 때 그 끝이 안 좋다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최선이 무엇인가,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게 지역법관(향판)이었다. 부산에 머물면서 그냥 제 뜻대로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창원지법에 있으면서 법을 위반한 몇몇 시장·군수를 집어넣으니까 이례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문 전 대행은 "김장하 선생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지방에서 문화, 정치, 행정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전부 서울로 가는 게 못마땅하다. 퇴임하고 나서 부산에 정착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중심주의가 아닌 지역이 동시에 발전하는 사회를 바랐다.

"제가 재판관을 하려고 했을 때 부산경남 판사 경력만 갖고 재판관이 되려고 하느냐는 말이 있었다. 지방에서 큰 사건도 안 한 사람이 대통령과 같은 편이라 해서 왔는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저는 제대로 했다. 저는 (윤석열 파면 선고) 8대0으로 만들었다. 시간은 좀 늦었지만 어쨌든 8대0을 만드는데 조금의 기여를 했다.

지역이라는 게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자기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이고, 진보와 보수 갈등보다는 덜하겠지만 지금 이 사회에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지역 소외다. 서울 사람이나 진주사람이나 다 소중한 사람들인데, 진주라고 해서 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으냐."

그는 헌재에서 파면 선고를 앞두고 평의가 길었던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평의 시간이 길었다. 길다 보니까 고칠 시간이 많았다. 재판관 8명이 다 고쳤다. 보통은 주심만 고치고 나머지는 조언만 하는데, 이번에는 다 고치다 보니까 조금 더 다듬어진 문장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감수는 주심이 했다. 평의가 좀 오래 걸렸고, 오래 걸린 것은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모든 관점에서 다 한번 검토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저는 8대0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8대0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재판관들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고, 사안 자체가 그렇게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파면 이후 후유증이 적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문 전 대행은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 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 있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걸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 경우에는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지 느린 사람이 빠른 사람을 어떻게 기다려야 하느냐"라며 "빠른 사람, 급한 사람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인내를 가졌고, 그런 게 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떠올렸다

삶터를 부산으로 옮긴 문 전 대행은 이제 가끔씩 서울을 오가며 지역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 있는 대학에 석좌교수 자리를 알아봤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알아보고 있다"라며 "된다면 부산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에 가서 일을 볼 것 같다"라고 최근 상황을 알렸다.

그는 소신도 분명히 했다. "영리 목적의 변호사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문 전 대행은 "말을 했으니 지켜야죠"라고 대답했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에 대한 말을 다시 던졌다. 그러자 "김장하 선생과 함께하려면, 착한 일 한 가지 이상하면 되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형배 전 재판관이 '판사'가 된 이유(a.k.a 향판) [현장영상] 김보성

▲'어른 김장하와 문형배'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한덕수·최상목이 키운 경제 불확실성

 


‘국정공백’ 다음 날 코스피 하락 출발
전문가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중장기적인 불확실성 키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04.01. ⓒ뉴시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사퇴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임하면서 한국의 행정수반과 경제사령탑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국정공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주 본격적으로 물꼬를 튼 미국과의 통상 협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달 뒤 조기 대선으로 새정부 출범이 정해진 만큼 국정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야당의 탄핵 추진에 스스로 사임을 밝힌 최상목 전 부총리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한덕수 전 총리의 태도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경 신속 집행 최선 다하겠다"더니 3분 만에 사표 던진 최상목


1일 오후 한덕수 전 총리가 전격 사퇴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한 수순이었다. 같은 날 최 전 부총리도 국회 본회의에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직후인 오후 10시 28분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임기 종료 시점인 이날 자정까지 1시간여를 앞두고 최 전 부총리의 사임을 수리하면서 마지막 권한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맡던 한 전 총리의 사퇴에 이어 최 전 부총리마저 물러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다.

하루만에 국정 책임자와 경제 사령탑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재 한국 경제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상호관세 정책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2%에서 1%로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사퇴 후 열린 주식시장은 하락 출발했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0.09%p 낮은 2556.52로 출발해 오전 11시까지 낙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15원 오른 1,436원에 개장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140억원, 1,609억원 팔아치웠다. 다만 코스피는 오후들어 미중 통상 협상 가능성 소식에 다시 상승하면서 2559.79에 마감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과의 통상 협상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야당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 한미 통상 협상을 밀어붙친 한 전 총리가 정작 한미 협상이 본격화되자마자 자리를 떠나버렸다. 직접 미국과 협상을 하고 온 최 전 부총리도 사퇴하면서 일을 벌인 당사자들이 사라져 버린 모양새다.

당장 이날(현지 시간 1일)부터 한미 통상 당국이 기술 협의를 시작했으나,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하는 이주호 권한대행은 통상·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전무하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통상과 별개의 문제인 환율(통화)정책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거론하며 통상 협상과 함께 타결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물가 등 민생 관련 경제부처의 정책 대응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생과 경기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추경)예산이 통과됐으나, 신속한 집행을 책임질 경제사령탑이 사라졌다. 이날 추경 통과 직후 최 전 부총리는 "추경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 집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으나, 추경 통과 3분 만에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사임을 표했다.

국무위원 2명이 동시에 사퇴하면서 국무회의 불성립 논란도 제기된다. 헌법에서 국무회의의 구성 요건으로 규정한 '15인 이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무회의 성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무위원 구성 요건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국무위원이 14명인 상황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전례도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공백' 불확실성은 제한적...다만 대선 후 장기적 불안 요소 키워


경기 불황 위기와 통상 불확실성에도 책임을 포기한 한 전 총리, 최 부총리의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 전 총리는 무책임하다. 대미 통상이라든지, 선거에 대한 중립적인 관리 등 본인이 권한대행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저버린 것"이라며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대행을 맡지 말고 탄핵이 인용됐을 때 그만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전 부총리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와는 별개로 스스로 사임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탄핵이 추진되는 걸 정치적인 것으로만 보지 말고 탄핵을 하는 이유를 보고 바로 잡길 바라는 건데 탄핵당하기 싫으니 관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제 신용평가사나 자본시장에 메시지를 던진 사람이 최 전 부총리인데 이게 책임지는 모습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의 잇따른 사퇴로 한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나원준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 굉장히 커졌다"면서 "사회 부총리가 규정에 따라 권한대행을 할 사람 있으니 괜찮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몇년간 이끌어온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새정부 출범 일정이 확정돼 있는 만큼 '국정공백'에 의한 불확실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차피 지금 모든 부처가 정지된 상황"이라며 "예산 집행율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하던 것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 동안 현상 유지만 잘해서 다음 정부에 넘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한 달 정도 지나면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공백 문제는) 해소될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봤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법원 판결,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등 전체적인 상황으로 보면 대선 이후까지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새정부가 안정적으로 교체되는 것이 아닌 극심한 정치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상인 교수는 "불확실성 측면에서 볼때 굉장히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판결과 한 전 총리 출마로 보수가 결집되면 한국 사회에서 계속해서 정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기적인 상황을 관리할 총리가 대선에 나오는 건 경제 불확실성에서 안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정세은 교수도 "이후 한국 경제의 경제 정책을 두고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을 지속한다면 경기는 계속 안 좋을 것이고 양극화 문제도 계속 심화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중기적인 불확실성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통상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한 전 총리가 자신의 대선 홍보를 위해 한미 통상 협상을 이용하려던 상황이었던 만큼 미국 측이 이를 이용해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각) "한국 정부는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것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나원준 교수는 "한 전 총리의 대권가도를 위한 합의를 해준 걸로 나오는 데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약점으로 보고 확실한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협상을 이끌던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가 자리를 떠난 만큼 이를 이유로 미국과의 협상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석진 교수는 "오히려 지금 최 전 부총리가 빠진 만큼 현 정부는 뒤로 물러서고 새로운 정부가 관여하게 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지금 미국과 다른 나라의 협상은 거의 진도를 못 나가고 있는데 우리도 속도를 미루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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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일 목요일

사람의 기일은 ‘주기’…특별한 사건 땐 ‘주년’을

 [말씀 語 글월 文] 사람의 기일은 ‘주기’…특별한 사건 땐 ‘주년’을

입력 : 2025-05-02 00:00
 
수정 : 2025-05-02 05:00

[말씀 語 글월 文] (3) 닮았지만 다른 말 (2) 

대치·역설적인 증거는 ‘반증’ 
입증을 돕는 간접증거 ‘방증’

14_주기주년_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이번 호는 짤막한 퀴즈로 시작한다. 한번 풀어보시길.

1. 시인 윤동주의 1) 80주기를 2) 서거 80주기를 추모해….

2. 작곡가 포레의 1)100주년을 2)서거 100주년을 맞아….

3.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 3년을 2) 3주년을 앞두고….

 

주기(週忌/周忌)는 ‘돌아오는 기일(忌日·제삿날)’이라는 뜻이다. 해마다 기일이 돌아오는 횟수를 말한다. 반면 주년(週年/周年)은 ‘돌아오는 해’라는 뜻으로 해마다 특정한 시기가 돌아오는 횟수를 말한다. 그러니 ‘주기’ 앞에는 고인이 된 사람이, ‘주년’ 앞에는 특별한 사건이 온다.

10년 전, 국립국어원은 “세월호 1주년이 맞는 표현인가요? 1주기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한 누리꾼의 질문에 “‘세월호 참사 사건’을 의미하므로 ‘세월호 1주년’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많은 이들이 ‘주년’은 좋은 일에, ‘주기’는 슬픈 일에 쓰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잡았다.

따라서 1번 답은 ①이다. ‘서거’를 앞에 쓸 이유가 없다. 2번 답은 ②다. 그냥 ‘100주년’이라고 하면 탄생인지 서거인지 알 수 없다. 3번은 ①과 ② 둘 다 맞다. ‘3년’은 경과된 시간에 중점을 둔 표현, ‘3주년’은 특정한 시기의 도래를 강조하는 표현이라 보면 되겠다.

‘반증’과 ‘방증’도 자주 헷갈리는 말이다. 반증(反證)은 말 그대로 ‘반대 증거’인데, 더 들어가면 두 갈래로 나뉜다. “그 주장을 뒤집을 반증을 찾기 어렵다”처럼 ‘대치되는 증거’를 가리키기도 하고, “툭하면 소통을 이야기하는 건 그만큼 소통이 안된다는 반증이다”처럼 ‘역설적인 증거’를 가리키기도 한다. 방증(傍證)은 어떤 사실의 입증을 돕는 ‘간접 증거’다. 방귀 냄새가 독한 것은 속이 불편하다는 방증일 수 있고,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거짓말을 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상황이 복잡할 때도 있다. 식당 앞의 긴 줄은 대개는 그곳이 맛집이라는 ‘방증’이지만, 그 식당이 무료급식소라면 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손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