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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8일 금요일

재앙의 해소

강기석 | 2020-02-28 09:31:5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제(26일) 존경하는 곽노현 이사장(교육공동체 징검다리)께서 「민주당 위성정당? 노무현이라며 어떻게 했을까」 제목의 칼럼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고 반통합당 민주진보연합 전략을 구사하라는 제안이다.
한 마디로 나는 이 제안에 적극 찬동한다. 내 생각과 거의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제안이 민주당에 대해 너무 일방적 양보를 요구한다는 점, 둘째, 현재로서는 시간상으로나 이념적 스펙트럼으로나 의미있는 진보 정치세력 간 광범위한 연합이 가능하겠느냐는 점, 셋째, 현실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를 어떻게 유도할 것이냐는 점 등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보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우선 지금의 어려운 국면을 초래한 것이 정의당의 욕심, 민주당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자칫 수구언론들의 열화 같은 응원 속에 미통당이 부린 꼼수의 흉측함을 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떻게든 선거제도를 바꿔 당세를 키워보려는 정의당의 시도는 공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검찰개혁을 위해 4+1 동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민심을 좀 더 공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군소정당을 키우려는 민주당의 자기희생적 결단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100% 비난은 그것을 훼방놓는 미통당으로 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통당이 만든 미래한국당에 맞서 민주당도 비례 전문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신적 승자가 되기 위해 현실적 패자가 되는 우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민주당은 가만히 있고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비례 전문 개혁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는 반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상식적이고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시민들이다. 때로는 그것이 단점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 정도까지 이끌어 온 것은 바로 그 답답한 상식과 양심과 정의감이다. 이런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위성 정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곽 이사장도 그렇게 예상했지만, 상당히 많은 지지자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수구언론들이 일제히 이중잣대를 들고 나와 그런 심정을 헤집어 놓지 않을까? 그래서 실망한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아 수도권 등 접전지에서 잃을 의석수가 비례에서 얻는 의석수를 무색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나는 민주당이 비례 전문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자칫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곽 이사장의 “민주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고 반통합당 민주진보연합 전략을 구사하라”는 제안에 적극 찬동하는 것이다. 다만 민주진보연합이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당을 콕 찝어 (비례)선거연대를 하라는 것이 내 주장의 핵심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기 전, 우선 민주당과 정의당의 선거연대가 가져 올 효과를 보자.
미통당+미한당이 최고의 효과를 누리는 미한당 지지율 20%(미통당 15%)로 고정했을 때, 만일 민주당 지지층(45%) 중 20%가 정의당으로 가면 정의당 지지율은 30%가 되고 의석수는 민주당 140석, 미통당 117석, 미한당 13석, 정의당 23석이 된다.(나머지 7석) 민주+정의당은 163석, 미통+미한당은 130석이다.
민주당 지지층 표가 정의당으로 25% 건너갈 경우 미통+미한 의석수는 그대로인데 민주당 의석수는 137석, 정의당은 24석으로 민주+정의는 오히려 2석 줄어든다.
그러면 왜 정의당인가.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 가운데 의미있는 세를 구축하고 있는 (몰아줘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당은 정의당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렇게 몰아주는 대신 정의당이 그 과실을 독식하느냐,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민주당과 민중당, 녹색당 등 다른 정당들과 나눌 것이냐가 선거연대를 꾸미는 협상에서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우선 민주당 입장에서 모든 비례의석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 지지표를 전부 넘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에 몰아 준 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 몫을 챙길 수 있어야 민주당 지지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제도대로 배분하는 비례 17석 중에서 민주당 몫(4~5석) 외에 정의당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덕에 얻을 10여 석 중 일부를 민주당에 돌려주고 2~3석을 기타 진보 정당에 할당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내 개인 아이디어는 정의당 비례명단 중 5번, 10번, 15번, 20번을 민주당에, 11번, 16번, 21번을 기타 진보정당에 할애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 중 20~25%를 정의당으로 가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민주당 지지자들만’ 일치단결해 정당투표에서 일제히 정의당을 찍는 것이다. 얼추 절반 정도가 수도권 유권자이므로 45% 민주당 지지표 중 20~25%가 정의당에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작업은 민주당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다. 민주당 지지자들 수준이라면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얼마든지 조직하고 성공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절대로 입진보를 찍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서 입진보란 정의당을 일컫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같은 당 내에서도 지지하는 정치인이 다르면 결사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인데 다른 정당에 투표하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자세는 전략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결코 수구세력을 몰아낼 수 없다. 민주당은 미통당과 싸워 이길 수도 있고 패할 수도 있지만 미통당을 완전히 구축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적대적 공존 구조다.
미통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세력을 위축시키고 결국 소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떻게든 진보 정당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진보정당을 크게 키워 보자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 정신을 살리고 대의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며 민주진보 연합세력으로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사적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각 당 지지자들의 열망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보다 민주당, 정의당 지도자들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에 대한 비난을 삼가야 한다고 했지만 두 정당이 머리를 맞대고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까지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358 

신천지 안과 밖, 기로에 선 대한민국

20.02.28 21:54l최종 업데이트 20.02.28 21:54l


다시, 동산병원 근무 교대 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다시, 동산병원 근무 교대 28일 오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확진환자가 2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2천 명을 넘었다. 하지만 전체 환자 가운데 신천지 교인 비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전체적인 추세를 분석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오전 9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아래 방대본)는 전날 같은 시각 대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27명 늘어 총 2022명이라고 발표했다. 방대본은 또 현재 신천지 교인 명단 31만여 명을 확보, 11만 명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유증상자 1638명은 즉시 자가격리했다고 밝혔다. 대구 신천지 신도 중 유증상자 1299명의 검체 채취도 이제 마무리됐다.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 신천지 그룹 안과 밖의 의미

신천지 관련 환자는 현재 확진자 가운데 절대 다수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환자 비율은 31번 환자 등장 이후 가파르게 높아져 2월 23일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55.6%). 며칠 동안 50%대를 유지하던 숫자가 2월 27일 45.8%, 2월 28일 41.54%로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추세 분석에선 신천지 관련 변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신천지 관련 검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규모도 상당하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천지 환자 비율(%)이 좀 떨어졌다지만 아직 조사 중인 부분이 있다"며 "그런 것들이 완결돼야 (환자집단의)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워낙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효과가 크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관련) 전체 양상을 왜곡할 우려도 있다"며 "역학적 유행곡선 분석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2월 1일까지만 해도 총 검사자 수(1월 3일부터 누계)는 317명이었다. 하지만 2월 18일 31번 확진자가 나온 뒤 코로나19 진단검사는 하루에 1천 건, 2천 건씩 늘어나다 2월 26일부터는 약 1만 건씩 추가되고 있다. 조사 대상은 대부분 신천지 교인들이고, 그 숫자 역시 연일 급증하고 있다. 당장은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결국 신천지 집단의 감염상황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감신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체 검사 건수에서 신천지 관련 환자들이 차지하는 비율, 이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는 비율 등을 구분해야 추세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변수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계속 추이를 따로 떼어서 봐야 할 것 같다"며 "신천지 외 집단에서 확진자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 (지역사회 감염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윤곽이 잡힌다"고 했다.

정부도 '신천지 밖' 주시... 개인 위생 거듭 당부
 
과천 신천지 확진자 숙소, 코호트 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과천시 신천지 신도 2명이 머문 숙소에 있는 나머지 신도들이 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되고 있다.
▲ 과천 신천지 확진자 숙소, 코호트 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과천시 신천지 신도 2명이 머문 숙소에 있는 나머지 신도들이 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되고 있다.
ⓒ 연합뉴스

방대본도 '신천지 그룹 밖'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그룹 유행을 활성화시키는 중심집단(신천지 관련 사례)을 신속하게 찾아내는 과정에서 전체 (확진자) 수가 많이 늘어나는 듯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한 집단의 자체 발생 내지는 그 집단으로 인한 전파로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한국도 신천지 등 기존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 가운데서 주로 추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여러 상황 중 연결고리를 제대로 찾을 수 없는 지역사회의 전파 경로가 현재 최대의 관심사다. 미국도 오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사례가 나타났다. 각 나라별로 전국적인 유행으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얘기다. WHO(세계보건기구)도 그것을 경고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한국 역시 "지금 차단과 피해·유행 최소화를 동시에 시행하며 사회적 격리(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까지 강화하고 있다"며 "이 순간 최선의 노력으로 최대한 이른 시기에 국내 유행을 줄이기 위한 기로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사회적 격리"라며 "국민들이 (개인 위생에 신경 써) 전파고리를 한 사람 한 사람 끊어나가면 과거 같은 감염병 유행의 많은 부분을 예방하고 줄여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코로나19

"'노동자=3등 국민' 착취하는 현실, 끝내려 한다"

[인터뷰]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대표
2020.02.29 09:16:51




한국 노동자 중 600여만 명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구제 신청을 할 수 없다. 연차휴가도 갈 수 없다. 연장노동을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법이 그들의 권리를 제한한다.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를 기준으로 이 정도로 광범위하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한국뿐이다. 독일과 일본 정도의 예외 사례가 있지만, 각각 '10인 미만 사업장 해고제한법 미적용', '일부 업종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시간 특례' 정도에 그친다.

노동계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오랜 숙제다. 일하는 노동자의 수가 적다는 점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어 개별 사업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실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당사자 조직은없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문제를 전면에 내걸며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가 출범했다. 권유하다는 지난 5일 출범식과 함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운동을 시작하며 "권리 찾기 가능성을 빼앗기고 노동조합조차 할 수 없는 노동자의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표했다. 

권유하다의 대표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한상균 씨다. 한 대표는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직 노동자의 대표였던 그가 노동조합 밖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운동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4일 권유하다 사무실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 한상균 권유하다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일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운동 기자회견장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A씨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A씨는 PC방에서 일을 시작하며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연차휴가, 가산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 알고 보니 해당 PC방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사장은 다른 곳에 PC방을 또 갖고 있었다. 

A씨는 사장에게 속아 임금, 휴가 등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빼앗겼다. A씨와 같은 이들에 대해 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갑질을 당했다. 돌아보면 너무 억울하게 당했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나.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억울할 수밖에 없다." 

A씨가 속지 않았다면 사장에게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한 대표는 이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5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해도 구제 신청 권리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사업주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장 마음대로 해고되기 때문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더라도 해결 경로를 찾지 못한다. 그걸 해결하려다 일자리가 날아간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스스로 감수하고 체념하고 살아간다. 해고가 무섭다 보니 단결할 권리는 상상도 못한다." 

단결할 권리를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결"하더라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는 것이 한 대표 설명이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1대1로 만날 때 생기는 '갑을' 관계를 다수가 모인 노동조합을 통해 비교적 대등한 관계로 바꿔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가 일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통해 이 같은 관계 변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다. 

권유하다가 첫 사업으로 꺼내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운동은 불만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만나고 그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려는 일이다. 이를 통해 "세상과 직접교섭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권유하다의 계획이다.

▲ 한상균 권유하다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노동자를 위해 싸울 책임을 느꼈다"
조직 노동자의 대표,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한상균 대표는 왜 이 길을 택했을까.

한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2년 5개월의 옥살이를 했다. 감옥에서 한 대표는 A씨와 같은 이들의 삶에 대해 감옥에서 통렬한 반성을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권과 싸우고 감옥에서 늘 독방에 있었으니까. 액면의 사실과 결과를 돌아보게 됐다. 민주노총이 시작한 이후에 우리 조합원 문제를 넘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게을리 한 적은 없다. 성과도 있었고 그런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많이 유입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파견, 용역이 확산되고 근기법을 잃어버린 이들의 수는 늘었다. 이들의 문제를 전면에 걸고 싸울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경험이 한 대표의 고민에 밑거름이 됐다.

"직선 1기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면서 미조직 사업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결국은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노동자와 함께 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자본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노동자를 분할하는 전략을 쓴다. 권력은 이를 비호한다. 이런 흐름이 강화되어온 게 한국사회다. 이 앞에서 노동자는 계급적으로 한편이 되어야 하는데 매우 어렵다." 

한 대표는 "자본의 분할 전략" 앞에 노동조합을 통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87년 투쟁 때는 노동조합으로 노동자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희망이다' 이게 됐다. 그 뒤로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당신들이 아무리 투쟁해도 내 삶을 바꿔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계급적 단결로 느껴지지 않고 때로는 (민주노총이) 밉게도 느껴지는 이런 걸 확인했다. (감옥에 있을 때) '그들이 스스로 연결할 수 있게 하고 낡은 룰을 깨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고 나왔다."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후 한 대표는 가까운 사람들과 고민을 나눴다. 자신이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노동자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들의 삶을 배우기 위해 1년여 동안 공단 소규모 사업장 조직 활동가, 플랫폼 노동자, 이주 노동자를 만나러 다녔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한 대표는 권유하다를 만들었다. 

"노동조합 밖에 있는 노동자가 모이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현재 권유하다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제보를 받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해 홈페이지에서 익명으로 제보글을 남기면 권유하다가 대표 고발인을 통해 해당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한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예는 △ 서류상으로 회사를 쪼개 5인 미만 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 4명까지만 등록하고 나머지 직원은 등록하지 않은 경우 △ 실제로는 5인 이상이 근무하는데 연장근로수당 등을 미지급하는 경우 등이다. 

한 대표는 오프라인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제보 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찍힌 안내 카드를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첫 번째 캠페인이다. 이를 위해 5장의 안내카드가 담긴 100만 개의 봉투를 제작하여 조직된 노동자와 시민에게 배포하고 주변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전달을 부탁할 예정이다. 500만이면 전체 작은 사업장 수보다 많다. 한 대표는 "몰라서 참여하지 못하는 당사자가 있으면 너무도 억울할 것이라는 책임감에 전수 전달을 목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보통 명함이 없다. 권유하다는 회원 중 희망하는 이들에게 명함을 만들어준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소외받은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추켜올리고 주변에 권리찾기 활동을 권유하는데도 활용하자는 취지다. 

끝으로 한 대표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바를 전했다. 

"결국은 우리가 늘 인터넷이라는 공간 뒤에서만 불만을 말할 수 없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이 시대의 주인이 우리라는 생각을 갖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비롯해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이들이 2등 국민, 3등 국민으로 착취당하는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싶다. 노동조합 밖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함께 단결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사업장이었던(어떤 의미에서는 지금도)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으로 시작해 조직 노동자의 대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한 대표는 이제 노동조합 밖에 있는 노동자의 삶을 바꾸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권유하다에는 그와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모여있다. 낮은 곳을 주시하는 그들의 움직임을 앞으로도 주목해볼 만하다.

▲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배포하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제보 안내카드. ⓒ권유하다

*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제보 페이지 : bit.ly/가짜오인미만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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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역사, 노동자가 기억하고 바로잡겠다"

양대노총, 3.1운동 101주년 강제징용노동자상 합동참배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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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28  1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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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노총은 28일 오전 서울 용산역광장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3.1운동 기념 강제징용노동자상 합동참배를 갖고 강제동원의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잡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리 노동자가 힘을 합쳐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세우는 실천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우리의 노력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반성, 배상을 이끌어 낼 것이다."(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선배 노동자의 역사를 잊지 않고 반드시 올바른 역사를 세우겠다는 결심으로 세운 강제징용노동자상앞에서 우리 노동자들은 민중들의 자주권 회복이라는 요구에 따라 다시 한번 더 실천적으로 나설 것을 결의한다."(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은 3.1운동 101주년에 즈음하여 28일 오전 서울 용산역광장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3.1운동 101주년 기념 강제징용노동자상 합동참배'를 갖고 '강제동원 역사, 노동자가 기억하고 바로잡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한국노총은 일본내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기록한 단바망간기념관 유지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면서 "민주노총이 제안하여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전쟁범죄, 강제동원, 강제노동 고발 국제 노
동자 시민 서명운동' 등 국제여론 형성을 위한 실천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을 '강제노동 금지위반'으로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ILO 29호 협약을 비준해야 가능하다"고 하면서 양대노총은 한국정부가 ILO핵심협약을 비준하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빗속에 열린 이날 합동참배식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양대노총 간부 2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명환 위원장은 "반드시 일본의 과거 죄행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일본의 헛된 꿈을 분쇄할 것"이라고 다짐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를 국제사회에 여론화하기 위한 'ILO제소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과 '국제노동단체들과의 국제연대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101년전 온 겨레의 절실한 요구인 자주독립의 정신을 이어받아 외세의 간섭도 전쟁의 위험도 없는 한반도를 위해서 친일적폐·반통일 세력을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양대노총은 매년 8월 24일 일본 마이즈루 만 앞에서 개최되는 우키시마호 순난자 추도식에 공식참여하고 있으며, 2016년 일본 단바망간 광산 터에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상을 최초로 건립하고 이듬해 8월 일제 강제동원의 상징적 공간인 용산역광장에도 이 동상을 함께 세우는 등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2월 27일 목요일

코로나 19 확산사태와 미래통합당의 행보

코로나 19 확산사태와 미래통합당의 행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2/27 [15:55]
잠잠할 것 같았던 코로나 19가 대구·경북지역을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며 나라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구지역에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호소에 하루에만도 전국적으로 250여 명의 의료진이 달려갔다. 또한 119 구급차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자 전국적으로 119 구급차도 대구, 경북지역으로 대거 투입되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음식점들이 소독을 한 뒤에도 장사가 되지 않자 관공서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점을 이용하며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들의 장사를 못 해 피해가 커지자 건물주들도 나서서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감면하는 곳도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이 이웃의 어려움을, 나라의 혼란 상황을 막기 위해서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미래통합당은 이런 국민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순간에도 총선에 출마한 대구지역 미래통합당 후보는 ‘문재인 폐렴’이라는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했다. 코로나 19를 확산시킨 것이 대통령과 정부라는 인식을 주려는 것이었다.

미래통합당 소속의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실제적인 행동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코로나 19가 급증하는 데 주원인은 신천지라는 종교단체이다. 권 시장은 신천지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나 방역 활동에 주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천지 신도들의 명단을 전격적으로 확보하고 예방조치를 한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경북지역에서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데 주원인은 청도 대남병원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여기서 왜 코로나 19가 대대적으로 발병되었는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철우 도지사는 어디 있느냐”라는 여론이 높아졌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시점에 “정부가 우한폐렴을 빌미로 혈세를 쏟아부어선 안 된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전혀 상관없다는 식의 말을 해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황 대표는 코로나 19가 확산된 것이 ‘정부의 낙관론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것을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게 만든 신천지에 대해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정부의 무능 탓이라는 비판만 해 심지어 미래통합당과 신천지가 모종의 밀월관계가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나라의 위기 상황에는 여야 할 것 없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런데 나라의 제1야당이라는 미래통합당이 나라의 위기 상황에서 오직 정부에 대한 비난만 일삼고 있는 행태는 정상적인 집단이라 보기 어렵다.

자발적으로 나라의 위기 상황을 막기 위해 힘을 모으는 국민들과 너무나도 정반대 행동을 하는 미래통합당은 결국 국민에게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2020년 2월 26일 수요일

천사옷 입는다고 천사 되나요

천사옷 입는다고 천사 되나요

월간 풍경소리 2020.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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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1.jpg» 작사가인 한돌 타래옷

[1]
동물 가운데 옷을 입는 동물은 사람뿐일 것이다. 아니다, 요즘엔 개들도 옷을 입고 다니지. 그런데 신경 써서 주변을 둘러보면 옷하고 연관이 되어있는 것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낡은 집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도 옷을 입히는 것이고 호박에 밀가루, 달걀을 묻혀 지지는 것도, 도금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옷을 입힌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스팔트길이나 보도블록도 길에다 옷을 입힌 거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내 음반에 ‘노래옷’이라는 말을 쓴다. 편곡이라는 것이 노래에다 옷을 입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산을 보자. 산은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봄에는 새잎 돋고 여름에는 숲을 이루고 가을에는 단풍 잔치를 하고 겨울에는 하얀 눈꽃을 피운다. 그런가 하면 하늘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새벽에는 잿빛 옷을 입고 낮에는 파란 하늘에 구름무늬가 박힌 옷을 입고 저녁에는 붉은 노을 옷을 입고 밤에는 별 반짝이는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사람도 산과 하늘처럼 자연이 주는 옷을 입었으면 좋으련만….

[3]
마네킹이 입은 옷은 마네킹한테 어울리는 옷이다. 그런데 그 옷이 자기한테도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옷을 잘 입으면 그 옷이 자기를 대변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옷이란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비싼 옷들이 팔리는 이유다. 그래서 옷이 날개라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옷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옷만 옷이 아니다. 발을 감싸고 있는 양말과 신발도 옷이고 손을 감싸고 있는 장갑도 옷이고 어깨에 멘 가방과 목에 두른 스카프도 옷이고 모자도 옷이고 심지어는 수염도, 머리 모양도, 얼굴도 옷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예쁘게 보이려고 얼굴을 뜯어고치기도 한다. 마음의 옷을 단정히 입으면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사람들은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예쁜 것은 마음 옷이 예쁘기 때문이다. 요즘엔 얼굴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고 목소리까지 비슷하다 보니까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복-.jpg

[4]
올림픽을 치르면서 우리나라도 우리의 모습을 많이 뜯어고쳤다. 그래서 한국을 보러 왔던 사람들은 한국의 참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만약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었더라면 한국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올림픽이 열리면 경제도 좋아지고 나라의 위상도 올라간다는 말에 속아 멀쩡한 산을 허물어 허둥지둥 스키장을 만들고 보기 흉한 것은 부셔버리거나 숨기고 해서 잘 사는 나라처럼 꾸몄다. 하지만 경제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한국이란 나라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아니고 그냥 올림픽 위원회만 좋은 일 시켜 준 꼴이 되고 말았다. 올림픽이 끝나고 세월이 흐른 뒤에야 우리는 올림픽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한테 이용만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5]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자 두 나라 시민이 환호성을 질렀다. 한 나라는 한국, 한 나라는 독일이다. 한국은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확정되자 환호성을 질렀고 독일은 뮌헨이 탈락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그때 뮌헨 시민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평창 유치위원회는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무지 창피했다. 독일은 환경이 파괴되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축배를 들었고 우리나라는 땅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감으로 축배를 들었다. 드디어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올림픽이 어떤 괴물인지 두 눈으로 똑바로 보라. 단 3일간의 스키 경기를 위해 가리왕산의 숲이 사라지고 10만 그루의 나무가 잘려 나갔다. 분노가 치밀었다. 바보 멍청이 같은 내 나라! 뮌헨 시민들은 탈락의 기쁨을 누렸고 우리는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을 잃었다. 비싼 옷 입었다고 사람의 지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듯 올림픽 열었다고 나라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이 끝난 뒤에야 환경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쯤 우리도 탈락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다시는 이 땅에서 올림픽 같은 거 열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6]
나라 전체가 아파트라는 옷을 입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라. 지방마다 고유의 옷이 있는데 그 옷을 벗겨버리고 아파트라는 옷을 입혀 놨으니 정서가 무너지고 강산이 병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겨레의 정서마저도 흐려지고 말았다. 우리 겨레의 옷은 아리랑인데 그 좋은 옷을 벗고 남의 나라 정서가 깃든 옷을 입고 있으니 나는 그것이 참 슬프다. 한국은 국제대회 유치 그랜드슬램(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FIFA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을 달성한 세계 5번째 나라라고 자랑하고 있다. 나는 그런 내 나라가 한심하고 불쌍하게 보인다. 앞으로도 이 나라는 온갖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 열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큰 행사를 유치해봤자 이용만 당할 것이고 막상 우리나라를 기억해 주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다. 아리랑이라는 멋진 옷을 내다버리고 남의 나라 정서를 입고 사는 이런 나라를 어느 나라가 기억해 주겠는가.

[7]
나는 어릴 때부터 머리 모양이나 옷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편하기는 했지만 어떤 때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1987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아침부터 아내가 밝은 표정으로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밤 꿈속에서 잉어를 잡았다는 것이다. 꿈을 믿는 건 아니지만 만약에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었다. 저녁 무렵에 음반 제작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문화방송에서 ‘아름다운노래대상’이라는 걸 하는데 거기서 상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그 말을 전했더니 그것 보라면서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상을 받는 것보다 텔레비전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그런 병이 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텔레비전에 나가는 날이다. 집에서 떠날 때부터 주눅이 들어있었던 나는 방송국에 도착하자 더 주눅이 들었다. 공개홀에 들어서니 어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향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고 제작진들은 피디의 목소리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할 줄을 몰라 지나가던 한 사람을 붙잡고 예행연습 때문에 왔다고 하니까 대기실에서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는 바쁘게 사라졌다. 나는 또 다른 사람을 붙잡고 대기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대기실을 찾아가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서 썰렁한 방을 지키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대뜸 한돌 씨 못 봤느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못 봤다고 했다. 얼마 뒤 그 사람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혹시 한돌 씨 오면 무대로 나오라고 하세요.”
그는 내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바쁜 듯이 문을 닫았다. 나는 어리벙벙한 채로 무대로 나갔다.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에게 피디가 다가와서는 한돌 씨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피디는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나는 놀라서 당황했다. 피디가 다시 일어서면서 내게 물었다.
“이렇게 옷을 입고 온 겁니까?”

나는 검게 물들인 야전잠바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옷이 피디 눈에는 거슬렸던 모양이다.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피디가 지휘를 해 보라며 지휘봉을 건네주었다. 내가 지휘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하자 그냥 지휘봉 잡고 시늉만 내라며 악단 앞으로 데려갔다. 나는 주눅이 잔뜩 든 채로 고개를 숙이고 지휘봉을 흔들었다. 그랬더니 내 앞에 있던 바이올린 주자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시늉만 내라고 했다. 예행연습이 다 끝나자 피디는 자기 옷을 벗어서 나에게 건넸다. 나는 피디의 와이셔츠와 넥타이 겉옷까지 얻어 입고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생방송이 시작되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 지휘봉을 흔들었다.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긴지 옷도 불편하고 정말 죽을 맛이었다. 조명 탓도 있었지만 긴장한 탓에 땀을 많이 흘렸다.

방송을 끝내고 옷을 돌려주는데 와이셔츠가 땀으로 많이 젖어 있었다. 피디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나한테 수고했다면서 미소를 보내 주었다. 나는 내가 입고 왔던 야전잠바를 다시 걸쳐 입고 방송국을 빠져나왔다. 옷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든 하루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를 알게 되었다.
‘내 옷은 이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구나.’


한돌음반-.jpg» 한돌 타래의 음반 표지

[8]
우리 동네 미장원에서는 남자 머리 깎는데 15,000원이다. 나는 우리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미장원에 가서 5,000원 주고 깎는다. 그건 내가 검소한 생활을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10,000원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10,000원이면 막걸리가 아홉 병이다.

[9]
나는 나들이할 때 주로 바바리에 중절모를 쓴다. 바바리는 안에 무슨 옷을 입든 신경을 쓰지 않아서 좋고 모자는 머리 모양을 대신해 주기 때문에 좋다. 처음에는 생각이 달아날까봐 모자를 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습관적으로 모자를 쓰게 되었다. 어쩌다 모자를 안 쓰고 나가면 사람들이 오늘은 왜 모자를 안 썼냐고 할 정도다. 그랬던 내가 딱 한 번 옷에 신경 쓴 적이 있었다. 1998년 여름, 처음으로 일본 나들이를 할 때였는데 아내는 입을 옷부터 걱정을 했다. 봄가을에는 바바리를 걸치면 되지만 더운 여름에는 딱히 입을만한 외출복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관객들 앞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었다. 아내는 여름 한복을 꺼내서 내게 내밀었다. 언젠가 국악 공연에서 주최 측이 마련해 준 옷이었는데 생활한복은 아니고 모시한복처럼 가벼운 옷이었다.

한복에 흰 고무신 신고 중절모를 쓴 나는 나리타공항에서 김구 선생의 마음으로 의젓하게 걸어갔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공연하는 날도 그 한복을 그대로 입고 무대에 올랐는데 뭔가 개밥의 도토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관객들 가운데 한복을 입은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고 나 홀로 한복을 입고 폼을 잡는 것 같았다.

공연을 마친 다음날 공연기획사 대표와 함께 공원 구경을 갔는데 공원을 거닐던 나에게 공이 굴러왔다. 나는 공이 굴러온 방향으로 공을 찼다. 그런데 고무신만 멀리 날아가고 공은 내 뒤로 굴러가고 말았다. 공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내 모습을 보고 막 웃었다. 고무신을 찾으러 걸어가면서 나는 내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한복을 입고 한국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야 조금은 있었겠지만 결국 폼 잡으려고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무신을 찾고 보니 고무신 바닥이 시꺼먼 때로 얼룩져 있었다.

그날 저녁 기획사 대표와 함께 식당에 갔는데 내 고무신을 본 종업원 여자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자기한테 고무신을 팔라는 것이었다. 식당을 나갈 때 나는 식탁 밑에 고무신을 벗어 놓고 나왔다. 뒤늦게 고무신을 발견한 종업원은 슬리퍼를 들고 내게 다가와서는 고맙다고 하였다. 그 종업원한테는 고무신이 고향의 옷이었으리라.

[10]
대학생이 된 동무들이 대학에 떨어진 나에게 여자 동무를 소개해 주었다. 함박눈 내리던 어느 겨울날, 청색 모직 코트를 차려입은 그 여자 동무와 함께 명동에 있는 어느 술집에 갔다. 여자 동무는 대학교 일 학년이었고 나는 재수생이었다. 여자 동무가 새로 맞춘 코트라며 자랑을 했다. 그때 나는 싸구려 잠바를 입고 있었다. 술을 마시던 여자 동무가 술에 취했는지 소주잔을 엎질렀다.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 새 코트로 엎질러진 술을 닦으면 평생 사랑하겠노라고. 그 아이는 망설임 없이 코트 팔소매로 술을 닦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래도 새로 맞춘 옷인데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나는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잘 살고 있는지 오늘따라 그 동무가 보고 싶다. 

천사옷-.jpg
     [11]
똑같은 옷도 입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옷은 옷의 주인을 닮아 가기 때문이다. 천사는 악마 옷을 입어도 천사이고 악마는 천사 옷을 입어도 악마이다. 하지만 막상 누가 악마이고 누가 천사인지 알 수가 없다. 하얀 마음이 좋고 검은 마음이 나쁘다는 말도 이제는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그건 사람들이 그렇게 정해 놓은 것뿐, 요즘은 천사 옷을 입고 있는 악마들이 너무 많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 옷을 입고 있는가.

[12]
북쪽 나라 국화는 함박꽃이고 남쪽 나라 국화는 무궁화이다. 꽃들은 다툼이 없는데 사람들이 문제다. 꽃과 새들은 서로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노래를 불러도 어우러져 평화로운데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다투기만 한다. 그래도 옛날 우리 백성들은 하얀 옷을 즐겨 입고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노래했지. 하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서로 헐뜯네. 잃어버린 우리의 옷, 이제 그 옷을 찾아보세. 아리랑 옷!

하얀 옷에 검은 마음 누가 알리오
검은 옷에 하얀 마음 누가 알리오
천사 옷을 입었다고 천사가 되나
악마는 악마인 것을

외롭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소
착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소
노래 못할 사람들이 어디 있겠소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을 뿐이지

빨간 옷을 입은 사람 빨간 얘기를
파란 옷을 입은 사람 파란 얘기를
함박꽃 무궁화 재롱잔치에
누가 누가 더 예쁜가

파란 새가 지저귀며 노래를 하네
빨간 새가 지저귀며 노래를 하네
하얀 새 검은 새도 노래를 하네
서로 다른 옷을 입고 노래 부르네

-「옷」, 1988

위 글은 순천사랑어린학교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 2월호에 실린 작사가 한돌 타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