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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5일 일요일

4월 총선이 기대되는 이유

[시민정치시평] 의회지형을 바꿔야 정치가 살아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일까. All's well, that ends well. 독일어 표현도 있다. Ende gut, alles gut. 끝이 긍정적이면 이전에 벌어졌던 부정적인 것들이 묻혀버려 별 것 아닌 것처럼 기억된다. 아무리 고통과 실망의 연속이었어도 마지막 순간이 좋았다면 이전의 나쁜 경험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결말이 그동안의 과정에서 겪었던 온갖 시련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하고 기억의 저 편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끝이 좋으면 다 좋았던 것처럼 느낀다. 아직 임기는 남아있지만 20대 국회가 그랬다. 식물국회라는 말도 모자라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국회였다. 폭력과 고함으로 서로 충돌하는 국회, 극기야 '노루발못뽑이'와 '장도리'까지 등장한 국회였다.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사각의 링 같았다.

그런 '막장 국회'가 마지막에 뭔가 해냈다. 최악의 국회로 마무리될 것 같은 절박한 순간에 한두 건 했다. 2019년 연말 임기 만료를 몇 달 앞두고, 실망한 국민을 위로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없는 것보다 나은 개혁입법을 이뤄냈다. 무소불위 검찰의 기소독점을 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만 18세 투표권 부여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늦기는 했어도 기다리다 목마른 촛불시민의 개혁 갈증에 한줄기 소낙비 같았다.

그렇다고 끝이 좋으니 다 좋은 것일까. 사람은 '경험 따로, 기억 따로'인 불합리한 존재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전체적이 아니라 단편적이고 분절적이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경험했어도 마지막 결말이 좋았다면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은 걱정이다. 국민들이 20대 국회의 긍정적 끝만 기억할까봐 그렇다. 국회는 임기 내내 무기력했고 무능력했다.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정치의 실종을 그대로 드러냈다. 의회정치가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양 갈래도 모자라 국민을 사분오열시켰다. 그래서 정치혐오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그러다가 끝이 조금 좋았던 것이다. 그 순간의 긍정이 부정적 전체를 뒤집어 놓을까 두렵다. 절망을 안기고 기대를 저버린 국회의원들을 다 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 끝이 조금 좋았다고 바뀌어 버릴까, 국회 문 닫으라던 아우성이 잊힐까 조바심이 난다. 20대 국회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21대 총선에 그들을 다시 소환할까봐 불안하다. 거대 양당은 대선전초전 격인 4월 총선에서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사생결단으로 싸울 것이다. 총선을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로 여기기 때문이다.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와 비난으로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을 동원하고 결집하려 할 것이다. 총선에 출마하는 대선주자들은 정치생명이 달려 있으므로 더욱 그럴 거다. 기득권 정치의 구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새해인사에 흔히 등장하는 말이'나라의 명운이 걸린 해'다. 2020년이 나라의 명운 운운할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한 해임은 틀림없다. 어쩌면 한국 정치의 전환점이 될 21대 총선이 치러지는 해이기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30년 넘은 낡은 기득권정치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새로운 선거제도로 정치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긴장하고 있다. 그 변화의 열쇠는 국민의 손이다. 최악이라는 오명을 얻은 20대 국회 4년을 온전히 기억하고 평가하는 선거여야 한다. 임기 마지막 몇 개 개혁입법 통과의 기뻤던 순간만 단편적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 대결과 갈등으로 진영정치를 고착화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변화된 선거제도로 20대 국회 내내 이어져 온 거대 양당 중심의 극단의 정치를 허물어야 한다. 정당집단주의가 지배하는 정치판을 깨야 한다. 아주 미흡하지만 그 도구가 유권자의 손에 쥐어졌다. 대표성을 왜곡하는 승자독식의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타파하기 위한 균열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연동률 50%에 연동률 적용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했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소수 정당의 의회진출이 가능해졌다. 물론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지역주의에 양당제에서 세대․성별․계층의 다변화를 담은 다당제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다당제 민주주의의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기존 정치체제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아온 소수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담아내고 다수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는 민의의 전당을 만들 수 있는 디딤돌이 놓인 것이다. 민심 그대로의 국회, 여성․청년․노동자․농민 등 다양한 국민 구성의 축소판이어야 할 국회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승자독식의 폐해인 과소대표나 과잉대표가 점차 사라지고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국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선거연령도 18세로 낮아졌다. 청년세대가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적극적 정치참여로 민주주의가 성숙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유권자의 유입으로 국민의 의사가 폭넓게 반영될 수 있게 되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정치개혁의 시금석이다. 변화의 초석을 놓는 선거여야 한다. 어렵사리 개정된 선거법의 취지를 살리는 선거여야 한다. 시작은 미미하더라도 민의를 반영하는 다당제 의회지형을 만들어내야 포용과 연대, 협치의 정치가 살아난다. 지역주의에 기댄 거대 양당이 좌지우지하는 국회를 재현시킨다면 희망은 사라진다. 깨어있는 유권자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민심 그대로의 국회는 촛불시민의 요청이다. 적대정치가 아니라 공생정치 속에서 선거제도 개혁, 정치개혁도 완성될 수 있다. 21대 국회가 그 시작이다. 그래서 2020년 총선이 중요하다. 유권자의 힘으로 싹 다 갈아엎고 재개발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기대되는 이유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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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5일, 2020년을 뒤흔든다

[개벽예감 376] 세계를 뒤흔든 5일, 2020년을 뒤흔든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20/01/06 [08: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이 글은 2020년 새해를 맞아 재미통일학자 한호석 박사와 재일통일학자 강민화 박사가 전자우편을 통해 주고받은 담화를 정리한 것이다. 

<차례>
1. 세계를 뒤흔든 5일
2. 정면돌파전의 주타격방향은 어디인가? 
3. 올해 조미관계에 몰아칠 전대미문의 폭풍
4. 정면돌파전은 남북관계에서도 일어나는가?
5. 재일동포들의 투쟁은 외롭지 않다

[강] – 2020년을 맞이하여 한호석 박사님에게 멀리 일본에서 새해축하인사를 드립니다. 조국해방 75돌, 6.15공동선언발표 20돌을 맞는 올해는 조국통일운동의 견지에서 중요한 해로 됩니다. 그리고 올해는 제가 일하는 대동연구소가 창설된 지 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한] – 희망과 긴장감이 엇갈리는 가운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희망보다 더 크고 무거운 긴장감을 느낍니다. 그런 느낌은 올해 어떤 충격적인 사변들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심리현상입니다. 예민한 촉각으로 정세의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대동연구소가 창설된 때로부터 벌써 15주년이 되었다고 하니, 세월이 참 빠르게 흐르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분초를 아껴가며 통일건국운동에 더욱 힘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1. 세계를 뒤흔든 5일 

[강] –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바뀌는 연말연시에 세계의 이목은 조선에게 쏠렸습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지난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하면서 장장 7시간에 걸쳐 보고발언을 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 행군을 하면서 중대한 결심을 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나는 12월 전원회의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를 읽으면서 “아, 바로 이런 결심이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2월 전원회의는 정세를 변화시키고 전 세계를 뒤흔들 만큼 중대한 계기로 됩니다.  

[한] – 그렇습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2019년 연말에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은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눈 덮인 백두산에 오른 것과 직결됩니다. 2019년 12월 3일이라는 날짜에 주목해야 합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회의가 2019년 연말에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던 바로 그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항일전쟁시기 김일성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이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를 이끌고 일제침략자들과 전투를 벌였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 숙영지들, 밀영들을 1박2일 동안 돌아보았고, 강추위가 몰아치는 백두산 정상에도 올랐습니다.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를 방문하였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언제나 백두의 공격사상으로 살며 투쟁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불굴의 공격사상으로 혁명의 난국을 타개하고 개척로를 열어제끼자는 것은 우리 당의 일관한 결심이고 의지”라고 힘주어 말하였습니다. 

나는 2019년 12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중대사변이 다가오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에서 혁명적 공격정신으로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길을 가려고 결심하였”으므로, 제5차 전원회의가 소집되면 “그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한 ‘새로운 길’이 공식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견한 바 있습니다.  

그런 예견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한 ‘새로운 길’은 12월 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길’은 조선이 견지하려는 새로운 전략로선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하였고, 12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길’, 다시 말해서 조선이 견지할 새로운 전략로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현 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돌파전을 벌릴 데 대한 혁명적 로선을 천명하시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월 3일 백두산에서 정면돌파전을 결심하였고, 12월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이 새로운 전략로선으로 결정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에서 토론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정면돌파사상과 전략, 실천강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은 12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정면돌파전의 사상, 전략, 실천강령이 결정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우리는 오늘의 투쟁에서 객관적 요인의 지배를 받으며 그에 순응하는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 객관적 요인이 우리에게 지배되게 하여야 합니다”라고 언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조선로동당이 새로운 전략로선으로 결정한 정면돌파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정면돌파전의 주타격방향은 어디인가?

[강]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에 대해 언급하면서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이라고 하였고,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봉쇄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 담겼습니다. 이렇게 보면, 조선의 정면돌파전은 제재국면을 참고 견디면서 제재가 해제되기를 기다리는 버티기작전이 아니라, “전대미문의 준엄한 난국”을 뚫고 나가는 혁명적 공격전이라고 생각됩니다. 

[한]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하였고, 12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조선의 새로운 전략로선인 정면돌파전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2020년 1월 1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전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이하 ‘보도’로 약칭함)를 분석적으로 고찰해야 합니다. ‘보도’에 대한 나의 분석적 고찰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선은 올해 경제전선에서 정면돌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견됩니다. ‘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나라의 경제토대를 재정비하고 가능한 생산잠재력을 총발동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명시되었다고 합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중요한 것은 조선로동당이 올해 국가경제토대를 재정비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입니다. 조선의 사회주의자립경제체제를 토대부터 재정비한다는 뜻입니다. 12월 전원회의에서는 국가경제토대를 재정비하기 위한 실천강령들이 채택되었습니다. 이 대담에서 나는 그 실천강령들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사회주의경제관리체계를 경제발전의 요구에 맞게 일신하는 대담한 조치들이 취해질 것으로 예견됩니다. 조선이 올해 경제전선에서 전개하려는 정면돌파전은 이미 들어선 자력갱생, 자급자족,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길로 더 빨리 전진하고, 더 높게 비약하는 전당적, 전국가적, 전인민적 투쟁으로 될 것입니다. 그로써 조선은 만리마시대의 경제부흥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 공세로 정면돌파전의 승리를 담보할 것”이라고 명시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결심한 새로운 전략로선이며, 12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전략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위에 인용된 문장에 담긴 속뜻을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문장에 의하면, 조선은 올해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각각 전개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조선의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은 미국을 정면에서 집중타격하는 반미대결전을 뜻합니다. 

조선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기간에 반미대결전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고, 대미협상에 주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2020년에는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반미대결전에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로동신문> 2020년 1월 4일부에는 조선의 전체 인민들이 12월 전원회의 사상을 학습할 것을 촉구하는 사설이 실렸는데, 그 사설에서 미국과의 평화는 환상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이것은 조선이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였음을 말해줍니다. 조선이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였으므로, 반미대결전에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2020년 새해가 되자마자, 미국은 평화를 파괴하는 제국주의국가의 흉악무도한 정체를 또 다시 드러내어 전 세계를 충격과 경악에 빠뜨렸습니다. 2020년 1월 3일 새벽 1시 경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한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군 꾸드스군 사령관과 그를 영접한 알무한디스 이라크 인민혁명동원군 부사령관을 무인정찰공격기에서 발사한 정밀유도미사일로 무참히 살해하는 테러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무력침공, 살육만행, 정권전복, 음해모략, 약탈폭거를 저지르는 제국주의국가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평화공존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전쟁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전쟁은 제국주의체제를 뒤집어엎는 피압박민족의 정의로운 전쟁입니다.    

군사작전 분류법에 따르면, 정면돌파전과 측면돌파전이 있습니다. 정면돌파전이 전쟁력량을 총집중시켜 적의 정면을 집중타격하는 고강도 공격전이라면, 측면돌파전은 주공력량으로 적과 정면대치를 계속하면서 적의 약한 측면을 우회공격하는 저강도 공격전입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12월 전원회의에서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이 결정된 것은 조선의 국가력량을 총집중시켜 미국을 정면에서 집중타격하는 고강도 공격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조선에서 말하는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은 이미 중단된 조미협상을 재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조선은 미국과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고 이미 결정하였습니다. 조미협상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하면서 저들의 정치외교적 리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락인”하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너절한 협상태도를 비판할 때 흡진갑진이라는 고유어를 썼습니다. 흡진갑진은 할 듯 말 듯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쓸데없이 시간만 끈다는 순우리말입니다. 사람들은 미국의 너절한 협상태도를 비판할 때 시간끌기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시간끌기라는 말보다 흡진갑진이라는 말이 훨씬 더 정확합니다.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한 민족어의 보물고에 오래 파묻혔던 낱말 하나가 이번에 다시 살아나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흡진갑진하는 트럼프의 오판과 실책이 조미협상을 완전히 파탄시켰습니다. 협상은 끝났고, 대결만 남았습니다.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 따르면,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만 남은 것입니다. 내가 2019년 12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에서 예고한 것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중대사변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이 이러한 데도, 미국과 한국에서 정세분석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멍청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고, 자기들의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힌 그들은 조선이 미국에게 군사적 강경책을 당장 쓰지는 않을 것이라느니, 또는 조선이 미국의 대선결과를 기대하면서 대미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느니 하는 잡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3. 올해 조미관계에 몰아칠 전대미문의 폭풍  

[강] – 미국과 추종세력은 12월 전원회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조선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거나 핵시험을 재개하지 않을까 하고 크게 우려하였고, 종래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견하였습니다. 저들이 예견한 대로 올해 조선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십니까?

[한] – 12월 전원회의에서 정치외교적 정면돌파전과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전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으로 회귀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조선은 이미 핵무력건설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핵무력건설로 회귀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략무기개발사업도 더 활기차게 밀고나가야 한다”고 언명하였습니다. 이것은 핵무력을 건설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무력건설을 완료한 조건에서 기존 핵무기와 다른 새로운 전략무기를 더 개발한다는 뜻입니다. 핵무력건설을 완료한 조건에서 개발하는 새로운 전략무기는 기존 핵무기가 아니라, 기존 핵무기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전략무기입니다.  

[강] – 12월 전원회의에서는 조선이 정면돌파전을 정치외교적으로, 군사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전략무기를 등장시킬 것으로 보았습니다.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조미 간의 교착상태가 불가피하게 장기화된다는 것, 미국의 본심이 드러난 지금 그들이 대조선재재를 해제해줄 것을 기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것,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는 것, 그리고 머지않아 세계는 조선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12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임을 단호히 선언”하였습니다.  

[한] – 조선이 미국의 정면을 집중타격하는 정면돌파전을 전개하려면, 기존 핵무기와 다른 종류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등장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조선이 바라는 정의의 전쟁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조선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등장시키면, 미국은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시험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한 유예조치를 스스로 위반했다고 비난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비난은 통하지 않습니다.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시험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지, 기존 핵무기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전략무기시험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은 조선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느니 뭐니 왁자지껄 떠들어대면서 자기들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시기 조선은 교착상태를 깨고 미국을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전략무기를 공개하였지만, 올해는 미국의 정면을 집중타격하는 정면돌파전을 벌이기 위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면돌파전을 벌인다는 말은 미국과 말싸움을 벌인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의의 전쟁을 벌인다는 뜻입니다. 그 무슨 미치광이위장전술을 들먹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의 만류를 무릅쓰고 2017년 9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선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깡패식 협박발언을 꺼내놓으며 조선을 모욕하였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21일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언명한 바 있는데, 이것은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면돌파전을 벌이겠다는 결심을 표명한 것입니다.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조미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되었고, 조미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결심을 잠시 접어두었으나, 조미협상이 완전히 끝나버린 올해 2020년에 그 결심을 실행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사정은 이처럼 긴박합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 한국에서 정세분석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조선이 어떤 새로운 전략무기를 등장시킬 것인가 하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고 있는데, 그것은 숲은 바라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는 꼴입니다. 조선이 올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등장시키는 것은, 앉아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주동적으로 벌이기 위한 계기로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해 조미관계의 변화는 조선이 주동적으로 벌이게 될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중심으로 전망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12월 전원회의에서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결정한 조선이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면돌파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예견해야 하는 것입니다. 

[강] – 그런 해석을 들으면, 긴장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조선의 정면돌파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한] – 그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추리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자료조사도 병행해야 합니다. 자료에 의하면, 2015년 6월 3일 조선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에서 “날강도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이라고 했고, 2016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중대성명에서 “날강도 미제와의 최후결전”이라고 했고, 2016년 6월 1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석회의 참가자 일동이 발표한 ‘미합중국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는 “반미대결의 최후성전”이라고 했고, 2017년 4월 21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의 최후결전이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는 오직 조선의 최고령도자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최후결전에 대해 섣불리 예언할 수 없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결심과 12월 전원회의 결정으로 급전되기 시작한 정세의 흐름을 보면 조선이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면돌파전은 올해 안에 일어날 것이 확실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12월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당은 꿋꿋이 뻗치고 서서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언명하였습니다. 미국과 추종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언명은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을 벌인다는 뜻으로는 해석될 수 없습니다. 

12월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을 뜻하는 군사적 정면돌파전이 명시되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미국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하는 장기타격전을 언명하였습니다. 판가리결전은 장기타격전이 아닙니다. 이런 불일치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조선의 정면돌파전은 8천만 민족의 운명과 직결되는 최고중대사이므로 외부에 공개되는 언론보도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월 전원회의에서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 대해 언급한 것이야말로 미국을 불로 다스리는 정면돌파전을 암시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미국을 불로 다스린다는 말을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말은 조선이 미국 본토에 전략핵공격을 가하고, 미국이 조선에 보복핵공격을 가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미국을 불로 다스린다는 말을 핵참화로 해석하는 것은, 커다란 오해입니다. 그런 전략핵무기를 사용하는 핵전쟁은 상호멸망을 불러올 것이므로 조선과 미국은 피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선이 미국을 불로 다스린다는 말은 미국 본토에 전략핵공격을 가한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의 침략돌격대를 불로 다스린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침략돌격대는 조선이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주한미국군입니다. 조선이 2019년에 개발완성한, 그 어떤 요격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저고도활동도약미사일과 600mm 대구경장거리방사포는 미국의 침략돌격대를 불로 다스릴 정면돌파전의 타격수단들입니다. 조선은 정면돌파전준비를 사실상 완료하였습니다.


4. 정면돌파전은 남북관계에서도 일어나는가?

[강] – 12월 전원회의에서는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측 언론매체들은 북측의 정책구상에서 대남메시지가 실종되었다고 논평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12월 전원회의에서 비록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조선로동당은 조국통일을 선대수령들의 유훈으로, 민족의 최대과업으로 받들고 있으며,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반통일세력과의 투쟁이 벌어지는 조국통일운동에서도 정면돌파전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 12월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관례와 상식을 초월한 매우 특례적인 일입니다. 조국통일을 자기의 최고과업으로 수행하려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12월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닙니다. 전원회의 결정에서 실수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거나, 또는 전원회의 중에 언급하였으나 외부에 공개되는 언론보도에는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서,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어떤 중대결정이 12월 전원회의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북관계와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중대결정은 무엇이겠습니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위에서 언급한 ‘미제와의 최후결전’과 결부되는 것입니다. 조선에서 말하는 미제와의 최후결전이 미제의 침략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제압하는 정면돌파전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곧 조선에서 말하는 조국통일성전과 완전히 일치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12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군사적 정면돌파전의 의미는 조국통일성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통일성전’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은 ‘통일성전’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일성전’이 임박하지 않았던 지난 시기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통일성전’에 대해 언급하였고, 조선의 언론매체들도 정세가 긴장되었을 때 ‘통일성전’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올해에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강] – 지난해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눈치만 살피다가 좋은 기회를 다 놓쳐버리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치명적 오류를 범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미국에 할 말을 해야 할 것이며,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 – 문재인 정부에 정신을 차리라고 권고할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를 따르는 문재인 대통령도 대북관계에서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해왔습니다. 제대로 이행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조미협상이 완전히 끝났는데, 남북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허망한 감정입니다. 

[강] – 북이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를 완전히 중단한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같은 일들은 미국이 반대해도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성사시켜보려는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마땅한데, 그렇게 하지 않고 미국의 제재압박을 추종하였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미국산 첨단무기들, 대북공격용 무기들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개발하는 무력증강에 전력함으로써 한반도 군사긴장을 격화시켰습니다. 북은 그런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사실상 파기하였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한] - 올해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조국광복 75년을 맞는 뜻깊은 날입니다. 우리 민족은 75년 전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되었지만, “남조선은 75년이 지나도록 미제의 식민통치에서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다”는 것이 북의 현실인식입니다. 북이 75년 동안 추구해온 ‘남조선해방’은 ‘통일성전’으로 실현될 수 있으며, 조국광복 75주년이 되는 올해가 ‘통일성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적기라는 것이 조선의 정세판단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 –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한] - 2020년 1월 2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기록영화를 방영하였습니다. ‘영원히 가리라 백두의 행군길’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입니다. <유투브>에 올려있으므로, 전 세계에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 기록영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들과 함께 백두산지구 항일혁명전적지들, 숙영지들, 밀영들을 1박2일 동안 돌아보고, 백두산 정상에 올라 빙설로 뒤덮인 천지를 부감하는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기록영화를 시청하던 중 어느 한 장면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고위지휘관들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탄생한 백두밀영 고향집을 방문하였는데, 고향집 뜨락으로 들어가는 눈길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는 장면입니다. 

2,500만 조선 인민들 누구나 백두밀영 고향집을 찾아가고, 해외동포들과 외국인들도 찾아가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고향집 뜨락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기록영화 해설자는 바로 그 장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염원을 기어이 풀어드리고 나서 고향집 뜨락에 떳떳이 들어서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 하였다고 해설하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일성전’을 앞두고 승리의 신심을 가다듬기 위해 백두밀영 고향집을 찾았으나, ‘통일성전’에서 승리하기 전에는 그 뜨락에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결심 때문에 너무도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던 것입니다. 

5. 재일동포들의 투쟁은 외롭지 않다

[강] – 이제는 대담방향을 좀 바꿔서 우리 재일동포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아베 내각의 대미추종과 대조선적대시는 여전합니다. 그런 속에서 조선이 12월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선포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아베 내각이 조선의 정면돌파전에 대응한다는 구실을 내걸고 더욱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재일동포사회에 대한 아베 정권과 일본 극우세력의 탄압과 공격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고교무상화혜택을 제공하는 데서 조선학교만 제외시키는 민족차별압박이 극심해졌으며, 지난해에는 저들이 재일동포 유치원 아이들에게까지 민족차별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재일동포들에게 입에 차마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붓고, 지어는 폭행으로 동포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재일동포들은 조국의 평화와 통일, 민족의 존엄과 재일동포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중단없이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과 남, 해외에서 우리 재일동포들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해주는 동포애 넘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의로운 투쟁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한] – 그렇습니다. 재일동포사회는 우리 8천만 민족과 떨어질 수 없는 구성부분입니다. 재일동포들의 운명은 우리 민족의 운명과 일치합니다. 우리 민족이 아직 분단체제를 해체하지 못했고,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일동포사회가 아베 정권과 일본 극우세력으로부터 억압과 공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심전력하는 통일건국운동은 8천만 민족의 운명을 바꿔놓는 위대한 변혁운동입니다. 그 변혁운동이 빛나는 승리를 이룩하는 날, 재일동포들의 운명도 승리의 길로 전환될 것이 확실합니다. 반통일세력의 방해와 준동이 여전히 심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입니다. 범죄는 역사의 심판을 받고 소멸할 것이며, 정의가 불의를 이긴다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믿는 사회역사발전의 과학적 진리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전원회의에서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적대세력들에게서 받아내려는 고통의 대가들 중에는 재일동포들이 이제껏 당한 고통의 대가도 당연히 들어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충격적인 실제행동이 올해 안에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강] – 바쁘신 중에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 고맙습니다. 새해에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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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전원회의 결정 관철 위한 ‘평양시궐기대회’ 열려 <중통>

당전원회의 결정 관철 위한 ‘평양시궐기대회’ 열려 <중통>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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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6  07: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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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궐기대회가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궐기대회가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김재룡 내각 총리와 김덕훈 당부위원장, 김일철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수도의 일꾼들과 근로자들, 청년학생들이 참가하였다.
통신은 “대회에서는 평양시당위원회 위원장 김능오동지, 모란봉구역 인민위원회 위원장 최희태동지, 김책공업종합대학 학부장 김철호동지, 력포구역협동농장경영위원회 위원장 정영숙동지, 평양시청년동맹위원회 위원장 박순일동지가 결의토론을 하였다”고 전했다.
  
▲ 김재룡 내각 총리와 김덕훈 당부위원장, 김일철 내각부총리 등이 주석단에 올랐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 궐기대회에서는 결의문이 낭독됐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토론자들은 노동당 제7기 제5차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역사적인 보고’를 ‘전투적 기치’라고 강조하고 “다시한번 분발하여 자력부강,자력번영의 대업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적진군의 보폭을 더 힘차게, 더 크게 내짚을데 대하여 말하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새 기술, 새 제품, 새 재료들을 개발하기 위한 사색전, 탐구전을 벌리며 자립경제의 토대와 위력을 강화하고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이바지할데 대하여 언급하였다”, “반공화국제재압살책동에 미쳐날뛰는 적대세력들의 골통이 아파나게 풍요한 가을을 년년이 이어감으로써 원쑤들의 머리우에 무자비한 철추를 내릴것이라고 강조하였다”고 전했다.
  
▲ 궐기대회는 군중시위로 이어졌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 각 단위별로 행진한 군중시위에서는 각종 구호가 등장했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대회에서는 결의문이 낭독됐고 “수도의 전체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결의문에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가 제시한 투쟁구호를 높이 들고 총궐기하여 조선로동당창건 75돐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빛내이며 사회주의조선의 불패의 위력과 양양한 전도를 또다시 만천하에 과시할 의지를 피력하였다”고 전했다.
평양시궐기대회는 군중시위로 이어졌다. 평양시궐기대회를 시발로 지역별 부문별 궐기대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 피폭 노동자 "난 마루타였다"

20.01.06 07:20l최종 업데이트 20.01.06 07:20l
사진: 이희훈(lhh)




▲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 이희훈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원인을 원전에서 피폭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 했다.
▲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 이희훈
 
김종일(34)씨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한 뒤 암에 걸렸다. 그는 원전에서 일할 당시 피폭돼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은 다르다. 암 발병과 피폭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고 보고 그가 신청한 '산업재해 요양' 신청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5일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원전 피폭 노동자'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12년 전 원전에서 일했던 기억을 꺼냈다. 원전 비정규직 노동자로 겪은 크고 작은 피폭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사연은 이랬다.

2008년 4월 김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경상북도 경주)에서 일할 단기 계약직을 뽑는 A사의 광고를 봤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업무는 아니었다. 작업 보조였다. 임금이 '쎘다'. A사를 찾아가 일하기로 했다. 그의 나이 22살 때다.

월성 원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소속 정규직 노동자들과 한전 KPS와 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 중 월성 원전의 발전 설비 정비는 한전 KPS 하청업체가 맡았다. 김씨가 찾아간 A사도 한전 KPS의 하청업체였다. 한전 KPS는 발전 설비 및 송·변전설비에 대한 관리와 정비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다.

참고로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2014년 7월 현재 '고용형태별 원전 직원 현황'을 보면, 전체 핵발전소 종사자 1만9693명 가운데 한수원 정규직은 6771명(34%), 비정규직은 1114명(6%)이고, 3분의 2인 1만1808명(60%)이 협력업체(하청업체) 직원이었다.

방사선 뿜어내는 핵연료봉 가까이서 근무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원인을 원전에서 피폭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 했다.
▲  김종일씨는 새로 시작한 일을 하기 위해 늦은 오후 숙소를 나섰다. 숙소는 안동 시내에 있는 모텔이다. 암이 발병해 청과 유통사업도 접어야 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지인들의 소개로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 이희훈

A사에 들어간 김씨는 월성 원전 4호기 계측 공정에 투입됐다. 이 달(4월)에는 모두 17일을 일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월성 원전에서 일하는 한수원 직원들을 위한 사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여기서 흔히들 '잡부'로 부르는 작업 보조를 이틀간 했다. A사에서 일한 기간은 19일이 다였다.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가슴에 휴대용 방사선측정기(TLD)를 착용한다. 방사선 수치를 기록하는 기계다. 방사선은 무색, 무취, 무향이다. 기계 장치가 아니면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17일간 일할 때 김씨에게 누적된 방사선 수치는 1.66mSv(밀리시버트)였다. 7월에 이틀 일할 때는 1.42mSv가 누적됐다. 피폭량만 살펴보면 그는 19일간 일해 3.08mSv가 누적됐다.

2009년 7월 김씨는 다른 하청업체인 B사에 들어갔다. 이번엔 단기 계약직이 아니라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로 고용됐다. 월성 1호기 원자로 설비 개선 공정 중 정비 보조 업무에 투입됐다. 방사선을 뿜어내는 핵연료봉 가까이서 일했다. 때론 방사성 폐기물을 운반해 반출했다.

일할 때는 머리에 헬멧을 쓰고 입은 마스크로 가렸다. 방제복을 입고 납조끼도 착용했다. 이따금 몸을 구부려 작업할 때면 자세가 불편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막혔다. 그래서 때때로 감독관의 눈을 피해 안전 장비를 벗었다.

감독관인 한수원 직원은 CCTV로 작업을 지시했다. 감독관의 말에 따라 볼트를 조이고 풀었다. 계획에 없는 행동은 허락되지 않았다. 감독관은 '작업 보조'를 조정했을 뿐 현장엔 들어오지 않았다. 방사선 수치가 높은 현장에는 하청 업체직원들만 들락거렸다. 그는 당시 자신이 "마루타였다"라며 "방사선 수치가 높을수록 하청업체, 낮을수록 한수원"이라고 했다.

한전 KPS 직원들은 출입하는 근무자들의 휴대용 방사선측정기를 깐깐히 살폈다. 이따금 "선량 다 되어가네"라고 말했다. 선량은 방사선 피폭량 허용치를 말하는 거였다. 이런 소리를 들은 날에는 일할 때 휴대용 방사선측정기의 전원을 'OFF' 했다. 어떤 때는 현장 구석에 휴대용 방사선측정기를 숨겨놓기도 했다.

이유가 있다. 연간 방사선 피폭량이 허용치(50mSv)를 넘으면 강제로 일을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또 출근하려면 휴대용 방사선측정기의 작동을 멈춰야 했다. 하루라도 더 일해 돈을 벌려면 이래야 했다.

그런데 김씨가 아는 형은 달랐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아는 형의 휴대용 방사선측정기의 수치가 100mSv 가까이 측정됐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술렁거렸다. 그 형이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그 형은 현장이 아니라 사무 업무로 근무지가 변경됐을 뿐 해고되지 않았다. 동료들 사이에 '일 그만두면 몇 년 치 방사선이 한 번에 피폭됐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소문 낼까봐 사무직으로 뺐다'란 뒷말이 돌았다.

작업현장에서 나오는 직원들은 체내외 전신 스캔 방사선 검사(홀바디 검사)를 받는다. 하루는 홀바디 검사 장비가 고장났다. 한전 KPS 직원은 '기계가 방사선에 오염돼 고장났다'라며 '오늘은 측정 없으니 그냥 나가라'라고 했다.

이렇게 2009년 7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총 327일간 일한 뒤 26살 때 월성 원전을 떠났다.

방사선 수치는 기록으로 남는다

김종일씨가 월성 원전에서 일하면서 누적된 방사선 수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국가방사선작업종사자 안전관리센터에 기록으로 남았다. 앞서 말한 대로 2008년 4월 1.66mSv, 7월 1.42mSv 피폭됐고, 2009년 7월 ~ 2010년 3월까지 9개월간 21.32mSv 피폭됐다. 이어서 2010년 11월 0.49mSv, 12월 0.48mSv, 2012년 2월 0.48mSv, 3월 0.19mSv 피폭됐다.

나머지 기간은 방사선 수치가 0.1mSv 이하로 기록 대상이 안 됐다. 휴대용 방사선측정기를 착용하지 않아 기록에 남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11년은 1~4월까지 월성 원전 1호기에서 일했으나 방사선 측정 기록은 남지 않았다.

지난 2013년 당시 민주당 최재천 의원과 에너지정의행동은 '한수원 출입 방사선 종사자 업체별 인원수 및 총피폭량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수원 출입 방사선 종사자 1만 4715명 가운데 한수원 노동자 5250명의 1인당 피폭선량은 0.14mSv이다. 가장 피폭선량이 많은 월성 1호기 압력관 교체 공사에 투입된 하청업체 노동자의 수치는 2.65mSv로 18.9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정보센터는 '2015년 원자력안전연감'을 인용해 원전 노동자의 평균 방사선 피폭량이 0.58mSv라고 밝혔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1인당 원전 노동자의 연간 피폭량 허용치는 50mSv, 5년간 합산 피폭량은 100mSv 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종일씨의 총피폭선량은 ICRP 연간 피폭량 허용치 50mSv보다는 낮으나,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정보센터가 내놓은 원전 노동자의 평균 방사능 피폭량보다는 높다.

그의 총 피폭량에 대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의학교실은 법원에 낸 사실조회서에서 이렇게 판단했다.
 
2009년 7월부터 연간 누적피폭선량을 새로 계산하기 시작하였을 때, 2010년 3월까지 단 9개월 만에 누적피폭선량이 21.32mSv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사선 종사자의 연간 피폭선량한도가 특정 연도에 일시적으로 50mSv까지 허용될 수 있지만, 5년 동안 누적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전체 100mSv, 즉 일년 평균 20mSv이하로 5년간 유지하여야 피폭선량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9개월 만에 누적피폭선량이 21.32mSv라는 것은) 피측정자가 2010년 3월 이후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 일을 하고자 한다면 더이상 똑같은 방식으로는 상황이 지속될 수 없는 피폭선량에 도달하였다고 판단된다.

월성 원전 그만 둔 이듬해 암 3기 판정
 
 김종일씨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모텔이다. 모텔에서 '달방'을 얻어 직장까지 출퇴근한다. 잔업이 남아 숙소에서 쉬다 회사의 연락을 받고 다시 방을 나섰다.
▲  김종일씨의 숙소는 모텔이다. 모텔에서 "달방"을 얻어 직장까지 출퇴근한다. 숙소에서 쉬다 회사의 연락을 받고 다시 방을 나섰다.
ⓒ 이희훈

김씨는 27살 되던 해 대출을 받아 유통업을 시작했다. 과일과 야채를 소매업체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벌이도 괜찮았다. 열심히 일하면 대출금도 몇 년 안에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2013년 새해 아침 자고 일어났는데 피곤했다. 3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났다. 몸에 열이 나고 식은땀을 흘렸다. '볼거리'에 걸린 것처럼 목이 심하게 부었다. 증세가 심상치 않았다. 울산대학교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가 '혼합세포 충실성 고전적 호지킨 림프종,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이라고 진단했다. 생경한 낱말이었다. 의사는 '악성 종양으로 흔히들 말하는 암'이라고 했다. 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2013년 1월 8일 입원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머리를 삭발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2015년 어느날 고향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생각해 보니 원전에서 일할 때도 비슷한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떠돌았다.

친구가 말해준 무료 법률 상담소를 찾아갔다. 여기서 변영철 변호사를 만났다. 3월 변영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그에게 '불승인 처분'을 통보했다.
 
"원고(김종일씨)가 업무수행 중 전리방사선(방사능)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노출량이 많지 않고 이 사건 상병 발생과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며,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원고의 연령이 일반적인 상병 호발 연령인 점과 노출력에 의한 잠복기가 짧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김종일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김씨는 그 후 암이 발병했고 원인을 원전에서 피폭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산업재해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 했다.
▲  김씨는 산재요양청구 소송 1심에서 패했다. 그 후 암 완치 판정을 받고 새로운 직장을 얻어 고향을 떠나 안동에서 일을 한다. 몸의 완전한 회복과 경제적인 재기를 꿈꾸고 있다. 또한 소송에서도 승소해 다른 피해자들의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 이희훈

변호사와 의논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8년 울산지방법원은 그가 제기한 '산재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에 대해 '원고(김종일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사건 상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의학적 소견과 피폭방사선량, 전리방사선 노출에 따른 위험증가의 정도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업무와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 진 것이다. 이 해에 암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디딤돌이 되고 싶었다. 병을 앓고 나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 똑같은 피해자가 분명히 또 나올 텐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길을 터주고 싶었다. 이제는 누군가 원전 노동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한 소송이 아니다.

솔직히 1심이 기각되고 항소를 포기할까 고민했다. 이제 병이 다 나아서 여한이 없다. 여기서 멈춰도 손해볼 게 없다. 그런데 변영철 변호사가 알아서 할테니 항소를 하자고 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 원전에 반대하나?
"아니다. 원전은 가성비가 가장 좋은 발전으로 알고 있다. 석탄 화력은 찌꺼기(분진)가 발생하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

- 법원이 암 발병과 방사선 피폭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가 언급한 의견이란 앞서 말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의학교실이 울산지방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서'다. 여기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과 달리 암 발병과 방사선 피폭의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김종일에게서 진단된 호지킨 림프종과 한전 KPS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노출된 전리방사선(방사능)과의 원인적 연관성은 1) 지금까지 조사된 가장 큰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및 관련산업 종사자에게서의 림프종 및 백혈병 발생 증가가 보고 되고 있다는 점. 2) 일부 조사규모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조사에서 노출 이후 초과 상대위험도 등 위험의 증가가 보고된다는 점. 3) 원고에게서 진단된 호지킨 림프종은 나이가 들면서 그 발생이 증가하는 혼합 세포 충실형으로서, 그 호발 연령이 70대 이후로 보고되는 점에서 비추어 발병자는 매우 젊은 나이에 기대하기 힘든 희귀한 암에 걸렸다는 점. 4) 지금까지 알려진 호지킨 림프종의 다른 발병원인들을 원고 김종일에게서 특별히 찾을 수 없다는 등에 비추어 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

변영철 변호사에게 연락해 항소심에서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다. 변 변호사는 대한의사협회가 작성한 '감정촉탁' 문서를 보내왔다. 거기엔 김종일씨의 방사선 피폭과 암 발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견이 담겨 있었다.
 
"호지킨림프종(혼합세포 충실성 고전적 호지킨림프종)은 전리방사선(방사능)에 대한 역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업무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됨. 단 업무관련성을 배제할 수는 없음."

변 변호사는 "업무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했을 뿐이다. 업무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한 의견은 아니다. 항소심에서 승소할 희망은 있다"라며 "병명은 다르지만 같은 일을 했던 원전 피폭 노동자 C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해당 산재 신청에 대해 심의를 했다, 연구기관에 의뢰해 저선량 방사선과 암발병의 연관이 낮다는 답변을 받아 (산재 신청을) 불인정 했다"라며 "산재 신청자가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는 부산고등법원에서 재판 중이다"라고 말했다.  

2020년 1월 4일 토요일

적명스님과의 밤샘 토론

적명스님과의 밤샘 토론

법인 스님 2020. 0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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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1-.jpg» 12월 28일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거행된 적명 스님 다비식



“눈은 가로로 놓여있고 코는 세로로 놓여있다” ㅡ 안횡비직(眼橫鼻直)

일본 조동종의 개조 도원 선사(1200~1253)는 깨달음의 경지를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말과 글은 발화되고 난 이후 각자의 해석에 있으니 나름대로 헤아려 볼 일이다. 후학들은 이 구절을, 삶의 진실과 환희는 일상을 떠나서 있지 않다고 받아들인다. 이 안횡비직의 구절이 들어있는 게송 전체를 보면 수긍이 간다. 한번 살펴보자.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다리는 땅을 딛고 있으며 정천각지(頂天脚地)
눈은 가로로 놓여있고 코는 세로로 붙어있고 안횡비직(眼橫鼻直)
밥이 오면 입을 벌리고 반래개구(飯來開口)
잠이 오면 눈을 감는다 수래합안(睡來合眼)

그렇다. 깨달음이란 지금, 여기, 나를 떠나 별도의 세계에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별스러운 것도, 별스러운 짓도 아니다. 내 마음의 눈을 가리고 있는 무언가를 벗겨내고 사물을 보는 일이다. 탐욕과 집착의 사슬을 훌훌 끊어내고 그저 보고, 듣고, 일하고, 사랑하고, 노는 것이다. 그래서 선사가 삶의 방향을 이렇게 말했는가. 머리는 하늘에, 다리는 땅에 있어야 한다고. 또 선사는 삶의 자유와 질서를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이라고 말했다. 늘 보고 듣는 것들이 늘 새삼스러운 모습으로 내게 오는 것, 이것이 깨달음과 환희장 세계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성공이라는 속도에 눈이 멀어 방향을 잃고, 온갖 근심 걱정으로 밥맛과 잠맛을 모르고 있다.


적명스님1-.jpg» 2019년 12월24일 입적한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안횡비직! 평범 속에 비범을 생각할 때 떠오른 분이 있다. 적명 스님이다. 겸손하면서 당당하고, 논리적이면서 직관적이며, 소박하면서 빛나는 분이 적명 스님이다. 그 적명 스님이 세수 80세로 12월 24일 사바의 인연을 접었다. 스님은 그 흔한 방장이니 조실이니 하는 그런 직책이 주는 권위로 사신 분이 아니었다. 또 그런 권위로 선승들의 믿음과 존경을 받은 분이 아니었다. 그저 수행자 적명으로 권위를 인정받으신 분이다.

적명 스님은 20세에 전남 나주에 있는 다보사에서 출가했다. 은사는 천진도인이라고 존경받는 우화 스님이다. 필자도 소년 사미승 시절 은사 스님을 모시고 다보사에 들러 적명 스님의 은사이신 우화 스님을 뵌 적이 있다. 존재 자체로 사람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시는 분이었다.
적명 스님의 속가 인연은 불가에도 그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스님의 조부는 출가 사문이었다. 조부는 제주도에서 석성(石惺) 김석윤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석윤 스님은 1894년 전주 위봉사에서 사미계를 받았다. 항일투쟁으로 1909년에 1년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다. 그런데 적명 스님은 조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한다.


아잔브람과.png» 경북 문경 희양산 봉암사에서 세계적인 명상가 아잔브람을 반갑게 맞이한 적명 스님의 생전 모습. 한국 간화선 선승들의 상당수가 남방불교와 티베트불교 등의 다른 불교수행 전통에 대해 배타적인데 비해 적명 스님은 열린 자세로 대하며 절차탁마의 자세를 보였고, 이날 아잔브람과 공개토론에 응했다.

필자는 적명 스님을 모시고 공부하지는 못했다. 다만 온몸으로 감동받은 한 번의 만남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아마 2012년 가을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조계종 승려의 교육 행정을 담당하는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의 소임을 맡고 있었다. 여름 3개월 선수행 안거가 끝난 어느 날,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공부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을 모시고 몇몇 스님들과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라고 했다. “뭐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하는데 남는 시간에 공부하지요”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그때 내심 바라는 것이 있었다. 참여하는 다른 스님들도 뵙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적명 스님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스님의 인품도 느껴보고 싶었고, 특히 불립문자 가풍의 선승이면서도 대화와 토론을 무제한으로 즐겨하신다는 점이 끌렸다. 한때 적명 스님은 토굴에서 도법 스님과 밤을 세워가며 무려 13시간을 법을 토론했다고 하는 지인의 증언이 늘 머리에 남아있었다. 때로 선승들은, 특히 조실의 위치에 있는 분들은 합리적인 대화와 깊은 토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늘 아쉽고 마음 한구석에 미덥지 못한 부분이다.

하늘은 맑고 볕은 고운 날, 서울 성북동 전등사에 수도승(서울 거주하는 스님)과 산승들이 모였다.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전등사 주지 동명 스님, 선운사 초기불전승가대학원장 재연 스님, 초기불전연구원의 각묵 스님, 그리고 필자가 모였다.


영결1-.jpg» 12월 28일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거행된 적명 스님 영결식

간단한 점심공양을 마치고 차 한 잔 곁들이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날 공부는 누가 발제를 하고 토론하는 그런 약속도 없었다. 그저 모여서 평소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 서로에게 묻고 싶은 말을 중구난방으로, 횡설수설하면서, 그야말로 야단법석을 펼치고자 했다. 모두가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적명 스님께서 몇 권의 책과 문서를 꺼냈다. “저, 오늘 공부는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대중의 시선이 스님께 쏠렸다.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제가 여기 계신 각묵 스님이 번역하신 <청정도론>을 탐독했습니다. 오늘 각묵 스님을 직접 뵈니 참 반갑습니다. 그리고 각묵 스님, 스님이 번역하신 산스크리스트 본 <금강경> 읽고 내가 그동안 석연하지 않았던 부분이 많이 풀렸습니다. 고마운 말씀 이 자리에서 전합니다.”

적명 스님의 돌연한 발언에 누구보다도 각묵 스님이 놀랐다. “아이고, 스님 그저 부끄럽습니다. 큰스님이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각묵 스님이 적명 스님보다 세납과 법납이 20년 정도 아래다. 절집 서열로 스승벌이다. 더구나 선원의 권위가 서슬 푸른 조계종의 풍토에서 큰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런 분이 제자벌인 각묵 스님에게 진심으로 몸을 숙여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각묵 스님은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는 역경승이다. 흔히 말하는 해인사 장경각에 있는 팔만대장경이라 일컬어지는, 한문으로 된 고려대장경은 이미 한글로 번역되었다. 각묵 스님은 인도말, 즉 빨리어 본의 경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다. 한역으로는 <아함>이라고 부르고 빨리 어로는 <니까야>라 부르는 방대한 분량을 번역하였다. 그 중에 적명 스님이 탐독했다는 <청정도론>도 도반 대림 스님과 함께 우리말로 옮겼다. <청정도론>은 5세기 경에 인도의 붓다고사 스님이 저술한 남방불교의 경율론 삼장에 대한 해설서이자 수행의 지침서이다. 붓다고사 스님은 우리의 원효대사에 필적하는 분이다. 번역된 <청정도론>은 3권이고 천오백 쪽 분량이다.

“각묵 스님, 실은 제가 스님과 대림 스님이 번역한 <청정도론>을 정밀하게 거듭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 수행하면서 평소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풀리고, 석연하지 않은 점도 확연해졌습니다. 제가 책의 주요 핵심 내용을 나름대로 간추려 정리했습니다.” 적명 스님은 그날 참석한 공부 대중들에게 간추린 내용을 나누어주었다. 분량은 아마 50쪽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500쪽의 내용을 그렇게 요약한 것이다. 옆에서 책을 보니 형광펜으로 밑줄이 곳곳에 그어져 있고 포스트 잇도 수없이 붙어 있었다. 모두가 내심 놀랐다. 연배도 높으신 분이, 선수행자를 지도하는 봉암사의 수좌 스님이, 북방불교의 간화선 수행을 하는 어른이, 우리와는 사뭇 풍토가 다른 남방불교의 논서를 정독하고 요약하여 오신 것이다. 아마 세속의 분들은 절집안의 흐름과 분위기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놀람을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영결2-.jpg» 지난 12월 28일 경북 문경 봉암사 영결식장에서 다비식장으로 적명 스님 법구를 운구하는 행렬

이어 적명 스님이 각묵 스님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 “제가 <청정도론>을 읽어가면서 북방의 간화선과 남방의 위빠사나 선수행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몇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각묵 스님께서 내가 공통점이라고 말한 부분이 맞는지를 말해주십시오. 그리고 차이점에 대해서도 스님 나름대로 견해를 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적명 스님의 요청에 각묵 스님은 훗날 내게 말했다. “그때 정말 놀랐고, 송구스러웠고, 기뻤고, 감격했다”고. 어찌 그렇지 않았겠는가? 또 그 자리에서 누가 그렇게 느끼지 않았겠는가? 여하튼 공부거리를 착실히(?) 준비해 오신 스님 덕분에 대중들은 그날, 밤을 세워가며 진지한 경청과, 날카로운 질문과, 성실한 답변을 주고받았다. 수행승들이 해야 할 일은 오직 ‘고요한 침묵’과 ‘의미 있는 대화’라는 붓다의 말씀을 실감하는 환희로운 법석이었다.

적명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새삼 ‘배움’에 대해 생각한다. 배운다는 것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일깨움일 것이다. 그러나 일깨움 이전에 배움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일 것이다. 자신의 향상을 위하여 누구에게나 물을 수 있는 마음가짐, 설령 그 대상이 아랫사람이라 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물을 수 있는 그 마음[不恥下問], 그 마음씀이 수행의 결실이고 경지가 아니겠는가. 예전에 절집의 대 강사들은 제자의 공부가 무르익으면 자리를 바꿨다. 제자가 강단에 올라가 강의하고 스승이 밑에서 듣고 물었다. 허튼 권위와 분별과 집착이 끊어진 경지에서 나올 수 있는 태도다.
그 해 가을날의 적명 스님에 대한 기억은 더 뚜렷하다. 하심과 배움의 아름다움이야말로 멀리 가는 향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