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두규, 윤재순, 강의구, 김OO... 결제해 놓고 '정보 없다'는 대통령실, 검찰과 닮은 꼴
24.06.10 07:07ㅣ최종 업데이트 24.06.10 07:07
아마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검찰 출신들이 국가의 요직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면, 올해 예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할 수도 있었다.
검찰 특수활동비가 법령과 지침에 위반되게 관리되었고, '특수활동(기밀이 요구되는 수사 또는 정보수집활동)'에 쓰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은 여러 증거들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또 다른 걱정도 있다.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새던 특수활동비 바가지가 용산 대통령실로 가서는 안 새고 있을까?'라는 걱정 말이다.
용산으로 옮겨간 '특활비 관리' 인사들
▲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2023년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2019년 10월 17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복두규 당시 대검 사무국장. ⓒ 연합뉴스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검찰 특수활동비의 최고 집행자인 윤석열 대통령만 용산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 것이 아니라, 돈 관리 실무자들까지 용산 대통령실로 대거 옮겨갔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지낸 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던 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총장 비서관이었던 강의구 비서관(4급)은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1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의구 비서관은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특수활동비 전달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사람이다. 그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서기관으로도 일했다.
그리고 검찰총장 비서실 소속 검찰주사였던 김OO(6급)은 대통령비서실 3급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OO 역시 특수활동비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는 인물이다. 그는 2019년 10월과 11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신해서 업무추진비 서류에 서명을 한 것으로 확인될 정도로 신임을 받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 검찰총장 비서실 주사였던 김OO이 대신 사인한 업무추진비 서류 ⓒ 하승수
이처럼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돈 관리를 하던 실무자들이 대통령비서실로 대거 직급을 올려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가면서 조성된 검찰총장의 현금저수지 관리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대통령비서실로 옮긴 이후에 '과연 법령과 지침에 맞게 돈 관리를 하고 있는지'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런 우려가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2023년 4월 6일 부산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도지사, 장관, 국회의원들과 회식을 했다가 큰 논란이 벌어졌다.
재판장도 황당해 한 대통령비서실의 해명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 6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나오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자 대통령비서실은 '비공개였지만 공식일정이었고, 결제도 대통령실이 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그런데 필자가 당일 횟집에서 사용한 회식비용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대통령비서실은 비공개통보를 해 왔다. 그래서 필자는 행정소송(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대통령비서실은 소송과정에서 '정보부존재' 주장을 했다. 회식비는 대통령비서실이 결제했는데, 회식비용에 관한 정보는 없다는 것이었다.
▲ 2023년 4월 6일 부산 횟집 회식 비용 내역 관련 정보공개 청구 재판 1심에서 대통령실 측이 제출한 준비서면 ⓒ 하승수
이런 대통령실 주장에 대해 재판장도 무척 황당해 했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고 결제도 대통령비서실이 했다는데, '정보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심 재판부도 지난 2월 8일 "이 사건 만찬에 소요된 경비를 대통령비서실 예산으로 집행한 이상 그것이 업무추진비 또는 특수활동비 중 어떤 명목으로 집행되었는지를 불문하고 ----- 존재할 것으로 보이고"라고 판단했다. 필자가 승소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은 항소를 해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정보가 없다? 대검찰청과 대통령비서실의 유사한 주장
결제를 했다면서도 '정보가 없다'고 하는 대통령비서실의 황당한 주장은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주장이다.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필자가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하자 대검찰청은 '정보가 없다'는 주장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나중에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수천쪽 이상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산 대통령비서실도 검찰과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세금을 써 놓고도 '정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고 이례적인 일이다. 법령·지침과 상식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이상한 주장이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나왔고, 지금은 용산 대통령비서실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서초동에서 특수활동비를 엉터리로 썼던 행태가 용산에 가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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