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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5일 수요일

윤종오 의원이 추진하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독일 등 이미 시행 중

 


독립몰수 제도, 해외 사례·21대 국회 논의 소개한 국회입법조사처 “도입 고려할 수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 ⓒ윤종오 의원 페이스북

최근 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천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전두환과 함께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노태우의 비자금 가운데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됐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하면서, 최 회장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이 기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종오 진보당 의원(울산 북구)은 공소시효가 지난 불법 비자금이더라도 몰수할 수 있는 이른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인정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 “검찰이 1995년 전두환과 노태우의 비자금을 수사할 당시 드러나지 않은 별도의 비자금”이라며 “해당 비자금의 조성과 은닉 과정, 불법성 등을 시급히 조사해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자의 불법재산 환수를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된 ‘독립몰수 제도’
독일 등에서 이미 시행 중
국회입법조사처 “도입 고려해 볼 수 있다”
윤종오 “헌법질서 바로잡고 정의 실현하는 계기”


윤 의원이 발의하려는 형법 개정안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도 몰수를 선고할 수 있는 ‘독립몰수 제도’ 내용을 담고 있다.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공소제기를 못 할 때에도 특정 재산과 범죄와의 연관성이 입증되면 해당 재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윤 의원이 형법 개정안과 함께 입법을 시도하려는 헌정질서 파괴범죄 공소시효 특례법 개정안도 비슷한 취지다. 헌정질서 파괴범죄자의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행위자의 사망이나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몰수 또는 추징이 가능하게 한다는 게 골자다.

5일 윤종오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독립몰수 제도만 도입하자고 하면 전두환·노태우에는 적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안을 함께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4년 5월 30일 발간한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독립몰수 제도 논의 사례. ⓒ국회입법조사처 특별보고서

독립몰수 제도에 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독립몰수제 자체는 제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면서, 기존에 나왔던 법안을 좀 더 보완하여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 30일 낸 특별보고서에서도 ‘독립몰수제도 도입 논의’에 관한 내용이 소개돼 있다. 입법조사처는 해당 보고서에서 “최근 범인이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할 경우 공소제기가 어려워 범죄수익의 박탈을 달성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거나 유죄판결 없이도 몰수의 요건이 있다면 몰수만을 독립하여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도를 도입하자는 법률안이 제21대 국회에서 여러 건 발의됐다”면서 유기홍 전 의원과 박혜련 의원이 냈던 형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독립몰수 제도’는 이미 독일 등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국회입법조사처 2017년 보고서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가 2017년 12월에 발간한 현안보고서 ‘범죄수익 몰수·추징제도의 현황 및 입법과제’에 따르면, 독일 등에서는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나거나 범죄자의 사망 등의 이유로 형사재판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독립적으로 몰수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해외사례를 참고해 “몰수의 요건이 충족되면 행위의 인적 소추 가능성과 별도로 범죄수익 박탈을 통한 원상회복 또는 재범방지 등 범죄예방을 위하여 독립적으로 몰수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권고했다.

윤 의원은 “군사반란과 내란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전두환·노태우 등의 범죄자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대로 단죄받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면서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이 헌정 질서를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정당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찬성하고 있는 만큼, 여야가 이견 없이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립몰수의 청구와 재판 등에 대한 절차적 규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조만간 발의해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을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든지 정경유착으로 인한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일은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그런 논의를 끌어내는 법안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SK그룹에 유입됐다고 인정한 300억원의 비자금이 구체적으로 어떤 불법적인 형태로 조성됐는지에 관한 사법적인 판단이 없으면 법 개정만으로 비자금 몰수는 힘들다고 봤다. 또 “형법 형별규정에서 몰수를 삭제했다고 하여 몰수가 형벌적 성격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라며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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