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푸틴 방북, 김정은과 오늘 북·러 정상회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에 나선다. 북·러가 ‘준(準) 동맹’ 수준으로 양국 관계를 격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9일 주요 일간지는 일제히 1면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편향 외교’가 북-러 관계 발전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19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협정을 맺는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북한 도착에 앞서 18일 오전 북한 노동신문 1면에 실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특히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한·미·일 3각 동맹에 ‘올인’하며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력을 지닌 중·러와 갈등해 왔다”며 “이런 ‘편향 외교’가 결과적으로 북-러 관계 발전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동안 소원했던 북·러가 관계를 급속히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엔 한국의 외교 실책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직후 러시아 외교부는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러시아는 한국 대신 북한과 관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국이 균형을 잡고 동북아 진영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한국 정부는 북·러 회동 후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 원칙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악순환을 부를 과도한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북·러 결속 빌미를 준 한·미·일 협력 강화에 ‘무조건반사’식으로 동참하진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북-러 관계 격상을 두고 동아일보는 “‘깡패국가들’ 간의 상호 생존 의탁”이라고 표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웃 국가의 주권을 짓밟고 침략전쟁을 벌인 러시아나 유엔 제재를 위반하며 불법 무기를 개발한 북한은 모두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불량국가”라며 “그런 왕따 처지에서 절실한 무기와 물자를 주고받으며 생존을 의탁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깡패국가 간 불순한 결합이 오래갈 수는 없다”며 “정부로서는 당장 러시아가 북핵 고도화를 위한 첨단기술 제공 같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도록 단단히 경고하는 한편 향후 한-러 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둔 정교한 관리 외교에도 소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민일보도 “러시아가 지켜야 할 레드라인을 확실히 설정해 요구하고 치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는 ‘조선칼럼’에서 북·러 군사 협력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대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원자력잠수함, 정찰위성 기술 등은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며 “한미 양국은 러·북 간 ‘치명적 거래’를 가정해 전략적 ‘추가 조치’를 논의해야 한다. 한·러 관계를 의식해 푸틴의 방북 의미를 축소하고 대충 넘어가면 상황 관리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가 잘못할 때는 중국과, 중국이 잘못할 때는 러시아와 협조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한·러 관계가 한국의 안보보다 우선할 수 없고, 러시아의 불법행위가 중국의 역내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푸틴-김정은 간의 ‘치명적 거래’와 그 이행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타협 모르고 ‘끝까지 가보자’는 의정 치킨게임 진저리”
서울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한 데 이어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일부 동네 병의원들이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19일 아침신문엔 휴진 소식을 모른 채 병원을 찾았다 허탕을 친 환자들을 인터뷰한 현장 르포 기사들이 많았다.
이날 의협은 서울 여의대로에서 ‘의료농단 저지 총궐기대회’를 열고 의대 증원 재논의 등 의사들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집단 휴진에 나선 의사들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는 등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관련 사설을 내고 “타협을 모르고 ‘끝까지 가보자’는 의·정 치킨게임에 진저리가 난다”며 의사들은 당장 휴진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대 증원 재논의’ 주장을 여전히 붙들고 병원을 비우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정부·의료계는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사태 수습을 위한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들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중재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이진영 칼럼’에서 비윤리적 의사 파업을 지적함과 동시에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 위원은 “지금의 의사 파업은 불법 여부를 떠나 윤리적이라 보기 어렵다”면서도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정부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어 정부 권한이 막강하다. 그만큼 망가진 의료 체계에 대한 정부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소아과 오픈런이나 응급실 뺑뺑이는 정부가 환자를 볼수록 손해 보는 구조를 방치한 결과다. 의사들은 미용 의료, 환자들은 빅5 병원으로 쏠리면서 필수 의료, 지방 의료 다 죽는다는 소리가 커지자 근본적 수술 대신 의대 증원이라는 대증 요법으로 막아보려다 이 사달이 났다”며 “생업에 바쁘고 전문 의료 정책이 어려운 국민을 대신해 의정 갈등을 중재하며 국민의 이익을 지켜내야 할 책임은 국회에 있다. 이번 국회엔 의사 출신 의원이 8명이나 되는데도 골치 아픈 의정 간 다툼에 끼어들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만배·신학림 구속영장 청구에 한겨레 “하명수사 자인” 비판
한겨레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17일 청구한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구속영장에 ‘별건’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윗선의 지시로 반드시 구속해야 하는 ‘하명수사’”를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출신 신학림씨(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배임수재 및 증재, 청탁금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공갈 등 총 5개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겨레는 “공갈 혐의는 신 전 위원장이 자신이 쓴 책을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는 전혀 무관하고, 대장동 사건 수사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며 “그런데도 영장에 이 혐의를 넣은 것은 ‘본안’인 명예훼손과 배임수재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공갈 혐의로라도 영장이 발부되길 노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언론인을 어떡해서든지 구속하려는 모양새가 참으로 치졸해 보인다”며 “이러니 검찰이 ‘대통령 심기 경호처’라는 비아냥을 듣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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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은 지난 대선을 앞둔 2022년 3월 뉴스타파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주된 근거로 사용됐다. 검찰은 김씨가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던 신씨에게 2021년 이뤄진 허위 인터뷰를 보도해달라고 청탁하면서 그 대가로 약 1억6500만 원을 보냈고, 이를 책값으로 위장했다고 보고 있다.
한겨레는 뉴스타파의 기사 내용은 다른 언론들도 지난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보도한 내용이라며 “유독 뉴스타파의 보도로 대장동 사건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그 전제부터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애초 민주당을 ‘배후’로 의심하고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했지만, 이번 영장에는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만들면서 ‘대선개입 여론조작’ 수사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무색할 지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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