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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0일 금요일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 정책에 바탕한 실천적 과제가 필요


2015.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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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한 ‘흡수통일 준비팀이 존재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부위원장이 그 후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의 기조연설이 끝난 다음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작년 말에 (통일 로드맵에 관한) 1차 연구가 끝났고, 이제는 그 연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과제 실행 단계에 들어가 있다. 거기에는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전제한 과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론에 보도된 흡수통일 준비 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은 말이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왠지 개운치 않다. 바로 그 이틀 전 ROTC중앙회에서 그는 “정부 내 다른 조직에서도 체제통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체제흡수 통일은 하기 싫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까지  말하지 않았는가? 한 술 더 떠 정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북한의 엘리트 계층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으로 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후속조처 없는 정책 선언

 정 부위원장이 흡수방식에 의한 통일준비를 거침없이 밝힐 수 있었던 것은 통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런 발언이 얼마든지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통일준비위원회 내 북한 흡수방식의 체제통일 준비 팀이라는 것이 정규 조직이 아닌 흡수통일의 문제를 연구하는 팀을 두고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정종욱 부위원장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다. 작금 우리 사회에는 북한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어떤 구체적 조치나 행동은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드레스덴 선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같은 대북 및 한반도 정책도 선언에만 그쳤을 뿐,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다.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대북 정책 실천의 전제로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이 무너져 이루어지는 경우 외 달리 다른 길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더 나아가 그와 같은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 같기도 하다. “통일대박”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정종욱 부위원장이 그와 같은 우리 정부의 생각과 정책적 기조를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의 ‘체제흡수통일‘의 발언은 바로 그런 연유로 자연스레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통일을 둘러싼 서로 다른 두 견해 

 체제 흡수적 통일, 그것이 우리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평화통일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그 외 다른 내용의 통일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통일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와 관련 서로 다른 두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북한의 체제와 정권이 갑자기 붕괴되고, 그 후 모든 과정을 한국이 주도하여 이루는 통일이다. 다른 하나는 그와 같은 북한의 붕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통일은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우리 체제를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견해를 지지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북한 체제의 붕괴’가 한 낱 근거 없는 소망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 생각일 뿐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거론되었으나, 실제 일어나지 않은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설혹, 북한이 갑작스레 붕괴한다고 해도 이후 한반도 주변 환경이 남한 주도의 통일을 보장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보다 더 직시해야 할 점은 그와 같은 북한의 붕괴가 남한 경제·사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적극 억제해야 할 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와 민주, 시장과 평화를 담은 통일이 되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북한 스스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더 중요하다. 이는 장기간의 교류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동시에 이에 걸맞는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의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북 통일 정책이 가장 바람직할까? 필자는 단연코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통일부가 견지해 온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의 통일정책」이 되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북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통일 정책을 위한 실천적 과제

 북한을 우리 주도의 통일 과정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 실천이 중요하다. 첫째, 현재의 대북한 정책을 당장 교류협력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정책전환은 남한에게 결코 손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당면한 경제의 어려움을 탈피하는 데에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치·군사문제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군사 문제와 경제협력 문제를 최대한 분리시키는 것이다. 이 정책은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개성공단이 바로 정경분리의 정책이 그대로 적용되는 공간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그런 기조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앞서 언급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론”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비롯해, 「통일준비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북한의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어떤 대북한 교류협력에도 북한의 자발적인 동참이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로 민간차원의 대북 교류협력이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북 사업에 중앙정부가 일일이 관여하는 것을 지양하고,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대북 사업을 자체 재정적 능력 범위 내에서 추진 가능한 프로젝트를 발굴,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우려하고 있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한 정부가 주도하고 추동하는 국제차원의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 부위원장의 통일론에는 정작 이런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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