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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31일 화요일

유가족들과 특위는 왜 ‘세월호 시행령’을 거부할까


세월호 특위 시행령 VS 정부 시행령 한눈에 비교하기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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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31  18: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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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조사 담당기구인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미디어스)
‘진상규명 방해 시행령’, ‘허수아비’, ‘휴지조각’, ‘관제 조사기구’, ‘쓰레기’… 지난 27일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이하 <정부 시행령>)을 두고 나온 평가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시행령이 빨리 통과되어야 본격적인 진상규명 활동을 할 수 있다며 ‘빨리 일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던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위)마저 <정부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해수부가 낸 안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세월호 특위 이석태 위원장의 설명이다. (▷ 관련기사 : <“기자 여러분, 제발 8000만원이 많으냐 적으냐 묻지 마십시오”>)
‘조사기구의 독립성’에 초점 맞췄던 특위 <시행령>
당초 세월호 특위는 4·16 세월호 참사 1주기 전 특위를 정상 출범시키고자 하는 의지로, 지난달 17일 예산과 직제를 확정해 세월호 특위의 <시행령>을 제출했다. 그간 세월호 특위는 이석태 위원장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빠른 조사활동이 가능하도록 특위의 안을 최대한 존중해 <시행령>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해 왔다.
세월호 특위가 2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시행령>은 다음과 같다. 특위 직제는 1실 1관 3국 14과였다. 진상규명 소위원회 산하의 진상규명국은 조사기획과, 조사1과, 조사2과, 조사3과를 두었다. 안전사회 소위원회 산하의 안전사회국은 안전사회기획과, 안전사회1과, 안전사회2과를 두었고, 지원 소위원회 산하의 지원국은 지원총괄과, 지원점검과, 보고서작성과를 두었다.
  
▲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한 시행령 안 (자료=세월호 특위)
조사기구로서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3국 모두 민간 채용을 우선으로 했다. 진상규명국은 조사3과(법무부 파견 공무원), 안전사회국은 안전사회1과(국민안전처 파견 공무원), 지원국은 지원총괄과(국무조정실 파견 공무원)를 제외한 나머지 과를 모두 민간 인력으로 채울 계획이었다.
정부 파견 공무원은 ‘행정사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사무처 직속으로 기획행정담당관을 배정해 기획예산팀, 운영지원팀, 대외협력팀을 꾸리도록 했는데, 각 팀을 국무조정실, 해양수산부, 행정자치부 파견 공무원이 담당하는 식이었다. 조사활동에서 민간 채용 별정직의 비중과 역할을 집중시켜 객관적 조사를 할 수 있게 했다.
△ 4·16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민원의 접수・처리, 안내 및 상담 △4·16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언론보도 또는 정보통신망 게시물에 인해 명예훼손을 받았다고 인정되는 피해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사항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처 및 그 방안에 대한 국민제안에 관한 사항 △희생자의 추모 및 실종자의 수색 조사에 관한 사항 △피해자의 신체적 및 정신적 치료·회복, 재산상 피해의 회복, 피해지역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조사 범위에 포함시켜 보다 폭넓은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정부 시행령>에선 주요 조사대상인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특위 좌지우지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정부 시행령>은 딴판이다. 우선 조사 범위가 축소됐다. <세월호 특별법>은 ‘4·16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사항’, ‘4·16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에 관한 사항’을 진상규명 과제로 명시하고 있는데도, <정부 시행령>은 이를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제한했다.
  
▲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시행령 안 (자료=세월호 특위)
조사활동의 중심이 되었던 3국 체계도 무너졌다. ‘국’ 위치에 남게 된 곳은 진상규명국 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안전사회과, 피해자지원점검과로 하위 부처가 됐다. 진상규명 소위원회, 안전사회 소위원회, 지원 소위원회는 위원장 직속으로 ‘유지’될 뿐, 관련 국 고유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권한은 잃었다. 직접적인 조사활동에서 멀어진 것이다.
반면 당초 ‘사무 업무 전담’ 목적으로 기획예산팀, 운영지원팀, 대외협력팀을 두었던 기획조정담당관은 기획조정실로 승격했다. 기획총괄담당관, 운영지원담당관, 대외협력담당관을 둔 기획조정실은 세월호 특위의 ‘중심’이 됐다. 대부분의 권한이 기획조정실장에게 몰려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파견 공무원이 맡게 되는 기획조정실장은 △위원회 업무의 종합·조정 △4·16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종합 기획 및 조정 △안전한 사회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관련 기획 및 조정 △피해자 지원대책의 점검에 관한 기획 및 조정 등 대부분의 ‘실권’을 쥐었다. 기획조정실장이 위원회 전체 업무를 종합, 조정하는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면, 사실상 세월호 특위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권한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 시행령>에 따르면 기획조정실장 뿐만 아니라 기획총괄담당관, 운영지원담당관, 대외협력담당관, 조사1과장, 안전사회과장 등 주요 직책이 파견 공무원에게 돌아간다. 세월호 특위가 “특위의 독립성을 파괴한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인원도 25%나 감축했다. 특위가 제출한 120명 정원을 90명으로 줄였다. 그런데 이 90명에는 당초 집계에서 제외됐던 정무직 5명도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인원은 85명이 됐다. 공무원과 민간 채용 인원은 각각 42명, 43명이지만 민간 인원에는 비서, 기사 업무 수행을 맡는 인원도 포함돼 조사 업무를 맡는 수는 39명으로 줄어든다. 실무 업무를 맡는 6, 7급 가운데 공무원은 6급에 18명을 배치하고, 민간 인력은 7급에 16명을 배치해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조사를 주도하는 형태로 판을 짰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서 세월호 특위에 가장 많은 인원(전체 42명 중 9명)을 투입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대통령마저 ‘구조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고심 끝에’ 해체했던 해경이 소속된 국민안전처는 공무원 8명을 투입해 해수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을 특위에 보냈다.
정부여당으로부터의 ‘독립성’ 훼손해 ‘식물위원회’ 만들려는 <정부 시행령>
세월호 특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독립성 훼손’이다. <정부 시행령> 직제는 파견 공무원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져 있어 독립적인 조사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특위는 “파견 공무원이 주요 직책을 독점하고, 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 등 3대 업무를 종합 조정하며, 진상규명조사와 안전사회 업무를 총괄하는 형태에서는 소위원회 위원장은 직원에 대한 ‘감독 권한’ 없이 심의만 하는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상규명 측면에서는 조사 범위를 ‘정부 조사자료 분석’으로 축소한 것은 “기존 정부조사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안전사회 측면에서는 ‘안전사회 건설 종합대책 수립’이라는 목표를 ‘해양사고’ 분야로 국한시켰다고 비판했다. 또한 ‘피해자 및 피해지역에 대한 종합 점검’을 목표로 했던 지원 분야도 ‘피해자’로만 국한시켜 업무 일부를 배제했다고 꼬집었다.
세월호 특위는 <정부 시행령>에 대해 “<세월호 특별법> 입법 취지를 위배하고 특위를 파견 공무원 중심의 정부기구로 전락시켜 특위 활동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31일 낮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 안의 문제점’ 긴급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 31일 낮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 안의 문제점’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발제를 맡은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은 “(<정부 시행령>은 각 소위원회의 업무를 진행할 인원을 각 소위원장이 직접 지휘 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사무처는 위원회 및 각 소위원회 활동을 보조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2가지 대전제를 훼손해 세월호 특위를 ‘식물위원회’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각 소위 업무 및 직원수를 특별법 내용과 달리 ‘제한’하고 있어 세월호 특위 무력화를 넘어 위임 한계를 벗어난 위법성읠 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사무차장은 “<정부 시행령>은 여당 추천 상임위원인 부위원장 및 사무처장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사무처장 밑에 기획조정실장을 두도록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진상규명 업무의 추진상황 점검 △4·16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에 관한 사항 △청문회 실시에 관한 사항 △4·16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 분석 및 조사를 맡는 ‘조사1과장’을 파견 공무원이 담당하는 점을 지적했다.
박주민 사무차장은 “진상규명 관련 핵심 업무를 잠재적 조사대상인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에게 맡겨 진상규명 업무 수행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고, 기획조정실장→기획총괄담당관→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으로 연결되는 구조 아래 기획조정실장과 사무처장의 진상규명 업무 장악력을 높여 진상규명 소위를 더 유명무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사무차장은 “조사대상이 될 수도 있는 정부 부처가 끊임없이 조사 내용과 방향에 대해 영향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특위 위원들의 논의와 결정이 제대로 집행되는 것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 시행령>은 개정 혹은 철회돼야 하고, 특별법의 취지와 특별법에 담긴 국민 염원을 제대로 받아 안을 수 있는 시행령이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시행령>의 입법예고 기한은 오는 4월 6일이다. 세월호 특위는 당초 4월 9일로 예정돼 있던 전체회의를 앞당겨 4월 2일 오전 9시에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 시행령> 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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