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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8일 일요일

수교 25주년 빨간등 켜진 한러관계


강태호 2015. 03. 09
조회수 17 추천수 0
 aDSC08461.JPG  지난 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러 대화 정경 컨퍼런스에서 이규형 한러대화 조정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러시아간 대화채널인 ‘한러 대화(KRD)’(조정위원장 한국쪽 이규형 전 주러대사, 러시아쪽 크로바체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총장)는 지난 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러수교 25주년-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정치 경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러시아쪽에서 베르비츠가야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이사장, 쥐르코프 사하공화국 의회 의장, 무신 가스포럼 이사, 알렉산드로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 등 10여명, 한국쪽에서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한러미래 포럼 회장),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 등을 비롯해 교수변호사 등 40여명의 정치 경제 법률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오전에 수교 25년 성과와 과제, 남·북·러 3자 협력관계 등을 논의했으며, 오후 경제 세션에서는 경제협력의 현황과 전망, 러시아 내 투자 관련 법적 규제, 극동개발을 위한 협력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발제와 지정 토론이 있었다.
 전직 정부 관료 및 기업·학계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1.5 트랙의 한러대화는 그동안 정치 경제 문화 등 6개의 분과위에서 한러 양국간 현안에 대해 정부에 건의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날 회의의 발표와 토론에 바탕해 한러관계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리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남북 지도자를 동시에 초청한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기념일(전승절) 행사가 한러관계의 미래는 물론이고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참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한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 문제는 올 봄 한국 외교가 맞닥뜨릴 가장 뜨거운 현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 등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를 "남북러 3각 협력을 진전시키고 나아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계기로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수교 25주년 경고의 빨간 신호등 켜진 한러관계 

 올해 한·러는 국교 정상화 25주년을 맞는다. 1990년 9월 30일 당시 셰바르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유엔총회에서의 한러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한소 수교를 발표했다.
  이는 노태우 대통령 당시의 북방외교의 성과이자 1905년 ‘조·일 을사늑약’ 체결후 두나라가 1990년 9월말까지 약 85년간 외교관계의 단절과 냉전적 대립관계에서 벗어난 역사적 출발점이었다. 그리하여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은 두나라의 협력관계가 양자 차원에서 지역 및 세계 차원으로 다양화되고, 협력 범위도 경제·문화 영역에서 정치·외교·군사·안보 분야 등 민감한 분야로 까지 확대되는 등 전면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이 25년간 두나라 정상은 23차례의 공식·비공식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으며, 이를 통해 세계적 외교·안보 이슈는 물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이슈를 논의 대개의 경우 공통의 입장을 천명하였다.
 특히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내건 외교·안보의 3대 핵심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그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러시아의 지지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바로 그 시점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러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으며 한러관계가 정체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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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러대화 정경 컨퍼런스 오전의 정치국제관계 세션에서 고재남 국립외교원(맨 오른쪽) 교수가 한러 수교 25주년을 평가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수사’에 불과

 이날 한국쪽 러시아 전문가들은 마치 말을 맞춘 듯 한 목소리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재남 국립 외교원 교수(러시아)에 따르면 “상당수의 한·러 관계 전문가들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성격규정은 아직까지 ‘수사’(rhetoric)에 불과하며, 앞으로 실질협력이 부재할 경우 양국관계가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9월에 이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서 두나라는 외교·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2013년 9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ASEM 정상회담의 참석, 두달 뒤인 11월 푸틴 대통령의 서울 방문은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내실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국가 안보회의간 외교·안보 협력 확대를 위한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런 합의는 빛을 잃었으며 모멘텀을 상실했다. 고 교수에 따르면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세계의 대러 제재는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4년 두나라 사이의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으며, 고위급 외교·안보 인사교류는 축소됐다. 이는 이날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축사를 통해서 지난해 초부터 발효된 비자면제 협정에 힘입어 한 러간 인적 교류가 그 전해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으며, 동북아 및 유라시아 차원에서의 긴밀한 협력 등 한러 관계가 거듭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와 대조되는 어두운 전망이다. 외교부 차관을 거쳐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이규형 한러대화 조정위원장 역시 개회사에서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등 박근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비춰 볼 때 “아쉽다”는 말로 25주년을 맞이하는 한러 관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입장 차이 드러낸 전략적 관계

  홍완석 외대 교수(국제지역대학원) 는“양국관계가 적지 않은 불협화음과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과 발전을 지속해온 것만큼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두나라의 상호협력 가능성과 잠재력에 비해 실질적인 성과가 부족했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역시 외교적 수사(修辭)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를 뒷받침하는 현실로 △세계 GDP 8위 수준인 러시아와 한국 사이의 교역규모는 한·중 간의 그것에 비해 1/10에 불과하고, △인적 교류도 미·중·일에 견주면 미미한 수준이며. △2010년 5월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같은 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서도 ‘전략적’ 관계인 두나라가 보여준 ‘전략적’ 입장 차이를 지적했다.
   또 엄구호 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는 두나라 협력관계가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수사에 그치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정치적으로는 미·러관계에 동조화됨으로써 북핵문제에 한정되는 측면이 강했으며, 경제적으로는 남북관계의 기조에 구속되어 오랫동안 논의된 의제를 집행하지 못하면서 결국 외면하게 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홍완석 교수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라는 이상적 목표와 현실의 불일치를 낳게 된 동인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한·러관계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크게 양자간에 존재하는 ‘내재적 요인’과 지정학적 환경에서 비롯된 ‘구조적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재적 요인은 △양국 간 이익교환의 부조화에서 비롯한 상호불신의 축적△ 한ž러 양국 간 정책목표 우선순위의 비대칭성△ 상호 상대방에 대한 전략적 인식의 반대칭성△ 경협 방식에서 시장주의적 접근(한국)과 국가주의적 접근(러시아)의 충돌 △ 러시아에서 부패와 관료주의에 따른 외국인 투자 유치 제도의 미비△한국 사회 일각에서 러시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냉전의 타력(惰力 관성) 등이다. 그리고 여기에 구조적 요인으로 남북한 분단의 지정학적 현실 (북한 요인)과 한미동맹 (미국요인)이 작동한다.
 aDSC08530.JPG   한러대화 정경 컨퍼런스에 참석한 러시아쪽 관료 및 학계 전문가들

  전략적 협력관계의 내실화-남북러 3각협력 확대  

 고재남 교수는 지난 한·러 관계 25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협력과 갈등’, ‘접근과 정체’의 이중주로 비유되는 부침을 겪었다면서 문제는 지금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주문하는 핵심 제언은 북러 관계 긴밀화를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남·북·러 3각 협력의 확대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고 교수는 이를 위해  △양국간 전략대화 및 국가안보실 협의의 정례화와 여타 안보협력 틀 구축 △북핵 등 북한문제 해결과정에서 협력 확대 △지역·글로벌 수준에서 안보 협력 실질화 △유라시아 안보협력체에 옵저버 등 비회원국으로 참여 검토를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유라시아에는 다양한 다자 협력체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협력기구 (SCO)는 중립국을 표방하는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중앙아시아 4개국이 참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의 주도로 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포괄적 다자 지역협력체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러·중 양국은 1996년부터 발전시켜 온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국제안보 및 평화문제에 대한 전략적 연대를 더욱 강화시켜 오고 있다. 이는 북한 핵문제, 북한의 급변사태 등이 발생할시 러·중 양국이 전략적 연대를 할 가능성이 많음을 말해 주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은 사전에 러·중 양국과 전략적 협력의 토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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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완석 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한러 관계와 미러 관계의 분리 내지 탈동조화

  홍완석 교수는 세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한국쪽에 요구되는 것으로서 미ž러관계와 한·러관계의 탈동조화. 즉 한ž러관계를 미ž러관계로부터 분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한ž러관계는 미ž러관계에 의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아왔으며, 따라서 미ž러관계로부터 한·러관계의 분리가 지속 가능한 협력체제 구축의 성공요건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러시아에게 요구되는 것으로 남북한 분단구조가 제공한 기회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유혹으로부터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러시아 모두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지정학적, 지경학적 공유이익을 발굴하고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간 이익의 공유 및 그 확대는 전략적 관계의 형성, 유지, 발전을 담보하는 중요한 물적 토대이기 때문이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러시아)는 윈윈의  관점에서 북핵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북한과 우호관계를 크게 진전시키고 있는 러시아는 북핵문제의 교착상황을 타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평양과의 직접 대화 및 모스크바와의 공조를 통한 남북러 3각협력 등 교류협력을 강화해 북한과의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미국 및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여 북한 체제에 대한 보장 문제와 함께 핵폐기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와의 부분균형 동맹 모색 

  엄구호 교수는 두 정상들의 결단을 강조하면서 ‘부분 균형 동맹의 틀’을 제안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러관계의 악화 등은 균형 외교의 방정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데,. 4강 중 상대적으로 양자 동맹의 성격이 약한 러시아는 어떤 면에서는 균형 외교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제3의 균형자’로서 러시아의 역할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미동맹의 필요성은 특히 군사안보 측면에서 보다 강화되는 상황이며, 또 다른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고 있고 북한에 대해 가장 큰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은 우리의 대중 외교적 입지를 매우 축소시킬 만큼 커지고 있다. 이런 역설적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 외교의 전략적 입지를 넓히는데 고려해 보아야 할 나라가 러시아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분 균형동맹(semi-balancing alliance)은 한러관계에서 미국과 중국의 잠재적 긴장을 감소시킬 메커니즘을 찾으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접근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자관계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는 동북아 정치의 과도한 민감성을 안정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견국으로서 한국이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도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동맹을 구축하듯이, 러시아와도 전략적 협력을 통해 자원부문 중심의 경제동맹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특히 잠재성장률 3.5%에 머물고 있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시장, 자원공급자, 물류 연결자가 될 수 있는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한국 경제 발전에 새로운 모멘텀을 줄 수 있는 잇점이 있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러시아를 한국에 유리한 영향력을 북한에 행사하는 소극적 의미의 이익 대상 국가가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핵심 파트너로 보는 적극적 인식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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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러대화 정경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국 전직 관료 및 학계 전문가들. 맨 오른쪽이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 대학원 교수   

<보조>
 한-러 수교 25주년의 부침-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의 발전

 한·러 관계는 지난 25년 동안 (1) 정치·외교 관계의 정상화 추진기( 1988-1991), (2) 우호·협력 관계의 확립기(1992-94), (3) 건설적, 상호 보완적 동반자 시대(1994-2004), (4)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시대(2004-08), (5)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의 발전기(2008-현재) 등으로 전진해 왔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러시아)는 1992년 11월 옐친 대통령의 방한이 상호·협력 관계의 발전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러 기본관계 조약’과 ‘한·러 군사교류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함으로써 정치·외교 관계의 설정이라는 초기 단계를 넘어섰다.
그에 따르면 그 뒤 ‘협력과 갈등', ‘접근과 정체’의 이중주로 표현되는 부침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김영삼 정부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6월 방러를 통해 양국관계를‘건설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동반자’관계로 발전시켰다. 또한 러시아가 1996년에는 북한과 체결한 소위‘군사동맹조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도록 하는 외교·안보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1996년 4월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제안한 미중 남북의 ‘한반도 4자회담’에서 러시아가 배제되자 큰 후유증을 낳았으며, 공교롭게도 그해 10월 발생한 블라디보스톡 한국총영사관에서의 최덕근 영사 피살사건 등으로 양국간 외교관계는 일시적으로 크게 냉각됐고, 1998년 7월엔 양국 주재 정보분야 외교관이 맞추방되는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는 1999년 5월 김대중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실질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조치들을 실행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반전되기 시작했다. 2000년 실리추구의 전방위 외교를 적극 추진한 제1기 푸틴 정부의 탄생,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사태 발발 등은 한·러 양국간 외교·안보 협력을 확대,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고 교수는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대러 관계 개선이 조급증을 낳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의 잠수함 2척 구입과 같은 과도한 대러 협력 공약과 2001년 2월 푸틴 방한시 공동성명에서 ABM 조약에 관한 러시아 측 입장 지지는 당시 단극 패권의 일방주의적 외교 행보를 보인 부시 미 대통령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면서 관련 외교당국자들의 경질 등을 거쳐 번복되는 사태를 빚으면서 두나라간 신뢰를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고재남 교수는 그에 대한 반성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한·러 경제·통상 협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러시아의 대한 차관문제를 2003년 9월 재조정하면서 북핵문제의 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더 나아가 동북아 안보공동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가 필요함을 인식한 것으로 보고 았다. 그 결과 제2기 푸틴 정부 출범후인 2004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러로 이루어진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그에 따라 노무현 정부 아래서는 6차례의 정상회담과 직접 통화, 그리고 총리회담 및 외무장관 회담시 양국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공통된 입장을 천명하는 등 성공적으로 추진됐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모스크바를 방문해 개최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나라는 드디어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에너지·자원 외교, 철도·에너지·녹색 3대 신 실트로드 프로젝트 실현 등을 강조했으며, 비슷한 시기 출범한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정부 역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현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한·러 외교·안보 협력을 더욱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2013년 9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ASEM 정상회담의 참석, 두달 뒤인 11월 푸틴 대통령의 서울 방문은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내실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국가안보회의간 외교·안보 협력 확대를 위한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하였다.
 홍완석 외대 교수(국제지역대학원)는 노태우 정부로부터 시작해 지난 6번의 정권교체를 거치며 변화해 온 한·러 두나라 관계를 여섯 단계의 변증법적 진화과정을 거쳐온 것으로 다음과 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1. 수교 초기의 ‘희망과 기대의 시기’ (노태우)
2. 상호 과잉기대의 거품이 걷히면서 불신이 자리 잡은 ‘실망과 냉각의 시기’ (김영삼)
3. 객관적 현실 인식을 반영한 ‘관계 조정기’ (김대중)
4. 냉철한 국익에 기초해 상호 국익수렴 노력을 보인 ‘동반자적 밀월기’ (노무현)
5. 신뢰의 증진을 토대로 양국관계의 격상을 추구한 ‘전략적 협력 모색기’ (이명박)
6. 형식과 내용면에서 전략적 관계를 일치시키려는 ‘전략적 관계 내실화 추진기’ (박근혜)

<미니 1>
인적교류 확대기반 마련한 단기 비자면제협정

 2013년 11월 한·러는 푸틴 대통령의 서울 정상회담에서 일반여권 단기 비자면제협정 에 합의했으며, 이는 2014년 1월 1일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인적교류의 확대는 물론 관광·유학·사업·문예·스포츠·의료 협력 등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4년에 걸친 헙상결과 일반여권 소지자의 60일간 체류를 허용하는(출국후 재입국시 30일 추가) 비자면제협정에 합의했으며, 러시아는 65번째로 일반여권의 단기비자가 면제된 국가가 됐다. 한국은 1960년대 말부터 일반여권에 대한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하기 시작한 이래 2014년 말 현재 66개국과 일반여권의 단기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일반여권의 단기비자 면제협정 체결 지역은 셍겐협약 회원국들을 포함한 유럽국 소관 국가들이 32개국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반여권의 소지자에 대한 비자면제협정 체결국가가 2013년 말 현재 30개국으로 많지 않고, CIS 11개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0년대 후반 일반여권의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하였다. 러시아에 대해 한국은 일반여권에 대한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한 OECD 국가들중  이스라엘, 칠레에 이어 3번째 국가가 되었다. 러시아는 최근 EU와 일반여권의 비자면제협정 체결을 협의해 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해 협상이 중단된 상태이다.

<미니 2>
  한·러 포럼 및 정상 참여의 한·러 대화

  한·러 양국은 1998년부터 정치·외교·경제·문화예술·언론 분야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한·러 포럼’을 매년 개최해왔으며, 2008년 전략동반자적 협력관계로 두나라 관계가 격상되면서 ‘한러 대화’라는 또 다른 대화채널을 가동해왔다. 두나라는 한러 포럼을 통해 북핵문제 등 한반도 안정과 평화, 경제·통상 협력, 문화·예술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방안을 허심탄회하게 피력, 이를 양국관계 발전에 기여하는 쪽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2 한·러 포럼은 한러 소사이어티(‘Korea-Russia Society') 창설 준비모임을 겸해 서울에서 개최되었고, 2014년 11월엔 모스크바에서 한러 소사이어티 창립을 기해 한러 포럼을 열었다.
  한편 2008년 9월말 이명박 대통령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합의한 ‘한·러 대화 포럼(이하 한러 대화)’이 양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10년 11월, 2011년 11월 서울과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개최되었다. 양국 대통령은 ‘한·러 대화’에 직접 참석해 분과별로 양국관계 발전 및 협력 방안으로 합의한 제안사항을 경청하고 이를 양국의 상대국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2012년 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3차 ‘한·러 대화 포럼’은 푸틴 대통령의 방한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무산됐으며 1년 뒤인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함에 따라  열릴 수 있었다.
 글 사진/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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