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5년 3월 20일 금요일

재앙 참사 4년 만에 방사능이 안전하다고?


[함께사는길]후쿠시마‧①


<함께사는길> 편집부 2015.03.20 15:54:11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다이이치 핵발전소가 폭발한 지 4년이 흘렀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일본은 핵발전소 사고를 수습했을까. 지구의벗 일본(Friends of the Earth Japan)에서 활동하는 미츠다 칸나 대표는 "아직도 수습되지 않았다"고 전해왔다. 

사고 인근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수치가 높고 주민들은 마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제염은 제2의 방사능 오염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사고가 난 원전은 수습은커녕 쌓여가는 오염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츠다 칸나 대표가 전해온 일본의 상황은 참혹했다. 

함께사는길은 미츠다 칸나 대표와의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쿠시마 다이이치 핵발전소 사고 4년, 그녀가 전해준 일본의 원전 사고 피해 상황과 현재 분위기를 전한다. 번역은 박소영 씨가 진행했다. 

- 일본 내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원전 사고는 아직도 수습이 되지 않았다. 한때는 20만 명을 넘는 사람들이 고향에서 쫓겨나 피난이나 이주를 했다. 원전 사고 후 4년이 지난 지금도 피난을 하고 있는 사람이 10만 명 이상 된다. 

옛 원자력 안전·보안원에 따르면 2011년 10월까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출된 요오드131은 160PBq(페타베크렐, 1PBq=1000조 베크렐), 크세논은 1만1000PBq, 세슘134는 18PBq, 세슘137은 15PBq이다. 피난 구역(토양 오염의 수준이 18.5만 베크렐 이상)은 후쿠시마 현을 넘어 미야기 현, 도치기 현 북부, 군마 현, 이바라키 현 남부, 지바 현 북서부까지 퍼졌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4년째다. 사고 당시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높았다. 지금은 어떤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후쿠시마 시는 올해 2월 시점에서 시간당 0.2μSv(마이크로시버트)로, 이다테마을(飯館村)에서는 시간당 0.6~2.9μSv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소적으로 더 높은 수치를 보여 주는 곳도 있다. 

- 방사능 오염제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많은 세금을 들여 제염(방사능오염 제거)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광대한 삼림, 농지 등을 제염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염토를 농지 등에 무방비로 쌓아놓기도 하는데 일부 주민들이 가져와 집 앞 정원 토양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제염토를 채운 자루가 낡아 흙이 새어 나와 주변을 오염시키기도 하는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제염토의 흡입으로 인한 피폭 위험도 높다.  

(정부가) 2011년 당시 후쿠시마 시나 다테 시(伊達市) 등의 주민을 대피시키지 않은 이유는 (마을을) 제염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의 제염을 우선시해야 하며 제염뿐만 아니라 대피 등 종합적인 피폭 방호 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사고 직후 정부는 연간 1mSv를 목표로 방사능오염 제거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1mSv는 비현실적이며 연간 20mSv를 밑돌면 귀환을 촉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사고 후 일본 정부의 대응을 평가해 달라.   

정부는 연간 20mSv를 기준으로 피난 구역을 설정했다. 많은 반대에도 이 기준은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준도 연간 20mSv로 알려졌다. 정부의 계산식에 의하면, 연간 20mSv를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3.8μSv(1μSv=0.001mSv)다. 방사선 관리 구역은 시간당 0.6μSv다. 결국 방사선 관리 구역의 6배 이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일단 대피령이 중단되면 배상도 중단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은 대피하고 싶어도 배상이 중단되기 때문에 귀환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 실제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주민들도 있다고 들었다.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는 없는가. 

정부는 주민들에게 실상과 오염 현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귀환을 주도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피난을 가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는 사람도 많다. 고향에 돌아가기를 택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 고령자가 많아 돌아가더라도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 방사능 오염에 따른 주민들의 건강이 염려되고 있다. 후쿠시마 18세 이하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생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2월 12일 개최된 후쿠시마 현 현민 건강 조사 위원회에서 지금까지 갑상선암이 악성이라고 진단된 아이는 의심 포함 117명이다. 이 중 수술을 통해 갑상선암으로 확정된 아이는 86명이다. 지난해 4월부터 2번째 검사가 시작되었는데 검사 결과가 확정된 7만5311명 가운데 세포 검사로 문제가 없다고 진단된 8명이 갑상선암으로 의심된다고 진단됐고 이 중 한 명은 수술 결과 갑상선암인 것으로 확정했다. 갑상선암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 대한 우려도 많다. 갑상선 질환, 백혈병, 심근경색 등의 보고가 있지만 모두 단발적인 보고로 총체적인 데이터는 없다. 

- 한국 시민들은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가 바다로 버려질까 걱정이 크다. 현재 오염수 상황은 어떤가.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 대책이 현실 가능하다고 보는가.  

오염수 문제는 2013년 6월에 명백하게 드러났지만, 그 이전부터 대량의 오염수가 새어 나왔다. 오염수는 하루 400톤의 비율로 증가해 발전소에 설치된 1000개 이상의 탱크에는 현재 총 33만5000톤의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탱크의 일부에서 오염수가 지상으로 누출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고농도 오염수에 대해 당초 예정됐던 2014년 내 정화 처리를 포기했다. 한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탱크 속의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할 방침을 세웠다. 사실 도쿄전력은 아직 방출을 결정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이 방출을 결정하지 못한 것은 지금의 처리로는 트리튬을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어업협동조합 연합회는 1월 27일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방침에 반발해 트리튬이 남은 오염수를 바다에 흘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경제 산업성에 전했다.

- 한국 국민들은 일본산 먹을거리, 특히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수산물 등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일본 분위기는 어떤가. 

일본에도 방사능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부는 '방사능을 걱정하는 게 몸에 더 나쁘다'는 취지의 홍보와 선전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지역 NPO(민간비영리단체) 등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방사능은 안전하다"라는 인식을 심고 있다. 정부 또는 민간이 하는 이러한 활동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란 명목으로 거액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선전에 의해 방사능 걱정을 하는 사람은 그 우려를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풍조가 생기고 있다. 또 "먹고 응원하기"와 같은 캐치프레이즈 아래에 후쿠시마 현의 먹을거리를 먹음으로써, 후쿠시마의 부흥을 지원한다는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식품안전위원회는 2011년 10월 '식품 중에 포함되는 방사성 물질의 식품 건강 영향 평가'에서 "생애 누적 방사선량은 100mSv를 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후생 노동성은 사고 후의 '잠정 규제치'를 고쳐 일반 식품에서 방사성 세슘 100베크렐/kg 등으로 기준을 바꾸기도 했다.  

- 사고 이후 일본은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전력수급에 문제는 없었는가. 

2013년 9월 15일부터 칸사이전력 오사카원전이 정기점검으로 멈추면서 일본에서 가동하고 있는 원전은 한 기도 없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다. 일본의 전력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전력 회사는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구입하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일본은 ‘재생가능에너지특별조치법’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를 발전회사가 고정가격으로 전략 매입해 전기요금에 할증료 형태로 추가하는 고정가격매입제도를 실시하고 있다.-편집자) 

- 일본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시민의 대부분은 원전 철폐를 원한다. 2012년에 열린 '에너지에 관한 국민적 논의'에서는 약 80퍼센트의 사람이 원전 철폐를 선택했다. 문제는 이런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에 전할 말이 있다면. 

일본 정부의 의향이야 어떻든 일본은 1년 반 동안 원전 제로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도 수습 목표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시민의 뜻에 따라 원전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를 촉진한다는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한일 양국의 뜻있는 시민이 연계해 양국 정부가 탈핵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