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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4일 화요일

소백산맥 생기면서 분화한 신종 참쉬리 확인


조홍섭 2015. 03. 24
조회수 2562 추천수 0
서해쪽 물줄기엔 쉬리, 남해쪽 물줄기엔 참쉬리 분포 밝혀져
3800만년 전 소백산맥 솟으면서 쉬리가 두 종으로 나뉘어 진화

shi0.jpg» 신종으로 밝혀진 남해 수계의 참쉬리(위)와 서해 수계의 쉬리. 쉬리가 황금색 광택이 난다면 참쉬리는 청록색을 띤다. 
 
바닥에 모래와 돌이 깔린 맑은 여울에 사는 쉬리라는 아름다운 물고기가 있다. 세계에서 한반도에 1속 1종만 있는 고유종인데다 등에서 배 쪽으로 흑남색, 황남색, 갈색, 황색, 짙은 갈색, 은색 띠가 색동 줄무늬처럼 화려해 널리 사랑받는 담수어이다. 그런데 낙동강과 섬진강에 사는 쉬리는 무늬와 색깔, 유전적으로 달라 별개의 종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송하윤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박사과정생과 방인철 교수는 국제학술지 <동물 분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하천에 분포하는 쉬리를 한강과 금강 수계 등에 분포하는 기존 쉬리와 구분한 신종으로 보고하고 ‘참쉬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shiri1.jpg» 참쉬리의 서식지인 낙동강 지류 덕천강의 모습.
 
참쉬리는 쉬리와 지느러미 무늬, 몸빛깔, 혼인색 등이 다르며 유전적으로 뚜렷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쉬리가 황금색을 띤다면 참쉬리는 청록색이다. 참쉬리의 학명(Coreoleuciscus aeruginos)도 ‘청록 쉬리’란 뜻이다.
 
송씨는 “2006년 1월1일 경남 산청에서 채집한 쉬리의 꼬리지느러미 무늬가 기존 쉬리와 달라 연구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참쉬리는 낙동강·섬진강 등 남해로 흘러드는 물줄기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h4.jpg» 참쉬리(A)와 쉬리(B)의 지느러미 무늬 차이.

sh3.jpg» 참쉬리(A, B)와 쉬리(C, D)의 몸빛깔 비교. A와 C는 수컷.
 
그렇다면, 쉬리가 한강·금강 등 서해 수계에 분포하고 참쉬리는 남해쪽 수계에 분포하면서 종이 분화한 이유는 뭘까. 연구자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쉬리와 참쉬리가 두 종으로 나뉜 시기를 약 3800만년 전으로 추정했다.
 
두 물줄기를 격리하고 있는 것은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다. 따라서 애초 한반도에 있던 쉬리가 소백·노령산맥이 솟아오르면서 분리돼 별개의 종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동해가 열리면서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 약 2300만년 전이다(■ 관련기사:동해 열리며 한반도 산맥 솟았다). 그러니 쉬리는 한반도가 현재의 꼴을 갖추기 훨씬 전부터 한반도에 살았던 물고기인 셈이다.
 
쉬리는 일본인 학자 모리가 1935년 지금은 북한인 강원도 회양에서 채집해 국제학계에 보고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민물고기가 두 종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이제야 밝혀진 이유는 뭘까.
 
송씨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고유 생물종의 분자계통과 집단유전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그때까지 형태와 생태적으로 한 종으로 알려진 종이 실제로는 두 개의 종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gal.jpg» 참갈겨니(위)와 갈겨니.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 BRIS 생명자원정보서비스(아래)
 
쉬리뿐 아니라 전국의 하천 중·상류에 널리 분포하는 갈겨니도 갈겨니와 참갈겨니 두 종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2005년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 등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갈겨니는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등 남부 수계와 일본에 분포하고 참갈겨니는 한강, 임진강, 금강, 섬진강과 동해로 흐르는 하천 등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고유종이다.
 
또 한반도 고유종인 새코미꾸리도 한강에 사는 새코미꾸리와 낙동강의 얼룩새코미꾸리로 나뉜다는 사실이 2000년 김익수 교수 등에 의해 밝혀졌다. 새코미꾸리가 두 종으로 나뉜 시기는 쉬리보다 훨씬 뒤인 1900만년 전인 것으로 추정됐다.
 
민물고기는 산을 넘지도, 바다를 건너지도 못한다. 따라서 민물고기의 분포를 보면 한반도가 장구한 세월 동안 겪은 지질학적 변화를 알 수 있다.
 
한반도 담수어류의 지리적 분포는 동북부, 서부, 남부 등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동북부 지역은 빙하기 때 형성된 고황하와 고아무르강의 영향을 받은 곳이고 서부와 남부는 낭림·태백·소백산맥의 분수령을 경계로 나뉜다.

shi5.jpg» 참수리의 분포수역(원)과 쉬리의 분포수역(세모).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면서 각각의 지역에 고립된 어종들이 독자적인 진화를 이뤄 현재 볼 수 있는 한반도 고유의 담수어류를 형성했다.
 
이처럼 지질학적 시간 동안 이뤄진 진화의 역사가 사람의 개입에 의해 한순간에 교란되고 있다. 이른바 유전자 오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관련기사300만년 지속된 진화 장벽, 인간의 물길 변경에 허물어져 한강 강준치와 끄리, 낙동강 점령)
 
참쉬리도 예외가 아니다. 송씨는 “낙동강 상류 황지천에는 참쉬리만 사는 곳인데 다른 하천의 쉬리를 풀어놓아 교잡이 발생하고 있다. 오랜 기간 종은 달라졌지만 생식적인 격리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오염’이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후속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a-Yoon Song & In-Cul Bang, Coreoleuciscus aeruginos (Teleostei: Cypriniformes: Cyprinidae), a new species from the Seomjin and Nakdong rivers, Korea, Zootaxa 3931 (1): 140.150,http://dx.doi.org/10.11646/zootaxa.3931.1.10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송하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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