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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해원 기자
- 입력 2024.09.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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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문해능력 수준 추이. 자료=교육부
[이코리아] 지난 8일은 ‘세계 문해의 날’(International Literacy Day)이다. 유네스코는 지난 1965년 9월 8일을 ‘세계 문해의 날’로 제정한 뒤, 1967년부터 기념해왔다. 또한 유네스코는 지난 1989년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The 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 과 2005년 ‘유네스코 공자 문해상(The UNESCO Confucius Prize for Literacy)’을 제정해 국제 사회의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단체에 국제 문해상을 시상하고 있다
문해의 날이 제정된 지 약 6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비문해율(문맹률)은 실상 0%에 가까울 정도로 개선된 상태다. 한국전쟁 중이었던 지난 1953년 ‘문맹 국민 완전 퇴치 계획’이 시작되면서 해방 직후인 1945년 약 78%였던 비문해율은 1958년 4.1%까지 하락했다. 물론 당시 통계에는 실제로 글쓰기나 읽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도 문맹 교육반에 다녀가기만 하면 문해자로 계산하는 등의 오류가 있었지만, 문해율이 극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후 의무교육의 확대로 문해율이 크게 개선되면서 더 이상 문맹률을 조사할 필요성이 사라졌고 통계청의 문해율 조사도 1970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마지막 문해율 조사로부터 38년 뒤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남녀의 비문해율은 1.7%(약 62만명)로 집계됐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의무교육의 수혜를 받지 못한 고령층을 제외하면 국민 대부분이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 1%대 문맹률에도 여전히 문해력 논란 발생하는 이유는?
비문해율이 1%대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문해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문자를 해독하는 능력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글의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실질적인 문해율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글의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해석을 내놓는 문해력 논란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서울의 한 카페가 공식 트위터(현 엑스)를 통해 성인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에 대해 “예약과정 중 불편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가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맥락 상 ‘심심한’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이지만, 일상에서 좀 더 자주 쓰이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한 탓이다.
지난 2021년에는 정부가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자 ‘사흘’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임시 공휴일로 인해 3일간의 연휴가 생기게 됐다는 기사가 나오자, 순우리말인 ‘사흘’을 ‘사(四, 4)흘’로 잘못 이해한 독자들이 기사를 잘못 썼다며 기자를 비난했던 것. 일부 매체는 아예 기사 제목에 ‘4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도 있는 만큼, 언론도 문해력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 한국 젊은 세대의 문해력, 기성세대·해외보다 높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인들의 문해력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제4차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3.3%(146만명)이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성인 문해력을 수준 1~4의 네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수준 1은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적인 활용은 미흡한 수준2(초등학교 3~6학년)는 5.2%(231만3000명), 단순한 일상생활에서는 어려움이 없지만 공공·경제생활 등 복잡한 상황에서는 활용이 어려운 수준3(중학교 1~3학년)은 8.1%(358만4000명),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4는 83.4%(3688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기본적인 문해력이 갖춰지지 않은 성인이 146만명이나 된다는 수치는 놀라울 수 있다. 하지만, 1~4차 조사 결과를 나란히 비교해보면 한국의 문해력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실제 지난 2014년 1차 조사 당시 6.4%였던 수준1 비중은 이번 조사에서는 3.3%로 3.1%포인트 하락한 반면, 수준4는 같은 기간 71.5%에서 83.4%로 11.9%포인트나 증가했다. 문해능력이 점차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셈이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문제라는 기성세대의 비판도 기우에 가깝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인구 중 10.1%가 수준1에 해당하는 반면, 60세 이하는 0.2%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준4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8~29세(97.3%)였으며 그 뒤는 30대 96.5%, 40대 95.6%, 50대 90.9%, 60대 76.2%, 70대 47.2%, 80세 이상 18.8% 등의 순이었다. 통념과 달리 젊은층의 문해력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셈이다.
국제적인 비교에서도 한국의 문해력은 높은 수준이다. OECD가 시행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의 가장 최근 결과(2013)에 따르면, 16~65세 한국인의 언어능력은 273점으로 OECD 평균(266점)보다 높았다. OECD의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가장 최근 결과(2022년)에서도 한국 청소년들은 읽기 부문에서 527점을 기록해 OECD 평균(476점)을 한참 웃돌며 상위권에 머물렀다.
◇ 부족한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떨어지는 독서율은 숙제
다양한 조사 결과는 반복되는 문해력 논란과는 달리 한국인, 특히 젊은 세대의 문해력은 높은 수준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책보다 소셜미디어가 익숙한 시대가 됐지만,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청소년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기대보다 떨어지기 때문.
OECD는 지난 2021년 PISA 결과 중 디지털 문해력과 관련된 평가 내용을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텍스트 안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의 식별률은 25.6%에 불과했는데, 이는 OECD 평균인 47.4%와 21.8%포인트 낮은 수치다.
짧은 컨텐츠에 익숙해져 호흡이 긴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이전 조사(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한 43.0%에 불과했다.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
성인의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같은 기간 0.6권 감소했으며, 하루 독서 시간은 18.5분으로 역시 1.9분 줄어들었다. 문체부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올해 시행되는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의 정책과제를 내실 있게 추진해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출처 : 이코리아(https://www.ekore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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