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열 칼럼] 이 모든 '우연'들 검증 위해 '특검'이 필요하다
'김건희의 나라'에서는 우연과 기억상실증이 반복돼 나타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 역할을 한 손모 씨가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역시 '전주' 의심을 받고 있는 김건희 영부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부질없는 일이다. 검찰은 영부인을 절대 기소하지 않을 것이다. 그간 대통령과 검찰이 보여왔던 태도에 비춰보면 그렇다.
지난 7월 25일 '친윤 검사'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휘하 수사팀은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직접 조사했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에겐 영부인 조사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배우자가 연루된 사건이라면서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순 보고나 통보조차도 안 한 것은 여히 이해하기 어렵다.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에서 이창수 지검장의 '총장 패싱'이 이 지검장 개인의 양심과 '법과 원칙'에 따른 소신이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검사들은 '폭발 위험' 때문인지 휴대폰을 경호처에 고이 반납한 채 영부인의 주가 조작 가담 및 방조 혐의를 조사해 갔다. 이창수 지검장이 해병대 수사단장 쯤 됐다면 아마 항명수괴죄로 입건돼 옷을 벗어야 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검찰총장보다 더 큰 '뒷배'가 있다는 의심이 합리적이다.
새로 임명된 심우정 검찰총장도 도이치 주가 조작 사건 수사에서 배제돼 있긴 마찬가지다. 세월이 흘러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검찰 총장은 윤석열 총장 이후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총장의 도이치 주가 조작 사건 수사지휘권은 복원되지 않고 있다.
검찰총장이 바뀌었다고, 지금 와서 갑자기 법무부장관이 총장의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수사 배제 조치를 풀어줄 이유도 없다. 따라서 신임 검찰총장은 여전히 도이치 주가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할 일이 없을 것이다.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수사의 지휘자는 여전히 '친윤 검사' 이창수 지검장이다. '명품백 무혐의' 결론을 낸 이 지검장이 도이치 주가 조작 사건은 기소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다시 7월 25일로 돌아가보자. '친윤 검사'가 지휘하는 조사에서 영부인은 '통정 매매' 의혹 거래와 관련해 '독자적으로 직접 판단해 낸 주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9월 26일 SBS 보도) 주가조작 '주포' 김모 씨가 '선수' 민모 씨에게 주식 8만 주를 매도하라고 메시지를 보낸후 7초만에 영부인 명의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는데, 이 모든 게 '우연'이라는 게 영부인의 설명이다. 거의 로또 당첨의 확률이 영부인에게 우연히 일어난 것이다. '주식의 천재'도 이렇겐 못한다. '우연히' 주가조작 세력에 얻어타 수십억 대 이익을 냈다는 말을 검찰은 그대로 믿어주고 있는 것 같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20년 9월~10월 사이, 영부인이 40여 차례 이상 주가조작 공범과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을 검찰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MBC 9월 24일 보도)
지난 대선 시즌이던 2021년, 도피 중이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포' 김모 씨가 공범에 전달하려고 쓴 편지에 "잡힌 사람들은 구속기소가 될 텐데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JTBC 9월 25일 보도) 김 씨는 검거된 뒤에 검찰 조사에서 이 편지를 본인이 쓴 내용이라고 인정했다. 그 우려대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처벌 받는) 상황"은 이미 온 것 같다. 이런 '예언'도 아마 '우연'이라고 검찰은 볼 것이다.
영부인과 도이치모터스 임직원, 주가조작 세력 등과의 친분 관계와 관련된 증언과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도이치모터스 대표 권오수 회장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사진은 널리 알려진 케이스다. 하지만 '김건희의 나라'에선 이 모든 게 그냥 '우연'이다.
대통령은 영부인이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는데, 역시 우연한 일이 포착됐다. '1차 주가조작' 시기인 지난 2009년 말~2010년 초, 김건희 영부인이 4700만 원의 손실을 봤으나 당시 '주포'인 이모씨 측이 2010년 3월 4일 김건희 영부인에게 지인 명의로 5차례에 걸쳐 4700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JTBC 9월 27일 보도) 공교롭게도 4700만 원은 검찰이 계산한 김건희 전 대표의 손실액 4700만 원과 일치한다.
검찰이 영부인에게 송금한 이 '주포'를 불러들여 조사했다. 이 씨는 "돈을 보낸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빌렸던 건지, 투자를 하려다 안 하게 되어 다시 돌려준 것 같은데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4700만원이 손실 보전금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 씨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고, "금액이 일치하는 건 우연일 뿐인가"라고 묻자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엄청난 우연 앞에서 갑자기 기억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김건희의 나라'의 특징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유독 영부인에 대해서만은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고, 그 흔한 대질 신문도 하지 않았다. 우연히 영부인 앞에서 특수부 검사들의 '수사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가? 검사들은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정황 증거들을 확보해놓고도 이를 뭉개면서 영부인 앞에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떤 검사 한 명도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런 걸 두고 '공동묘지의 평화'라고 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 장면을 영상으로 지켜봤는데, 무혐의로 귀결됐다. 이 명품백 사건 하나 무혐의로 만들기 위해 대통령실 경호처와 대통령실 공무원들, 부패 방지 주무 기관(국민권익위원회)과 검찰, 경찰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국가 기관이 총동원돼 그렇게 지켜낸 영부인이다. 어디 영부인을 누가 감히 기소를 할 수 있겠는가.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으면 된다. 영부인이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수사를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했으면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돌아갔을 것이다. '사인'에 불과한 영부인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국법을 따라 처벌받는다고 한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겠는가. 하지만 국가 공권력이 영부인 앞에서 딱딱 멈추어 서는 장면이 온 국민 앞에 생중계되고 있는데도, '김건희의 나라'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다 '김건희 특검'을 도입해 '우연의 연속들'이 진짜 '우연'인지 한번 검증해 보자는 것이다. 기억이 안나는 그들이 정말 기억 상실 상태인지 검증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검증했을 때 모든 '우연들'이 '우연'이 맞다면 기꺼이 '김건희의 나라'에서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