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이스라엘 극우의 무모한 상상, 바이든의 결정적 실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중동의 운명 쥔 세 나라... 민간인 희생 이면에 자리 잡은 국제 역학관계

23.10.26 05:46최종 업데이트 23.10.26 05:46

▲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23일(현지시간) 촬영한 가자지구 북부의 모습. 이스라엘군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파편이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날로 격화되고 있다. 23일 기준 양측이 발표한 사망자 수는 6100명을 넘었다. 이스라엘 사망자(약 1400명 추정) 다수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있던 첫날 발생했고 나머지 4700여 명은 이후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희생자들이다. 

이스라엘의 대대적 보복 공격이 이어질수록 가자 주민의 피해는 점점 불어나는 중이다. 지구촌 많은 국가들이 민간인을 향한 하마스의 테러를 규탄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에 대한 자제 요청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만약 있을지 모를 이스라엘의 전면적 지상군 투입에도 많은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이러한 소모적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많은 국가들이 휴전, 또는 적어도 긴장완화를 위한 해법을 고민하지만 미국 등 서방 주요국들은 이스라엘의 '방어권' 보장을 주장하며 휴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마스의 '후견국' 이란은 참전 수위를 고심한다.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78개국이 하마스에 대한 규탄을 공식 입장으로 내놓고 있다. 반면 공식 입장으로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밝힌 국가는 16개국이다. 확인되지 않은 49개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50개국은 하마스에 대한 규탄 여부와 관계없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자제와 긴장완화 촉구를 공식 입장으로 내놓았다.  

국제여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유엔 상임이사국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가 하마스 규탄과 함께 이스라엘과의 연대를 밝히고 그들의 방어권 보장을 주장한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특정 진영에 대한 규탄 또는 지지 없이 해당 지역 긴장완화를 촉구함과 동시에 미국의 책임을 지적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브릭스(BRICS) 5개국은 G7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입장 차이를 보인다. 인도가 비교적 서구와 유사한 입장을 공유하는 반면 브라질, 러시아, 중국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른 4개국보다 하마스 지지에 좀 더 경도돼 있다. 

전반적으로 하마스에 대한 규탄과 함께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다수지만 향후 흐름은 이스라엘, 이란, 미국, 이렇게 세 나라의 의중과 판단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중동의 운명을 쥔 세 나라의 결정은 상대의 전략적 판단에 크게 상호 의존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을 놓고 현재 벌어지는 눈치보기 게임은 이러한 역학관계의 산물이다. 
 

▲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한 각 나라별 입장 ⓒ 임상훈

 
[이스라엘] 극우세력의 위험한 질주, 팔레스타인 완전 접수 시나리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현 내각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이스라엘 의회 120석 가운데 32석을 차지했다. 제1당으로서 내각 구성권을 쥔 리쿠드당은 더 극우성향인 정당들과의 연정을 통해 내각을 구성하는 데 성공한다. 

부패와 위법에 연루된 네타냐후는 총리직 아니면 구속 수감이라는 극단적 운명 앞에서 사실상 선택이 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도 꺼려하던 극우 근본주의자들과의 동침은 이스라엘에는 불행이지만 네타냐후에게는 정치생명 연장을 구걸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소수파 극우세력의 국가 지배가 이렇게 이스라엘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끝없는 팔레스타인 박해와 이스라엘 사법정의 파괴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법부 무력화가 이스라엘의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는 길이었다면 다양한 방식의 팔레스타인 박해는 국제법 위반의 연속이었다. 연정 상대인 샤스당과 종교시오니즘당 등은 궁극적으로 현 거주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완전한 추방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서방 정부들과 달리 다수의 학계와 언론에서는 이스라엘 극우 정부의 비합리적 국가경영에서 하마스 준동의 근본적 원인을 찾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십수 년 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를 끝없이 자극했고 하마스는 이에 비이성적 대응으로 맞섰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구실 삼아 팔레스타인 완전 접수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미국] 바이든 외교팀의 심각한 오판

이러한 이스라엘의 위험한 질주가 중동에서 서서히 발을 빼려는 미국에는 '봐도 못 본' 현실이었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처지에 빠진 미국이 중동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역사적 수교만 이뤄진다면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만 가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바이든 외교팀의 심각한 오판이었다. 이스라엘 극우세력이 근본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요르단으로 내몰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집트로 내모는 것이다. 현실적 문제의 당사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요르단과 이집트인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물리적으로 내쫓는다는 발상이 외교적으로 말이 안 되는 무모한 상상이지만 극우세력은 무모한 상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않는 집단이다. 현 이스라엘 내각이 그런 사상으로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미국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짜 문제였다.

팔레스타인 축출 발상은 근본적으로 아랍 세계를 균열로 이끄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수차례의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과 정상적 외교관계를 맺게 된 몇 안 되는 이슬람 국가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국 땅으로 내모는 순간, 이들의 외교관계도 파탄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는 미국이 생각하듯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이란] 하마스 등 무장조직을 지원하는 속내
 

▲ 중동 이슬람권 내 시아파 비율 ⓒ Geopolitical Futures


이처럼 이스라엘 극우 내각이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이란 역시 최근까지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를 전제로 빈번한 고위급회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가 곪아가는 상황은 모든 계획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파를 이끄는 이란 입장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다른 수니파 국가들과는 다른 맥락에 닿아 있다. 

팔레스타인은 종교적으로 이란과 달리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란이 하마스의 후원자 노릇을 하는 이유는 종교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대립, 페르시아계와 아랍계의 대립 속에서 중동의 패권을 다투는 페르시아계 시아파 국가 이란은 8800여만 명의 인구에도 불구하고 국가 단위에서 소수에 해당한다.

그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이란은 수니파 국가 내부의 점조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니파 국가들과 이스라엘을 견제하고 있다. 일종의 '점조직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연대는 흔히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유지된다. 이렇게 이란으로부터 지원받는 점조직들은 국제사회에서 흔히 '무장세력'이라 불린다. 

결국 종교적 목적보다 정치적 목적이 강한 원조 관계이고 따라서 종교적 파벌이 달라도 이들의 연대는 성립된다. 그리고 수니파 조직 하마스는 그렇게 이란이라는 강력한 후원국을 두게 된다. 그 외에도 레바논의 반정부 조직 헤즈볼라, 시리아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 등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조직이 궤멸한다면 이란으로서는 큰 타격이고 다른 무장조직들의 동요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란이 직접 가자지구에 군사개입을 한다면 미국의 개입은 불가피해진다. 결국 헤즈볼라 등 다른 무장조직을 통한 간접 개입의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과 고도의 정보전, 심리전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
 

▲ 이스라엘 지상군 가자 침공 반대, 폭격 중단을 촉구하는 팔레스타인 연대집회가 20일 오후 서울 이태원에서 무슬림들과 노동자연대 등 국내 지지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20일째 이어지는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의 이면에는 이러한 국제관계의 역학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혹자는 국제무대에서 벌어지는 이런 힘의 논리를 숙명론으로 치부하려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세력균형론을 말하기도 한다. 바로 지금 가자지구를 사이에 놓고 벌이는 군사 강국들의 무력 대치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패권주의도, 숙명론도, 세력균형론도 문제해결의 본질을 말하지는 못한다. 근본적으로 지배-피재배의 관계를 고착시킬 뿐 그 이상의 해법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2차세계대전 뒤치다꺼리를 위해 만들어진 유엔이 지금의 국제분쟁 앞에서 더 이상 아무 기능도 못 하는 상황도 이러한 숙명론적 패배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최고 지상권을 가진 국가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 국제법도 강대국이 무시하면 그만이다. 무장세력 하마스의 국제법 위반을 이구동성으로 외치지만 그동안 숱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이스라엘의 야만성 앞에서 우리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스스로의 눈과 귀를 막아왔다. 

어쩌면 이런 무기력증과 숙명론, 현실도피가 2023년 팔레스타인 사태를 만든 주범인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중대한 사태가 터지면 증시와 유가 상황부터 챙기는 이기적 자국중심주의도 역시 한몫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방치한 아랍국가들의 최근 자국 중심적 외교행태가 현 사태를 유발한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알면 이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렇다고 무기력증이 인류의 필연적 거처는 아니다. 국가를 넘어서는 정치학적 상위 가치가, 또는 국가 해체 수준의 새로운 정의가치가 출현하는 미래가 올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것은 세상에 대한 부단한 관심이다. 다행히 우리에겐 언론이 있고, 독자가 있고, 여론이 있다. 그리고 여론으로 국가를 움직일 수 있는 민주주의가 있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