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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1일 금요일

이정현 “‘오롯이 책임진다’는 자세가 모든 것을 바꾸게 했어요”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1/21 [22:18]

▲ 이정현 서울대진연 운영위원장이 2021년 6월 ‘주차관리노동자 묻지 마 폭행 주한미군을 규탄’하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주한미대사관에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연행된 서울대진연 회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종로경찰서 앞에서 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최근 몇 년간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의 투쟁 기세가 높다.

 

특히 서울에서 활동하는 서울대진연은 중앙대진연과 역할을 분담하면서 투쟁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진연이 결성되고 바로 투쟁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2020년 하반기부터 서울대진연의 조직력이 강화되고 일꾼들의 기세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해 서울대진연 일꾼들을 만났다. 

 

‘우는 소리’가 아닌 ‘하겠다’

 

최예진 전 서울대진연 대표는 서울대진연이 최근 바뀐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꾼이 개인 사정이 생겨 투쟁이나 모임에 나오지 못할 때 예전에는 일꾼들이 원칙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원칙적으로 비판하면서 일꾼과 회원들 안에서 개인이 아닌 서울대진연을 중심에 놓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다고 개인의 문제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일꾼이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늘 이야기 하고 있다.”

 

계속해 일꾼들 안에서 ‘우는 소리’가 사라지고 ‘하겠다’는 자세가 생겼다고 최예진 전 대표는 말했다.

 

김민정 서울대진연 일꾼은 “회원들이나 일꾼들 안에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찾는 데 회의 때 시간을 많이 쓴다. 서울대진연 상임위(서울대진연의 일상적 운영기구)가 일꾼과 동아리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변은혜 중앙대진연 운영위원장은 “서울대진연은 이탈하는 일꾼이 많이 없고, 고민 있어 활동을 쉬던 회원들도 끈질긴 사업으로 다시 활동하도록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계속해 "최근 서울대진연이 중앙대진연 사업을 받아들이고 이를 관철하는 데 있어서 속도가 달라지고 성과도 많이 냈다. 연구를 많이 해서 사업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서울대진연 회원들이 2021년 4월 3일 용산 미군기지 인근에서 성조기를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대진연은 지난해 4월 3일 서울 미 대사관 기자회견을 필두로 해서 용산 미군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 군산 미군기지, 대구 캠프 워커, 부산 8부두 앞에서 ‘4.3항쟁 73주기 대학생 반미행동’을 진행했다

 

당시에 전국적으로 200여 명이 참여했는데 그중 서울대진연 회원이 70여 명이었다. 대진연은 이 투쟁 참가자를 조직화하기 위해 지역별로 애썼는데 서울대진연이 당시에 가장 적극적으로 조직사업을 했다고 한다. 

 

대진연은 기본적으로 동아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동아리에 새로운 회원을 받기 위해 늘 노력한다. 특히 대학 새내기가 들어오는 2, 3월에 신입회원 사업을 집중적으로 한다. 

 

서울대진연은 신입회원을 만날 때마다 바로 4.3항쟁과 미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투쟁으로 조직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투쟁에 신입회원도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즉 사업을 공세적이며 적극적으로 펼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일본 오염수 방류 저지 대학생 농성단을 긴급히 만들었을 때도 서울대진연 회원이 대거 결합해 일본대사관 앞 농성장을 지켰다.

 

서울대진연이 사업을 공세적으로 하고 조직의 분위기가 바뀌는 데 있어서 이정현 서울대진연 운영위원장(이하 이정현 위원장)의 변화가 있었다고 일꾼들은 말한다. 

 

임시가 아니라 완전히 책임진다는 것

 

이정현 위원장은 서울대진연이 결성된 2019년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일꾼이다. 

 

이정현 위원장은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다시 말해 돌발상황이 벌어지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활동에 모든 것을 집중해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 회의를 주재하는 이정현 서울대진연 운영위원장.  © 김영란 기자

 

2019년, 2020년 해마다 서울대진연 운영위원장이었던 일꾼이 감옥에 구속되었다. 당시 이정현 위원장은 서울대진연 교육위원장이었다. 구속된 운영위원장 역할을 대신해 서울대진연의 운영과 사업을 빈틈없이 잘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9년과 2020년 각각 구속되었던 일꾼이 다시 운영위원장으로 복귀했을 때 이정현 위원장의 활동은 상반되게 나타났다. 

 

2019년에는 구속된 일꾼이 석방돼 운영위원장으로 복귀하자, 이정현 위원장은 다시 교육위원장의 역할로만 자신의 역할을 한정해 활동했다고 한다. 이런 이정현 위원장의 모습에 대진연의 많은 일꾼이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운영위원장이 구속된 상황처럼 이정현 위원장이 더 역할을 높이면 서울대진연이 발전할 텐데 하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0년의 경우 달라졌다. 역할을 한정하지 않고 계속 적극적으로 활동을 한 것이다. 그래서 2020년 하반기부터 서울대진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을 하게 됐다. 

 

‘왜 그런 차이가 났을까’ 이정현 위원장에게 질문을 했다. 

 

이정현 위원장은 “2019년은 임시로 책임을 진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운영위원장 선배가 돌아오면 내 역할은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선배가 없는 동안 긴장하고 활동했던 모습이 풀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2020년에는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임시가 아니라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라고 대답했다.

 

마음을 먹었다고 사람의 활동이 쉽게 바뀌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정현 위원장은 마음을 먹고 나서 자신의 많은 부분을 혁신했다. 

 

이정현 위원장은 “서울대진연을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을 먹은 뒤 모든 것이 서울대진연으로 맞춰졌다. 잠도 줄고, 사람과의 사업 연구도 하고, 생활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먼저 자신의 모든 것을 일꾼들에게 털어놨다. 

 

이정현 위원장이 가장 많이 비판받는 것 중의 하나가 연애 문제였다. 연애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 주위 일꾼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은 적이 없다. 하지만 연인과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바로 표가 나고 일에 차질을 빚을 때도 있었다. 주위 일꾼들이 연애에 대해 질문을 해도 회피했다고 한다. 

 

이정현 위원장은 연애 문제와 관련해 “주위 일꾼들이 연애 문제에 도움을 주려 했다. 그런데 나는 나 혼자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게 컸다. 그런데 주위 일꾼이 도움을 주려 했던 마음을 알게 되고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게 됐다”라면서 “특히 후배들도 연애를 많이 하는데 연애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연인하고 생기는 문제도 다 이야기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정현 위원장에게 연애 문제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힘든데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까지 다 털어놓으니 활동에 활력도 생기고, 연애하다가 생기는 문제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김민정 서울대진연 일꾼은 이정현 위원장의 이런 모습을 본 뒤에 “나도 연애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서울대진연에 거림낌없이 털어놓게 되고 도움을 받으니 연인과 더 합의점이 높아지게 된다”라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판을 받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한다. 

 

이상혁 서울대진연 일꾼은 “예전에는 일꾼들의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책임성이 높아지니 일꾼들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혁신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소한 비판이라도 늘 신경 쓰고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 애썼다”라고 말했다. 

 

▲ 서울대진연 일꾼들.  © 김영란 기자


많은 일꾼이 이정현 위원장의 달라진 모습으로 꼽는 것은 일꾼들에게 원칙적인 비판을 한다는 것이다.

 

이정현 위원장이 예전에는 후배들의 처지에 대해 공감을 잘해주고 좋았는데 원칙적으로 쓴소리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좋은 언니, 좋은 선배였지만 일꾼의 변화발전을 이끌어 주는 데는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박민아 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 단원’은 “예전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면서 공감해주기만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운동의 요구를 정확히 설명하면서 원칙적으로 쓴소리를 해 준다. 일꾼들이 더 일을 잘하게끔 생각하면서 방향을 제시해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후배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도 높아졌다고 한다. 서울대진연 한 일꾼이 활동에 고민이 생겨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이정현 위원장이 몇 개월 동안 그 일꾼을 만나서 토론을 거쳐 그 일꾼을 활동에 복귀시켰고 지금은 서울대진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일꾼을 책임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라 할 것이다. 

 

주위 일꾼들은 이정현 위원장이 책임감이 높아지면서 육체적인 어려움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위원장은 기면증 증세가 있었다. 그래서 회의할 때라든지 대화할 때 그리고 뒤풀이 자리에서 잠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체육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기면증에 대해 이정현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였다. 만약 잠이 오는 경우라면 어떻게든 깨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 졸 수 있었다.”

 

즉 기면증도 본인이 의지를 세우면 극복할 수 있다며 늘 애쓰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 위원장은 오롯이 책임진다는 자세를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꾸며 혁신하고 있다. 

 

이정현 위원장의 변화로 서울대진연 일꾼이 발전하고 있으며, 서울대진연의 조직적 기풍이 더 단단해지고 있다. 

 

▲ © 김영란 기자

이정현 위원장은 “주위 일꾼들이 나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비판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스스로 변화, 혁신한다고 느꼈을 때 주는 느낌은 조직의 품 안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비판하는 일꾼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늘 부족한 것이 없는지, 못한 일은 없는지 돌아보면서 혁신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정현 위원장의 모습을 통해 책임일꾼의 혁신이 그 단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예진 전 대표는 이정현 위원장이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라며 소개해줬다. 

 

“내가 혁신해서 바뀌면 후배들이 운동 열심히 한다던데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는가. 내가 바뀌면 다 바뀐다던데 그만큼 고마운 게 어디 있을까.”

 

이정현 위원장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주위 일꾼과 조직에 고마워하는 일꾼이 있기에 대진연 운동의 더 희망찬 미래가 보인다.

 

대학생들의 조직인 대진연의 희망은 곧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젊은 일꾼들의 활약은 우리 사회의 자주, 민주, 통일 운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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