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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4일 금요일

美 인플레 원인은? "우유·고기까지, 기업들이 팬데믹 악용해 가격 올리고 있다"

 [워싱턴 주간 브리핑] 美 인플레 대기업 독점 탓?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


 "경쟁이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건 착취다. 이것이 지금 육류와 가금류 산업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독립 육류 가공업자와 축산업자를 위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육류 가격은 2021년 10월 기준 전년 동월에 비해 19%나 올랐다.(<워싱턴포스트>(WP), 1월 12일자 보도)


美, 40년 이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육류 가격은 20% 가까이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0% 올랐다고 미 노동부가 12일 밝혔다. 이는 1982년 2월(7.1%)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했다. 2021년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 올라 40년 이래 가장 많이 올랐다. ⓒ프레시안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적체 현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육류 가격은 너무 많이 올랐다. 이 배후에 '기업 독점' 현상이 있다고 보는 것인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의 육류 가격은 상위 4개 회사(카길, 타이슨푸드, JBS SA, 내셔널 비프 패킹)가 전체 시장의 55%에서 85%까지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노동 집약 산업인 육가공업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클 수 밖에 없었다고 가격 상승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는 팬데믹 기간 동안 위 4개 정육회사들의 총이익은 120%나 증가했다면서 일부 기업들이 팬데믹을 기회 삼아 초과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라는 바이든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우유부터 휘발유까지 기업들이 팬데믹 악용해 가격 올려"


 

이런 문제의식은 민주당내 진보진영에서 전부터 공유되던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기업들이 "우유부터 휘발유까지 팬데믹을 악용해 소비자들을 상대로 비싼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런 보좌관 출신 몇 명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를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직에 올라 있다고 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노동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히 전 노동부 장관도 '대기업 독점'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는 작년 11월 <가디언>에 기고한 "우리는 미국 인플레이션의 진짜 이유에 대해 말해야 한다(We need to talk about the real reason behind US inflation)"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부가 독점금지법 시행을 거의 포기한 이후, 미국 산업의 3분의 2가 더 집중되어 왔다"며 '독점'이 물가 상승의 구조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P&G 등 제지회사, 코카콜라와 펩시 등 음료회사, 보잉 등 항공사, JP 모건 등 금융회사 등 독점적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 구조적 문제는 오직 하나 독점금지법의 공격적인 적용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P>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반독점 전문가로 상원 예산위원회  정책 고문을 지낸 매트 스톨러는 초과 이윤을 얻으려는 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인플레이션 상승의 약 60%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미국 기업들은 올해 1조700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낼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2019년 1조 달러에 비해 급등한 수준이다.


이런 근거로 백악관은 대기업들이 인플레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육류업계 뿐만 아니라 휘발유 등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분야에 대해 연방기관을 동원해 반독점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재무부 장관 "중국산 제품 관세 인하가 효과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WP>는 10일 백악관과 경제부처 사이에 존재하는 입장 차이에 대해 보도했다. 재무부 등 경제부처에는 대기업 독점이 분명히 문제 있지만 오래된 구조적 문제가 지난 몇개월 사이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기엔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이들도 다수라는 설명이다. 경제관료를 포함해 래리 서머스, 딘 베이커 등 중도나 진보성향의 일부 경제학자들도 백악관의 시각이 위험하다고 평가한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들은 '공급망 적체' 현상이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경제 관료들은 가격 인상을 완화하기 위해 '관세 완화'가 보다 직접적인 대응책이라고 본다. 자넷 옐런 재무부 장관도 지난 12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매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전임인 트럼프 정부에서 부과된 관세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백악관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관세 철폐로 인한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는 미미한 반면 '반중국' 정서에 거스른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영향은 클 수 있어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위기도 독점 때문에 발생한 것" 

한편, 진보성향 잡지인 <워싱턴 먼슬리>는 12일 "애초에 공급망이 왜 그렇게 취약하냐를 따져보자"면서 "해답은 독점, 특히 산업합병과 금융계(월스트리트)의 단기 이익에 대한 요구에 기인한 산업 공동화 현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인 반도체를 생각해 보라. 1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엄청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 최대 제조업체인 인텔이 다른 경쟁업체 대부분을 사들이거나 몰아낼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리고 그 회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제조 능력을 매각했다. 이는 인텔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투자자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아시아 반도체 공장의 운영이 멈췄을 때 공급량을 늘릴 국내 여력은 부족했다. 이는 결국 자동차에서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반도체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의 부족과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또 미국으로 운송되는 화물선의 문제도 독점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 해운은 25년 전 미 정치권(워싱턴)이 규제를 풀기 이전에는 규제가 엄격한 산업이었다. 규제 완화로 인해 3대 거대 운송동맹은 모두 외국자본이 소유하게 됐고, 이들은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게 됐다. 또 이들은 로스앤젤러스와 롱비치와 같은 일부 항구에만 정박할 수 있는 초대형 화물선을 건조했고, 이들 항구가 미국 운송량의 40%를 차지하게 됐다. 이처럼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은 운송 가격을 낮게 유지했지만, 이 취약성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기여하고 있다."

당초 바이든 정부나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예상보다 팬데믹이 더 장기화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악화될 것으로 보이자 서둘러 금리 인상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룸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11일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식료품, 주택, 교통비 등 필수품의 높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당초 계획보다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은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경제 이슈를 최대한 정치적 이슈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통과시킨 코로나19 부양책, 1.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 등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는 입장이다. 

▲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의 한 슈퍼마켓의 텅 빈 육류 제품 진열대. 공급망 위기와 오미크론 사태, 겨울 폭풍 등이 겹쳐 미국 일부 지역에서 생필품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140411146809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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