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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8일 금요일

폭락장인데 증권거래세 유지? 윤석열의 '개미 죽이기'

 


[분석] 오히려 현 정부의 '거래세 절반 인하'를 틀어막는 결과
22.01.28 17:20l최종 업데이트 22.01.28 20:02l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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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주식양도(소득)세 폐지'를 공약했다. 언뜻 개미투자자를 위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거래세는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의 말 속에, 개미투자자에 불리한 사항이 숨어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7글자를 올렸다. 같은 날 국민의힘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원 본부장은 이에 대해 "나스닥 등 미국의 모든 증시가 곤두박질쳐 미국 장에 목매는 젊은 세대, 40·50대 동학 개미들이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의 절망, 분노, 불안을 외면할 수 없다고 본다"며 "20~50대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해 양도세를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한 종목당 보유액이 10억원 또는 지분율 1%(코스닥 2%) 이상이면 해당 주주(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해당 주식 보유액 포함)는 대주주로 분류되고, 이듬해 거래부터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3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당초 정부는 이런 세제 정책을 강화해 지난해 4월부터 3억원 이하 모든 보유 주식에 대해 양도세를 매기려다 투자자 반발로 2023년까지 미뤄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는 주식 양도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 

원 본부장은 "양도세를 물리면 투자자들이 외국 시장으로 빠져나갈 때 한국 증시 추락이 더 가속화하고, 개미투자자가 막판에 덤터기를 쓰게 된다"며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해 대주주 지분율, 보유금액에 관계없이 양도세를 전면 폐지한다는 게 윤 후보 입장"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국민의힘 측 공약, 문재인 정부의 '증권거래세 0.15%로 인하' 계획도 막아
 
큰사진보기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했다.
ⓒ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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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민의힘이 주식양도세를 폐지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는 현행 0.23%로 유지하겠다고 공표했다는 점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에만 해도 '증권거래세 전면 폐지'를 공약했는데, 주식양도세는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현행 유지로 결론낸 것이다.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정책이다.  원 본부장은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내건 건 2023년부터 양도세가 도입된단 전제 하에 얘기한 것"이라며 "거래세는 일단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오는 2023년부터 증권거래세를 0.15%로 현재의 절반가량으로 낮추겠다고 한 것보다 더 강한 세제 정책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권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서민들을 위해 버스·지하철 요금을 올리겠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되나. 기관투자자는 거래세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받기 때문에, 증권거래세는 사실상 개미가 내는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이 생기면 당연히 세금을 내는 게 조세정의겠지만, 문제는 팔아서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무조건 내는 게 거래세라는 거다. 그래서 이런 불합리한 과세 체계를 바꿔 내년부터는 거래세 세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예정인데, 윤 후보는 이걸 못하게 막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도세 폐지 공약은 더 황당한 주장이다. 노골적으로 부자 감세를 약속한 건데, 재벌 일가 등 대주주의 세금 없는 재산 승계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식양도세 누가 내나 봤더니... 투자소득 상위 10%
 
큰사진보기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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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채이배 전 의원 역시 "(재벌 총수가) 상속세 등 재원 마련을 위해 매각하려는 주식들, 예를 들어 이재용의 삼성SDS, 정의선의 현대글로비스 등 재벌 총수가 일감 몰아주기로 키운 회사 주식을 세금 부담 없이 매각하도록 길을 열어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총수 일가가 이런 주식을 블록딜로 팔고 나가면, 결국 소액주주들만 피해 입을 것이다. 윤 후보가 증권거래세 폐지는 취소하고, 주식양도세 폐지로 공약을 바꾼 것은 생각할수록 소액주주 보호가 아니라 '총수 일가 보호'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8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주식양도소득금액 상위 1% 소득자가 전체 주식양도소득금액(18조7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12조9000억원)에 달한다"며 "또한 상위 10% 소득자(17조원)가 전체 양도소득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 소득을 얻는 사람들이 양도세 과세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개미투자자들은 거의 주식 양도세를 내본 적이 없다"며 "이 사실을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이를 개미투자자를 보호하는 공약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가뜩이나 증시 불안에 속상한 개미투자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미는 어차피 양도세 안 내, 하락장서 팔아야 하는데..."

전문가들도 윤 후보의 주식양도세 폐지, 증권거래세 유지 공약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주식양도세 폐지는 결국 자산가들의 많은 세금을 깎아주는 것밖에 안 된다"며 "자산 불평등이 더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개미투자자 입장에선 어차피 양도세는 안 내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 국면으로 가고 있어 단기적으로 못 버티는 개미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거래세가 유지되면 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윤 후보가) 주가 상승세만 생각해 양도세 폐지가 표가 된다고 본 것 같은데, 어떤 정책을 내기 전에 그에 따른 부정적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 역시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1000만 개미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재벌 오너 등의 막대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전액 면제해주겠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친재벌, 기득권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더구나 주식양도세 과세를 전면 폐지하면서 기존에 공약한 증권거래세 폐지는 취소하고 유지하겠다는 것은 개미투자자 보호라는 명분마저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미투자자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에 비해 단기매매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매매 시마다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어 증권거래세 폐지를 요구하는 개미들의 목소리가 높다"며 "사실 내년부터 일반 투자자까지 주식양도세 과세를 해도 차익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인데, 평균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개미투자자 중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 개미에겐 주식양도세보다 증권거래세 폐지가 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지금이라도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 취소가 아니라, 주식양도세 전면 폐지 공약을 취소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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