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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3일 일요일

"우린 유권자로 보이지 않나요?" 20대 여성들의 반문

 

[이대녀 4인이 본 대선] "이대남 공약은 있는데, 왜 우릴 위한 공약은 없는가" 소외감

22.01.24 06:00l최종 업데이트 22.01.24 06:00l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나라 바꾸는 여성'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성평등 대한민국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나라 바꾸는 여성"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성평등 대한민국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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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이 20대 남성을 겨냥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걸 보면, 20대 여성을 유권자로 보지 않는 거 같다." (20대 여성, 이연미(가명)씨)

<오마이뉴스>가 전화 인터뷰한 20대 여성 4인이 이번 대선에서 느끼는 감정은 '소외감'이었다. 정치권과 언론이 이른바 이대남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관련기사 :  이대남의 속마음 "TV토론 보고 정할 것"...이준석 평가는 극과극 http://omn.kr/1wwk7 )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2020년 4월 15일) 당시 20대 유권자 수는 약 679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5.5%를 차지했다. 같은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대 여성(20~29세)은 313만 명, 20대 남성(20~29세)는 348만 명 가량 된다. 남성이 35만 명 정도 더 많다. YTN의뢰로 리얼미터가 1월 3·4일 전국 18살 이상 39살 이하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투표 의향은 73.1%, 20대 남성은 68.6%였다. 한때 문재인 정부·민주당의 대표 지지층으로 꼽혀온 20대 여성의 표심이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다만 이들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를 비슷하게 지지했다는 건 참고할 만하다. 당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의 44%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 40.9%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 


최근 경향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3046명를 대상으로 1월 3주(16∼21일)차 주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20대여성(만18세~29세) 126명 중 28.2%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28.6%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거의 같은 수치다.

대선 후보들의 행보에 대해 인터뷰에 응한 20대 전후반의 여성 4인은 지역(서울·경기·충청·광주)과 직업(대학생·직장인·자영업자)을 막론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젠더 갈등의 중심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본인은 40대에 가까운 남성정치인이면서 20대 남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척 젠더 갈라치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20대 여성들은 입을 모아 "집, 회사, 학교 주변에서 불법촬영,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의 위협을 느낀다"면서 대선 후보들에게 '여성의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왜 20대 남성을 위한 공약은 있는데, 20대 여성을 위한 공약은 없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석열, 안희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 
 
 
20대 여성 4인
- 최미진(가명) : 24세, 서울에서 자취 중, 내년 2월 졸업예정, 첫 대선 투표 앞두고 고민. 윤석열 후보는 안된다고 생각.
- 김영우 : 25세, 충남에 있는 대학 4학년, 지난 대선에 이어 심상정 후보 지지.
- 박선예(가명) : 26세, 경기도 인근에서 2년째 자영업, 현재 투표 후보 정하지 못함.
- 이연미(가명) : 29세, 광주광역시에 사는 3년차 직장인, 기혼,  안철수 후보 쪽에 기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최미진씨는 "반페미니즘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밝힌 유력한 대선 주자들을 보면서, 첫 대선인데 투표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면서도 "적어도 윤 후보를 뽑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김영우씨 역시 "이·윤 후보는 20대 여성에게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뽑을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조금 더 고민하겠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심상정 후보를 뽑게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유일한 기혼자인 이연미씨는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면서 "윤 후보는 자기가 말하는 정책을 이해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꼭두각시 같다. 이 후보는 본인을 비롯해 가족과 관련한 도덕적 문제들이 마음에 걸린다"라고 전했다. 경기도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선예씨는 "지난 대선에서는 큰 고민없이 문재인 후보를 뽑았는데,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고민중"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친 이 후보가 정책 실행 능력이 있을 거 같아 마음이 간다"라고 설명했다.

후보들의 가족과 관련한 이슈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건 20대 남성들의 반응과 비슷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이른바 '김건희 통화 7시간' 보도에 대해 이연미씨는 "법적 판단까지 끝난 성범죄자인 안희정을 옹호한 김건희의 발언은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꼭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안이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유권자로서 궁금한 건 후보 가족들의 발언과 의견이 아니라 후보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우씨 역시 "이번 (MBC) 보도를 포함해 언론들이 후보 검증보다 후보들의 가족·사생활에 집중하는 느낌"이라며 "의식적으로 후보 가족과 관련된 뉴스는 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미진씨는 "김건희 발언보다 내가 궁금한 건 윤석열 후보가 여전히 안희정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냐는 것이다. 검찰총장까지 한 후보의 생각이 이렇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20대 여성들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 중에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이대남의 마음을 잡기 위한 '안티 페미니즘' 정책만 있을 뿐, 정작 20대 여성의 삶과 연관된 공약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젠더갈등'을 주도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향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박선예씨는 "처음 이준석이 청년 정치인으로 등장했을 때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갈등을 유발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영우씨는 "사실 이준석은 영재코스를 밟아 보통 이대남이 괴리감을 느낄만한 인물 아니냐"면서 "직업 정치인으로 생계고민 하지 않고 생활한 걸 보면 취업 고민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이십대와는 다른 인생이다. 그런데도 이대남을 대변한다는 게 우습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특히 윤 후보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안 후보 역시 '무고죄 강화'를 언급하고 스토킹 처벌법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반감을 나타냈다. 최미진씨는 "여성들은 매일 폭력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데, 후보들은 우리들의 불안함을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젊은 여성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젊은 여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공약을 내거는 것에 대해 기가 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상의 폭력에 두려움 느끼는 20대 여성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방송 화면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방송 화면
ⓒ 닷페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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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한 20대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일상에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학생을 비롯해 자영업·직장인까지 나이와 직업이 다른 이들이지만 집 안팎에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김영우씨는 "지난해 다른 학과 연구조교가 복도·여성화장실에서 불법촬영 하다 걸려 경찰이 출동했다. 남학생들끼리 모인 단톡방에서 여학생을 성희롱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학교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은 사건"이라면서 "집도 안전한 공간은 아니다. 얼마 전 자취하는 친구의 집 창문에 누군가 돌멩이를 던지고 립스틱으로 이모티콘을 남겨 경찰에 신고한 일이 있었다. 혼자 살면서 한 두 번은 경찰서를 가게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포에 대해 설명했다.

최미진씨 역시 "새벽에 문을 따고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어 놀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몇번이나 문을 잠갔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라면서 "빌라의 공동현관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 항상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박선예씨 역시 "여성 폭력과 관련한 뉴스를 보다보면, 모르는 남성에 대한 불신·막연한 공포가 생긴다"라고 토로했다.

이는 20대 여성이 생각하는 시급한 해결과제로 연결되기도 했다. 혼자 자취하는 대학생인 이들(최미진·김영우)은 '주거 안전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신분으로 주거 환경이 안전하고 깨끗한 곳에 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면서 "내집 마련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학생을 비롯한 사회 초년생들이 최소한 안전한 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씨 역시 "우리에게 좋은 집이란 곧 안전한 집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이들은 '청년 기본소득', '자영업자 대책'에 관심을 보였다. 직장인인 이연미씨는 "지지후보를 떠나 청년 기본소득은 우리 세대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박선예씨는 "나름 청년 사업가로 야심차게 일을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2년을 넘게 고생하고 있다. 주위에 빚을 떠안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면서 "이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양자 토론 뿐 아니라 모든 후보 참여하는 토론 보고 싶어" 

대선 후보들에 대한 불만과는 별개로 20대 여성들은 "투표는 꼭 할 생각"이라며 투표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어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윤석열 양자 토론 뿐 아니라 안철수·소수 정당 후보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의 토론을 보고싶다"면서 "SNS 등을 통해 20대 여성들이 직접 후보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연미씨는 "윤석열에게 안티 페미니즘 전략이 20대 여성의 정치 불신을 키우고 있는 걸 알고있는지", 최미진씨는 이재명 후보에게 "여성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게 중요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왜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대선이 5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20대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우씨는 "투표를 포기하고 싶다거나 무력감을 호소하는 20대 여성들의 목소리에 이제라도 각 후보가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각 여론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성평등 외면하는 퇴행적 대선정국 규탄 회견'이 11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성폭력상담소, 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38개 여성시민단체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이 '거꾸로 흐르는 대선시계'를 바로 돌리겠다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성평등 외면하는 퇴행적 대선정국 규탄 회견"이 11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성폭력상담소, 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38개 여성시민단체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이 "거꾸로 흐르는 대선시계"를 바로 돌리겠다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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