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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1일 화요일

당장 벌이 없는데 멀기만 한 ‘65살’…저소득 4050 덮친 고독사

 

등록 :2022-01-12 04:59수정 :2022-01-12 08:36

 


코로나19로 실직 늘지만
40·50대는 근로능력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
고독사예방법 후속 대책 마련돼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새해 첫날 서울 관악구 한 노숙인쉼터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동작구에서도 또 다른 50대 남성이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서 숨진 지 한달이 넘어 발견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저소득 중장년 고독사 위험 역시 커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복지 안전망은 노동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온전히 끌어안지 않는다. 안전망이 좀 더 촘촘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들이다. 사회 문제로 조명받는 고령층 고독사와 달리, 죽어서도 잠깐 드러났다 사라지는 4050 고독사 현실을 살펴봤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동작구 50대 사망자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로 소득이 없어 힘들다”며 직접 사당1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지원을 요청했다. 긴급 생계지원금 86만1800원을 두차례 지급 받았고 주거급여 수급자로 관리를 받아왔다. 그러나 ‘서울살피미앱’ ‘아이오티(IOT) 스마트플러그’ 등 고독사 예방사업 대상에선 제외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9~12월 중장년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사망자는 ‘고독사 저위험군’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동작구 복지정책과는 “유선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가족도 있고, 이전에 사회생활도 하셨던 것으로 파악돼 고독사 위험군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자체 관리 대상이었지만 한달 간 그의 죽음을 파악하지 못한 이유였다.


이처럼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저소득 중장년 상당수는 경제적 재난 상황에 몰려도 ‘발견’되지 않았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복지체계에 온전히 편입되려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조건을 충족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거나 65살 이상이 돼야 한다. 서울시복지재단 조사(‘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연구·2021)를 보면, 2020년 서울에서 발생한 51건의 고독사 중 절반이 중장년층이었다. 연구진은 서울시 장제급여(장례비용) 수급자 6697명 중 978명을 고독사 위험계층으로 분류했다. 남성 644명(65.8%), 여성 334명(34.2%)이었다. 이 가운데 50대(189명, 19.3%)와 40대(50명, 5.1%)가 전체의 4분의 1인 239명(24.4%)에 달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연구보고서에서 “50대에서 건강문제를 가진 계층이 고독사 위험계층의 특성을 보인다. 남성의 경우 당뇨, 알코올 중독, 간경변, 고혈압, 심근경색 등의 질병이 나타난다”고 짚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중장년층은 근로 능력이 있는 인력으로 분류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국가 지원체계 안으로 들어오려면 노동 가능성이 아예 막히고, 극도로 위급한 상황까지 내몰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송 연구위원이 중장년 고독사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편입된 뒤 짧게는 일주일 만에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막다른 곳에 이르러 공적 지원을 받았지만 때를 놓친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지연된 지원’은 당사자 문제를 빠르게 악화시킨다. 노숙으로 인한 건강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일용직, 대리운전 등 홀로 사는 저소득 중장년층의 주 수입원이 됐던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거 사라진 데 따른 타격도 컸다. 서울의 한 사회복지사는 “우리가 만나는 중장년 1인 가구 대부분은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일자리를 잃어 갑자기 소득이 끊긴 경우가 많다. 65살이 넘으면 기초연금이라도 받기 수월한데, 중장년은 서류상 가족이 존재하거나 약간의 소득만 발생해도 수급자 신청 시 탈락한다. (복지관에서도)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65살이 되실 때까지 버티게만 해 드리자’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들을 보듬어야할 지자체 공무원들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다른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공무원 1인당 200~300명을 관리하는 데다 코로나19로 상생지원금 등 추가적인 업무를 맡아 하다 보니 복지행정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가정방문 거부율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됐지만 후속 대책 마련은 더딘 편이다. 이 법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지자체가 모이는 고독사예방협의회를 구성해 고독사 예방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태조사가 시작되지 않은 탓에 올해 하반기에야 정책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관계자는 “어느 정책이나 초반기에 정책 마련을 위한 기초 설계 기간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역복지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예지 고병찬 기자 penj@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6944.html?_fr=mt1#csidx8f43d77246afed199eddd43dc48e8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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