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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1일 수요일

제적처리 관계자 "사과"... 유가족 "진정한 사과 아냐"


16.05.12 05:43l최종 업데이트 16.05.12 07:5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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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하러 왔습니다" 단원고의 세월호 희생학생 제적처리에 관여한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학교 본관 앞 유가족 농성장을 찾아 사과했으나, 유가족들은 "진정한 사과 아니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왼쪽부터 도교육청 김동민 장학관, 양동영 단원고 교감·이득규 교무부장, 안산교육회복지원단 나경록·박헌순 장학관, 고기윤 장학사.
ⓒ 박호열

"1월에 몰래 제적 처리하지 않았냐. 우리가 몰랐으면 계속 이대로 갈 거 아니었나? 우리가 알았기 때문에 사태 수습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사과하러 온 거 아니냐. 제적처리된 걸 원상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왜 이제야 하는 거냐. 교실 빼 준다고 약속했는데도 어떻게 제적 처리할 수 있느냐. 협약식 사인하기 1분 전에 제적 처리 사실 알고 무효하지 못한 게 원망스럽고 한스럽다. 언제까지 우리는 양보만 해야 하나. 어떻게 자식 잃은 우리들이 끝까지 양보만 해야 하나. 단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된 진심 어린 사과를 해라."
- 11일 밤 세월호 유가족 단원고 농성장에서 어느 유가족 발언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원고 희생학생 246명의 제적처리(미수습 학생 4명 유급)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본관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11일 오후 제적처리 취소와 학적 복원 절차 추진을 발표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께 농성장에 있는 유가족과 시민 등 100여 명에게 "이 교육감이 제적처리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원상복구 시킬 것을 약속하는 공문을 보내 왔다"며 "잠시 후 제적처리 과정에 관여했던 도교육청 등 관계자들이 방문해 사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교육청 김동민 장학관과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이하 회복지원단) 나경록·박헌순 장학관, 고기윤 장학사, 단원고 양동영 교감, 이득규 교무부장 등 6명이 유가족 농성장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희생학생들을 제적 처리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들의 사과는 "모른다", "기억 안 난다", "사과한다"로 일관했던 국회 청문회를 축소한 모습 그대로였다. TV 청문회를 보다 방바닥을 치며 개탄했던 국민들처럼 유가족들은 가슴을 치고 눈물을 쏟으며 통탄했다.   

양동영 교감은 "제적돼도 생활기록부가 완전히 삭제되는 것은 아니며 희생학생은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 후, 신입생 입학 등 학사업무에 대해 설명하다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로 말문이 막혔다. 

유가족은 "(교감이) 재학생 부모들과 희생학생 부모들이 충돌하도록 부채질하지 않았냐"며 "사과를 하러 왔으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게 먼저 아니냐. 그동안 침묵하며 나 몰라라 하더니 이제 와서 무슨 얘기를 길게 하나. 진심어린 사과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그쳤다. 

김동민 장학관은 "제적처리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 설명하는 게 맞다"며 "희생학생들의 데이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이 요구한 대로 원상복구를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당신들이 교육자인지 의심스럽다. 부끄럽지 않나? 아이들을 무시해도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 있나"며 "어떻게 부모들에게 상의 한마디 없이 아이들을 제적처리할 수 있나. 아이들이 문서의 숫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거냐.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는 없다. 당신들도 새누리당과 똑같다"며 항의했다. 

"두려움과 공포 속에 죽어간 아이들 생각했다면 이럴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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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의 세월호 희생학생 제적처리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제적처리를 사과하러 온 도교육청 관계자 등에게 항의하고 있다. 일부 유가족들은 고개를 숙이며 연신 눈물을 쏟았다.
ⓒ 박호열

'창현 아빠'는 "어제 교감이 제적은 회복지원단 공문을 받아 했고,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도 회복지원단에서 공문을 받아 그렇게 했다고 했는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회복지원단 장학사에게 질문을 했다.

나경록 장학관은 "미리 가족들에게 안내를 못한 점 사죄드린다"며 "공문은 도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에서 단원고와 회복지원단이 같이 받았는데… 2월에 가족에게 알렸어야 했는데 못 알렸고, 제적 처리한 상황은 당시에 몰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가족들은 "어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니 지금 실토하는 거냐. 제적 처리 날짜도 1월인지 2월인지에 대해 말이 엇갈리는데, 대체 어느 말이 맞는 거냐"며 "말을 할 때마다 믿을 수 없게 한다. 제적처리 관련 회의 자료를 공개하거나 정보공개 신청을 해 상세한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유족은 "아이들의 사망신고조차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법대로 제적 처리했다는 것이냐"며 눈물을 쏟았고, 다른 유족은 "우리는 모르고 당신들만 아는 법이 따로 있는 거야. 입을 열 때마다 거짓말을 해 사과조차도 진짜인지 의심스럽다"며 반발했다. 

김동민 장학관은 제적 처리와 관련 교육부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교육부에 질의를 했다. 졸업대장을 한꺼번에 부여할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제적 처리를 했다"며 "또 명예졸업이나 신입생 데모 우려 때문에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알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유가족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 죽어간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식으로 제적 처리할 수 없다"며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 채 농성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숨기지 않았겠냐"며 오열했다. 

양동영 교감은 제적 처리 절차에 대해 "잘 몰랐는데, 현행 민법을 지침으로…"라고 말을 했고, 나경록 장학관은 "전화로 질의는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가족들은 분노했다. 

유가족은 "법대로 했다고 하는데, 왜 가족들에게서 서류 접수도 안 받고, 사망신고도 받지 않고, 부모들에게 통보도 하지 않으면서 일사불란하게 처리했는지 설명해 달라"며 "당신들 유리한 법대로만 하고 우리에게는 왜 그 법조차 알리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도교육청 관계자 등, 유가족 농성장 앉아 대화 이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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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의 세월호 희생학생 제적처리를 사과하기 위해 온 도교육청 관계자 등이 밤샘농성을 하고 있는 농성장 위로 올라가 유가족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박호열

'지성 아빠'는 "인간적인 진심어린 사과인지 되묻고 싶다.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아버지로서 솔직하게 말해 달라"며 "그리고 기억교실이 보존돼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가부를 말해 달라"고 물었다.

김동민 장학관은 "아픔을 같이 나누면서 교실 보존 협의회를 같이 해 왔다. 아픔을 알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지속해 왔다"고 에둘러 말하자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김 장학관은 "아버지로서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교실을 보존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했는데…"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성 아빠'는 "미안하지만 여러분들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우리가 다시 밤새우고, 피켓 들고 농성하는 거 다 알면서… 이건 사과가 아니다. 교육자 이전에 아버지로서 양심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교육자 이전에 양심도 없고, 소신도 용기도 없고 상부의 눈치만 보고 밥그릇만 챙기는 교육자는 우리에게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의 항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단원고 교사가 신변보호를 이유로 경찰에 신고를 해 경찰차가 출동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동민 장학관 등이 농성장을 빠져 나가려하자 유가족들이 가로막고 나섰다. 

유가족들은 "이재정 교육감과 추교영 전 단원고 교장 등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며, 김 장학관 등을 밤샘농성을 한 곳으로 안내해 깔개가 깔린 농성장에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정광윤 교장 "3월에 발령받아 (희생학생) 제적 처리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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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학생 제적처리 원상복구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단원고 본관 앞에 이 학교 정광윤 교장(오른쪽)이 유가족들의 질문을 받고 제적처리 등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왼쪽은 양동영 교감.
ⓒ 박호열

20여 분이 지나 정광윤 단원고 교장이 농성장을 찾았다. 유가족들이 정 교장이 학교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해명을 듣기 위해 부른 것이다.

정광윤 교장은 "발령 후 우리는 다 피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잘 될 거라고 믿었다. 갈등의 중간에 있었지만 그래도 충돌이 없기를 바랐다"며 "제적 처리와 지난 5일 이삿짐센터 차량이 교실에 들어 온 것, 어제(10일) 학부모회의 후 유가족과 충돌한 것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3월 1일 부임해 (제적처리) 부분에 대해 질문하면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히고, 이삿짐센터 차량 진입과 관련해 "4월 15일로 예정된 협약식이 무산됐지만 재학생 학부모는 원래 계획인 5월 1~3일에 유품 수습한 후 4~5일에 이전하는 걸 원했다. 하지만 5월 9일로 협약식이 연기되면서 불가피하게 6~8일 사이에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 온 것"이라며 설명했다. 

유가족은 "왜 제적 처리된 사실을 협약식 하기 전에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정 교장은 "3월에 부임되어 온 사람이라 몰랐다"고 말했다. 상식 밖의 답변에 유가족들은 다시 거센 항의를 했다.

유가족들은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 인수인계도 안 하는 학교가 세상에 어디 있나. 교장이 허수아비가 아닌 이상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우리도 양보하며 협약식에 서명했으면 그 전에 제적처리 상황을 알려 주는 게 도리 아니냐. 이건 기만이고 속임수"라고 항의했다. 

정 교장은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고… 단원고 정상화를 위해 발령받고 왔다. 그래서 희생학생 부분은 국가가 해결할 것으로 믿었고, 학교는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정 교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내 마음도 아프다"고 말하자 분위기는 다시 어수선해졌다. 

전명선 위원장이 사회를 보며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정 교장은 "제적 사실 모르고 협약식 잘 될 거라 믿고 갔다"며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양동영 교감은 "전임 추 교장이 인수인계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다시 반발을 샀다. 

양 교감이 "제적 관계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하자, 한 유가족은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는데 이재정 교육감과 전임 교장을 불러 삼자대면을 통해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2년 동안 온갖 모욕과 굴욕을 참고 참았지만 끝까지 속이고 끝까지 무시하고… 교육자라는 사람들마저 대한민국에서 믿을 사람 없게 만들고 있다"며 한탄했다. 결국 해명을 위한 대화를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전명선 위원장 "416교실 이전 시기·방법 정확히 합의해야 농성 해제"

한편 전명선 위원장은 농성 해제와 관련 "먼저 제적 처리에 관여한 담당자들이 유가족 앞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단원고를 비롯해 교육청 관계자들 중 현직에 없는 관계자도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학교 측에서 아이들 유품을 강제 정리하려고 했고, 재학생 학부모도 책걸상을 빼내는 등의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가족협의회와 학교 측의 교실 이전 시기와 방법이 정확하게 합의되고 약속이 이행돼야 농성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416교실에 대한 경찰 보호신청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책걸상을 빼내면서 유가족을 쓰러트리는데 앞장선 장기 전 운영위원장에 대한 법적 대응은 변호사들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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