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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7일 금요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예수가 말하지 않았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예수가 말하지 않았다

박기호 신부 2016. 05. 27
조회수 1046 추천수 0
타종단 타종교인, 무종교인까지도 구원의 길에서 만난다

03508122_P_0.jpg» 기독교의 일방적인 전도는 가끔씩 사회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3일 오후 서울 명동 입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문구를 한글뿐만이 아닌 중궁어, 일본어, 영어까지 동원해서 적은 피켓을 지고 이곳을 누비는 교인. 윤운식 기자

전철이나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간판을 목에 걸고 전투적으로 선교하는 이들을 볼 때면 조금 안쓰러운 느낌이 있어요.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존중하지 않고 막무가내식입니다. 옛날 서교동 본당에 있을 때인데 누군가 밤중에 성모상에 빨간 페인트를 칠해 놓았습니다. 또 미사 중인데 뒷담에서 스테인드글라스에 돌을 던져서 깨트렸습니다. 불상에 불을 지르고 초등학교의 국조 단군상 목을 자르기도 하고요. 암튼 자신들의 신앙만이 절대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라서 참 답답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라고 가르쳤다는 겁니다. 예수님의 그런 가르침은 없습니다. 그랬다면 그리스도교 발생 이전 선대의 사람들은 다 지옥으로 갔다는 걸까요?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대륙의 사람들은, 또 세계 인류 3분의 1을 차지하는 무슬림들, 힌두교, 불교도들 모두 지옥행인가요? 예수님은 절대로 그렇게 가르치실 분이 아닙니다.
 “나를 통하지 않고는....”이란 요한복음(14,6)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는데 거두절미한 이해입니다. “나를 통하지 않고는....”의 어두(語頭)에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인격의 예수님을 넘어 진리와 생명의 화신이십니다. 생명과 진리의 길을 사는 자 누구나 예수님을 통하는 것입니다. 여객선이나 돛단배나 배를 타고 가는 이는 모두 바다를 통해서 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생명과 진리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구하면 훨씬 쉬워집니다.
 생명은 창조주 하느님만의 전유물이요 권리입니다. 최신 인공지능이나 위성기술로도 민들레 한 송이의 생명을 만들어낼 순 없습니다. 생명 가진 모든 존재는 신성으로부터 온 존재이며 존엄하고 고귀합니다. 인격을 존중하고 서로 평화롭게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존재가 먹이사슬을 넘어 공존하고 서로 생명의 평화를 원하십니다. 진리는 동서고금의 시공에 의해서도 변할 수 없는 상식이며 절대선이며 가치를 말합니다. 신앙이란 인간의 유한성 때문에 절대 옳음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리는 신에게만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힌두교도들은 신을 ‘진리’와 동의어로 사용합니다. “진리가 아닌 것은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격언도 있고 눈 귀 입을 각각 가리고 있는 세 마리 원숭이 인형도 볼 수 있지요.
 길은 신이 만드신 질서의 법칙이고 이법입니다. 질서의 으뜸은 ‘자연’이지요. 세상의 모든 법칙과 질서와 이치가 있겠지만 최고의 절대 질서는 자연법칙으로 창조된 이래 단 한 번의 어김도 없습니다. 기적의 현상까지도 인간의 눈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속할 뿐 자연법칙 안에 있습니다. 창조질서를 따르는 것이 생명 평화이며 진리를 따르는 것이 바른 걸음이라 마침내 하느님께 귀의하게 인도합니다.
 신의 이름은 생명이요 진리요 자연입니다. 모든 인류가 생명 평화, 진리만을 삶의 절대가치로 추구하고 산다면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합니다. 타종단 타종교인, 무종교인까지도 관계없이 구원의 길에서 만나게 됩니다. 다툼도 분쟁도 없는 평화의 길이며 모두가 형제가 됩니다.
 
 종교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기운이 있다. 
 첫째는 화기(和氣)이니, 항상 훈훈하고 화기로운 기운이 넘쳐흘러야 할 것이요. 둘째는 슬기이니, 항상 높고 넓고 깊고 슬기로운 기운이 밝게 비쳐야 할 것이요. 셋째는 정기(正氣)이니 항상 바르고 침착하고 정의로운 기운이 바탕해야 하느니라.
 -원불교 대산 종사
 
 ※<산위의마을입니다>에 실린 박기호 신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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