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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4일 수요일

"제주도, 미국 VS 중국의 희생양 될 수 있다"


[중국 '왕서방'에 잠식된 제주도·④]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인터뷰

허환주 기자 2015.02.05 06:25:46

2010년 2월부터 부동산 투자이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는 2014년 연말 기준으로 여의도의 2배가 넘는 땅이 중국인 소유라고 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있도록 조절한다면 아무 문제점도 생기지 않지만 지금의 제주도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중국인 부동산 매입은 관광단지인 제주도 경관은 물론, 이곳에서 사는 지역주민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체 제주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난 연말 프레시안에서는 2박3일간 제주도 현장 취재를 다녀왔다. 제주도의 상황이 어떤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국경 없는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다. 제주도에 들어오는 중국자본도 마찬가지다. 자칫 중국자본에 제주도가 잠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부동산 매입과 관광객의 증가로 제주도 내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자본이 제주도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 그들이 제주도에 투자하는 돈으로 관광산업이 발전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들이 제주도 내 부동산을 매입하고 호텔, 리조트 등을 운영하면서 내는 세금으로 제주도의 재정이 튼실해진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문제점을 선도적으로 지적해온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에게 제주도에 유입되는 중국자본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들었다.
  
▲ 이해영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이해영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중국인의 제주도 소유땅이 1%밖에? 사는 곳을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제주도 내에 중국자본 유입 속도가 빠르다. 그 규모는 얼마나 되나.
  
이해영 : 중국자본은 제주도라는 고립되고 제한된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전체 중국자본 중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 거기서 제주도에 들어가는 것은 10분의 1 정도나 될까. 그런데도 지금의 '임팩트'가 있다.  
  
프레시안 : 중국자본은 제주도에서 부동산을 상당히 매입하고 있다. 우근민 제주지사 시절 2010년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도입된 이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중국인의 토지소유가 늘어났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여의도 2배 정도 되는 크기의 제주도 땅을 중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란 기준금액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국내 거주자격을 주고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허용하는 정책이다. 당시 이민법을 도입할 때, 제주도는 기준금액을 5억 원으로 정했다.  
  
이해영 : 5억이면 조금 괜찮은 빌라형 주택을 살 수 있는 돈이다. 결국, 누구나 돈이 조금만 있으면 제주도에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5억이라는 기준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거품에서 보자면 아주 낮은 기준이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5억은 적다.  
  
프레시안 : 그나마 우근민 지사 이후 취임한 원희룡 지사가 지난해 10월 투자이민제도를 손질했다. 기준금액 5억에다 지역개발채권 5억을 더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과 투자이민제도 적용을 기존 제주도 전 지역을 대상으로 했던 것에서 관광단지, 관광지, 유원지 등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해영 : 우근민 지사 시절, 제주도는 총면적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며 중국자본의 부동산 매입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수치화해 보면 매우 작다. 현재 제주도 땅의 약 1% 정도를 중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총면적에는 한라산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도 포함돼 있다. 중산간 지역은 여전히 인구 밀도가 낮다. 제주도민은 대부분 해안지역에 몰려 산다. 중국인들이 사들이는 곳은 매우 길목이 좋고 경관 좋은 곳이다. 아니면 서울 명동과 같이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가지다. 콕콕 찍어서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도 전체 면적에서 얼마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우근민 지사는 외국자본은 무조건 좋다는 논리로 우후죽순 중국자본을 받아들였다.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중요하다. 서비스산업이 발전해야 관광산업도 발전하기에 서비스시설 투자비용을 외국자본에서 도움받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은 낡은 1970년대 개념이다. 그것을 맹신하면서 재탕한 셈이다. '깜깜이' 투자를 받은 거다. 그 결과, 우리가 외국자본을 투자받을 때 전제로 하는 ‘그린필드'형(국외 자본이 투자 대상국의 용지를 직접 매입해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방식의 투자)과는 아무 관계 없는 외국자본이 들어오고 있다. 고용 창출, 조세 창출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묻지마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취득세 한 번만 내면 되는 식이다.
  
"중국자본으로 대기업, 토착부동산업자 등만 배불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중국자본이 유입되면 제주도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한다.
이해영 : 반대다. 상당수 일반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자본이 제주도에 들어오면서 제주 땅값이 올라버렸다. 자연히 제주도에 내려와 카페나 펜션 운영 등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던 이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일찍 내려온 사람은 좀 낫고, 바람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은 주식에서 ‘상투머리’ 잡는 식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그다음으로 제주도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이다. 잘 장사하다가 밀려오는 중국인 때문에 쫓겨나는 식이다.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니 건물주가 이들을 내보낸다. 자기가 직접 상점을 운영하거나 대기 중인 중국자본에 판다.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서 제주도 관광산업과 서비스업이 호황을 누린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실과 다르다. 중국여행사들은 중국관광객들이 호텔에 숙박할 때, 대부분 자기네들끼리 네트워킹된 곳으로 유도한다. 아니면 중국자본이 직접 짓거나 매입한 호텔 등에 이들을 데리고 간다. 자연히 제주도 국내 관광산업은 중국자본 특수효과에서 혜택받는 게 별로 없다. 결국, 중국자본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건물을 보유하는 토착 부동산업자, 아니면 대형 호텔을 소유한 대기업 등 특수한 계층이다.
  
프레시안 : 최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관광객 10명 중 6명이 제주도 대형 면세점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해영 : 신라, 롯데 등 대기업 면세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금 제주도에서는 면세점을 한창 증축 중이다. 중국자본이 늘고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국내 대기업만 이윤을 버는 구조다. 초대형 유통자본만 배를 불리고 있다. '중국특수'라는 것은 일반 시민에게는 관계없는 일인 셈이다.  
  
프레시안 : 제주도에 중국자본이 일정 수준 이상 유입될 경우, 제주도는 중국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해영 : 제주도는 G2(중국, 미국)의 헤게모니 각축 양상을 가장 표본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군사 안보적으로 제주도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1930년대 중일전쟁 당시, 난징대폭격을 위한 폭격비행기가 제주도를 거쳐서 갔다. 제주도에서 난징까지는 급유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지금 제주 강정마을에 만들려는 해군기지는 사실 미국에서 요구하기 때문에 짓는 것이다. 목적은 이지스함을 정박할 해군기지다. 이 해군기지가 지어지면 미국은 중국의 목에 칼을 겨누는 형국이 된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의 90%는 그곳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곳에 이지스함 몇 대 가져다 놓으면 미국은 제대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점이 정치‧군사적 측면이라면 통상‧경제적 측면에서 제주도는 중국의 휴양지, 중국자본의 저가 휴양지 내지 종속된 관광지인 셈이다. 과거 재패니즈머니가 하와이를 잠식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만약 제주도가 중국자본에 종속되는 순간, 중국은 해군기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자기네들이 제주도에 투입된 자본을 다 빼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한국 정부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제주도가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입김,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입김을 받는 식이다.
  
제주도를 벗어나 한국 경제를 봐도 중국자본의 유입은 상당하다. 2012년 기준으로 중국은 국내 직접투자에 16억 불을 썼다. 반면, 주식시장에는 168억 불을 투자했다. 투기성 자금인 셈이다. 주식시장에서 제일 큰 손이다. 그 돈을 빼버리면 국내 중시는 매우 골치 아프게 된다. 더구나 중국자본은 중국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문제 해결? 한 방에 해결 어렵다. 유효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프레시안 : 지금 상황에서 한국 정부, 그리고 제주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겠나. 무턱대고 중국자본 유입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해영 : 제주도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제주도민의 생각이 중요하다. 그다음 정부도 긴 안목으로 제주도를 어떤 섬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플랜이 있어야 한다. 사실 지금 상황이 워낙 안 좋기에 무엇인가 '빵' 때리면 상황이 변화하는 구조가 아니다. 유효적절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중FTA도 체결되지 않았나. 이런 상황 속에서 단계별 정책이 한중FTA 하에 어떻게 약발이 먹힐지도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자본에 대해서 토지소유를 제한하면 일종의 차별이다. FTA 위반이다. 더욱 복잡해지는 셈이다. FTA 시대이기에 새로운 규제는 바늘구멍이 됐다. 정확하게 딱 찔러야 한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는 이유다.  
  
프레시안 : 대다수 제주도민이 중국자본의 유입으로 변화된 삶을 살고 있다. 혜택은 제대로 받지도 못하면서 피해만 입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겠나.  
  
이해영 : 최근 들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대부분 도시에서 '시티 택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미국 뉴욕이나 텍사스에서도 호텔세(Hotel Occupancy Tax)란 이름으로 시티 택스를 받고 있다. 이 시티 택스를 제주도에도 도입해, 그 수입을 제주도민에게 나눠주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을 듯하다. 제주도는 제주지사가 세목을 정할 수 있기에 시티 택스가 가능하다. 유럽의 경우, 관광도시에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5유로를 받는다. 제주도도 이런 식으로 ‘인두세’를 받아 제주도민에게 환원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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