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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0일 화요일

'언론 외압' 이완구를 둘러싼 두 가지 쟁점


15.02.11 10:05l최종 업데이트 15.02.11 10:0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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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눈 질끈 감은 이완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언론 외압' 등 그간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 사과했다. 이 후보자가 병역기피 의혹, 부동산투기 의혹 등에 관해 쏟아지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 남소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월 27일 일간지 기자 네 명과 서울 통인동의 한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지난 6일 KBS는 그 자리에서 이 후보자가 한 발언을 메인뉴스로 내보냈다. 보도하기까지는 열흘이 걸렸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 후보자가 언론에 외압을 넣은 정황이 있다"라며 의혹을 제기했을 때만해도 이 후보자는 부인했지만, 음성파일이 공개되자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다. 이 후보자의 '언론관'이 인사청문회의 최대 이슈로로 떠오른 순간이다.

이 후보자의 '녹취파일'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내용을 보도한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이다. 녹취한 기자는 자사 보도가 아닌 야당 의원실에 녹취파일을 전달했고, 그것이 다른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복잡한 과정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또 다른 쟁점은 이 후보자의 발언이 과연 실제로 '언론외압'으로 볼 수 있는지다.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을 '언론관 문제'로 볼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일보> 기자의 녹취 - KBS의 보도, 모두 정당

우선 보도 정당성 논란부터 살펴보자. 이 후보자의 해명은 "평소 친한 기자들을 만난 사적인 자리였고, 차남 관련 보도로 흥분해 있었다"라는 것이다. '공식 일정'은 아니었지만, 3선 국회의원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그가 그 자리의 의미를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여의도에서는 이런 식의 '식사 정치'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수많은 기자들을 일일이 상대하기 어려운 의원들은 여러 언론사 기자들을 묶어 식사자리를 만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취재원인 의원을 만나러 그 자리에 나가는 기자들의 목적은 당연히 취재다.

그래서 식사 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여도 뉴스 가치가 있다면 기사화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서 민감한 사안은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전재)를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기사화하지 않더라도 사소한 내용까지 최소한 '정보' 가치가 있기 때문에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것은 기자 세계의 기본이다. 자리를 만든 의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의원과 기자들의 만남은 어디서든 '사석'이 될 수 없다. 이는 이 후보자뿐만 아니라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지난 6일 KBS의 보도 내용도 그 연장선에 있다. "(언론사 간부에게)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는 이 후보자의 발언은 '식사자리'였지만 분명 '외압 의혹'을 받을만한 내용이었고, 알려야 하는 뉴스다.

해당 자리에서 녹음을 하고 그 녹취파일을 김경협 의원실에 준 것으로 알려진 <한국일보> 기자가 상급자(데스크)에 보고를 하고, 데스크가 기사화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은 그 자리가 단순한 '사석'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 후보자나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아무 의미 없는 사석이었다면 보고하거나, 또 기사화 여부를 판단할 이유가 없다. <한국일보>가 자사 기자의 행동 가운데 상대 정당에 파일을 넘긴 것을 '취재윤리' 문제로 판단하면서도 KBS의 음성파일 보도를 문제 삼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해당 기자의 녹취 행위, 의원실에 전달한 행위 그리고 의원실이 KBS로 넘겨주고 KBS가 이를 보도한 행위는 모두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화 당사자가 녹음을 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불법이 아니다. 합법적으로 녹음된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도 합법이다. 해당 녹취를 한 기자가 직접 기사화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것이 '보도'가 아닌 '제보'의 형태로 의원실에 전달됐다는 점에서 '취재윤리' 부분은 논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장에 있었던 이 후보자가 항의할 수 있는 대목이지 제3자인 새누리당이 제기할 문제는 아니다. 새누리당이 보도과정을 문제 삼는 것은 '언론외압' 발언 보도의 정당성을 해치면서, 논란을 축소시키는 '물타기 행위'로 비칠 수 있다. 기자들은 국민이 알아야 할 사실이라고 판단되면 취재원의 '오프더레코드'도 깰 수 있다. 그때마다 '취재윤리'가 거론되지만, 취재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없다면 보도는 정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부정하기 어려운 '언론외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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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청문회장에 쏠린 눈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언론 외압' 등 그간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 사과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쏠린 수많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 남소연

그럼 이 후보자의 발언이 실제로 부당한 '언론외압'이라고 볼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라고 부인 하던 이 후보자는 음성이 공개되자 "저의 부족함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 부덕의 소치로 용서를 구한다"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날 청문회에 앞서서도 그는 바짝 엎드렸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언론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서도 깊이 사죄의 말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발언 내용을 부정하거나 변명을 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사과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사과만으로 넘어가기에는 그의 발언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공개된 발언을 통해 이 후보자가 방송에 개입(패널을 뺀 행위)하고, 인사에도 개입("지가 죽는 줄도 몰라" 발언)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와 언론 사이의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발언과 '김영란법'을 거론하며 기자를 협박하는 듯한 발언이 추가로 공개됐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이 후보자는 "3일 동안 잠을 못 자 정신이 혼미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이날 공개된 이 후보자의 언론 관련 발언은 다음과 같다.

"대변인하고도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 나랑 형제처럼 산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내가 이래 살아요. 40년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 그건 언론인들. 나도 대학 교수.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

"김영란 법 이거요. 김영란 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되겠어. 통과 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치?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여러분들도 한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통과시켜 버려야겠어.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김영란 법이 뭐냐. 이렇게 얻어먹잖아요. 3만 원이 넘잖아. 1년 해서 100만 원 넘잖아. 이게 김영란 법이야. 이런 게 없어지는 거지. 김영란 법 만들어지면... 하자, 이거야. 해보자."

앞의 발언은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면서, 자신과 좋은 관계를 쌓으면 득을 볼 수 있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김영란법'을 언급한 발언은 좀 더 노골적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는 기자들에게 "한번 당해봐라"는 위협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가 '언론 자유'를 들어 김영란법에 반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과는 내용이 다르다. 이 후보자는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을 가지고 기자들에게 "하자 이거야, 해보자"라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이 후보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비유가 잘못되거나 반어적으로 표현했다"라며 "본의와는 다르게 기사가 나가니까 답답한 마음에 도와달라고 한 거다, 어떻게 언론을 협박하겠나"라고 말했다. 녹취파일의 내용은 사실이지만 발언의 진의는 '언론외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말은 모순이다. 결국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지 말라는 얘기였다는 것인데, 그 전달 방식은 실제로 언론에 영향을 끼친 경험을 이야기하거나, 거의 막말 수준으로 위협하는 내용이었다.

언론관 이외에도 수많은 의혹들

이 후보자의 발언은 대다수 언론과 언론단체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9일 치 사설에서 "비뚤어진 언론관과 경솔한 언행을 보면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 합당한 인물인지 중대한 의문이 든다"라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도 같은 날 "정부가 인사 개입과 보도 지침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던 독재정권 시절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녹취파일을 야당 의원실에 넘긴 것으로 알려진 <한국일보> 역시 "권력을 주체할 수 없는 듯한 안하무인적 태도"라면서 거취 문제까지 거론했다.

한국기자협회 역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잘못된 행태와 비뚤어진 언론관을 강도 높게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총리 후보자가 자신의 말 한마디로 언론사 내부의 인사권까지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은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세 치 혀의 가벼움이 국민을 얼마나 분노케 하는지를 무겁게 반성하고 자신의 심중에 있는 진실을 겸손하게 고백하길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사퇴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언론관의 문제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전국언론노조는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망발이자, 심각한 언론 통제가 실제로 자행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 후보자가) 언급한 내용 하나하나가 도대체 일국의 총리 후보자가 할 말인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재산 문제와 고액 수임료 문제 등으로 낙마한 김용준,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소박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후보자의 결격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러한 논란은 11일 청문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면 사과하고 있지만, 그동안 '언론외압' 의혹에 대해 '그런 말 한 적 없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편한 자리에서 한 반어적 표현'이라고 말을 바꿔왔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이 후보자는 이밖에도 본인 및 차남의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황제특강, 교수특혜채용, 삼청교육대 관여 등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총리로서는 낙제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그는 총리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총리가 되는 게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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