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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2일 일요일

미국이 박대통령의 방러를 막는 까닭


<분석과전망>남북관계 개선도 한러관계 발전도 동북아질서 재편 흐름이라는 점
한성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15/02/23 [12:19]  최종편집: ⓒ 자주민보

리용남 북한 무역상은 가는데 왜 우리나라 대통령은 못가는가? 

리용남 북한 무역상이 23일부터 약 1주일 동안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다. 연합뉴스 등 언론들은 리 무역상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를 거쳐 25일께 모스크바에 도착, 사흘 동안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리 무역상의 활동은 당연하게도 북러경협 활동일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경제개발부, 극동개발부 등 러시아 정부 부처 인사들과 만날 것이다. 또 이달 초 러시아와 북한 간 민간 경제협력 지원 목적으로 발족한 양국 비즈니스 협의회 회의에도 참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리 무역상의 방러에 대해 그렇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북한은 5월 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러시아 측에 전달한 상태다. 리 무역상의 방러를 북러경협 때문만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김정은 위원장 5월 방러 의제를 사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리 무역상의 방러 소식을 접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적잖은 안타까움을 가져야했다. 김정은 위원장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박근혜대통령의 방러는 불투명해진 상태여서다.   

우리정부는 러시아의 5월 승전기념일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있지는 않다.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면밀히 검토’중이라는 말 뿐이다. 

하지만, 박대통령의 방러는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이 박대통령에게 방러를 만류하고 있다는 것은 가히, 결정적이다. 미국의 입장을 거스를만한 특별한 이유나 구실을 우리정부는 만들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능력 또한 갖고 있지 못하다. 
옳으냐 그르냐, 내정에 대한 개입이냐 아니면 침범이냐 하는 가치판단의 범주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그렇다. 만일 박대통령의 방러가 어쩌다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미국 내 사정이 발생하여 미국의 입장이 변화되었을 경우 뿐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박대통령의 방러를 막는 것에 대해 사실상, 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한미관계를 기본으로 동북아정세에 대한 기본적인 정세파악이 되어있다면 누구할 것 없이 잘 알 수 있는 이유다. 

북러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 그리고 북일정상회담 

5월 9일 모스크바의 전승절 기념행사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동북아질서 재편에서 지각 변동을 추동할 수 있는 온갖 계기들을 다 가지고 있는 5월 9일 모스크바이다. 지각변동의 기본 동력은 미국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부상을 기본으로 해서 최근의 북러관계 진전 그리고 북일관계 진전의 가능성들에서 나오고 있다.  

5월 9일 모스크바와 관련, 수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것을 일일이 경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상상력의 첫 자리는 무엇보다도 북러정상회담이 차지한다. 

북러정상회담은 이제, 복잡한 문제일 수가 없다. 급진전하는 북러관계에 비추어보았을 때 북러정상회담은 극히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북러관계 진전의 내용들은 단순히 북한과 러시아 두 나라 간 발전에 국한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반미연대로서의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지난해 북한 최룡해 비서를 중심으로 하는 특사단 파견을 복기해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오는 5월 9일 세계는,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모스크바에서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정확한 언론들은 그것을 반미연대의 정점으로 대서특필하게 될 것이다. 

5월 9일 모스크바는 이 때문에만 주목되는 것이 아니다.
  
적잖은 전문가들이 모스크바에서 북러정상회담 말고도 이에 버금가는 수 많은 계기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동북아 각국의 정상들이 만나는 자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먼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이다. 

최근 시기에 들어 북중관계는 예전과 많이 다르다. 북한도 중국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북중관계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는 계기를 북한과 중국은 모스크바에서 찾을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 북한은 중국에 모스크바에서 1차 정상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차 정상회담은 베이징에서 하는 것을 조건으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관계가 냉랭함을 벗어던지게 된다는 것은 북중관계가 회복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을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을 이용해 북한을 고립시켜 정치경제군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의미가 북중관계 회복이다.   

북일정상회담 역시도 북러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에 못지않게 회자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의 북일정상회담은 일본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너무 좋은 그림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이 북일 진전에 대해 수많게도 제동을 걸어왔던 것 때문이다. 
미국의 제동은 단순히 속도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북일관계정상화를 방향으로 하는 북일진전의 목표에 대한 수정까지를 포함하는 제동이었던 것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아베 총리의 평양방문설에 발끈했던 결정적 이유가 그것이었다. 

모스크바에서의 북일정상회담은 미국의 반발은 물론 제동도 최소화할 수 있는 북일관계 진전이 될 수가 있다. 대북 관련 일본의 친미일변도가 획기적으로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지형으로 된다. 

주춤했던 북일협상이 다시 재개되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교도통신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일본은 지난 1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비공식 협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북한은 일본인 납치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여러 명의 인사들을 조사한 사실을 일본 측에 통보 했다고 했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 재조사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일진전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러관계 발전이 동북아질서재편의 동력으로 되는 것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 

전문가들이 또 하나 그렸던 사회과학적 상상력이 모스크바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이에 따르면 우리정부는 그동안 박대통령의 5월 일정을 열어두고 5월 9일 모스크바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을 위한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북미 관계와 상관없이 남북 관계를 추진하겠다는 방침 때문이기도 했었을 것이다.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러시아와의 관계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진전의 내용이나 속도에 따라 모스크바에서 남북정상회담 혹은 최소한 남북접촉은 가능할 수 있다는 정치적 구상을 우리정부는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박대통령의 방러를 만류함에 따라 이러한 구상은 폐기될 처지에 내몰린 셈이다.  

동북아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으로서는 타국들에 의해 추동되는 동북아질서 재편에서 어떻게 하든 폭은 최소화하고 속도는 늦춰야하는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다. 동북아질서 재편의 방향을 수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물론, 수세적이다. 

미국은 북러정상회담이나 북중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한러관계 진전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들을 적잖게 가지고 있다.   
자신에 의해 관리 혹은 통제되지 않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러관계 발전이 동북아질서 재편의 동력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다. 

박 대통령이 5월 9일 모스크바에 가지 않는 것은 이처럼 동북아질서 재편과 관련해서 미국에는 적지 않은 이익이다. 
우리나라의 이익 더 나아가 우리민족의 이익은 이렇듯 미국 이익의 뒷전으로 자주 밀리고는 한다.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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