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발행 2024-05-05 17:07:28
그런데 사실상 정보공개를 전면적으로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핵심적인 정보인 가맹점 상호(음식점이나 술집 상호)가 먹칠로 가려져 있었고, 심지어 ‘업종구분’, ‘출납공무원 성명’도 먹칠투성이였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전 장관이었다.
필자가 2023년 7월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
음식점 이름과 업종구분이 비공개 정보?
그러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업무추진비는 간담회, 협의회 등의 명목으로 주로 사용되는 경비로 알려져 있다.
결국, 밥값으로 쓴 경우가 많을 것이고, 술값도 일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법무부 공무원들이 어느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는지가 공개된다고 해서 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리는 없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은 홈페이지에 음식점 상호는 물론이고, 카드 결제시간까지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행정안전부 예규(「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행정안전부 훈령 제266호)」)가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는 정기적으로 업무추진비 사용 정보가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별표 2] 세출예산 성질별 분류에 따른 집행기준
이렇게 지방자치단체는 상세하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면서, 법무부같은 기관은 정보공개를 거부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작년 9월 6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상소설’같은 법무부의 주장
그러자 법무부는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어떻게든 정보공개를 회피해 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소송과정에서 상당히 무리한 주장까지 했다.
법무부 측은 심지어 ‘음식점 이름이 공개되면, 기자들, 유튜버 등이 취재의 대상이 되는 대상자를 쫓아다니거나 해당 장소에서 대기하면서 비공개 대화를 엿듣고 이를 보도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했다.
그러나 법무부 공무원들이 가는 식당이 한두 곳도 아니고, 기자와 유투버들이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기자와 유투버들이 법무부 공무원들이 가는 식당에 상주하면서 대화를 엿듣는다는 것일까? 거의 공상소설에 가까운 얘기였다.
더구나 기밀유지가 필요한 얘기는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 하면 될 일이다. 기밀이 필요한 얘기를 식당에서 한다는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억지스러운 주장까지 하면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법무부의 주장을 논박한 1심 판결
지난 4월 30일 필자가 원고가 되어 법무부를 상대로 진행한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소송에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결과는 원고 전부 승소였다.
판결문에서는 법무부가 했던 ‘공상소설’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논박했다. 1심 재판부는 “가맹점은 일반 사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한 장소에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한다면 일반 대중에게 노출될 위험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장소에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 그러한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 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를 비공개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했다.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고,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다. 그러나 이런 1심 판결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소송과정에서 결사적으로 정보를 비공개하려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세금을 쓴 것에 문제가 없다면,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음식점 상호 등은 다른 기관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 이미 공개대상 정보로 판단된 것이다. 그런데 왜 법무부는 이런 정보가 공개되면 큰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해소되기 위해서라도 정보는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항소를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정보를 공개하기 바란다. 끝내 항소를 하겠다면, 끝까지 소송을 해서 반드시 정보를 공개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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