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김만배 면담‧녹취는 신학림의 독자적 판단” 결론
“뉴스타파는 관련 내용을 제보 이전에 인지‧기획하지 않았다”
“신학림-김만배 금전거래, 상식적 금액 아니지만 도서 매매”
“검찰 수사 대처 뉴스타파 대응 여러 가지로 미흡” 지적도
뉴스타파가 8일 신학림-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진상조사보고서를 내놨다.
이 사건은 2021년 9월15일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과 만나 72분간 대화를 녹음하며 시작됐다. 신 전 위원은 만남 뒤 김만배와 혼맥도서 구매 계약을 맺고 1억6500만원을 받았다. 신학림 전 위원은 2022년 2월28일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에게 녹음파일 존재를 알렸고, 3월4일 한상진 기자가 녹취록을 받아 취재에 나섰다. 이후 대통령 선거 직전이던 3월6일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가 나갔다.
2023년 1월9일 신학림 전 위원은 매일경제 기자의 취재가 들어오자 김 대표에게 김만배와 금전거래 사실을 알렸다. 그해 9월1일 검찰이 신 전 위원을 압수수색했고, 뉴스타파는 9월5일 이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내고 진상조사위 구성에 나섰다. 9일 뒤인 9월14일 검찰이 한상진‧봉지욱 기자의 자택과 뉴스타파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그해 10월13일 진상조사위가 출범해 약 7개월 만에 보고서를 공개하게 됐다.
진상조사위원은 △김서중(위원장,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심영섭(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정준희(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최영재(한림대 미디어스쿨 학장)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인이었다.
진상조사위는 8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통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신학림이 요구하고 뉴스타파 내부자가 이를 받아들여 사전 협의한 대로 의도적 허위 보도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고 결론 냈다. 다만 “오랜 친분을 맺어온 신학림과 김만배의 사적 대화에서 나온 내용이라 의도적인 오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한 추론에 기대어 면밀하게 검증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뉴스타파가 윤석열 대선후보가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이던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비리에 대한 봐주기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육성으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대선후보 검증 차원에서 보도한 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조사위는 “한상진 기자가 녹취 내용을 검토한 후 ‘왜 이것을 이제야 알리느냐’라고 신학림에게 역정을 내었는데, 이는 내용이 상당한 보도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선거에 인접한 시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내기 여의치 않은 조건에서 민감한 이슈를 던진 것에 대한 주체적 반응”이었다며 “뉴스타파는 관련 내용을 제보 이전에 인지하거나 기획하지 않았으며, 검토 과정을 거쳐 보도 가치를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결론 냈다.
신학림 전 위원이 김만배를 면담하고 녹취한 행위에 대해서는 “신학림의 개인적인 목적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뉴스타파가 관여하거나 지시하는 등 관리나 통제를 한 사실은 없었다. 신학림-김만배 금전거래도 양자 간 사적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신학림이 김만배를 만나고 대화를 녹취한 행위는 뉴스타파와 무관한 일이다. 신학림은 뉴스타파 측에 김만배를 만날 예정임을 알리지도, 대화 내용과 녹취 사실을 사후 고지하지도 않았다. 신학림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행위였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그러면서 “양자는 뉴스타파에 법률적 책임을 귀속시킬 정도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전문위원이라는) 계약 관계에 있었다고 하나 자기의 사무를 자기 책임으로 수행하고 있는 신학림에게 뉴스타파가 윤리기준을 부과하거나 준수를 위한 관리 감독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위원에 대한 뉴스타파 관리 체계가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신학림-김만배 금전거래에 대해서도 “비록 상식적 금액은 아니었더라도 신학림이 도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가공한 십수 년에 걸친 노력과 가치를 전제로 여러 지인들과 다수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매매 협상을 벌여왔던 점을 고려하면 신학림과 김만배 사이 금전거래도 도서 매매 행위였음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논란이 되었던 ‘윤석열 커피’ 대목의 경우 “보도에서 조우형을 수사하면서 커피를 준 것으로 언급된 사람은 윤석열이 아니라 박아무개 검사다. 뉴스타파가 윤석열 커피 논란을 촉발시켰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뉴스타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특히 “검찰발 의혹 보도와 검찰 수사에 대처하는 뉴스타파의 대응은 여러 가지로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2023년 9월1일 검찰이 신학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뉴스타파 압수수색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8개월 전 신학림-김만배 금전거래를 사전 인지하고 ‘4인 대책회의’가 있었던 사실 등 주요 정보들을 여전히 구성원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즉각 사내 독립 조사기구인 독실위를 가동하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점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9월7일 녹취록 전문 공개 이후 ‘통했지’와 ‘봐줬지’의 주술 관계가 바뀌는 객관적 사실의 부분적 오류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후 집행위원회에서 추구 사과 입장 발표 필요성이 제기되고 김용진 대표가 언론대응TF와 상의해 결론 내기로 했지만 에디터회의를 거친 뒤 사과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유와 경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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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는 “전문위원 신학림과의 법률적 관계에서는 책임질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뉴스타파 조직 운영 관점에서 보면 인간적인 관계와 업무 영역을 구분해 체계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하는 조직 논리가 부족했다”고 했으며 “뉴스타파 보도의 우수성에 비해 사안 발생에 대처하는 조직 운영은 비체계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사위는 조직 운영의 체계화를 위해 △최고 의결기관인 집행위원회가 적절히 기능하기 위한 규정 마련 △독실위의 기능 보장 △경영과 편집의 분리를 제안했다. 보고서를 공개한 뉴스타파는 “진상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진상조사위의 제언을 깊이 검토해 더 정확하고 책임있는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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