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희철 기자 khc@vop.co.kr
- 발행 2024-05-15 20:38:41
- 수정 2024-05-15 20:39:39
13일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의 핵심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다.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승진’ 발령을 받은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주가조작 및 명품백 수수 등 김건희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빈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변인으로 있던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측근을 내몰고 최측근을 앉힌 형국이다.

이번 인사로 인해 검찰 내에서 의미 있는 항명이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으로 인맥을 속속들이 장악하고 있다. 패싱을 당한 이 총장이나 전보조치된 송 중앙지검장 모두 ‘윤석열 사단’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번 인사는 숙청의 성격보다는 보다 확실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총선 결과를 보고 수사를 전혀 안 하는 방식은 어렵고 뭔가 안심할 사람도 있어야 되는 상황이 맞물린 것”이라며 “더 안전한 상태를 구축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인사 과정에서 의견이 묵살된 이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검찰이 조직적으로 항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한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는 강력한 명분을 제공했다. 검사장급에 이어 중간 간부 인사도 조만간 이뤄지면,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과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물갈이 된다. 이미 검찰이 수사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신뢰를 잃은 마당에 애써 수사하는 움직임을 보이던 지휘 라인이 교체됐으니 수사가 신뢰를 확보하기는 난망하다. 여당에서도 이런 우려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인 김용태 의원은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통령이) 눈치를 좀 봤으면 좋겠다”면서 “검찰 인사교체는 대통령 기자회견 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국민들께서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뒤늦게 검찰총장이 수사팀을 꾸리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지 며칠 만에 수사팀이 교체됐다”며 “지금 수사를 덮는다고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돌출적이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쓴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는 글도 ‘김건희 방탄 인사’를 인정하는 꼴이라 결과적으로는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영수회담과 기자회견 개최 등 소통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민정수석 부활과 검사 출신 김주현 전 차관 임명, 연이은 검사장급 인사를 통해 ‘김건희 방탄’에 몰두하고 있다는 집중해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야당이 밀어붙일 김건희 특검에 여론의 동조까지 실리면, 대통령 거부권만으로 이를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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