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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9일 일요일

"그런 사고 내게 날 수도... 3일 연속 밥 거른 적 있다"


16.06.19 10:22l최종 업데이트 16.06.19 10:22l





서울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체인 은성PSD 직원 박휘건, 이근준씨. 선릉역내 강남사무소에서 대기하다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이동한다.ⓒ 권우성
"그 친구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일어난 지 열흘쯤 지났을 무렵, 사망한 김군과 같이 은성PSD에 입사한 공고 출신 19살 수리공들이 16명이나 남아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이들은 오는 6월 30일 계약이 만료되고 이후 신분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다행히 지난 1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들을 전원 서울메트로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다고 발표해 이들은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7일 오후 2호선 선릉역에 있는 은성PSD 강남사업소에서 이들 중 2명을 만나 정규직이 되는 소감, 업무상의 애로점, 사고재발 방안,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오마이뉴스>가 만나본 이들은 갓 고교를 졸업한 앳된 얼굴의 대한민국 청년들이었다. 언론과 인터뷰하는 게 신기해서 들떠 보였다. 남들은 박봉이라지만 이에 관계없이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김군과 마찬가지로 월급 실수령액 144만 원 가운데 100만원을 저축해 언젠가 집을 마련하는 게 최고의 목표였다.

이들은 2인1조가 되면 아무래도 사고를 예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기술 보완으로 "아예 선로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바쁠 땐 3일 연속으로 저녁식사를 못한 적도 있었다"며, 김군처럼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현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직 통보받은 게 없어서 근무조건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번 직고용으로 신분도 보장되고 급여도 오르게 됐다"며 서울시의 조처에 고마워했다. 또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한다는 게 재밌고 자랑스러우며, 10년 후에도 스크린도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른바 '메피아(서울메트로에서 온 전적자들)'에 대해서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크게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듯했다. 서울시는 이들의 전문성이 떨어져 고용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4년 반이나 근무한 그들이 어떻게 기술력이 없겠느냐"며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 일을 배웠으며, 이들을 해고하고 신규직원을 채용하면 거꾸로 안전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고용이 계속 보장되는 줄 알고 들어왔는데..."
17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내 은성PSD(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강남사무소에서 만난 이근준(왼쪽), 박휘건씨.ⓒ 권우성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 자기소개를 해달라.
"내 이름은 박휘건이고, 공고 신재생에너지과를 나왔다."
"나는 이근준인데, 역시 공고 자동차과를 나왔다."

- 언제 은성PSD 회사에 들어왔나.
"(박) 작년 11월 들어왔다."
"(이) 나는 한 달 늦게 12월에 들어왔다."

- 계약 만료가 올 6월 30일인데, 그렇다면 7-8개월밖에 일을 못하는 것 아닌가. 그걸 알고도 입사했나.
"(박) 회사가 바뀌어도 관리층만 바뀌고 아래 직원들은 그대로 간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쭉 보장되는 걸로 알고 들어온 거다."

- 6월 30일 이후 회사를 더 못 다닐 수 있다는 얘기는 언제부터 나오던가.
"(박) 사고 나기 약간 전부터 나왔다. 서울메트로가 임금피크제를 하며 은성PSD를 자회사로 만든다고 하면서 우리 신분이 보장 안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 그럼 많이 불안했겠다.
"(둘 다) 그렇다."

- 그만 두라면 어쩌려고 했나.
"(이) 다른데 취업하거나 바로 군대 가려고 했다."
"(박) 나도."

- 입사하기 전에 강남역이나 성수역에서 사고가 난 적 있다는 거 알았나.
"(박) 들어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 강남역은 알았는데 성수역은 몰랐다."

-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입사할 마음이 생기던가. 어떤 학생은 그것 때문에 포기했다고도 하던데.
"(이) 그 일에 대해 위험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 이전에는 이 정도까지 아니었는데 이번 사고에는 사람들이 많이 분노하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아주 높다.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이) 나이가 어리다는 것 하고 가방에서 나온 컵라면 때문인 것 같다."
"(박) 직전에 일어났던 강남역 살인사건 때문에 감정이 올라와있을 때 이런 사고가 생겨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전광판만 믿고 들어갔다가 갑자기... 아찔했다"
17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내 은성PSD(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강남사무소에서 만난 이근준, 박휘건씨.ⓒ 권우성
- 사고가 일어난 것은 언제 알았나.
"(이) 당일 바로 알았다. 사고가 오후 5시 57분에 났는데 6시에 팀장한테서 전화가 오더라. 나는 그날 휴무였지만 마침 구의동에 살아서 바로 가봤다."

- 가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 마음이 좀 그렇더라."
"(박) 전부터 그 친구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사고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이 사고 날 수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강북사무소 소속이라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은 왜 들었나.
"(박) 예전에 3호선에 있는 한 역에서 스크린도어 안쪽에서 작업하고 있었는데, 전광판에는 분명 열차가 없었는데 열차소리가 들리더라. 안전하게 나오긴 했지만 아찔했다. 전광판만 믿고 들어갔는데 출퇴근시간에만 운행하는 차가 중간에서 갑자기 들어와서 사고가 날 뻔한 거다."

- 작업하는 사람도 일반 승객들이 보는 그 전광판을 보고 일하나.
"(박) 그렇다."

- 열차가 들어오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나.
"(이) 없다. 철로에 내려가면 벽쪽에 '개구멍'이라고 부르는 숨을 공간이 있긴 하다."

- 숨진 김군은 왜 개구멍으로라도 피할 수 없었을까.
"(이) 열차는 10-4지점부터 들어오는데 9-4지점에서 작업하고 있어서 미처 피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박) 열차를 봤어도 몸이 굳었을 수 있다."
"(이) 열차가 바로 앞에서 불빛 켜고 오니까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못 피했을 수 있다."

- 보통 열차가 두 정거장 전에 있을 때 들어가나.
"(박) 두 정거장 전에 아직 출발 안 했을 때 들어간다. 그래서 보통 약 4분의 여유는 있는데 당시는 퇴근시간이라서 배차시간이 짧았을 것이다. 배차간격이 1분이 안될 때도 있다."

- 이 사고는 왜 일어난 거 같나.
"(박) 추측은 할 수 있으나 정확한 건 사고 당한 당사자만 알 수 있다. 상황은 당사자만 아니까."

"수리중 휴대폰 사용했다? 말도 안된다"

- 김군이 수리하는 중에 휴대폰으로 통화했다는 오보가 있었다.
"(박) 말이 안 된다. 한 손에는 센서를 닦는 걸레가 있어야 하고, 다른 한 손은 문을 잡고 몸을 지탱해야 한다. 그러니까 휴대폰을 들고 있을 수가 없다."

- 문 어디를 잡나.
"(이) 아무 데나 잡히는 것을 잡고 있어야 한다."

- 스크린도어 고장 중 가장 많은 게 센서 고장인가.
"(박) 그렇다. 센서에 들어간 이물질을 닦아주러 들어가는 것이다."

- 그거 하는 시간이 보통 몇 분 걸리나.
"(박) 1-2분."

- 김군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왔는데, 여러분도 보통 갖고 다니나.
"(둘 다) 아니다."

- 그럼 김군은 왜 갖고 다녔을까.
"(박) 진짜 밥을 못 먹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간식용일 수도 있다. 그것도 당사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 실제 바빠서 식사를 못하는 적이 많나.
"(이) 바쁠 땐 3일 연속으로 못 한 적도 있다. 점심은 괜찮은데 저녁 퇴근시간 때가 문제다."

- 출퇴근시간 때 고장이 많이 나나.
"(박)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으면 스크린도어도 열고 닫는 횟수가 많으니까 고장도 많을 수밖에 없다."

- 지금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나.
"(박) 지금은 무조건 2인1조로 하고 있다. 메트로 전자관리소에서 나와 입회를 해야 작업을 할 수 있다."

- 만약에 2인1조였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라 생각하나.
"(박) 아무래도 안 일어났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한 명이 같이 있으면 잡아서 꺼내줄 수도 있고 말해줄 수도 있으니까."

- 2인1조가 최선의 방법인가.
"(박) 아예 선로 안으로 안 들어가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은 센서가 안에 있으니까..."

- 센서가 안이 아니고 밖에 있으면 되지 않나.
"(박) 안쪽에 사람이 끼면 센서가 감지하고 열려야 하는데, 사람이 안쪽에 끼지 바깥에 낄 일은 없잖나. 열차랑 문 사이에 사람이 갇힐 수도 있으니까."

- 열차와 센서를 연동해 스크린도어가 열려있으면 열차가 못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 도시철도는 그렇게 한다는 얘기 들었다."
"(박) 그러나 그 시스템도 고장날 수 있으니까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 사고 난 뒤 부모님 반응은.
"(박) 걱정 많이 하신다. 하필이면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느냐고, 다른 일 하라고 하시더라."
17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내 은성PSD(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강남사무소에서 만난 박휘건, 이근준씨.ⓒ 권우성
"김군처럼 월 100만 원씩 저축... 집 사는 게 목표"

- 전적자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 지금까지 그 문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일했다."
"(이) 애초부터 서울시랑 그렇게 계약을 맺은 건데, 일이 커지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게 아닐까."
"(박) 다들 열심히 하신다. 전적자인 팀장님한테 일도 많이 배웠다."

- 전적자들은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있어 퇴출시킨다는 거 아닌가.
"(박) 새로운 전적자들은 그럴 수 있는데, 오래 된 사람들은 기술력이 없을 수 없다. 옆에서 구경만 했어도 지금 있는 사람들은 몇 년씩 됐으니까 잘 하는 사람들이다."
"(이) 그 사람들 다 내보내고 새로 충원하면 안전성이 더 떨어질 거다. 처음 왔으니까."

- 그간 신분이 불안했는데,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박) 아직 문서로 내려온 게 없으니까 모르겠다."

- 어제 서울시가 발표한 대로 직고용이 된다면 만족하나.
"(박)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단 지금보다는 좋아지겠지. 임금도 올라가고, 안전도 보장되고, 계약 갱신 안 해도 되고."

- 월급도 200만 원으로 올려준다고 하던데.
"(박) 우린 감사하죠."

- 현재 월급이 160만 원 맞나. 언론에는 144만 원이라고 하던데
"(이) 144만 원은 세금을 제한 금액이다."

- 그 월급에 만족하나.
"(박) 생활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거의 용돈 쓰듯 한다. 적금 좀 넣고."

- 숨진 김군은 매달 100만 원을 저축했다던데.
"(이) 나는 90만 원 저축하고 나머지는 밥값하고 강아지 간식값으로 쓴다."

- 부모님은 안 드리나.
"(이) 드릴 돈이 없더라.(웃음)"

- 휘건씨는.
"(박) 난 100만 원 저축한다."

- 일반적으로 다 그렇게 하는구나.
"(박) 집에서 자고 먹고 하니까 그게 가능하다."

- 100만 원씩 모아서 어디에 쓸 건가.
"(박) 일단 모으는 거다. 최종 목표는 집을 사는 것이다."

- 100만 원씩 저축해도 서울에서 집 사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이) 대출을 많이 받아야겠지. 대출을 적게 받으려면 지금 조금이라도 많이 모아놔야 한다."

- 비정규직 문제나 노동현실의 불평등성 같은 것 생각해본 적 있나.
"(둘 다) 아직 거기까지는."
서울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체인 은성PSD 직원 박휘건, 이근준씨. 선릉역내 강남사무소에서 대기하다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이동한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호출버튼을 눌러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한다. ⓒ 권우성
서울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체인 은성PSD 직원 박휘건, 이근준씨. 선릉역내 강남사무소에서 대기하다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이동한다.ⓒ 권우성
"10년 후에도 이 일 하고 싶어... 자랑스럽다"

- 자신의 10년 후 모습을 그려본 적 있나. 그 때도 스크린도어 일 하고 싶나.
"(박) 이게 가장 자신 있는 일이고, 재미도 있다."

- 어떤 재미가 있나.
"(박) 처음 보는 것을 고쳐내거나, 다른 사람이 못한 것을 내가 가서 고치면 기분이 좋더라."

- 꼭 스크린도어같이 위험한 일을 해야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잖나.
"(박)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그거밖에 없으니까."

- 이 일을 하면 행복한가.
"(박) 그러기도 했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시민들이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이 있다. 그런 게 자랑스럽기도 하다."

- 사고가 난 다음에는 바뀌지 않았나.
"(박) 안 바뀌었다."

-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나.
"(박) 지금 상황이 별일 없이 잘 넘어가면 계속 하고 싶다."
"(이) 나도 마찬가지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서울메트로가 근무시간만이라도 구내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패스카드를 좀 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호출버튼을 눌러서 들어간다."

- 서울메트로는 왜 안 주나.
"(이) 모르겠다. 근무시간 외 부정사용을 우려하는 게 아닐까."

- 그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나.
"(이) 버튼을 누르면 대부분 직원이 바로 나와 열어주지만, 직원들이 없을 때도 있다. 시간에 쫓겨 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곤란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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