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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3일 화요일

분노한 광주 "천수 누린 전두환... 두고두고 수치로 남을 것"

 

[전두환 사망] 광주 시민 8명의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21.11.23 14:49l최종 업데이트 21.11.23 14:49l
전두환씨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한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경찰들이 전씨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  전두환씨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한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경찰들이 전씨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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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8시 40분, 전두환씨가 사망했다. 전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광주 지역사회에는 기쁨의 목소리보다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더 많이 터져 나왔다. 그 목소리를 차례로 전한다. 

"원통하다"

5·18부상자동지회에서 초대회장을 지낸 이지현씨는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죽음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겠지만, 전두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끝까지 본인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떠나는 모습을 보니, 결코 애도를 표현할 수 없고 그저 애통한 심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5·18민주화운동을 전후로 광주의 노동야학 '들불야학'에서 활동하던 중 차례로 세상을 떠난 일곱 명의 들불야학 열사들을 기리고 있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 김상호 사무국장은 "들불열사분들을 비롯한 먼저 간 많은 이들이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으셨을까 싶다"며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아무런 벌도 주지 못하고 그를 보내게 되어 착잡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전남대학교의 이명노 총학생회장은 "시민학살의 책임자가 뒤늦게 죗값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두환이 끝까지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던 걸 생각하면, 원통하다"며 "전두환이라는 사람을 반면교사로 다시는 대한민국에 그런 일과 그런 지도자가 반복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 정치권 "자연사에 분노한다"

각 정당 광주시당도 분노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강수훈 대선공약기획실장은 "시민 학살의 책임자가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났다. 고인이라는 표현조차 사용하고 싶지 않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되돌려 그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심정"이라며 "추징금이나 불법재산 환수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명확한 문제제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의당 광주시당 문정은 정책위원장은 "전두환이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자연사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분노스럽다. 전씨는 광주시민 학살의 책임자인 만큼 정부에서 그 어떤 예우도 해서는 안 된다"며 "추징금마저 납부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무책임을 보여준 전두환이 저지른 죄의 책임을 끝까지 짊어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당 광주광역시당 문현철 공동위원장은 "전두환씨의 범죄가 끝내 단죄되지 않았다. 광주시민들의 마음이 가장 좋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 있었던 노태우씨의 사망과 함께 국가 차원의 예우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관련 법령 개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 청년들 "두고두고 수치스러운 일"

청년세대별 노동조합 광주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은 "노태우에 이어 전두환이 죽는 걸 보면서 한 시대가 지나고 있음을 체감한다. 다만, 제대로 된 사과나 진상규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그저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다"며 "전두환이 사과없이 천수를 누리고 가도록 방치했다는 사실이 이전 시대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는 역사적 과오와 함께 두고두고 수치스러운 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더 오래 기억하겠다는 반응도 뒤를 이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 강경필 대표는 "시민학살의 책임자에게는 너무 뒤늦은 죽음이었다. 애도 없이 늦게까지 기억하겠다"며 "더 일찍 청산되었어야 했던 역사가 사면·복권으로 인해 완결되지 못했다. 사과도 반성도 없이 떠난 악인에 대한 애도나 추모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전두환과 같은 이가 오랫동안 천수를 누리며 살았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기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이듬해 복권된 전두환씨는 이날 자택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12·12군사반란과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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