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국노동자대회… 대선 앞두고 농민대회·빈민대회·민중총궐기까지
민주노총, ‘총파업’ 기세로 다시 서울로… “노동자가 사회대전환 주도한다”

오는 13일, ‘전태일열사 정신 계승 2021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민주노총은 “평등사회로 대전환! 불평등 세상을 바꾸자!”를 구호로 내걸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 계엄을 방불케 하는 정부의 ‘집회 금지’ 봉쇄를 뚫고 지난달 20일 서울 서대문사거리를 비롯한 14개 지역 도심에서 총파업 깃발을 흩날린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10.20 총파업 투쟁의 기세를 유지한 채 13일 서울로 집결한다. 10.20 총파업으로 ‘불평등 세상을 뒤집는 투쟁’의 시작을 알린 후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투쟁을 예고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몇 년간 전태일 열사 기일을 전후해 열린 노동자대회와 이번 노동자대회는 어쩐지 다르다.

전태일 열사 정신을 생각한다

높이 1.6미터, 2평 작업장에서 잠이 오지 않는 약을 먹으며 하루 16시간씩 일하는 어린 노동자에게 자신의 차비를 아껴 풀빵을 사주며 삶의 고통을 나눴던 전태일 열사.

그는 1970년 11월13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치며 자신의 생명을 태웠다. 한국사회 노동해방 운동에서 청년 전태일을 떠올리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 51주기인 올해, 전태일 열사의 ‘풀빵정신’을 ‘불평등 타파! 평등사회로 대전환’ 투쟁으로 계승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태일 열사정신 계승 노동자대회 구호는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ILO 핵심협약 비준”이었다.

∙2019년, 노동개악 분쇄,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사회공공성 강화, 재벌체제 개혁!
∙2018년, 적폐청산, 노조 할 권리, 사회대개혁!
∙2017년,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지난 몇 년간 노동자대회에 걸린 주요 구호들은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기대했던 노조 할 권리를 비롯한 노동기본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ILO핵심협약 비준은 오히려 노조법 개정으로 기본권리를 역행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의 결과는 다시 말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다. 급기야 노동자들은 ‘전태일 3법’을 만들어 10만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국회에 법안 통과를 요구했지만, 국회가 들어주기 만무했다.

지난 2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전 세계적으로 퍼진 감염병 속에서도 돈과 권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은 경제적 부를 누렸다.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민생지원엔 인색했고, 결국 가진 자와 노동자 서민들의 삶은 대비되며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노동자대회가 내건 구호들이 정권교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한국사회 대전환, 즉 체제 교체의 필요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스스로 법안을 발의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투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한국사회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나섰고, 그것이 바로 10.20 총파업이었다.

▲ 10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사거리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사진 : 뉴시스]
▲ 10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사거리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사진 : 뉴시스]

투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올해 전태일 열사 51주기 노동자대회의 구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자리와 노동권을! 모든 민중에게 주거, 교육, 의료, 돌봄, 교통권을!” 그리고 ‘양경수 위원장 석방! 민주노총 탄압분쇄!’다.

열사 정신이 반영돼 있고, 시대정신이 반영돼 있다. 노동의 문제만이 아니라 민중들의 문제,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전면적으로 담겨 있다. 이는 한국사회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대전환을 일으키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지금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현재의 살인적인 양극화와 불평등체제를 만들고 유지하고 지키고 있는 모든 기득권 보수지배세력에 맞서 싸우는 것뿐입니다.”

 흔히들 ‘대전환’이라고 하면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팬데믹의 주기화, 구세계패권질서 해체 등을 이야기한다. 세상은 다른 질서와 체제로 변하고 있고 속도도 빠르다. 한국사회도 그 소용돌이에 있다.


대전환은 기존 노동자와 자본 사이에서 누가 이윤을 더 갖느냐의 문제가 아닌, 불평등한 구조와 사회체제를 바꾼다는 의미에서 ‘대전환’이라고 부른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둔 채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이익을 더 나눠준다고 해도 불평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질서와 체제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전환이어야 하는가, 자본과 기득권을 위한 전환이어야 하는가를 두고 치열한 투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10.20 총파업은 그 시작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총파업투쟁, 즉 촛불항쟁 이후 또다시 민중이 거대한 투쟁을 일군 날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촛불항쟁에 담긴 민중들의 요구를 팽개치고 역행한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을 향한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뿜어낸 날이며,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죽어나가는 재난 속에서도 자신들의 이익 추구한 자본가들과의 투쟁을 선포한 날이다.

노동자의 삶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더이상 자본에 기대하거나 정치권에 위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평등사회로 가겠다는 첫 총파업이었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이 사회대전환을 주도하겠다는 결심을 선포한 자리다.

촛불항쟁을 통해 정권교체를 했지만 촛불정부로부터 배신당한 민중들은, 평등사회를 누가 대신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의 정치도, 노동자의 삶도, 한국사회의 대변화도 직접 만들겠다는 결심을 높이는 중이다.

10.20 총파업은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가장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20만 이상 조합원이 참가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조합원들의 절박함이 투쟁을 만들었고,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대선후보들조차 외면해왔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언론지면에, 세상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1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탄압이 또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에 따라 여러 건의 집회신고를 냈지만 서울시는 ‘민주노총 집회는 안 된다’며 모든 신고에 불허로 답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을 구성하는 산별가맹조직이 신고한 집회마저 불허처리 하는 등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지방정부의 고시로 막아서는 초법적, 위헌적 행정행위를 남발하고 있다”는 규탄의 목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코로나로 무너지는 서민의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민중의 절실한 목소리는 가로막고 탄압하면서 재벌에는 한없이 관대할 때, 그리고 대선정국에 빨려들 때, 이런 모습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보수기득권 체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평등사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확신한다. 이들과 맞서고 노동자가 사회대전환의 주체가 될 방법은 오로지 ‘투쟁’ 뿐이다.

대선판, 민중들이 주도한다

민주노총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평등 타파’, ‘노동중심 사회대전환’의 내용을 담은 대선 요구안을 토론 중이다. 13일 노동자대회에선 민주노총-진보정당 공동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 120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느니,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이라느니 노동의 ‘ㄴ’자도 모르는 후보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거대 양당 후보들만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사이 노동자들은 자신의 힘을 키우고 있다.

노동자 민중이 제기한 노동존중 세상, 불평등 타파 의제를 대선 후보들이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 바로 자신의 힘을 키우고 투쟁으로 돌파하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에게 노동중심, 불평등 타파에 전력을 다하라는 명령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1970년대나 지금이나, 열악한 현실을 노동자 손으로 바꿔야 한다는 전태일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13일 전국노동자대회는 51년 전 새로운 노동의 시대를 열고자 했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불평등체제를 타파하고 새로운 평등 시대를 열기 위해 투쟁하는 날이다. 그러나 그 투쟁 역시 끝이 아니다. 사회대전환을 향한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 8일,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해 제주에서 트랙터 행진을 시작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사진 : 전농]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이후 17일엔 전국농민대회가 열린다. 농민들은 ‘농민기본법 제정, 식량주권 실현, 공공농업 전환’ 등을 요구하며 8일 제주에서 농기구 트랙터 대행진을 시작했고 출하거부 투쟁에 나섰다. 코로나로 생존의 벼랑 끝에 선 빈민들도 12월 2일 빈민대회로 모인다. 그리고 이런 노동자 민중의 힘은 2022년 1월15일 ‘불평등체제 타파! 평등사회로 대전환을 위한 민중총궐기’ 투쟁으로 분출될 예정이다. 노동자 민중들의 힘으로 대선의 판을 바꾸는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