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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5일 금요일

분열된 야권…‘아름다운 패배’는 없다


등록 :2016-02-05 19:23수정 :2016-02-06 07:28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의 4·13 총선 전망
정치는 결과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결국 나쁜 것이다. ‘아름다운 패배’는 현실 정치에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는 산수다. 수학이 아니다. 공식이 간단하다. 덧셈과 뺄셈이다. 뭉치면 이긴다. 분열하면 진다.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도저히 질 수 없었다. 그런데 졌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출마였다. 이인제 후보는 무려 500만표(19.20%)를 득표했다. 여당표가 갈렸다.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차는 겨우 39만표(1.53%포인트)였다.
2002년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후보는 ‘제3후보’였던 정몽준 후보와의 극적 단일화로 이회창 후보를 꺾었다. 정권을 놓친 사람들은 두 차례 같은 실수를 반복한 뒤에야 교훈을 뼈에 새겼다.
그 뒤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기본 전략은 언제나 ‘우리는 뭉치고 상대는 갈라친다’였다. 새누리당과 친여 성향 이데올로그들은 10여년 동안 ‘여권 단결-야권 분열’ 프레임을 만들어 확산시켰다. 특히 ‘호남’과 ‘친노’를 이간했다. 호남을 중도나 ‘합리적 진보’로 치켜세웠고, 친노에 종북과 운동권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웠다.
4·13 국회의원 선거는 이런 ‘여권 단결-야권 분열’ 프레임의 효과가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치러진다. 어떻게 될까.
여권 1997·2002대선 패배 뒤
‘여권 단결-야권 분열’ 전략
결국 호남-친노 갈라치기 성공
종편·보수신문은 ‘여권 서포터’
야권 수도권서 연대 실패하면
‘새누리 200석’ 저지 쉽지 않아
국회의원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달리 지역구마다 승부가 난다. 이론적으로는 49% 득표율의 정당이 지역구 의석을 단 한 석도 못 건질 가능성이 있다. 소선거구제의 마술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대표가 만든 국민의당은 호남 민심을 놓고 각축하고 있다. 호남은 야당의 ‘영혼’이니 당연하다. 언론도 두 야당의 호남민심 쟁탈전을 중계하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번 선거를 호남만 치르는 건가? 아니다.
지역구 의석이 현재의 246석에서 253석으로 늘 경우 예상 의석을 살펴보자. 수도권이 122석(서울 49, 인천 13, 경기 60)이다. 지금보다 서울과 인천이 각 1석씩, 경기는 8석이 늘어난다. 지역구 전체의 반에 가깝다.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수도권이라는 얘기다.
야권 수도권 연대 못하면 여권 ‘역대급 승리’ 못 막는다
지역구 전체 의석의 반이 수도권
비수도권 다 합쳐야 영남과 동일
그런데도 온통 관심은 호남 쏠려
새누리는 수도권 30%만 돼도 과반
일 자민당식 영구집권 진입할 수도
‘진박’ 공천 둘러싸고 잡음 있지만
‘애국’ 앞에선 분열할 가능성 없어
어설픈 명분싸움 끝에 이별한 야권
다당제로 포장해 분열 책임 피하고
이해타산 묶여 연대 성사 어려울듯
호남은 얼마나 될까. 28석(광주 8, 전남 10, 전북 10)에 불과하다.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말이 있다. 달팽이의 촉각(觸角) 위에서 싸운다는 것인데 작은 나라끼리의 싸움을 의미한다. 의석수로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금 와각지쟁을 하고 있다.
눈을 다른 지역으로 돌려보자. 영남은 무려 65석(부산 18, 울산 6, 경남 16, 대구 12, 경북 13)이다. 호남 28석과 충청 26석(대전 7, 충남 11, 충북 8), 강원 8석, 제주 3석을 다 합치면 영남과 같은 65석이다. 현재의 지역대립 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영남과 충청, 강원에서 강세인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47석을 여야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고 치고 19대 국회 권역별 정치지형(충청·강원 24석)을 반영해서 대략 계산하면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30%(37석)만 차지해도 과반 의석이 된다.
야권이 수도권 의석 70%를 확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2004년 17대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수도권 76석(70%)을 획득한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이었다. 이번 4·13 선거에서 야권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할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표는 목표 설정을 잘못했다.
수도권은 오히려 여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 분열은 새누리당의 기회다. 요즘 국회와 새누리당 당사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발길이 잦다. 당내 경쟁자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8년 18대 선거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당시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무려 81석(73%)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70% 의석을 차지하면 어떻게 될까. 대충 계산해도 ‘200’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200석이면 국회에 일본 자민당처럼 보수 기득권 영구집권 체제가 들어서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믿기 어려운가? 간단한 산수를 해보자. 1996년 15대 선거 결과는 신한국당 139, 새정치국민회의 79, 통합민주당 15, 자민련 50, 무소속 16이었다. 신한국당과 자민련을 더하면 189석이다.
2008년 18대 선거 결과는 통합민주당 81, 한나라당 153, 자유선진당 18, 민주노동당 5, 창조한국당 3, 친박연대 14, 무소속 25였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에 친박무소속연대(12)를 더하면 197이다.
여와 야는 선거에 임하는 전략과 태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진박’ 공천을 둘러싸고 전쟁중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 세력이 분열할 가능성은 없다. 이유가 뭘까.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둘 다 이른바 ‘애국세력’이다. 애국세력은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고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자칭 보수우파가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권이 바뀌면 나라가 망한다고 정말로 믿는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보수가 분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애국이라는 명분을 기득권 수호라는 이해타산과 일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어설픈 명분 싸움 끝에 이별했다. 그 뒤 양당은 분열 프레임의 주술에 걸린 좀비처럼 행동하고 있다. 왜 그럴까.
유럽식 다당제가 분열 프레임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유럽식 다당제는 우리 정치 현실과 거리가 먼 이상론이다. 그런데 2017년 대선에 대비해 전국 조직을 구축해야 하는 안철수 의원의 이해타산, 이번에 낙선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야권 경쟁자를 제거한 뒤 4년 뒤를 노려볼 수 있는 출마 희망자들의 이해타산이 절묘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야권은 앞으로 연대가 어려워 보인다.
‘여권 단결-야권 분열’ 프레임이 유통되는 통로는 언론이다. 친여 성향의 일부 신문과 종편(종합편성채널)이 중심이다. 요즘 종편 토론의 단골 소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벌이는 야권 주도권 다툼이다. 여야 대치 구도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소설가 복거일은 최근 ‘민란의 추억’이라는 칼럼에서 “안철수 현상은 본질적으로 민란”이라며 “특히 안 의원은 ‘총선에서 야권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해 자신이 실패에서 배우는 정치가임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양당체제 극복’ 성공할까”
“20년 만에 국회 3당체제 도전…안철수 ‘이번이 마지막 기회’”
“안철수의 국민의당, 야권연대 끊어야 양당구도 깬다”
국민의당 창당 다음날 아침 어느 신문의 1면 머리기사, 3면 머리기사, 사설의 제목이다. 다당제로 포장된 야권 분열 프레임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강렬해질 것이다.
결국 여권의 완벽한 단결과 야권의 분열, 그리고 여권의 승리를 염원하는 언론의 지원 속에 치러지는 4·13 선거는 여당에 ‘역대급 승리’를, 야당에 ‘역대급 패배’를 안길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사정에 매우 밝은 전략통에게 조언을 구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정치는 갈수록 국민들과 괴리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때마침 안철수 신당이 출현했다. 안철수 신당의 정치혁신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새누리당에서 영남의 중도보수 세력을 뜯어내야 한다. 그런데 충청의 중도 세력조차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호남을 석권할 가능성도 없다. 안철수 의원은 이런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4·13에서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더라도 정치지형을 바꾸지 못할 것 같다. 안타깝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 연대하지 않으면 야당이 완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선거 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폭주를 걱정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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