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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일 화요일

민주법연, '위안부 합의' 폐기.재협상 촉구

"박근혜 정부, 일본 정부의 2차 범죄에 가담할지 선택해야"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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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02  1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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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법학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회장 오동석)이 2일, 박근혜 정부를 향해 '위안부 합의(12.28합의)' 무효.폐기 선언과 함께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미리 배포한 3일자 '12.28 일본군'위안부'문제 '합의' 규탄 성명서'를 통해, 민주법연은 "위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의 요구와 참여가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행한 양국 정부의 정치적 담합"이라고 규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졸속 '합의'에 반대하여 '합의 무효.폐기'를 선언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지원 단체들, 그리고 대다수 시민의 항의"를 받아들여 "일본의 국가범죄 은폐 책동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오는 15일 개막하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63차 회의 답변서에 "일-한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했다"는 '12.28 합의' 내용을 끼워넣었다면서 "이것은 '12.28 합의'를 추진한 일본 정부의 의도가 일본군 성노예의 강제동원 및 강요에 대한 국가범죄를 은폐하려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법연은 "이제 박근혜 정부는 국가범죄를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의 2차 범죄에 가담할 것인지, 아니면 '12.28 합의' 무효․폐기를 선언하고 일본의 국가범죄를 추궁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헌법적 임무를 방기한다면, 그것 또한 국가범죄"라는 것이다.
한편, 아베 신조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 책동이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일 외교부는 "(12.28)합의가 착실히, 성실히 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답변서에 강제동원을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고 적시한 것은 '12.28합의' 파기가 아닌가'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뒤 이같이 답했다. 1일 윤병세 외교장관이 기시다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통해서, 또 임성남 제1차관이 벳쇼 주한 일본대사와 만나서 같은 취지로 거듭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추가, 16:25) 
<12·28 일본군‘위안부’문제 ‘합의’를 규탄하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성명서>

일본 정부는 2016년 2월 15일 열리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63차 회의 답변서에 “일-한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했다”는 ‘12·28 합의’ 내용을 포함했다. 이것은 ‘12·28 합의’를 추진한 일본 정부의 의도가 일본군 성노예의 강제동원 및 강요에 대한 국가범죄를 은폐하려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국가범죄를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의 2차 범죄에 가담할 것인지, 아니면 ‘12·28 합의’ 무효․폐기를 선언하고 일본의 국가범죄를 추궁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헌법적 임무를 방기한다면, 그것 또한 국가범죄이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및 아베 신조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일본 정부의 예산 지원’ 및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인 해결의 확인과 향후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 자제’ 등 3개 항에 ‘합의’했음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 “아베 총리는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며 간접적인 ‘대독 사과’를 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약 10억 엔(한화 약 97억 원)을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위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의 요구와 참여가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행한 양국 정부의 정치적 담합으로서 아래와 같은 중대한 내용적·절차적 흠결을 내포하여 역사적 부정의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밝힌다.

첫째, 피해자가 배제된 ‘합의’는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피해당사자를 협상과정에서 제외하고 피해당사자의 요구를 외면한 일방적인 정부간 협상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아무런 해법도 제시할 수 없다. 아시아의 대표적 인권 의제로 자리 잡은 미해결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약 20만 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에 대한 일본제국주의의 조직적 강간과 성노예 범죄로서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불법행위’이다. 따라서 ‘위안부’ 문제와 같은 국가범죄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의 권리구제는 수사·사법과정에의 피해자 참여를 통한 피해배상, 책임자처벌, 재발방지 약속 등 UN인권피해자 권리장전,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이 정한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피해회복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함에도 양국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했고, 피해자는 문제해결의 ‘대상’, 지원의 ‘객체’로 치부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24년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2016년 1월말 기준 1,215차에 걸친 집회를 통해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 책임 인정, 진실한 사죄, 적절한 배상, 진상규명, 추모사업 및 역사교육 등 그 어느 하나도 ‘합의’하지 못한 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선결조건으로 ‘배상금’ 아닌 ‘지원금’ 10억 엔을 받아들이라는 ‘강요’로써 피해자의 존엄성과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또 하나의 국가범죄를 공모해서 저질렀다.

둘째,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은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가 “착실히 실시한다는 전제”하에 위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진일보’한 해결이라 왜곡하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도의적’, ‘인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책임을 “통감”하고, 민간기금이 아닌 정부예산으로 재단출연금을 지원하는 것을 대단한 외교적 성과인양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표명한 “책임 통감”은 말 그대로 ‘책임을 깊게 느낀다’는 것일 뿐, 국제법 및 국내법을 위반한 중대한 인권침해범죄와 불법행위책임을 가해주체인 일본정부가 인정하고 그에 따른 법적 효과로서 손해배상, 재발방지보증, 책임자처벌을 부담하겠다는 적극적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합의’에서 “군의 관여 하에”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도 당시 일본정부와 일본 군대 및 이들로부터 ‘위안부’ 모집권한을 위임받은 업자들의 ‘조직범죄’라는 것을 희석시켜 국가범죄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합의’는 1993년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한 위안소 설치 및 본인의 의사에 반한 강제적 위안부 모집’을 인정하고 ‘역사교육을 통한 재발방지결의’등을 밝힌 ‘고노담화’보다도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재단 설립의 주체를 한국정부로 내세운 것도 일본의 국가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이며, 일본정부가 출연한다고 하는 예산의 성격도 법적 배상이 아닌 ‘도의적 책임에 따른 인도적 지원금’, ‘위로금’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기시다 외무상은 ‘합의’ 발표 당일부터 재단 출연금은 배상이 아니고 일본이 ‘잃은 것은 10억 엔뿐’이라고 운운하며 피해자의 고통과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셋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대일 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

이번 한·일 정부간 ‘합의’는, 2011년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양국간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지 아니한 당시 외교통상부의 부작위가 위헌(2006헌마788)이라는 결정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국정부가 양국간 협상을 제의했고, 그러던 중 2012년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위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하였다(2009다68620)고 판단한 이후에도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연내해결’을 내세우며 거듭한 양국간 국장급 협의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양국 정부는 이 협의과정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가해주체마저 모호한 “책임의 통감”과 10억 엔으로 “사죄와 반성”을 무마하려는 ‘회피’와 ‘꼼수’만이 남아 또 다른 인권침해와 역사적 부정의를 재생산했다.

이 ‘합의’는 결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 아니다. 해결의 “최종적” 선언자는 ‘위안부’ 피해자들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를 전면배제한 해결이 “불가역적”일 수는 없다. 따라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에 대한 ‘해석상 분쟁’은 여전히 존재한다. 위 ‘합의’가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 행사에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번 ‘합의’의 법적 성격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먼저 형식적인 측면에서 양국 정부의 대표자가 정식으로 작성하고 서명한 공식합의문도 없이 ‘구두합의’에 그치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당사국간 법적 권리와 의무를 창설하거나 어떠한 법적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합의’는 법적 의미를 전혀 가지지 않는다. 한일 양국 정부, 즉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현재의 ‘태도 표명‘에 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를 전면수용하는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한일관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잘 풀어나가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자’는 등 아베 총리와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양국 정부간의 모호한 봉합과 기금출연으로 법적 책임문제를 회피한 이번 ‘합의’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인 박근혜 정부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다시금 확인시켜줄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광범위한 민주주의 후퇴, 서민 경제위기라는 국내 실정(失政)을 위안부 문제의 ‘연내 해결’로 덮으려 시도하면서, 한편으로는 과거사 문제로 인한 한·일 관계 경색을 해소하여 군사정보공유나 미사일방어(MD) 등에서 한미일 ‘안보’동맹을 구축하고 동북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적극 부응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졸속 ‘합의’에 반대하여 ‘합의 무효·폐기’를 선언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지원 단체들, 그리고 대다수 시민의 항의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폭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범죄’에 동조하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과거 세대의 역사적 과오를 미래 세대에 다시 넘겨주는 역사적 무책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국가범죄 은폐 책동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가해자의 법적 책임을 따져 묻는 일로 ‘시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본의 법적 책임에 대해 하나의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언정 인류의 역사가 계속하는 한 ‘최종적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반인류적 국가범죄이기 때문이다.

2016. 2. 3.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자료제공-민주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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