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6년 2월 20일 토요일

'한국판 샌더스'는 없다? 닮은꼴 다 찾아봤습니다


기사 관련 사진
▲  버니 샌더스.
ⓒ 버니 샌더스 홈페이지

우리 정치판에도 버니 샌더스(75) 상원의원이 있을까.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정치 혁명을 상징하는 '샌더스 현상'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법한 의문이다. 4·13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정치 혁명은커녕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샌더스를 찾고 싶어 하는 유권자가 많다. 

양대 정당 체제의 미국 정치판에서 버니 샌더스는 지금껏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평생 무소속 풀뿌리 정치인으로 살았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미국의 가장 큰 문제인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외쳤다. 

현재 많은 미국인이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샌더스는 아이오와 주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석패한 뒤 뉴햄프셔 주 경선에서 압승했다. 20일 열리는 네바다 주 경선은 초박빙 양상이다.

우리 정치판에서 샌더스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보수 정당의 텃밭에 도전하고 진보적인 정책과 시민들이 보내온 소액 후원금으로 선거 운동에 나선 정치인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

[보수 텃밭 도전] 100년 공화당 텃밭을 바꾼 샌더스, 한국에서는...

진보적 사회주의자를 자임하는 샌더스가 1981년부터 시장 4선, 연방 하원의원 4선, 연방 상원의원 2선을 역임한 버몬트 주는 애초 100년 이상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그는 1972년 이곳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2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71%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기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있다. 바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그를 진보적 사회주의자로 부르기는 어렵지만, 그의 도전을 샌더스의 도전에 비유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는 2012년 총선(대구 수성갑 선거구)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40%를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변을 예고했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하는 김부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번 총선에 나가지 않지만, 대구·경북에서 샌더스를 꿈꾸는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있다. 엄정애 정의당 경산시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같은 선거에서 노동당 출신의 장태수 대구 서구의원은 3선에 성공했다. 201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시의원으로 당선된 김수민 녹색당 총선대책본부 대변인도 눈에 띈다.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사이다 논평'을 내놓는 대변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불평등 해소 정책] 최저임금 인상은 샌더스만의 공약이 아니다

샌더스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연방 최저임금(시급)을 2020년까지 현재의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올리겠다고 했다. 또한 주 4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가 빈곤선 밑에서 살도록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7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020년까지 국민의 평균 월급을 300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당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세웠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최저임금 인상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이곳 소속 의원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고 있다.

[소액 정치 후원] 대기업과 부자로부터 자유로운 정치후원금은 가능할까

정치기부금은 샌더스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열쇠 말이다. '쩐의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대선에서 후보들은 거액의 정치기부금을 받아 선거 운동에 나선다. 무제한의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조직인 슈퍼팩(Super PAC)은 미국 대선에서 막대한 영향을 발휘한다. 

슈퍼팩을 꾸리는 것은 보통 대기업과 슈퍼 부자인 만큼, 금권정치와 정경유착 우려가 크다. 지난해 7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슈퍼팩을 "무제한의 정치적인 뇌물"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샌더스는 이런 흐름에 "노(No)"라고 외쳤다. 그는 대기업과 슈퍼 부자가 꾸린 슈퍼팩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대신, 많은 일반 지지자의 소액후원금으로 선거 운동에 나서고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전국에서 희망돼지저금통을 모아 선거를 치른 것이 떠오른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의 후원금 펀드도 깨끗한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현역 정치인 중에는 누가 샌더스와 닮았을까. 지난해 3월에 발표된 2014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을 보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세 번째로 많은 3억423만 원을 모금했다. 1, 2위를 비롯해 후원금 모금액 상위 10명 중 7명이 여당인 상황에서, 누가 소수 정당 소속인 그에게 후원을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당시에도 이런 의문이 많았는지, 심상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총 후원 인원은 2672명으로, 10만 원 소액 다수가 대부분인 최다 건수"라면서 "일하는 서민들의 땀과 설움이 묻은 후원금"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2013년 후원금 모금액에서도 전체 국회의원 중 두 번째로 많은 후원금을 모았다. 

그해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은 이는 같은 당의 박원석 의원이다. 그 또한 당시에 입장을 밝혔다. "1980명의 후원자가 1억95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보내주셨다, 1인당 기부액이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모금액 1위를 한 것보다, 고액후원금에 의존하지 않은 후원내역이 더 감격스럽다"라고 밝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