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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7일 금요일

잠깐! 당신 젓가락 위 참치는 착한가요?


등록 : 2014.11.06 16:55수정 : 2014.11.08 09:48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기사공유하기facebook40twitter7보내기 채낚기 어업으로 낚은 가다랑어. 사진 그린피스 제공 국내 최초 ‘착한’ 참치캔의 등장… 채낚기로 잡은 참치는 왜 착할까? 옜다! 착한 참치. 여기서 잠깐, 국내에서 유통되는 3대 참치 통조림 브랜드 ‘동원-사조-오뚜기(신라교역)’는 익숙하지만 ‘착한 참치’는 조금 생소합니다. 여기 착한 참치캔 한 통이 있습니다. 뚜껑에 적힌 글귀를 차근차근 읽어봤습니다. ‘국내 최초, 지속가능한 어업수산물(MSC), 채낚기, 가랑어…’까지. 솔직히 이 낯선 단어에서 착한 참치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참치는 어떻게 착해졌을까요? 착한 참치는 정말 착할까요? 참치캔의 뚜껑을 열기도 전에 궁금해졌습니다. 참치라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는 저는 대한민국 1인 가구 414만2165명(2013년 03월 통계청 자료 기준) 중 한 명입니다. 막 지은 쌀밥과 한 끼의 허기를 채우기에 충분한 참치캔 통조림은 자취 생활하는 사람에게 착한 반찬이기도 하죠. 물론 비 내리는 날 소주 한 잔에 참치 한 점 곁들일 생각을 하면 침이 고입니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2010년 세계식량기구가 내놓은 국가별 원양 참치 어획량을 보면 일본과 대만에 이어 한국은 세번째로 많은 참치를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참치의 장기적 보존과 이용을 위해 설립된 ‘중서부태평양참치위원회’(WCPFC)가 운영하는 사이트(www.wcpfc.int)를 찾아가 우리나라 참치 어선 수를 검색해 보니 56척이 확인됩니다. WCPFC의 25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한국 어선이 태평양 바다를 누비며 참치를 잡고 있습니다. 45척의 일본, 40척의 미국, 34척의 대만, 33척의 스페인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통조림과 횟감으로 익숙한 참치는 바다의 많은 동물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 어류입니다. 사냥할 때는 최고 시속 70㎞로 내달립니다. 그런데 인간의 식탐으로 참치는 위기를 맞습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내놓은 ‘2013 그린피스 참치캔 지속가능성 순위 보고서’를 보면 7개 주요 참치 어종(대서양 참다랑어, 남방 참다랑어, 태평양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의 37.5%가 전히 남획됐습니다. 어업에서 최대 복원력을 넘어서 어획이 이뤄지면 급격한 자원 파국이 일어나는데 이런 상태를 남획상태라고 합니다. 남획뿐 아니라 ‘혼획’도 큰 문제입니다. 혼획은 잡으려는 수산물에 다른 종이 함께 섞여 채취되는 어획물을 뜻합니다. 충격적인 비밀 영상 : 더러운 참치 낚시 혼획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법자입니다. 혼획은 파괴적인 어업방식으로 알려진 ‘죽음의 덫’ 집어장치 (Fish Aggregating Device: FAD)가 그 원인인데요. 이 장치는 24시간 참치를 인위적으로 유인하고 대량으로 포획하기 위해 원양어선이 바다에 띄워 놓는 부유물입니다. 집어장치를 사용했을 때 참치 이외의 종이 걸릴 확률은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 견줘 3~6배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작은 물고기와 다양한 해양생물이 집어장치를 안식처라 여기고 모여듭니다. 이 과정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상어·가오리·고래·바다거북이 섞여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이들의 최후는 비참합니다. 대부분 죽은 채로 다시 바다에 버려지는데 그 양은 연 20만t으로 추정됩니다. 10캔 분량의 참치를 잡을 때마다 1캔 분량의 혼획 생물이 희생된다는 얘깁니다. 또 사용된 수만 개의 집어장치는 사용 뒤 그대로 방치돼 바다를 오염시키는 쓰레기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 어선의 집어장치와 참치 혼획 영상 이처럼 무분별한 남획과 혼획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해양생물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세계식량기구는 “강력한 조처가 없다면 지나치게 많은 참치 어선과 급증하는 참치 수요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위기의 참치를 구출하기 위해 2004년 그린피스는 전 세계적으로 참치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영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캐나다·미국·이탈리아 등 여섯개 나라의 참치캔 브랜드와 소매업자들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의 어업이 가능할까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채 낚기(Pole and line)’ 방법입니다. 채 낚기는 몰디브, 인도네시아 등 도서 국가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그물을 사용하지 않고 낚싯대로 가다랑어를 한 마리씩 낚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소규모로 목표종만 잡기 때문에 집어장치가 필요 없고 따라서 혼획 가능성도 없습니다. 현지 어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그 이윤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채낚기 방법 여섯개 나라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어업을 금지하는 해양보존구역을 지정하고, 눈다랑어와 같은 멸종위기에 놓인 종은 구매하거나 유통하거나 판매하지 않는 정책을 세웁니다. 또 어업방법부터 어업지역, 어종까지 참치캔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라벨에 기재하고 지속가능한 참치어업을 위한 정책협약도 맺었습니다. 이런 변화로 혼획이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또 참치 업계는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물량을 공급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몰디브의 채낚기 어업. 사진 그린피스 제공  가장 큰 변화는 뉴질랜드에서 시작됐습니다. 참치캔 소매업자와 참치캔 유통, 제조업체들은 100% 지속가능한 참치만을 공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니까 뉴질랜드에 사는 사람들은 채낚기 방식으로 잡은 참치를 먹고 있다는 것이죠. 자, 그렇다면 세계적인 원양강국인 한국은 바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참치 조업을 하고 있을까요? 국내 참치 업체들의 사정이 궁금해졌습니다. 2012년 그린피스가 국내 참치캔 제조업체인 동원 F&B, 사조산업, 오뚜기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한 뒤 결과를 발표했지만, 어떤 브랜드도 지속가능한 참치업체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행복중심 착한참치. 사진 행복중심생협 제공 이렇게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일에 국내의 한 생협이 나섰습니다. 행복중심생협연합회 조합원들이 뜻을 모아 11월3일 선 보인 참치캔 ‘착한 참치’가 바로 그 것입니다. 조합원들은 지속 가능한 어업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에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제품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 참치캔은 채낚기 방식으로 잡은 몰디브산 가다랑어가 주원료입니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참치김밥과 참치김치찌개를 앞으로 계속 먹으려면, 바다와 수산물의 지속가능함도 당연히 고민해야 한다”며 “‘착한참치’에 담은 지속가능이라는 가치를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착한 참치의 캔을 따서 먼저 맛을 봤습니다. 담백합니다. 먹을거리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이 소식이 담백하게 다가가길 바랍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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