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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0일 금요일

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

2017년 북한 신년사 분석과 전망 (2)
장창준  |  1coreacen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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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0  22: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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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준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에서 올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한 두 개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하나는 북한 경제의 전망과 관련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배치한 배경과 북한 경제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입니다. 통일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2013년부터 육성 연설을 통해 발표해 왔으니 ‘김정은 육성 신년사’는 올 해로 5년차를 맞는다. 지난 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했던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지난 해 신년사에서 핵시험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마지막 해를 맞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유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같은 분석이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방사포 발사,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발사, SLBM 미사일 발사 등을 단행함으로써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했다.

1년 전의 좌절 때문이었을까? 2017년 분한 신년사에 대한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조심스럽다 못해 단조롭기까지 하다. ‘평이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표현만을 놓고 본다면 ‘평이하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다. 올해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대미 메시지는 특별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당국을 향해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대조선 적대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주문했다. 그동안 북한이 강조해왔던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표현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2017년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세 가지 새로운 입장

2017년 북한의 신년사는 남측 당국, ‘전체 조선민족’, 미국, 국제 사회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북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측 당국과 전체 조선민족> :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 해소 위한 적극적 대책/거족적 통일운동의 전성기
  
 
<미국과 국제사회> : 대조선적대시정책 철회의 용단 내려야/자주·평화·친선의 대외정책 리념에 충실
  
 
2017년 신년사에 나오는 내용만으로 본다면 평이하다는 평가가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비방 중상 중지, 전쟁 위험 해소, 무력증강책동 중단’등의 대남 메시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철회’, ‘전쟁연습소동’등의 대미 메시지 그리고 ‘자주, 평화, 친선의 대외정책 리념 충실’등의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는 해마다 반복되어온,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선제공격 능력 강화’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신년사에 ‘선제공격 능력 강화’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문전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이 그것이다. 이 같은 조건은 올 해 신년사가 갖는 두 번째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표현은 ‘우리의 문전 앞이 아니라면’전쟁연습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뜻을 암시한다. 여기서 ‘문전 앞’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의미는 ‘군사연습의 성격’과 관련된다. 즉 북한에 대한 침략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가 여부이다. 두 번째 의미는 ‘군사연습의 장소’와 관련된다. 신년사에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북한과 지리적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여부이다. 즉 군사연습의 성격이 대북공격 성격이 아니라면, 그리고 북한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는 군사연습이라면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하는 조치’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셋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조국통일대전’이라는 표현도,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에서도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남측에서도 대선이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는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 상반기에 새롭게 등장하게 될 새로운 남측 당국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말자는 전략적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새로운 내용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에 어떻게 작용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 체제가 등장했던 지난 5년간의 북한 신년사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김정은 시대 5년, 어떤 일이 있었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부터 해마다 1월 1일 육성 신년사를 발표해왔다. 다섯 차례 발표된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에 나타난 대남, 대미 입장 변화를 살펴보면 2017년 신년사에 새롭게 등장한 내용이 갖는 의미와 한반도 정세에서의 함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의 신년사 내용의 변화 그리고 각 년도 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중요 일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의 신년사는 2017년 신년사와 유사한 대목이 가장 많다. 시기적으로 2013년은 미국에서는 오바마 2기 정부,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부라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였다. 2013년 신년사는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대남 정책에서도 ‘북남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고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자는 평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미국과 한국을 자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망’의 기조에서 신년사가 발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조선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항시적인 긴장이 떠도는 세계 최대의 열점 지역으로 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회귀정책(Pivot to Asia)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2013년 상반기에는 북한의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주지하다시피 2013년 3월과 4월은 미국의 전략 무기가 총동원되는, 대대적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실시되었고, 북한 역시 여기에 초강경으로 대응함으로써 북미 사이에 심각한 군사적 대결 양상이 전개된 바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13년 6월 16일 국방위원회 명의의 ‘중대 입장’을 발표하고, “조선반도의 긴장 국면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는 것을 의제로 하는 ‘조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임에 따라’나온 𔃶.16 중대 입장’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고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비록 신년사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을 최우선적 목표로 발표했으나 3월과 4월의 긴박했던 군사적 충돌 위기를 겪고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핵선제 공격을 취할 수 있는 개념인 ‘맞춤형 억제전략’을 수립해 가는 상황 속에서, 북한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북미 사이의 군사적 대결을 해소하는 것으로 전환되었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2013년 10월 한미 안보연례협의회(SCM)에서 ‘맞춤형 억제전략’을 합의한다.

그 결과 2014년 신년사에는 ‘한반도의 평화’가 ‘남북관계 개선’보다 앞 순위에 배치되었다.(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이 같은 기조는 2016년까지 유지된다.) 그리고 북한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 나간다. 1월 16일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한다. ‘1.16 중대 제안’은 네 가지 사항을 담고 있는데, 1) 비방·중상의 전면 중지, 2)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의 중단, 3)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즉시 중지, 4) 미국의 핵공격수단 반입 중단이 그것이다. 비록 ‘남조선 당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1.16 중대 제안’은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리고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하여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환경이 조성되면 남북 관계 개선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남측의 묵살로 ‘1.16 중대 제안’은 빛을 바랬으나 북한은 2014년 10월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단장으로 하여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최고위층 인사가 폐막식에 참석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황병서는 남측을 방문하여 “이번엔 좁은 오솔길을 냈지만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였다. 특히 이들은 폐막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추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2005년 김기남 조선노동당 비서가 남측을 방문하여 현충원을 참배한 것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또한 황병서는 군복을 입고 공식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자신들의 남측 방문을 군부도 동의하고 있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방북은 남측의 김관진과 북측의 황병서가 대표로 참가하는 남북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졌다.

한편, 북한은 그 해 11월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방북했던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에게 ‘한미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상호 중단’이라는 협상 카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1.16 중대 제안’을 미국 버전에 맞게 구체화시킨 것이며, 2013년의 ‘6.16 중대 입장’에서 밝힌 ‘조미 고위급 회담’의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2015년 신년사에서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함으로써 2014년의 대남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을 못할 리유가 없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할 정도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2015년 신년사에도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한반도 평화 환경 조성’을 더 우선시했다. 특히 북한은 녞년 1.16 제안’의 연장선에서 한미군사연습의 중단을 강조했다. 미국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철회를”, 남측에게는 “외세와 함께 벌리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물론 ‘단호한 대응과 징벌’, ‘선군정치와 병진노선’을 강조함으로써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15년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8월에 발생했던 ‘목함지뢰 사건’일 것이다.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할 것,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선포했다. 더불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여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남북 당국은 남측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전부장이 참석하는 2+2 고위급 접촉을 통해 8.25 합의를 채택함으로써 위기를 해소한 바 있다. 그러나 8.25 합의 이후 남북 양측은 후속 조치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경색은 지속되었다.

2016년의 신년사는 5차례에 걸친 김정은의 신년사 중에서 가장 표현이 거칠었다. ‘무자비한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으로 단호히 대답하겠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2년 동안 제안해 왔던 ‘중대 입장과 제안’들이 미국과 한국에 의해 묵살된 것에 강한 반발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16년 북한은 연초 수소폭탄 시험발사를 포함하여 수차례에 걸쳐 방사포, 중단거리 미사일, SLBM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 체계에 대한 시험을 단행하였다. “적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생산하겠다”는 2016년의 신년사 공약을 이행한 셈이다.

2017년 신년사에서 북한이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첨단 무장장비 연구개발 사업이 활발”해졌다면서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평가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평가에 기초하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수호하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 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나갈 수 있는 위력한 군사적 담보가 마련되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이유일 것이다.

2016년 신년사에서 보인 북한의 강경한 입장은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보다 구체화된다. 𔃲.23 중대 성명’은 “적들의 특수 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 수행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 성명’은 ‘청와대와 반동 통치기관들’을 1차 타격 대상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 침략기지와 미국 본토’를 2차 타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2013년 한미 양국은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을 합의함으로써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2016년 6월에는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을 작전계획화한 ‘작전계획 5015’가 합의되었다. 2016년 북한의 ‘중대 성명’은 한미 양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선제공격에는 선제공격으로’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놀란 것은 중국이었다. 한미 양국과 북한이 모두 선제공격을 군사 대응 기조로 설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2월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병행’을 주장하면서 북미 양측의 중재 외교에 나선 것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은 2016년 7월 6일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북 비핵화’궤변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전도를 더욱 험난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북한은 남측과 미국을 향해 다섯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1)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의 핵무기를 모두 공개할 것, 2) 한반도에서 모든 핵무기와 기지들을 철폐하고 검증받을 것, 3) 한반도에 핵무기를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할 것, 4) 핵으로 위협공갈하지 않고,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할 것, 5) 남측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할 것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마지막에 제시된 미군 철수 요구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논리로 𔃷.6 공화국 성명’의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겠지만, ‘즉각적인 미군 철수’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6 공화국 성명’은 “안전담보가 실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역시 그에 부합되는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게 될 것이다”라고 하여 다시 한 번 ‘조선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따라서 ‘7.6 공화국 성명’은 ‘6.16 중대 입장’, ‘1.16 제안’의 연장선에서 놓여있으며, 특히 ‘공화국 성명’의 형식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2017년 신년사, ‘선제공격’보다 ‘대통로’에 주목해야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지난 5년 동안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군사적 조치와 외교적 해법을 제시해왔다. 첫 출발은 외교적 해법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었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2013년의 ‘6.16 중대 입장’이 그것이다. 2014년 10월에는 북측이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전격적으로 참석함으로써 이를 계기로 하여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기도 했다. 즉 북한은 ‘북미 고위급 회담’과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자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2014년의 ‘1.16 중대 제안’과 11월의 ‘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중단’제안 그리고 2016년의 ‘7.6 공화국 성명’은 북한의 해법이 구체화되는 과정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미 고위급 회담’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다루어야 할 협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조치는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2015년 8월의 남북의 군사적 충돌 위기는, 비록 그 성격을 불분명하게 하는 ‘목함지뢰 사건’이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휴전선 일대에서 스피커를 통한 비방 중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 이에 북한은 인민군의 태세를 준전시 상태로 전환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북 회담을 제의했다. 2016년 국방위원회가 𔃲.23 중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자신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라고 판단한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대응이었다.

‘2.23 중대 성명’에서 1차 선제공격 타격 대상과 2차 선제공격 타격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2016년 수차례에 걸쳐 ‘각이한 공격수단’들을 발사한 것 역시 한반도 위기 지수를 높여 ‘한미군사연습과 핵시험의 상호 중단’이라는 협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북한은 2017년 신년사에서 ICBM 발사가 임박했다고 밝히고, 1월 8일 외무성 대변인이 “대륙간탄도로케트는 우리의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게 될 것이다”라며 ICBM 발사를 예고한 것이다.
  
 
둘째, 지난 5년이 경과하면서 북미 사이에 핵선제공격과 핵선제공격이 충돌하는 ‘최고의 강 대 강 충돌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 같은 ‘강 대 강 충돌 구조’가 고착된 이후의 한반도 상황은 그 이전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위기 국면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선제공격 전략이 갖는 위험성은 최고위 정책결정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소한 군사적 충돌 혹은 상대방에 대한 오인(misconception)에 의해 대규모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북한 체제의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조치는 모두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 여기서 2015년과 2017년 신년사에서 북한이 강조했던 ‘대통로’의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4년 북한의 2인자 황병서는 아시안 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남측을 방문했을 때 ‘오솔길’과 ‘대통로’를 대비시켰다. 자신의 방남을 ‘오솔길’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에서 권력 서열 2인자의 행보가 ‘오솔길’이라면, ‘대통로’는 북한의 최고권력자 김정은의 행보를 의미한다. 2015년 신년사에서 ‘대통로를 열자’를 구호를 제시하며 ‘최고위급회담’즉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신년사에서도 “자주통일의 대통로을 열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즉 비록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7년 신년사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에 대한 메시지에서도 ‘대통로’의 맥락이 읽혀진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017년 신년사는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특히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를 붙여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전 앞’이라는 대목은 대단히 추상적이다. 이 같은 추상적인 표현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다. 즉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우리의 문전 앞에서 전쟁연습소동을 벌이지 않으면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방침이 변경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의 해석도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언급해야 할 중요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있다. 2016년 3월 10일 김정은 위원장은 탄도로켓 발사 훈련을 참관한 자리에서 "핵무기 연구부문에서 핵탄두 취급질서를 엄격히 세우고 국가 최대 비상사태 시 핵공격 체계가동의 신속성과 안전성을 확고히 보장하며,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관리체계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는 곧 김정은 위원장의 관리·통제·지도체계를 의미한다. 핵무기의 성능 강화도, 핵무기 개발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혹은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것도 오직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서만 가능한 체계를 세우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2016년에 나온 ‘7.6 공화국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7.6 공화국 성명’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을 “조선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서 반도 전역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언급한 후 ‘7차 당대회에서 밝힌 핵무기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의 투쟁에 진입한 상태’라고 천명하였다.

‘7차 당대회에서 밝힌 핵무기에 대한 정책적 입장’은 2017년 신년사의 내용과 같은 흐름이다. 당대회 총화보고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에 계속되는 한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이라는 단서 조항이 2017년 신년사에서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련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이라고 구체화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투쟁 단계’는 두 차원의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항구적인 핵보유 투쟁 단계’이다. 북한은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고,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며, ‘우리의 문전 앞에서 진행되는 전쟁연습’이 계속된다면 ‘항구적 핵보유 투쟁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둘째, 그러나 만약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 ‘핵위협과 공갈’이 사라지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진행되는 전쟁연습’이 중단된다면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 단계’로의 진입이라는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다. 물론 ‘조선반도 전역’과 ‘비핵화’의 개념과 정의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권한일 것이다.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확인된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하여 2017년에 제시된 새로운 세 가지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강 대 강 대결 구조’를 인식한 데서 나온 원칙적 입장의 표현이다. 전제조건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의 상황을 언급한다. 전제 조건은 ‘핵위협 중단과 문전 앞에서의 전쟁연습 중지’즉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철회’그리고 ‘전쟁연습과 핵시험의 동결’이다. 다만, 전쟁 연습의 중단을 ‘문전 앞’이라는 서술어를 붙임으로써 ‘동결 대 동결’이라는 협상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는 2017년에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보내는 ‘협상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는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평이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이 만들어왔던 ‘혁명 무력의 힘에 기반한 협상의 전략과 전술’을 제시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2017년 북미 관계, 3월이면 판가름

지난 5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북한은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조치를 사실상 거의 마련했다. 따라서 2017년 북미 관계에서의 관건은 트럼프 정부가 어느 만큼 속도감 있게 대북 정책을 추진하느냐 여부 그리고 대북 정책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대북 정책 재검토를 한다. 이 같은 기존의 패턴에 근거하여 2017년 북미 관계는 빨라야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전망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협상의 문을 닫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거의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1월 2일 자신의 트윗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다. 북한 신년사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의 마감 단계’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It won't happen!)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언론은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을 두고 ‘트럼프가 ICBM 발사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짧고도 단편적인 해석만을 내놓았다.
  
 
‘그런 일’(it)이 지칭하는 것은 명확하다.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지칭한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군사・경제적 압박으로 ‘그런 일’을 저지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트럼프의 발언 및 외교안보 분야에 인선된 장관급 인사들의 면모 등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위의 언급은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선 시기부터 오바마 정부의 소위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판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의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은 두 차원에서 전망해 볼 수 있다. 첫째,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대북 정책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미중 협조 체제 하에서의 대북 경제 봉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전략적 인내 정책’보다 더 강경한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과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은 현실에서는 큰 의미 차이가 없다. 이미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도 북미 관계는 극한적 대결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강화된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진하건, ‘보다 강경한 대북 군사 압박 정책’을 추구하건 북미 대결은 더욱 심화된다는 점에서 두 정책은 큰 자리를 갖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의 트윗 내용은 대북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 신년사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긴 내용을 작성할 수 없다는 트윗의 성격에 기인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드러났던 트럼프의 ‘막말 기질’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비난이 없다는 것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려는 트럼프의 전략이 담겨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요청했던 특별 기밀 브리핑 요청’이 북한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로이터 통신 1월 1일자 보도)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가 특별 기밀 브리핑 자료를 요청한 시기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후보자 신분으로 ‘특별 기밀 브리핑’을 요청하고 오바마 정부가 응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요청을 한 시기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1월 2일 트럼프의 트윗은 북한에 대한 ‘특별 기밀 브리핑’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입장일 수도 있다. 여기서 원론적 입장이란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며, 그 수단은 군사적 수단이라는 상한선과 외교적 수단이라는 하한선을 모두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1월 2일 트럼프의 트윗이 내포하는 핵심적 의미는, 강경 발언이었냐 온건 발언이었냐가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1월 8일 ICBM 발사를 예고한 것에서 확인되듯이, 북한 역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를 무한정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이 대미 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한미 군사연습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3월이면 키 리졸브 연습이 실시될 것이다.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마저 수수방관한 채 트럼프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트럼프 정부 역시 이미 11월부터 대북 정책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키 리졸브 훈련을 강행한다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보다는 대결을 정책 기조로 잡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해마다 한미군사연습 시기에 북한의 군사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만단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고 한미군사연습에 임할 것이다.

따라서 키 리졸브 연습의 강행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강 대 강 충돌’을 의미한다. 이는 파국이다. 북미 간의 파국은 두 차원으로 확산된다. 첫째, 3월 이후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며, 2017년 신년사에 등장하지 않았던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이라는 용어를 다시 소환시킬 것이다. 2017년 북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공산이 크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강 대 강 충돌’은 남북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남측의 새로운 정부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악화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야권에서 공통적으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해 왔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 이후 새로운 남측 정부는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는 작업에 착수하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남측의 새로운 정부의 그 같은 노력은 북미 간 충돌로 시도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미 파국은 남북 파국이라는 연쇄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트럼프 정부가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단행한다면, 전면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군사연습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북미 극적 대타협을 의미한다. 북한과 미국은 ‘군사연습과 핵시험의 동결’합의를 시작으로 하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북미 관계의 대타협은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연쇄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2017년 4월과 5월 중에 한국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과 4월의 북미 대타협과 5월과 6월의 남북 관계 개선이 진행된다면, 이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하반기에는 북한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대통로’즉 남북 정상회담까지 전망해 볼 수 있다.

결국 2017년 한반도 정세는 3월에 판가름 난다고 할 수 있다. 3월에 진행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연습이 강행되는가 혹은 축소되거나 잠정 중단되는가 여부에 따라 2017년 한반도 정세는 좌우된다. 대파국이냐 대타협이냐의 결론만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의 대북 인식, 이대로 좋은가: 결론을 대신하며


북미간의 대회전을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어쩌면 축복이며 기회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정상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면, 북미 대결을 격화시키는 촉진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남북 관계는 자연스럽게 개선되는가?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ICBM 개발 마무리 단계’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시비’를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선제공격까지 운운한 것은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으로 몰고 가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핵과 미사일 포기”,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북한의 신년사를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스스로 대북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없애는 후과를 가져온다. 특히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린다면 김정은 정권은 미래가 없을 것”, “핵과 경제를 모두 가질 수 없다”, “과거처럼 불순한 의도로 허튼 짓을 하려 한다”는 등의 표현은 대북 협상의 공간을 극단적으로 협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의 신년사 비교까지는 아니더라도, 2017년 신년사만 잘 살펴보아도 북한이 강조하는 것이 ‘도발적인 군사적 조치’만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밝혔던 것처럼, 2017년 한반도는 “남북관계가 평화로 가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분기점”이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 한반도 평화 실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음은 지난 10년의 남북 관계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 경고’는 이명박 정부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논평이라고 해도 믿길 만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다양한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특히 안보 분야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는 문재인 후보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2일의 논평은 2017년의 북한 신년사의 맥락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 관계, 북미 관계, 한미 관계의 복잡한 전개 과정과 그 상호 작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고려하지 않은 논평임에는 틀림없다.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하여 야권의 대선 주자들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대북 인식과 통일 철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미 관계가 경색되고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이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자신의 철학에 기초해 정세와 무관하고, 북미 관계에서 독립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현재 야권의 대선 주자들의 대북 인식은 김영삼 대통령의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인식을 마치 절대적인 진리로 착각하여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그 결과 ‘통미봉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통미봉남’은 북한의 대남 정책이 아니라 남측 당국의 대북정책 결과였다.

2017년 한반도는 그것이 대파국이었건 대타협이었건 대전환의 국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이룩하는 길에서 반드시 협력해야 할 상대방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 호불호라는 개인 감정을 뛰어 넘어 평화와 번영이라는 민족적 숙원을 중심에 두고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식에서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야권에서 그토록 비판했던, 박근혜의 대북 정책에서 한 걸음도 진전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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